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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34화 (234/321)

234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망령, 신, 체….”

나는 몸의 통각 세포를 마비시키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뻗어나가는 불길, 온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가운데 가웨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비웃고 있다.

이런 나를.

“역시, 쉽사리 죽진 않는단 말이지.”

“…. 유하는 어디에 있어.”

나는 몸에 박혀 있는 갈라틴을 뽑아내며 물었다. 이를 세차게 문 결과로 잇몸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그것을 들었다.

“나한테 묻는다고 해도 말이지.”

“개소리 지껄이지 마!!”

나는 일갈하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간격을 둔 상태에서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가웨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안으로 파고들어 어깨를 부딪쳤다.

“남의 검을 멋대로 쓰지 말란 말이야.”

“큭…!”

그리고 밀쳐졌다.

검을 빼앗기며, 동시에 살기를 느낀 나는 옆으로 굴렀다. 스파다를 집어 들어 가웨인에게 대항했다.

몇 번이고 검이 부딪쳤다.

무너져 가는 가게의 중간에서 나는 휘둘러져 오는 가웨인의 검을 받아냈다. 하지만 제대로 땅을 디디고 서지 못한 상태에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벽을 디디고,

“유하를 내놔!!”

나는 린슬렛의 방패를 피워 올렸다.

분노에 의해 몸이 움직였다. 돌진해 날아든 나는 가웨인을 들이받은 뒤에도 멈추지 않고 안쪽의 벽을 박살내며 주방 쪽으로 파고들었다.

“…!”

열에 의해 주방 기구들이 녹고 있다.

거기에 함께 처박혀, 나는 가웨인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저항하려는 녀석의 어깨를 발로 누른 채 몇 번이고 주먹을 내리 꽂았다.

저항이 한순간 멎었다.

“가웨인!!”

물러서 망자들을 소환했다.

뼈로 이루어진 그것이 부서진 잔해의 사이에 누운 가웨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나는 뒤로 물러서 곧바로 트리슈에게 연락을 취했다.

“트리슈! 들려?!”

[타나 오빠…?]

하지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싸우는데 뭐 하고 있는 거야?”

가웨인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얼굴이 거의 맞닿았다 싶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

턱을 얻어맞았다.

몸이 위쪽으로 붕 떠오르는 걸 느끼며, 나는 무언가에 부딪쳐 그것을 꿰뚫고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콘크리트의 먼지가 피어올라 천장이라는 자각이 들고,

“내가 발견했다면 그 여자를 살려두었을 것 같냐?”

“…?!”

뒤를 따라 날아든 가웨인이 나를 비웃었다. 순간 놀라 저항하려던 나는 복부를 거세게 걷어차였다.

가게가 눈앞에서 멀어져간다.

등 부분에서 아련한 통증을 느끼며 나는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내 몸이 박살낸 유리창에 올라선 가웨인이 씨익 웃는 것이 보였다.

유하를, 녀석이?

중심을 잡고 바닥에 미끄러졌다.

“빌어먹을….”

나는 숨을 몰아쉬며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통증으로 인해 무릎을 꿇었다. 온몸이 후끈거리고 칼에 찔린 부분의 감각은 통증이 일다 못해 사라진 상태다.

“간단한 이유잖아?”

그런 내 앞에 가웨인이 내려섰다.

“전임 갤러해드는 당시 아서리안 사태의 초반에 홀로 날뛰었던 괴물 같은 존재였어. 할 킬러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을 잡고 싶어 했지. 그 녀석이 벌인 사건으로 수많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얀 코트는 그을린 채 나부꼈다. 녀석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무릎을 꿇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한순간 사라져서 뭔가 했더니…. 도망친 거였다니. 죗값을 치르지도 않고서 말이야. 죽는 게 당연하지. 죽어서 속죄를 해야만 하는 거지.”

“닥, 쳐….”

나는 이를 악 문 채로 거기에 반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유하 누나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란 말이다!!”

“하, 그딴 게 내 알 바냐?”

가웨인이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네놈 역시 그랬으면서.”

땅을 향한 갈라틴의 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스스로는 이해받고 싶다는 거냐!”

“네놈 따위에게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어!”

망령 신체.

그 이름을 다시금 읊조린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가웨인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그러는 네놈은 이해받고 싶었으면서!”

“…. 이준.”

“나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거지?! 백시호! 자신을 악당으로 두고서, 완벽하다며 재단했던 나에게 쓰러지는 것을 원했을 뿐이잖아! 그렇게 해서 너 스스로를 악인이 아니라며 자위하고 싶었던 거겠지!”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결국 무능한 자신에게 절망했을 뿐이면서!”

“이준…!!”

“사랑하는 사람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으면서!!”

거기에서 나는, 어쩐지 심장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유하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저 도망쳤고 돌아와서는 어리광만 부렸다.

그런 자신에 대한 혐오를, 나는 분노로 뒤바꾸었다.

“그런 에고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단 말이다!”

결국 그런 말이었다.

녀석의 행동은, 그 의도가 어쨌든 간에 이해받을 수 없는 짓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포장을 해놓고서는 결국 그 사람의 곁에는 있어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내가 유하의 곁에 있어주었다고 해서, 과연 그것은 옳은 길이었을까? 이렇게 다시금 가게가 불길에 휩싸이는 결과를 낳게 되어버렸는데?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되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그건 과연 옳단 말인가?

모른다.

알 수 없다.

근본은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 빌어먹을 세계에 뛰어들었다. 무엇인 진실인지도 모르는 가상과 현실의 세계에. 그래서 가웨인과 나는 서로를 망가뜨린 걸지도 몰랐다.

서로가 닮아있다는 걸 알아차렸기에.

스스로를 혐오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너는 뭐지?”

그러한 생각의 끝에 가웨인이 질문을 던졌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거지?”

“…. 설명해줄 이유는 없어.”

이해받을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하, 우리는 영원히 그러겠군.”

가웨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킥킥거렸다. 나 역시 거기에 쓰게 웃음으로서 동의를 하고는 스파다를 들었다.

서로를 보며 마주 섰다.

온몸의 어느 한 구석도 성한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 선 남자에 대한 증오로 몸을 불태웠다.

정신이 멀어지려고 한다.

망령 신체.

다시금 그 단어를 읊조리며, 나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등줄기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

커다란 소음을 들었다.

수천 마리의 말이 연이어 지면을 박차는 듯한 소리, 그 뒤를 이어 재킷의 자락이 미친 듯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강철의 짐승이, 바로 머리 위를 날고 있다.

“….”

최신예 전투 헬기, KH-97 ‘헬 바이퍼’

위험성을 느낀 디멘션 커넥터가 경고를 하듯 제멋대로 팝업창을 띄워대기 시작했다. 헬기에 있는 각종 미사일이니 개틀링이 얼마나 있는가에 대해서.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헬기의 배에 달린 작은 미사일이 추진 장치에 의해 발사되었다. 불꽃의 꼬리를 물며 그것이 날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

주마등처럼 나는 다시 과거를 기억해냈다.

[후우….]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늦는 일이 많아졌다.

[일, 많이 힘들어?]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유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게의 일을 도왔다. 앞치마를 두른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볼 때마다 나는 걱정스러운 기분에 휩싸이고는 했다.

동시에, 아름답다고 여겼다.

좀 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볼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묶은 머리칼의 밑으로 드러난 가녀린 목덜미에서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났으니까. 키가 커졌다는 사실이 기쁠 정도로.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어린애였다.

[너나 잘해.]

[그,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누나 걱정해주는 건 좋지만, 너 이번에 성적 떨어졌던데. 그래서 대학이나 가겠어?]

그녀는 내게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함께 그 짐을 넘겨받아 대등한 존재가 되고 싶어 물었지만, 그럴 때마다 유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겼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력감에 휩싸였다. 스스로가 어린애라는 사실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하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가족을 위해 항상 희생하는 쪽이었고, 모든 가족들이 거기에 의지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동등해지고 싶어 계속해서 그 뒤를 좇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그것을 ‘게임’을 플레이하며 해소하고 있었음을.

미사일이 코끝까지 날아들었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

“…!!”

입술 사이로 소리가 비집고 나오려는 찰나의 순간, 나는 뇌가 가속을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상황을 확인한다.

팔뚝만한 크기의 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평범한 사람은 그 위력을 실감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살기가 느껴졌다.

이것은 위험하다고.

불꽃을 내뿜는 원기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쥐고 있던 스파다를, 위쪽으로 휘두른다.

타이밍은 맞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튕겨져 위쪽으로 틀어진 미사일이 영점 영 몇 초의 간격을 두고 기폭 되었다. 충격으로 내부의 장치가 기동하며 인근을 ‘쓸어버릴’ 기세로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방패? 아니 크기가 작다.

카메라? 망자를 소환할 시간이 되질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모드레드의 투명화를 이용해, 나는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폭발의 끝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는 다시금 뒤로 날려지고 말았다.

“큭?!”

온몸이 타오르듯 뜨거웠다. 그을린 재킷과 얼굴에서 진한 연기를 내뿜으며 나는 뒤로 한 바퀴 뒤로 돌아 벽에 중심을 잡고 착지했다.

바닥에 크레이터마냥 폭발의 흔적이 남은 채였다.

폭발의 소음은 마치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해, 그 충격이 뇌를 뒤흔들었다. 비틀거리며 바닥에 내려선 나는 고개를 비틀어 전투 헬기를 올려다보았다.

조종석 바로 밑의 개틀링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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