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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56화 (256/321)

256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이후 이어진 조사에서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지정된 위치인 5층의 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이곳은 아닌 것 같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를 뿐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우아랑이 신호를 보내자 나는 마찬가지로 쿨타임이 돌아온 스킬을 이용해 부대를 빠져나왔다.

“푸하…. 죽는 줄 알았네.”

그리고 적당히 한 건물의 위에 몸을 숨겨, 나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라이오넬과 그런 식으로 대면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해 배는 지친 기분이었다.

“괘, 괜찮나?”

그 뒤를 쫓아온 우아랑이 당황한 듯 목소리를 냈다. 한숨을 내쉬며 일어선 나는 마찬가지로 땀을 잔뜩 흘린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너야말로.”

“응?”

“지쳐 보이는데, 대위님.”

“아…. 그렇군.”

녀석은 남의 일이라는 듯 웃었다.

“확실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뚝 멈추는 듯한 감각과 함께 통증이 이어져서.”

“….”

저 점액질의 안은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걱정마라.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

걱정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바라보자 우아랑은 내게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숨소리가 거친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일단 말을 해둘 게 있다만.”

“…. 뭔데.”

하지만 이쪽이 굳이 나서서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거기에 본인이 의지를 담아 말하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도리어 우아랑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그런 관계도 아니니까.

“어머니와….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변명처럼 한 나는, 뒤를 이은 우아랑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

“그래, 어머니.”

“누구였더라.”

“….”

녀석이 나를 참혹히 노려보았다. 일부러 너스레를 떠는 사실을 들켜 가볍게 웃은 나는 뒤를 이어…. 말을 잇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이 상황에서 그녀를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우정현 회장은 더 이상 우리를 도울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안타깝지만 그리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그녀에게는 도움을 받은 상황이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모르겠다.”

우아랑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협력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겠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어머니께서 그러지 않으신다고 해도 놀랍진 않겠군.”

“엄, 사이가 안 좋은 게?”

“그렇다. 왜냐면….”

시선을 피한 채 대답하던 우아랑이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에, 나는 그녀의 옆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어내고는 말을 이었다.

“뭐, 일단 만나고 생각해도 되지 않아?”

“…. 그렇군.”

녀석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듯하지만, 어머니와의 망가진 관계를 복잡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우아랑의 머리가 흩날렸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윽?!”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대위님 생각보다 멘탈이 허약하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녀석이 뒤로 물러서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뭔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우아랑은 이내 목부터 시작해 얼굴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 그런 게 아니다!”

녀석은 항의하듯 말했다.

“뭐, 결국 엄마랑 싸우고 집나온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 되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는데.

“아…! 바, 반박할 수 없다!”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화를 냈다. 내 말을 부정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사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니 무어라 말해야할지 당황한 거겠지.

“스, 스컬…!”

당황한 녀석은 여전히 얼굴이 붉은 채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예전과는 달리, 순수한 느낌이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괜찮겠지.”

“뭐가 말이냐.”

“대단한 사람이니까. 정현 씨는.”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진심에 기반을 둔 말이기도 했다.

“….”

하지만 우아랑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왜?”

“아니, 잘 모르겠다. 나는…. 어머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잘 모르겠어. 그래서….”

골치가 아프다는 듯 우아랑은 이마를 뒤덮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동작에서, 나는 여전히 녀석이 걱정스러운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니, 됐다. 누군가에게 말할 문제는 아니니까.”

녀석은 말을 급격히 끊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런 주제에서 벗어나듯 돌아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귓바퀴에 달린 장치가 눈앞에 거대한 판을 그려냈다.

“그보다 이쪽이 문제다.”

우아랑은 서울 시내에 무수히 찍힌 마커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뒤로 슬쩍 다가간 나는, 녀석의 어깨 너머로 지도를 확인했다. 부드러운 송진의 향기가 났다.

“이 전체를 돌아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군. 순찰이 심한 구역이 있어서…. 그곳 같은 경우에는 나 혼자서 내부를 살펴보고 와야할 것 같다.”

“아니, 안 된다니까.”

“…. 그렇군.”

당황해 말을 잘라내듯 이야기하자 우아랑은 침울해져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모습이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하며 나는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무슨 말이냐?”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사실 머리를 쓰다듬어 그걸로 먼저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보다 방법이라는 말에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

자꾸 생각 외의 반응을 보이는군.

“일단…. 동료들을 좀 모아봐야겠어.”

어쨌든 거기에 대답할 필요성을 느껴, 나는 가볍게 행동을 제안했다. 거기에 눈을 동그랗게 뜬 우아랑은 이내 눈썹을 찡그린 채 말을 이었다.

“다른 기사들을 말이냐?”

“그래, 모드레드나 트리슈, 베디비어에 발렌타인까지. 다들 뭔가를 찾는 일에는 나보다 뛰어나니까.”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실 많이 움직이는 편이 낫지 않음에도, 내가 굳이 일행을 부르려 한 이유는 간단했다. 조언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우아랑은 침묵했다.

“왜?”

“모두 납득해 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 네 선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 신경이 쓰여 묻자 녀석은 회의적인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뚝뚝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설명할 시간에 공을 들일 바에야 빠르게 퀘스트를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만.”

“굳이 그렇게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조심스럽게 가는 편이 낫잖아?”

거기에 확신이 있다.

다들 내 말을 믿고 따라줄 것이라는 확신이.

나는 갤러해드가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 진심이십니까?”

처음에 반응을 보인 것은 모드레드였다. 그녀는 드물게 놀란 채 나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빤히 바라보았다. 거기에 나는 대답했다.

“그래, 안 그러는 편이 낫겠어.”

“자, 잠깐? 타나 오빠. 린 언니는 이 사실 알아?”

“사실…. 그 녀석이 먼저 제안했던 건데.”

놀란 트리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판 아래,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발렌타인이 준비해준 물을 홀짝이고는 트리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면으로도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당황한 채였다.

“아니 그거 말고!”

하지만 트리슈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오빠가 저 여자랑 같이 있는 건데?!”

“…?”

뭐?

“우아랑 대위!”

그렇게 소리친 트리슈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우아랑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니, 이걸로…?

“으앙! 모디모디! 우리는 쏙 빼놓고!”

트리슈는 우는 소리를 내며 옆의 모드레드를 꽉 끌어안았다. 거기에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숨 막힙니다.”

트리슈의 가슴에 안긴 모드레드가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당황한 나는 머뭇거리며 일어나 아예 돌아선 트리슈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런 반응은 정말로 예상치 못했다.

“트, 트리슈.”

“흐규! 흐규!”

“저기, 미안해! 너무 급작스러워서 말 못했어!”

“타나 오빠 매번 이런 식이야!”

“아니, 그….”

어쩌면 좋지.

“타나.”

고민에 빠져 있던 찰나, 그 사이에 있던 베디비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씁쓸하게 웃고 있는 녀석을 돌아보았다.

“그, 장난 하는 거예요.”

“뭐?”

“헤헤, 들켰네♡”

“윽?!”

그리고 당겨졌다.

갑작스레 트리슈가 팔을 당겨 끌려간 나는 볼에서 따뜻한 감촉을 느꼈다. 순간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이내 우아랑을 돌아보는 트리슈를 발견했다.

“흥.”

그리고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 아니, 됐다.”

거기에 당황한 우아랑이 무어라 중얼거리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트리슈와 당황한 우아랑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수, 숨이….”

하지만 그 사이 모드레드는 죽어가고 있었다.

“모, 모드레드!”

당황한 나는 트리슈로부터 떨어져 구깃구깃(?)해진 모드레드를 바라보았다. 엉망이 된 앞머리와 판초를 매만지며 정신을 차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대위님을 갤러해드로?”

그 와중에도 통찰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뒤를 이어 그녀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날 올려다보았다.

“나중에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 그, 그래.”

거기에 묘한 압박감을 느끼며 대답하자,

“그래서 대위님? 둘이 함께 어쩔 수 없이 퀘스트를 수행 중이라는 부분은 이해했….”

트리슈가 말을 이었다. 어느새 또, 나는 순식간에 소외되어 일어선 우아랑을 중심으로 모드레드와 트리슈가 모여들었다.

“아니 굳이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우아랑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 이 때문이다.”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우아랑은 재킷을 벗었다. 그리고 셔츠의 단추를 풀어 그 안을 보여주었다.

“안 돼.”

베디비어의 뒤에 서있던 발렌타인이 황급히 그의 눈을 가렸다. 조금 당황하고 있던 모드레드와 트리슈는 이윽고 놀라 말을 잇질 못했다.

우아랑의 가슴에 달라붙은 채 있는 검은 점액질에.

========== 작품 후기 ==========

으으 시원섭섭님 오늘이 노블 마지막이시라니 ㅠㅠㅠ.. 유일하게 댓글 달아주시던 분이셨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연재는 꾸준히 할 생각이니 혹시 나중에 결제하신다면 보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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