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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33화 (233/321)

233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정신을 차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동시에 날아드는 검을 피했다. 어느새 갈라틴을 원래의 형태로 되돌려, 날아든 가웨인이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어때? 내가 만든 작품이.”

“이 새끼…!!”

반쯤 무의식에서 스파다를 휘둘렀다.

공간이 찢겨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검이 부딪쳤다. 나는 사악하게 웃고 있는 가웨인과 이마를 부딪치고는 강하게 노려보았다.

서로의 검이 맞닿은 채로 미세하게 진동했다.

“유하는 어디에 있어…!!”

“병신, 내가 순순히 대답해줄 거라고 생각 하냐?!”

갈라틴과 스파다가 끼긱거리며 이내 튕겨져 날아올랐다. 팔이 들린 상황에서 나는 가웨인의 머리가 타오르는 것처럼 붉게 변함을 알아차렸다.

광전사의 형상.

“큭!”

나는 곧장 어깻죽지로부터 린슬렛의 방패를 피워 올렸다. 그러자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은 채 가웨인의 검이 날아들었고 나는 방패를 꼿꼿하게 세웠다.

하지만 이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망령, 신…!!”

늦었다.

입과 뇌로 언어를 내어 스킬을 시전 하려던 순간, 방패를 꿰뚫고 내 어깨에 갈라틴이 꽂혔다. 불타오르는 통증과 함께 나는 턱이 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가웨인의 발이 날아들었다.

“커, 흑…!”

구둣발에 의해 턱을 걷어차여, 동시에 어깨에 박혀 있던 검이 뽑혀나갔다. 분무기에서 나오는 그것처럼 피가 솟구쳐 나와 나는 뒤쪽의 벽을 박살내며 나가떨어졌다.

2층에서 날러져, 나는 몇 번이고 아스팔트 바닥에 충돌한 뒤 무언가에 처박혔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사라져, 그것이 가로등이라는 자각을 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윽….”

갤러해드와의 전투에 의한 대미지도 분명히 있다.

거기에 녀석으로부터 입은 상태 이상, ‘가레스 경의 붉은 피’가 몸을 후끈거리게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녀석의 압도적일 정도의 공격력 앞에서 린슬렛의 방패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야가 멀어져간다.

“주인…. 주인님…!!”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넬이 날 불러서 깨우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든 나는, 불에 타고 있는 가게의 모습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노가 정신을 일깨웠다.

유하를 지켜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분노, 그리고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망령, 신체….”

나는 스킬을 시전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어깨로, 스파다를 손에 쥐었다. 반으로 갈라진 방패의 형태를 다시금 만들어냈다.

“역시, 성가시단 말이지. 그 스킬.”

그런 나를 바라보며 가웨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나도 새 스킬을 익혀올 수밖에 없었어.”

“….”

“내 동생이었던 가레스 경의 붉은 피.”

“동, 생…?”

“아, 정확히는 가웨인의 동생이지. 그렇다면 내 동생도 되는 건가? 어떻게 생각해?”

그는 그렇게 나를 비웃었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 걸까? 나는 백시호인 걸까? 최근 들어서는 가웨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렸는데.”

“미친 새끼….”

“그렇다면 이건 어때? 송유하와 갤러해드. 그 여자는 너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라고 보면 되지? 너는 누나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건가?”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느릿하게 휘두른 검을 가웨인은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냈다. 하복부의 감각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게 취해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는 새끼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거기에 맞선 가웨인이 비헤딩 슬래셔를 날리고 나는 방패를 검은 바람의 형태로 휘감아 몸에 감쌌다. 시야가 불투명해져, 나는 순식간에 가웨인의 뒤로 파고들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적어도 네놈처럼 나 자신이 깨끗한 척 행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지만 녀석은 금새 내 존재를 알아차렸다.

뒤로 당겨져 날아드는 갈라틴을 피해내, 나는 그 선명한 살기에 뒤로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몸을 멈췄다. 검이 갈라낸 공기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시간이 길게 늘어져 나는 가웨인을 노려보았다.

아니, 씨발…!!

“그 깨끗하다는 게 재단이라는 말이다!!”

나는 일갈하며 미끄러진 뒤, 중심을 잡고 다시 달려들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검이 부딪치고, 나는 거센 불꽃 속으로 가웨인을 밀어 넣었다.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서, 나는 가웨인과 계속해서 검격을 주고받았다.

“네놈의 말과 행동이 재단을 결정지은 거지!”

가웨인은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렸다.

“위선자란 말이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성자인 척은 혼자 다 해놓고! 결국 네놈 역시 이 가상 세계를 통해 스스로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뿐이면서!”

“아니야!”

타오르는 불꽃들의 사이에서 나는 그것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대체 뭐냐! 이준!”

“나는…!!”

“대답해, 보란 말이다아아아앗!!”

가웨인이 검을 휘둘렀다.

채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스파다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는 듯한 등뼈 모양의 그것이 먼 발치에 박혔다.

그리고,

“…!!”

갈라틴이 내 심장을 꿰뚫었다.

분명히 그 위치다.

“커, 헉….”

순식간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비비안을, 내 모든 걸 빼앗아간 네놈이…!”

가웨인이 날 벽으로 밀어붙였다. 불길이 재킷으로 옮겨 붙었다. 하지만 나는 팔이 움직이지 않는 걸 느꼈다.

펌프질을 해 온몸에 힘의 근원인 혈액을 공급하던 그것이,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가…. 시, 인….”

목을 타고 괴상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가웨인과 백시호를 섞어낸 듯한. 그런 남자가 눈앞에서 분노로 이성을 잃은 가운데,

“으극….”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버린 세계에서, 나는 점점 눈앞이 흐릿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과거는 그렇게 불현듯 눈앞에 떠올랐다.

그녀는 새로 산 정장을 입고 있다. 타이트스커트에 셔츠, 무난하게 여성들이 처음 맞추는 검정색 정장이었다.

당시에는 머리가 지금보다 좀 더 짧아 어깨에 이르는 정도였다. 색도 조금 더 연한 갈색으로, 활동적인 느낌. 언제나 밝은 미소를 짓고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완벽한 사람.

송유하.

나는 언제나 그녀를 그렇게 부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송유…!]

[유하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지!!]

[아흑?!]

언제나 이렇게 얻어맞았기 때문에.

나는 지잉, 하고 통증이 이는 정수리를 감싼 채 고통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유하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씨익 웃어보였다.

이것이 과거의 그녀였다.

언제나 밝고, 쾌활하며 주변을 생각하는 완벽한 여성. 취미는 독서에 요리와 가사에 능숙하며, 그런 식으로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취직을 했다.

그 날은 출근을 하는 첫 날이었다.

[유하야, 너무 준이를 괴롭히면 안 되지.]

[와, 언니! 정장 잘 어울린다!]

가게 안쪽으로부터 다른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하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아버지와 여동생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친아들도 아닌 나를 어렸을 적 거두어 길러준 아버지는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성격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중심으로 여동생과 유하, 나는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괜찮았다. 즐거운 삶이었다.

[언니 나중에 회사 쪽으로 밥 먹으러 가도 돼?]

[응, 얼마든지. 대신 학원 빼먹으면 안 된다?]

[하아…. 유하가 없으면 가게 매출이 떨어질 텐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하를 중심으로. 일 터였다. 유하는 활발하게 주변을 챙기면서도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이었으니. 주변에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였다. 가게는 조금 외진 곳에 있었지만 그 때문에 유하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음, 그러면 이 녀석을 알바로 쓰면 되잖아요?]

유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있던 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거기에 나는 차이나칼라의 목이 당기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얼굴만큼은 반반하니까?]

[…. 학교 간다.]

나는 무시한 채 돌아섰다.

[아, 준! 같이 가!]

[오빠! 나도!]

조금 원망스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옆으로 다가온 두 사람을 보자 그러고 있을 수만도 없어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었다.

나는 유하를 좋아했었다.

동경에 가까운 그림이었지만 거짓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나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유하를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은 깨달았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좆같은 ‘신’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나는 그런 신을 증오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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