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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35화 (235/321)

235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망령 신체…!!”

다시금 그렇게 읊조리며, 나는 곧바로 뒤쪽으로 물러섰다. 담벼락 뒤에 내려서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폭음과 함께 거센 탄환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그것이 콘크리트로 된 담장을 꿰뚫으며 벌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금 투명화를.

훌쩍 뛰어올라, 나는 곧바로 헬기를 향해 돌진했다. 내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였기에 나는 곧바로 조종석을 향해 날아들어 검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

“이럴 거라고 생각했지.”

다가온 가웨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상대의 눈으로 보았을 때 공간의 이동이 해제되는 시점, 코트를 펄럭이며 날아든 가웨인이 내 멱살을 쥐었다. 녀석의 위치가 좀 더 아래였다.

얼굴에 주먹이 꽂혔다.

알싸한 통증을 느끼며 나는 한 번 조종석의 유리창에 세차게 부딪쳤다. 그리고는 뒤로 한 바퀴 굴렀다.

분명히 뒤, 회전하고 있는 헬기의 날개 부분이다.

“큭!!”

스파다를 꽂아 넣어, 버텨냈다. 입술을 꽉 다문 나는 뒤를 이어 가웨인이 멈추지 않고 금이 간 헬기의 유리창을 밟은 뒤 내 쪽으로 도약했다.

“같이 죽어보자고!! 타나토스!!”

“미친 새끼…!!”

달려든 녀석이 우악스럽게 날 들이받았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견뎌냈다. 팔의 인대 부분에서 충격이 일며, 나는 가웨인의 갈라틴이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망령 신체.

하고 똑똑히 스킬을 시전한 나는 검을 놓고 뒤쪽으로 빠졌다. 빠가악, 하는 소음이 분명히 들렸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감각으로 느꼈다.

회전하는 날개의 끝에 걸쳐진 몸이 옆으로 날려질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남의 일 인양 아무런 충격이 없이 가만히 시선에 담았다.

휘청거리는 헬기가 멀어져갔다.

“주, 주인님! 트리슈님께 연락을…!”

벽을 꿰뚫고 건물 안에 착지하자, 보다 못했는지 평소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넬이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안 돼!”

“하, 하지만!”

“유하를 찾아달라고 해줘! 모두에게! 너도!”

건물의 내부는 어둠에 휩싸인 채였다. 그런 와중에 똑똑히 보이는 넬을 향해 소리친 나는 그녀가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입술을 질끈 깨무는 걸 바라보았다.

거기에 대고 다시 한 번, 눈으로.

부탁한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네…! 제가 반드시!”

거기에 고개를 끄덕인 넬이 모습을 감췄다. 거기에 완연한 어둠이 찾아들어,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바깥의 광경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가웨인이 창문을 꿰뚫으며 안으로 날아들었다.

바닥에 지익 미끄러지며,

“재미밌지 않아?”

중심을 잡은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얼굴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곧이어 밝은 빛이 녀석을 비췄다.

바깥의 헬기였다.

그 빛이 내 쪽으로 천천히 옮겨왔다.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 늘어서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너를 죽여 버릴 각오야. 고작 사람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최신예 전투 헬기까지 동원했어. 개미 새끼 하나 없도록 하고 눈과 입을 가린 징집병들을 구역 내에 잔뜩 깔아두었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

그리고 다시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관총의 총열이 회전하는 소리가.

“오늘 밤은 죽어보자고? 이준.”

가웨인이 달려들었다.

탄환이 난사되어 유리창을 깨부수고 날아들었다. 그런 반응에 마찬가지로 녀석을 향해 날아든 나는 탄환이 궤적을 그리며 따라오다 마는 것을 확인했다.

부딪쳐 검을 휘두르고,

튕겨져 물러서자 다시금 탄환이 날아들었다.

“하하! 이거 걸작인데!”

“뭐가 웃기다는 거냐…!”

“이걸 봐! 지금 이 꼴을! 이 병신 짓거리를! 이게 사람이 하는 짓이냐?! 이게 평범한 인간인 거냐!!”

반쯤 미쳐서 외친 녀석이 갈라틴을 휘둘렀다. 거센 빛이 날아들어 방패로 막아낸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이 부딪쳤다.

“세계는,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단 말이다!”

나는 희번덕이는 녀석의 눈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그 말대로, 우리는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세계에서, 그렇게 ‘나아가버린 세계’에서 진화하게 된 인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우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절대로 변하지 않았으니까! 너와 나는!!”

“개소리를…!!”

“결국에는 마찬가지로, 싸울 수밖에 없는 거다!!”

가웨인은 광기에 물든 채로 외쳤다.

갈라틴이 강한 빛으로 물들었다. 지근거리에서의 비헤딩 슬래셔.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녀석과 나는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크헉!”

갑작스러운 상황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나는 벽에 처박혔다. 주륵 미끄러져 반대편에서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은 가웨인을 발견했다.

“이 세계를 없앤다 하더라도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네 사랑하는 누나는.”

“돌려받을 마음도…. 없어…!”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다시 검을 들었다.

“그러니까 ‘유하’를 내놓으란 말이다…!!”

“나는, 돌려받고 싶은데….”

“뭐…?”

나는 어이가 없어져 중얼거렸다.

“수현이를…. 돌려달라고…!!”

가웨인은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나는 잠시 그 이름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녀석의 가장 소중한 ‘수현’이

누군가를.

“미친 새끼….”

하지만 그것을 동정할 마음은 없었다.

녀석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우리는 검을 곧게 세우고, 이내 다시금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변은 삭막하리만치 조용했다.

“유하 언니…!”

트리슈는 걱정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건물 위를 내달렸다. 준비된 카메라를 모두 쏘아 보내 인근을 샅샅이 뒤져보고 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자리에 멈춰선 트리슈는 참아왔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 연결음의 뒤를 이어 반대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이 느껴졌다.

“그쪽은 어때?”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없어.]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발렌타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무뚝뚝했다. 하지만 그 대답의 결과에 트리슈는 눈썹을 찡그린 채 분한 감정을 견뎌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줘.”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발렌타인은 현재, 민간인인 척 가장해 피난용 쉘터에 들어간 상태였다. 높지는 않았지만 혹시 유하가 대피해있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타나 오빠…. 침착하란 말이야….”

트리슈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유하에 대한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복잡한 감정에 패닉이 들었지만 그녀는 애써 견뎌냈다.

자신밖에 없다.

유하를 찾도록 주변을 탐색하는 일은. 그렇기에 트리슈는 이마를 매만지며 자꾸 머무르려드는 뇌를 움직이려고 애썼다. 지역구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 카메라를 더욱이 퍼뜨려 사람의 기척이 없는지 확인했다.

카메라는 인간의 체온을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외각 지역을 빙 둘러싼 채로 서있는 할 킬러즈의 전경들뿐이었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완전히 작정을 하고 온 것이리라. 콜로세움마냥 무대를 만들고 그 안에는 인간을 벗어난 괴물들이 싸우고 있었다. 모드레드와 베디비어 그리고 헥터와 라이오넬.

마지막으로 타나토스와 가웨인까지.

“어떻게 해야….”

전투용 헬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동원된 모습에 트리슈는 행동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트리슈님!”

바로 그때, 허공에서 새하얀 머리칼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약이 없는 탐색에 집중하고 있던 트리슈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넬…?!”

“권한 양도를 해주세요! 저도 도울게요!”

“아, 응!”

적극적인 넬의 태도에 조금 당황했지만 트리슈는 곧바로 눈앞에 떠오르는 팝업창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카메라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 감지로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그렇다면 아마 이 공간에 없으신 게 아닐까요?”

“그러, 려나…?”

“네, 안전하게 대피하셨을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하지만, 피난용 쉘터에 간 발렌타인은 유하 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아예 외부로 빠지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그랬다면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인님에게 항복을 종용하거나 하는 움직임을 보였겠죠.”

“….”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음…. 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논리적인 넬의 대답에 조금 놀라 있던 트리슈는 황급히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보자면 유하는 어딘가로 증발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어떻게?

그리고 그 증명은?

타나토스는 계속 싸우고 있다. 전투용 헬기와 가웨인을 동시에 상대하며 지쳐가고 있다. 갤러해드의 환영과의 전투를 거친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든 도와야만 했다.

바로 그 순간,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곳에 있는 것이 평범한 사람일 리는 없다. 그런 생각에, 트리슈는 팔목 부근에서 순식간에 패일노트를 피워올리며 돌아섰다.

에메랄드빛의 활이 팔꿈치까지 세차게 당겨졌다.

“늦었네.”

그리고 눈앞에 서있는 인물을 확인한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중얼거렸다. 검푸른 머리를 흩날리며 다가온 그녀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대체 무슨…?”

단정한 얼굴은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는 듯했다. 멀지 않은 장소로부터 들려오는 폭음의 연속, 어둠을 집어 삼킬 듯 거대하게 타오르는 불꽃에서 우아랑 역시 심상치 않은 사태를 직감한 것이리라.

“부대에서 헬기까지 동원해서…? 대체 왜?!”

“나한테 물어봤자 별 수 없는데.”

조금 하대하듯 새된 목소리를 냈으나 우아랑은 긴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가와, 트리슈의 곁을 지나친 그녀가 옥상 난간에 올라섰다.

“왜 도망치지 않는 거냐?”

그리고 이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모습을 잠깐 어이가 없어져 바라보던 트리슈는 이내 우아랑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걸 우리한테 왜 물어봐?”

“뭐?”

“그쪽에서 도망칠 길을 막아뒀으면서.”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라!”

우아랑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음 순간, 날카로운 빛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반대편에서 살을 쏘아 보낸 패일노트를 들고 있던 트리슈가 으르렁거렸다.

“지금 서로의 관계를 깜빡한 것 같은데.”

“트리스탄…!”

“소리 지르지 마, 우아랑. 지금 너 같은 거랑 놀아줄 기분 아니니까.”

차가운 목소리에 우아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적대하기보다도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시비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좋은 태도는 아님에, 트리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섰다.

유하에 대해서 고민해도 모자랄 시간에, 갑작스러운 난입자를 보자 짜증이 치솟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눈앞의 우아랑을 겨누었다.

잠깐, 우?

“….”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트리슈는 고개를 들어 옆에서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는 넬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넬! 그 사람이야!”

“뭐…?”

“네?”

거기에 우아랑과 넬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트리슈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 사람!”

카메라 중 하나를 조작해, 트리슈는 벽에 광고물로서 부착된 우한 그룹의 마크를 확대해 보여주었다. 그것을 알아본 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보고 올게요.”

“그리고 린 언니도 빨리 와달라고 해줘!”

희미하게 모습을 감추는 넬을 향해 소리친 직후, 트리슈는 등 뒤에서 살기를 느꼈다. 마치 호랑이가 덮쳐오는 듯해 그녀는 곧바로 뛰어올라 멀찍이 물러섰다.

검이 공기를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혼잣말을 하고 있는 거냐!”

“한쪽 눈만 뜨고 있는 너에겐 안 보이는 사람이야!”

화살과 함께 독설을 쏘아 보낸 트리슈는 검을 든 우아랑을 피해 간격을 벌렸다. 전투를 보조할 카메라들을 회수하며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폈다.

전투는 가게를 태우는 불길처럼, 계속해서 격렬하게 부딪치며 치솟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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