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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59화 (259/321)

259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다시금 옥상으로 돌아와, 왔던 길로 빠져나왔다.

“무모한 사람….”

골목으로 다시 내려오자 모드레드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후드를 뒤집어쓴 채, 평소에는 무뚝뚝하던 눈동자가 가늘게 찢어진 채였다.

“딱히 별 일 없잖아?”

나는 그 원인을 알고 대답했지만,

“이제부터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도리어 불을 지피는 결과를 가져와버리고 말았다.

“아니….”

“저도 기껏 피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었건만…!”

“그, 그런 거였냐.”

순전히 술 취한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당황했다고만 생각했다. 아니, 평소에 안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어깨를 움츠리고 입을 다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텐데.

“…. 바보.”

욕을 먹었다.

하지만 표정에 힐난하는 기색이 누그러들었다. 모드레드는 빗속에서 뺨이 붉게 물든 채 나를 바라보았다.

[헤에.]

그리고 트리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

[재미있어 보이네. 두 사람.]

당황한 우리가 침묵하고,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카메라가 스캔이라도 하듯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구석구석을 관찰당하는 기분을 느끼곤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될 것 같아.]

“뭔가 이유라도?”

모드레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 대위님이 타이밍 좋게 도와주셔서. 헤에 완전히 각도기로 잰 듯한 딱딱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날 말하는 거냐?”

바로 그때, 목소리가 이어졌다.

[히이….]

“남을 놀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로군. 트리스탄.”

[헤헤, 대위님도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데?]

골목 끝에 서있던 우아랑이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트리슈의 카메라가 반기듯 그 앞으로 휙 날아갔고 우아랑은 짜게 식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

“놀랍군. 언제는 흥분해 날뛰더니 말이다.”

[…. 으응? 트, 트리슈가 그랬던가?]

“그래, 지난 번 전투에서. 스컬이 위기에 처하니까 완전히 눈이 살기로 물….”

[와, 와아아악?!]

카메라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나중에! 일단 빨리 퀘스트나 수행하러 갑시다아!]

“무슨 일이었는데?”

[타, 타나 오빠!]

“아니…. 타이밍 좋게 도와줬다는 게.”

“아, 뭐 별 일은 아니다. 군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 눈을 감아주기로 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우아랑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내저었다. 잠깐 의아해하던 나는, 이내 그 병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렇군, 우아랑 대위님이셨지.”

“뭔가 비아냥대는 말투처럼 느껴지는군.”

녀석이 눈썹을 찡그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돌아와. 마커의 숫자가 많으니까 차근차근 w진행하도록 하자.]

한껏 진지해진 목소리로 트리슈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골목 구석에 있던 맨홀의 뚜껑을 들었다. 손짓을 하자 모드레드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우아랑.

“우아랑?”

하지만 녀석은 반응이 없다.

“잠시.”

멍한 채로 있던 우아랑이 뒤로 돌아섰다. 가늘어진 빗줄기가 흔들리는 머리칼을 따라 어깨에 내려, 나는 의아해하며 그 곁으로 다가갔다.

“…. 네.”

심각한 얼굴이다.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 것일까. 녀석은 버릇처럼 귀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 설마.

“그럼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회장님이야?”

우아랑이 전화를 끊고, 나는 예상이 가는 바에 대해서 물었다. 잠깐 멍해져 있던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자고 하시는군.”

“지금 당장? 어디에서?”

“회사…. 후우.”

피로함을 느끼는지 녀석이 콧잔등을 매만졌다. 그리고는 우물쭈물, 내 쪽을 힐끔거리며 돌아보려다 이내 포기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그…. 같이 가주겠나.”

“당연한 소리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우아랑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고, 고맙다.”

“어차피 같이 움직여야 하니까.”

“?”

“그쪽 회사에 몸을 숨길만한 곳이 있으면 좋을 텐데.”

“….”

우아랑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야, 어디로….”

“시끄럽다.”

녀석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이내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져 나는 당황해 그 뒤를 쫓아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우아랑!”

“조용히 따라와라!”

“….”

아니, 네 물론 그래야겠죠.

“저 자식…. 왜 저러는 거야?”

나는 유리 구조물 위에 내려앉으며 중얼거렸다.

발아래에, 어둠에 잠긴 로비를 걷고 있는 우아랑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이 걷는 장소로부터 엘리베이터까지 불빛으로 최소한의 빛이 비추어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역시 대단한 시설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이니만큼 당연히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정도는 갖추고 있겠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100층이 넘는 건물은 하늘까지 천장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홀로그램을 투과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그 공간감은 확연히 느껴졌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곳곳에 인공지능들이 배치되어 업무를 보는 모습이 보였다. 엘레노어의 영향으로 간단한 일 이외에는 전혀 보지 못했지만.

[흐음…. 처음 와봐?]

트리슈가 말을 걸어왔다.

“아예 처음은 아니지만….”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지난번에 별장을 빌리는 문제로 오기는 했었으니까. 그때 본 사무실 역시 대단한 느낌이었지.

그리고 그런 곳에, 나는 몸을 숨긴 채 잠입 중이었다. 저번과는 달리.

[엘리베이터 앞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앞에 선 우아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장에 매달린 유리 구조물을 피해 나아간 나는 이내 멈춰서 거기에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위에 타는 걸로?”

[글쎄…. 모르겠군.]

“왜?”

[이곳에서 쓰이는 엘리베이터에는 하이퍼 리니어 모터가 사용되고 있다. 정상까지 10초면 도달할 수 있지.]

“하이퍼 뭐…?”

[내부에 무중력 상태로 전기가 흐른다는 말이다.]

“포기하겠습니다.”

[계단은 오른쪽에….]

“아니, 내가 10초 안에 계단으로 못 올라가면 대위님 고통스러워서 죽는 거잖아?”

[그렇군.]

“차라리 같이 계단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아?”

[109층까지 가야한다만.]

“…. 일단 엘리베이터에 타.”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끼며 중얼거렸다.

“버튼 누르지 말고.”

그리고 세세한 지시를 했다.

한순간 내가 서있는 장소를 돌아본 우아랑은, 이윽고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바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타, 타나 오빠?]

트리슈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적당히 안심시킬 요량에 이야기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장,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다.

“잠시만 기다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간단해. 회장님께서는 아셔도 괜찮다는 거야.”

[어째서?]

“믿음이지.”

나는 간단하게 목소리를 냈다.

지금 정현 씨는 어쩔 수 없이 할 킬러즈에게 협력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언론을 조종하고 법안을 발의하여 사회적인 형태로 압박을 해왔으니까.

하지만 분명, 마음까지 그들에게 내어주진 않았을 터였다. 나는 그녀를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현 씨는 이런 내 행동을 이해해줄 터였다.

반대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눌렀다.

109층, 최정상.

[음, 그럼 그냥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아?]

[나도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바보들아…. 우아랑 몸에 붙어있는 걸 생각해봐.”

[…. 바, 바보라고 할 것까지는 없잖나!]

우아랑의 반박은 고작 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굳이 모든 것을 말하여, 괜히 걱정을 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우아랑은 평소처럼 할 킬러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면 충분했고, 나는 반대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미행한 것이었다.

“뭐, 한 가지 걱정은…. 어떻게 감히 네가 내 딸을 미행해! 라면서 회장님이 회사에 감춰놨을 슈퍼 살인 무기 같은 걸로 날 죽이려든다거나 할 수 있다는 거지만.”

[…? 뭐냐.]

[타나 오빠 술 먹었어?]

너무 심한 반응인데.

“아니, 대기업이잖아? 뭐 건물 안에 호랑이 한 두어마리 정도는 감춰둘 수도 있지.”

[정신이 나갔군.]

더욱이 심한 반응이다.

[물건 하나만 받고 나오는 거다. 솔직히 말해 그게 현실에 존재하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거고. 상황을 비약해서 설명하지 마라.]

[와…. 타나 오빠가 재미없게 농담했는데 우 대위님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치시네.]

트리슈의 위로가 어쩐지 가슴을 찢는 듯했다.

엘리베이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109층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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