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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36화 (236/321)

236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가공할 위력이다.

“크윽…!”

날아드는 검을 받아내자 엄청난 충격이 몰려들었다. 떨어지는 운석에 맞서는 듯한 느낌에 베디비어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무너지려는 무릎을 세웠다.

“모디!”

뒤를 돌아볼 여력도 없이 소리치자, 곧바로 라이오넬의 옆구리를 노리고 단검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헥터가 휘두른 채찍에 막혔다.

그리고 뒤를 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큭…!!”

지근거리에서 일어난 그 영향이 몸에 충격을 일으켰다.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난 베디비어는 라이오넬의 몸에 옮겨 붙은 불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몇 번이고 대검이 날아들었다. 의수를 들어 막아내고 피해내며 베디비어는 의수에 작약을 생성시켰다.

팝업창이 눈앞에 떠오르며, 기계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검이 머리 위를 스치고 허리를 숙이며 지상에 몸을 낮춘 베디비어는 고개를 들었다.

“…?!”

라이오넬은 턱 끝으로 파고든 베디비어를 한 박자 늦게 확인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면을 박찬 베디비어는 뛰어오르며 동시에 작약을 기동시켰다.

투콰앙, 하는 폭음.

턱에 완벽하게 주먹이 꽂히며 2미터가 넘는 거구가 부웅 들렸다. 멈추지 않고 뒤를 쫓으려던 베디비어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대검을 들어 방어를 시도하는 라이오넬의 모습을 확인했다.

탄피가 두 사람의 동작보다 한 박자 늦게 팔등에서 튕겨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 생각의 결과에 다다른 베디비어는 다시금 지면을 박차고 내달렸다.

공중에 떠오른 라이오넬의 양 다리 밑에 어깨를 밀어넣었다. 동시에 골반 쪽을 잡고 들어올린 베디비어는 라이오넬이 자신의 어깨에 거꾸로 앉는 것을 느꼈다.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대검이 움직였다.

하지만 늦었다.

꽈앙, 하고 다시금 사람의 몸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대로 무등을 태운 상태에서 그대로 머리부터 옥상의 난간에 내리꽂은 베디비어는 콘크리트가 박살나며 라이오넬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뭣…?!”

그것도 잠시, 추락하는가 싶던 라이오넬이 금새 중심을 잡고 외벽을 박찼다. 밟은 장소가 움푹 파이며 콘크리트의 잔해가 후두둑 떨어졌다.

검은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렸다.

라이오넬이, 아니었다.

그런 그림자에 대해 눈치를 챈 것은 베디비어 뿐이 아니었다. 다시금 그의 앞에 다가와 대검을 휘두르던 라이오넬, 각자 전투를 벌이던 모드레드와 헥터까지.

달을 가리며, 자신들 쪽으로 중심을 잃은 채 추락하고 있는 헬기를 발견했다.

“큭?!”

무의식에 휩쓸려, 베디비어는 그것을 받아냈다.

다시금 우지끈 하는 충격이. 한순간에 무릎이 완전히 꺾인 베디비어는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뜬 조종사와 눈을 마주쳤다. 거기에 깔리려던 순간, 베디비어는 다른 누군가가 헬기를 받쳐드는 것을 알아차렸다.

라이오넬이었다.

소리가 목을 타고 나오는 짧은 순간, 베디비어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무릎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재킷의 능력이 신체에 초인적인 힘을 공급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느끼며 이를 악 물고 추락하려는 헬기를 힘차게 위로 내던졌다.

날려진 헬기는 차차 중심을 되찾았다. 하지만 몸의 충격도 상당해 가슴에 먹먹한 통증을 느끼며 무릎을 꿇은 베디비어는 곧이어 코피를 주륵 흘렸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분명히 보았다.

헬기 안쪽, 조종사의 뒤편에서 싸우고 있는 타나토스와 가웨인의 모습을.

“타나…?”

의아한 마음의 뒤를 이어, 베디비어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미리 검을 들었음에도 라이오넬은 좀처럼 공격을 해오지 않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모습에서 깨달았다.

그게 가라는 신호임을.

“모디님! 가죠!”

거기에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베디비어는 곧바로 뒤로 돌아섰다. 날아드는 채찍을 피하며 물러선 모드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파악한 헥터가 채찍을 거두고 대검을 등 뒤에 넣는 라이오넬을 돌아보았다.

“흐음, 구경하러 가는 거야? 우리.”

“명령받은 사항, 오직 멈추게 하다. 가게로의 길.”

“…. 븅신.”

어이가 없어 웃는 헥터와 아무렇지도 않게 팔짱을 끼는 라이오넬.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베디비어는 모드레드와 함께 헬기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헬기 안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지 않은 채였던 것이다.

매다 꽂힌 헬기의 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다.

“가웨인…!!”

나는 녀석의 얼굴을 후려치며 분노로 일갈했다. 질근거리는 소음과 함께 코피가 흩날렸다.

그것은 ‘진짜’ 피였다.

“타나토스!!”

뒤를 이어 나는 얼굴이 가려지며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우악스럽게 멱살을 잡고 넘어졌다.

그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재킷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녀석을 재킷을 입은 채 헬기 안쪽으로 내던진 직후의 일이었다.

나 역시 헬기에 달려들어 올라타자 갑작스럽게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와 버렸다. 지난번에 송전탑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 상관도 없다.

나는 바닥에 넘어뜨린 가웨인의 멱살을 쥔 채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체급에다 녀석이 눈가를 할퀴어 나는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가웨인이 내 위에 올라탔다.

“큭!!”

주먹이 내리꽂혔다.

턱이 돌아가며, 나는 몸이 너절해지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눈앞이 핑글 돌아가는 통증을 버텨내고 다시금 다가드는 주먹을 팔뚝으로 쳐냈다.

비어있는 명치에 주먹을 먹였다.

하지만 누워 있는 자세에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버텨낸 가웨인이 계속해서 공격을 해왔다.

뭐라도,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나는 가웨인이 팔을 휘두르려는 순간을 찾아 코트를 잡고 당겼다. 앞섶이 열려있는 코트에 휘청거리며 녀석이 내 위로 쓰러졌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워, 다가드는 녀석의 머리를 겨드랑이 밑으로 넣었다.

“커흑…!!”

힘을 주어 조르자 녀석이 비릿한 신음을 내뱉었다.

길로틴 초크.

가웨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으나, 나는 거기에 도리어 매달렸다. 녀석이 주먹으로 옆구리를 후려쳐 몸이 관통 당하는 충격이 밀려들었으나 참아냈다.

바로 그 순간, 뇌가 동작을 정지했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팔에 힘이 풀렸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소화기를 든 헬기의 부조종수가 보였다.

“뭐 이런 새끼가…!”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헬멧 안쪽의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나는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얼굴부터 쓰러졌다.

“윽….”

붉은 피가 이마를 통해 얼굴로 흘렀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새하얀 커튼이 얼굴 위로 나부끼는 듯했다.

아니 커튼이 아니라,

“콜록, 씨발….”

가웨인의 코트다.

얼굴을 구둣발로 짓누른 녀석이 불쾌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코피를 질질 흘리며, 가웨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디어 잡았다. 이 새끼….”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

“어때? 실패한 기분은.”

숨을 몰아쉬었다.

평범한 인간인 상태에서는 한 사람도 능히 상대할 수 없다. 그것을 느끼며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얼굴에 있는 가웨인의 발을 밀어냈다.

그 반동으로 옆으로 굴렀다.

“…?!”

역시, 평범한 인간인지라 반응이 늦다.

가웨인은 나를 향해 뒤늦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 몸은, 헬기의 부서진 문쪽으로 충분히 구른 뒤였다.

세차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중지를 들어 가웨인에게 보여주고,

“이준!!”

나는 그대로 헬기 바깥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갈기갈기 찢는 감각이 이어졌다. 머리칼이 흩날리는 와중,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신은 탄생했다.

인류에 있어 신의 증명은, 그것이 탄생함으로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악한 그녀가 통제하기 시작한 가상의 세계는 현실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송유하는 그 사이에 걸쳐진 사람이었다.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선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이상해, 역시나.]”

나는 단언한다.

그녀는 선이었다고.

이 게임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의 모순성을,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이었다고.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만 유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그녀는 유일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유하는 그런 고민을 내게 말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할 킬러즈와 에스콰이어의 사이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

동시에 괴로워했다.

결국 스스로 그 틀 안에 갇힌 존재였기에.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신의 아래에서 휘둘렸기에.

그리고 그 끝에,

“자신이 동료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기에.

지면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나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인간의 몸이, 죽음을 예감하고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안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네크로맨서 재킷….”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기동.”

인간의 몸을 벗어났다.

검은 바람이 신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것이 몸으로 스며들어 감각을 마비시키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검은 재킷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한 이펙트가 퍼졌다.

“…!”

그리고 나는 지상에 내려앉았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원형을 그리며 흙먼지가 퍼졌다. 무릎을 꿇은 채 두근거리는 심장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회전하며 다가오는 헬기를.

“….”

나는 잊지 못한다.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 광경을.

불에 타오르는 가게, 그곳에서 끝나버린 가족들을. 그리고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버린 유하를.

[미안해, 준. 정말로 미안해….]

그녀가 울면서 했던 마지막 말을.

그렇기에 나는,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모두가 미쳐있는 세계에서, 그녀의 행동이 옳았음을 증명해야하기에.

똑바로 그 두 개를 마주봐야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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