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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50화 (250/321)

250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그리고 약 한 시간 정도 지나,

“뭐, 대충 상황은 정리했고.”

장식장에 기대어선 린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쯤에 서있던 나는 침대 쪽의 비비안과 의자에 앉은 우아랑을 돌아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거기다 서로 지니고 있는 정보가 제각기 달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확실히 다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으로 으르렁대던 사이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엑스칼리버에 대한 정보를 솔직하게들 털어놓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우아랑.”

“후우…. 뭐지.”

침묵을 깨듯 내가 먼저 입을 열었고 우아랑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피곤한 듯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나는 내일 이야기하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당신의 망자가 괴로움을 느낍니다.

- 피로/오한/발열 등을 겪습니다.

거기다 이런 메시지가 끊임없이 떠올라서.

“왜 우리와 협력할 생각을 한 거지?”

“그건….”

녀석은 조금 말을 망설였다.

표정에서 평소의 독기가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눈앞에 사람의 상태나 정보, 심리 상태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은 그다지 좋지 못한 기분을 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대답해야하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신뢰 관계를 증명해야하는 거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떤가? 그게 싫다면….”

“굳이 신뢰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겠어?”

린슬렛이 비릿하게 웃었다.

“결국 이해관계라고 정리를 해두고 싶은데,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비비안에게도 그렇고.”

화려한 금발을 뒤로 넘기며 일어선 그녀가 가볍게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동의를 구하듯 침대에 앉아있던 비비안을 돌아보았다.

“너무하네요. 저는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비비안은 조금 즐거운 기색을 감추듯 쓰게 웃었다.

“어디까지나 동료는 이 사람이라서.”

툭툭, 하고 그녀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허리춤에 손을 올린 린슬렛은 자연스럽게 상황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자, 잠깐 그 전에 하나만.”

하지만 그 말을 우아랑이 끊었다.

“…? 뭔데, 대위님.”

불만스럽다는 듯 린슬렛이 돌아보았다.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비비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리고 우아랑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내 가슴을 움켜쥐며 다시 앉았다. 다시금 그녀가 괴로워 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무엇이죠?”

“왜 가웨인을 공격한 건가 싶어서.”

“…. 무례하군요.”

“대답하기 싫다면 그것으로 됐다.”

“뭐, 그 정도는 아니에요. 대답해드리죠.”

이야기를 정리하려는 우아랑을 비비안이 막아섰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턱을 괴고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섰다.

이걸 신기해하는 것이 무례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군.

“갈라틴.”

그리고 다음 순간, 빛이 일었다.

“….”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려한 태양처럼 빛나는 검을 비비안이 허리춤으로부터 뽑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 노렸던 검을.

갈라틴.

태양의 기사, 가웨인의 검.

“할 킬러즈가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중심으로서 그 사람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가웨인을…?”

“네, 그것과 더불어, 제가 자유로워지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서…. 경고를 해둔 셈이죠.”

“비효율적인 일이다.”

비비안의 말에 우아랑은 차갑게 의견을 냈다.

“저는 당신처럼 전문적인 군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비비안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그렇게 잠시 방안에 침묵이 감돌았고, 나는 우아랑을 힐끔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까지의 정보로 엑스칼리버의 탈취 계획을 짜두면 되는 거고. 그 사이에 넌 갤러해드 퀘스트를 진행하겠다는 말이지?”

“그래. 이쪽의 동태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할 테니…. 모쪼록 결행일 전까지는 잡히지 말도록.”

고개를 끄덕인 우아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선을 힐끔 돌려 시간을 확인하는 동작을 취해보인 그녀가 이내 방을 가로질러 반대편 방으로 향했다.

“린슬렛, 그럼 어떻게….”

“트리슈와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 거기에 모디모디도. 내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지만.”

“분명 다들 동의할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린슬렛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연락이 잘 되지 않아 조금 걱정했지만, 나름대로 활로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믿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 이상해.”

하지만 그녀는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렷다.

“응?”

“원래 안 이랬으면서, 티티.”

“…. 싫으면 그만둘까?”

“마음대로 해.”

그래서 더 만졌다.

손가락을 움직여, 조금 헝클어진 채로 있는 린슬렛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거기에 숨을 고르듯 눈을 감은 그녀가 이내 내 손을 쥐고 자신의 볼을 가져다댔다.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게임.”

“그래.”

“…. 두 분 애정표현이 과하시군요.”

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윽…?!”

깜짝 놀란 린슬렛이 내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서있던 비비안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돌아보았다.

“너, 너! 볼일 다 봤으면 가라고!”

그 볼이 살짝 붉게 물든 채였다.

“죄송하지만 살 곳이 없어서.”

“….”

“….”

되게 슬프게도 말하는군.

“하아, 알았어. 그럼 우리도 대위님이랑 같이 나가는 걸로 하자.”

그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쉰 린슬렛이 뒤로 돌아섰다. 다시금 재킷을 걸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나는?”

“티티는 여기에서 쉬는 게? 어차피 내일 아침까지 엘레노어님께서 이 방을 빌려두셨으니까.”

“여기 그 녀석이 빌려준 거냐….”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갔다.

“후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바래다주는 것은 불가능해 나는 적당히 엘리베이터까지만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우아랑은 부대로 복귀, 린슬렛과 비비안은 집으로 돌아가 내일 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린슬렛은 조금 쉬라고 해두었지만.

“마지막으로 확인을 해두어야겠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팝업창을 꺼내 곧바로 그 내용을 확인했다.

물론 갤러해드 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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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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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갤러해드의 여정 7/10

난이도 : 알 수 없음

내용 :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선택의 결과에 따른 정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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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네, 주인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넬이 목소리를 냈다.

“내가 이 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우아랑에게는 후속 퀘스트가 뜨지 않았다는 말일까?”

“그, 글쎄요. 확인을 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럴걸 그랬어.”

하지만 우아랑은 이미 돌아가 버렸다. 나중에 연락이 닿았을 때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냉장고 쪽으로 걸음을 옮겨 음료수를 꺼냈다.

캔커피.

유하의 것은 아니지만 별 수 없지.

“….”

갤러해드.

그녀를 생각하면 자동으로 그 기사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초조한 기분은 아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나쁘지 않은 감각이 이어졌다.

창문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니, 나는 아예 창문을 열고 그 위로 올라서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시원하군.

이런 감상조차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20층이 넘는 호텔에서 훤히 지상을 내려다보며 나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주인님?”

의아함을 느낀 건지 넬이 말을 걸어왔다. 거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 너 언제 할 거야?”

“네?”

“이사.”

“…?”

조금 짧게 말했나 더 이해를 못한 얼굴이다.

“우리 가게는 없어졌지만…. 어디라도 괜찮겠지.”

“주, 주인님.”

“네가 괜찮을 때의 이야기지만.”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도심을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머쓱한 기분이 들어 넬의 반응을 살피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 언제라도.”

그리고 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닫혀진 유리창을 부드럽게 통과한 그녀가, 내 볼을 가볍게 매만지고는 공중에 섰다. 도심의 끝자락에 마치 그림처럼 걸쳐져서는 부드럽게 웃었다.

“말씀드려도 되나요?”

“뭘?”

“제가 느끼는 ‘감정’을.”

“물론이지.”

감정이라는 말에 조금 스스로도 껄끄러워하는 기색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가 그러는 것처럼.

“주인님과 함께 하는 것은…. 제 안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기분이에요. 요새 들어 그게 더 심해졌어요. 아무래도 유하님에 대한 진실 때문이겠죠.”

녀석은 어설프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했다.

“인간은 스스로 정하잖아요?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갈지. 그 밖에 수많은 것들을.”

“그렇지.”

“그렇다면 넬은 이제 당신을….”

“응?”

“타나토스라고 부르겠어요.”

“왜?”

“그것이 당신의 이름이니까. 저희 세계에서의.”

그렇게 말한 뒤, 넬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께서도 원하시는 대로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것을 최대한 돕기로 결심했으니.”

“…. 그래.”

그렇게 말하고, 나는 넬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세계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그녀의 눈동자를.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지금이.

아이러닉한 기분이었다.

넬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내가 엘레노어에게 대항하는 일에 자신이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 걸까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대답을 한 것이었다.

넬과 타나토스.

펫과 주인‘따위’가 아닌.

“잘 부탁해. 넬 씨.”

“그, 그건 좀….”

마무리를 짓기 위해 말하자 넬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즐거운 기분을 느끼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너도 모드레드처럼 넬넬이는 어때.”

“….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아니, 저.”

장난이 아닌 건지 점점 멀어지는 넬. 나는 약간 당황해 손을 뻗었고,

- 당신의 망자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

움찔 몸을 떨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뒤를 이어 메시지가 이어졌다.

- 망자는 곁에서 떨어지면 오래 살 수 없습니다.

- 한 사람의 기사가 되기 전까지는.

그것은 엘레노어의 말처럼 들렸다.

동시에 눈앞에 지도가 펼쳐졌다. 그리고는 노란색 점으로 위치가 표시되었다.

“큭….”

“주, 주인님?!”

나는 지체하지 않고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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