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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58화 (258/321)

258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지뢰탐지견 같군요.”

[아, 모디모디. 강아지 좋아해?]

“….”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트리슈가 반응을 보이자 모드레드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거기에 대신 말을 이었다.

“트리슈는?”

[음~ 트리슈는 역시 고양이가 더 좋아!]

“저, 지금 작전 중입니다만.”

[하아, 깍쟁이.]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타나토스 씨도 집중해 주십시오.”

“네엡.”

“대답은 짧고….”

“간결하게. 맞지?”

“….”

모드레드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빗방울이 사선이 되어 그녀를 흐리게 만들었다. 뾰로통하게 부풀린 볼을 보며 웃은 나는 이내 그녀의 비유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그러했다.

이곳은 움직이는 지뢰들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아니, 보다 클레이모어에 가까울까. 일정한 거리와 제각기 시야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드론들은 그렇게 보였다.

나와 모드레드는 트리슈의 인도를 따라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상황에 집중을 하자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만이 고요한 마음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평범한 상가 건물이었다.

“잠금장치를 해제하겠습니다.”

마커의 근처로 다가가자 자세한 정보가 표시되었다. 지하까지 또 내려가야 하는 듯했다. 문 앞에서 팝업창을 띄운 모드레드가 해킹을 시도했다.

[우 대위님은 아래에서 들어가신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시죠.”

문이 열리고, 모드레드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후드를 벗은 그녀가 판초에 방울져 맺힌 비를 손으로 털어냈다. 나 역시, 안으로 들어서 머리를 매만졌다.

푹 젖은 앞머리를 넘겨 시야를 확보했다.

우리는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2층에서 1층으로 그리고 지하까지. 평범한 식당이나 PC방 등이 성업 중으로 지하에는 당구장과 술집이 보였다.

“안쪽인가….”

자세하게 전개되는 지도를 통해 살펴본 나는 아무러힞도 않게 술집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눈을 동그랗게 뜬 모드레드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

“왜?”

“아니,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그녀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찾아봐야지.”

“…. 이런 곳은 주문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적당히 얼버무리면 돼.”

아예 와본 적도 없는 걸까.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미성년자다. 나는 그런 모습이 약간은 귀엽다고 생각하며 손을 잡고 부드럽게 안으로 인도했다. 모드레드는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술집은 꽤나 컸지만, 시민 통제의 영향인지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칸막이로 자리를 구분해둔 가운데 무료한듯 서있던 종업원 하나가 다가와 우리를 안내했다.

“일행이 더 올 거라서, 조금 이따가 주문할게요.”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자 적당히 대처했다. 모드레드를 힐끔 돌아본 종업원이 귀찮다는 듯 자리로 돌아가, 나는 가볍게 생각에 잠겼다.

“대단합니다.”

모드레드가 말을 걸어왔지만.

“뭐가 또.”

무시할 수도 없어,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묘하게 자세를 바로 하고 있던 모드레드는 이윽고 신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그…. 능숙한 대처가 어른스럽다고 느꼈습니다.”

“흉내만 내는 거야.”

“그래도 감탄했습니다.”

“…. 네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네?”

모드레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길이 막히면 언제나 탈출구를 찾아주니까.”

“그, 그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자 모드레드는 당황해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단호하게 내저었다.

“넬 양의 도움이 컸습니다.”

“뭐, 두 사람이 브레인이라는 걸로.”

“그러고 보니 넬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것 같은데….”

“가상 세계에.”

“네?”

모드레드는 다시금 놀란 눈치였다.

“엘레노어의 조건이어서 말이지. 그 녀석이 이번 퀘스트에서 날 돕는 걸 원치 않나봐.”

“….”

“괜찮아.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그렇, 습니까.”

“좋은 정보를 가져온다고 했어.”

“…. 믿음직스럽군요.”

“그렇지?”

넬이 한 말을 전하자 모드레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어보였다. 이어서 눈을 감은 나는 곧바로 스킬을 시전 했다. 어깻죽지에서 피어오른 카메라를 느꼈다.

동그란 구체는 트리슈의 것과는 조금 형태와 성능이 달랐다. 먼 곳의 관측은 거의 불가능했고 무언가를 조사하는 기능이나 여러 대를 다루는 것도 불가능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카메라는 내 ‘망자’인 트리슈의 근본을 이어받아 맞춰서 변형한 것이었으니까. 망자를 소환할 때 색적을 대신 해주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버틸 수 있겠지.

“모드레드, 주변 좀 경계해줘.”

“알겠습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어두컴컴한 시야에 불이 들어왔다. 카메라에 담기는 영상이 내 뇌를 거쳐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것은 뇌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아서리안이 그것을 보강했다. 뇌에 파고든 채로 있는 정보량 송신 합금이 클럭을 높이는 것처럼 뇌를 강제로 적응시켰다.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카메라는 트리슈와는 달리 투명화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최대한 바닥에 댄 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구공만한 크기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

“…?”

다른 손님들이 있다.

군복을 입은, 할 킬러즈의 병사들이었다. 숫자는 넷, 맥주를 기울이며 낄낄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들의 다리 사이를 지나쳐 화장실 쪽으로 카메라를 천천히 이동시켰다. 수면 아래의 잠수함처럼.

다행히 문으로 막혀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안에는,

“저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서있었다.

모르겠다. 누구인지. 사람이라는 형태는 파악이 가능했지만, 그 밖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차단한 듯했다. 거기에 퀘스트의 인정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게 예스인지 노인지는 직접 가서 확인을 해봐야하는 걸까.

일단 시야로 확인이 가능하니, 이게 설령 ‘노’라고 해도 다음에는 멀리서 확인을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눈을 떴다.

“저기 너, 미성년자지?”

“…?”

뭔가가 갑작스레 말을 했다.

조용해졌었던 걸로 봐서 시야뿐만 아니라 청각까지 마비가 된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멍해져 있던 나는 이내 고개를 들어 눈앞의 풍경을 확인했다.

아까 안쪽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남자들이다.

“저….”

그들이 모드레드를 둘러싼 채 말을 걸고 있었다. 당황한 듯 어깨를 움츠린 그녀의 위로 군인의 팔이 쓰윽 넘어가 어깨동무를 했다.

“이런데 놀러오면 되겠어? 지금 바깥에 통제 중인데. 군인 오빠한테 엉덩이 맞는다.”

히죽거리며 웃는 낯짝에는 술에 취한 기색이 올라왔고, 군복 셔츠는 풀어헤친 채로 군번줄이 드러났다.

“귀여운데. 외국인이야?”

“혼혈인가? 흐음….”

“야, 로린이한테 뭔 짓이야.”

“원래 이런 여자가 크면 맛….”

주먹이 날아갔다.

“커헉!”

반쯤 무의식에 휩싸여 한 행동이었다.

모드레드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 있던 상병의 턱이 돌아갔다. 이어서 뒤쪽에 있던 다른 녀석까지 휘말려 두 명이 화려하게 나가떨어졌다.

“이 새끼들이 무슨 짓이야?!”

그리고 나는 일어섰다.

“타, 타…?!”

“이쪽으로 와!”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모드레드의 팔을 잡아당겼다. 한순간 새된 소리를 낸 녀석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내 뒤에 숨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넌 뭐야…!”

옆에 서있던 다른 병사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있어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꺄악?!”

종업원이 비명을 내질렀다. 나는 비틀거리는 병사의 복부를 걷어차고는 뒤쪽에서 술병을 집어드는 다른 병사를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윽…?!”

재킷의 힘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녀석들은 주먹 한 방에 머리가 터져 죽었을 터였다.

“이 새끼!!”

병사가 휘두르는 술병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팔꿈치가 그 전에 앞으로 나와 나는 그것을 손으로 잡아 받치고는 파고들어 겨드랑이를 꺾었다.

“으억?!”

그리고 넘겼다.

테이블을 두 동강 내며 병사는 그 위로 떨어졌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널브러졌고, 고개를 든 나는 모드레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무, 무슨 짓입니까?!”

“…?”

하지만 뜻밖에도 녀석은 화를 내고 있었다.

“이, 이렇게 되면 추격이…!”

“에이 씨, 그럼 네가 그런 꼴을 당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란 말이야?”

“우으….”

얼굴이 빨개졌다.

“가자!”

“진짜 사람이 막무가내입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외친 모드레드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후드를 썼고, 나는 그녀를 데리고 곧바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흐음…. 둘이 분위기 좋네에.]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트리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벽 뒤에 숨어있자니 그는, 소녀의 손을 붙잡고 스치듯 달려 나갔다. 눈치를 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증거이리라.

“그럴 거면 적당히 넘어가도 될 텐데….”

트리스탄이 공유해준 영상을 함께 보고 있던 아랑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움직였다. 어쨌든 수습을 해두어야겠지 싶었던 것이다.

“크윽….”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쪽에 제각기 쓰러져 신음을 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박살나 튕겨져 나온 테이블의 잔해를 밟으며 아랑은 안으로 들어섰다.

“야, 저 새끼 뭐야…!”

“빨리 애들 불…! 크악!”

병사 하나가 알람을 켜기 위해 눈앞에 팝업창을 띄우는 순간, 아랑은 그의 무릎을 구둣발로 지그시 눌렀다. 비틀듯이 쥐어짜자 병사가 비명을 내질렀다.

“너 무…!!”

직후 고개를 들고, 굳어졌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병사.”

아랑은 차가운 얼굴로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그녀는 평소에 이런 구타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명백한 군법 위반이다.

“대, 대위님….”

아랑을 알아본 병사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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