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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29화 (229/321)

229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빌어, 먹을….”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으르렁 대듯 목소리를 냈다. 등줄기를 크게 움츠리자 시야가 크게 좁아들며 나는 눈앞에 서있는 갤러해드를 노려보았다.

아니, 이렇게 증오를 담아 바라보는 것은 갤러해드가 아니었다. 그 뒤에서 자신을 보호한 채 현실을 조종하고 있는 엘레노어라는 존재였다.

하지만 내 뇌는 거기에 잠식된 상태다.

불길이 화르르 타올라 주변의 공기를 잠식해 먹어치워 갔다. 가게는 본디 더 화려하여, 예전에는 입구에 나무로 된 벤치와 작은 정원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은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내질러댔다.

제대로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 스테이지 출현 : 당신의 기억

그리고 뒤를 이어, 그런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무너지려는 무릎을 짚고 버텨낸 나는, 뒤를 이어 멍한 채 서있는 갤러해드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가게를 바라보고 있다.

녹아든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안의 뼈대가 드러나 마치 백골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그것을.

“이곳은 대체…?”

그리고 우아랑이 반응했다.

녀석 역시 같은 것을 보고 있다. 당황해 불길이 치솟는 집을 바라보는 단정한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엿보였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허리를 움츠렸다.

“주, 주인님….”

옆에 서있던 넬이 말을 걸어올 정도로, 내 표정은 엉망인 걸까.

하지만 나는 그걸 무시한 채, 달려나갔다.

스스로 짐승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족보행을 하듯 낮게 지면을 내달린 나는 팔을, 그리고 거기에 연결된 것처럼 쥐고 있던 스파다를 휘둘렀다.

그것이 눈앞의 기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닿지는 않았다.

붉은 십자가의 방패가 그것을 막아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돌아본 기사가,

“크헉!”

생각이 닿질 못했다.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휘둘러진 검에 나는 목덜미에서 뜨거운 감각을 느꼈다. 한 발 늦게 피해내며 물러선 나는 곧바로 어깨에 방패를 피워 올렸다.

돌진해 들이받는다.

두 개의 방패가 부딪치며 기사의 망토가 흩날렸다. 아래쪽에서부터 검을 밀어 올렸으나 막혔다. 순식간에 두 번의 공격이 모두 봉쇄당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완벽한 기사.

그런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큭…!!”

재빠른 찌르기가 이어졌다. 하나는 방패로, 남은 두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급소를 스쳐, 나는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섰다.

빠르다.

거기에 정교하고 노련하다.

이게 그 사람의 실력이란 말인가?

“갤러해드…!!!”

나는 그런 이름으로 그 사람을 부르며 달려들었다. 뇌에 감각이 이는 것처럼 전력을 다해 집중하여 검을 휘둘렀다. 다른 손으로 망자를 소환해 쏘아 보냈다.

틈이 없다면, 그토록 완벽하다면 만들면 그만이다.

“으아아앗!!”

날아든 망자가 붉은 망토를 물고 늘어졌다. 그로서 완전하게 맞물려있던 녀석의 완벽함이란 틈이 벌어졌다. 나는 그곳을 노리고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다음 순간, 방패에 달린 십자가가 갈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강한 빛이 일었다.

“…!!”

시야가 순식간에 거기에 잠식당했다. 하지만 나는 컴컴해진 시야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기사의 외형을 머릿속에 그려내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마쳤다.

하지만 걸리는 감각이 없다.

“큭!”

나는 방패로 몸을 지켜내며 뒤로 물러섰다. 고요한 가운데, 불꽃이 타들어가는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피해냈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 다음은? 공격은 이어지지 않는 걸로 미루어 보자면 가만히 서있다는 건가? 나를 욕보이기 위해서?

아니, 그게 아니다.

조금 먼 곳에서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나는, 우아랑이 갤러해드에게 달려들었음을 알아차렸다.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장소를 이동하며,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그 소리로 인해 두 사람의 궤적이 희미한 선으로 검은 시야에 그러졌다.

“회복되라….”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온통 어두컴컴한 가운데, 슬며시 눈을 뜬 나는 흐릿하게 노이즈가 낀 시선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역시나, 우아랑이 맞붙고 있다.

불타는 지붕 위로 올라선 갤러해드와 검을 부딪친 그녀는 그대로 거기에 튕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곧바로 중심을 잡고 기왓장을 짓밟으며 미끄러졌다.

집이,

부서지고 있다.

“우아랑!!”

나는 분노해 뛰어들었다.

시야가 비릿하게 물든 채 나는 막 일어서려는 우아랑을 덮치며 반대쪽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기왓장이 부서져내려 매캐하게 연기가 일었고 나는 녀석의 멱살을 쥐고 반대쪽으로 내던졌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게 현실이 아님을.

“크윽…!”

그것을 깨달아, 나는 이마를 짚으며 뒤로 물러섰다. 순간적으로 착각을 해, 괴상한 행동을 해버렸다.

하지만 나에게 이 장소는 그런 곳이었다.

모든 게 시작된.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젠장!”

나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날아드는 십자가의 방패를 검으로 튕겨냈다. 뒤로 지익 밀려나며 고개를 들자 튕겨져 돌아오는 방패를 받아낸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내게 달려든다.

방패를 바로 세워, 나 역시 그에 대응했다.

가디언 서핑.

나는 소닉붐을 일으키며 앞으로 발사되었다. 어깨로 갤러해드를 들이받은 나는 그대로 속도를 붙여 반대편으로 함께 나가떨어졌다.

십자가가 다시금 중심부에서 양옆으로 갈라졌다.

“…!”

순간적으로 반응해, 나는 팔을 들어 그 틈을 막아냈다. 번쩍거리며 엄청난 빛이 막지 못한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시야에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이내, 빛이 멎었다.

그것을 알아챈 나는 곧바로 스파다를 찔러 넣었다. 하지만 검은 무방비한 갤러해드의 몸에 닿질 못했다. 어느새 달려든 우아랑이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방해하지 마!”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네놈이야말로! 방해하지 마라!”

하지만 지지 않고 받아친 우아랑은 그대로 몸을 내리 꽂아 내 등 뒤에 올라탔다. 속도가 줄어들던 시점이라 중심을 잃은 나는 바닥에 얼굴이 끌리며 나뒹굴었다.

신음을 낼 새도 없다.

칼이 내리찍혀, 옆으로 구르며 피했다. 펄쩍 뛰어오른 우아랑에 맞서서 몸을 가눈 나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날카롭게 불꽃이 튀었다.

“…!!”

“스컬…!”

부딪치고 다음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갤러해드의 검이 세차게 파고들어, 뒤를 이어 붉은 망토가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우아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갤러해드는 검과 방패를 동시에 들어 우리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냈다. 게다가 거기에 더해 충격을 회전으로 상쇄시키며 공격을 더했다.

“큭!”

회전력이 더해져 휘둘러진 검을 막아내며 나는 뒤쪽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다시 중심을 잡고 눈앞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는 갤러해드를 바라보았다.

그 뒤에 있는 우아랑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패에 당한 건지, 그녀는 입가에서 피를 주륵 흘렸다.

“….”

그리고 갤러해드는 나를 돌아보았다.

투구에 감춰진 그 눈빛은, 첨예하게 빛나고 있었다.

- 지금 갤러해드의 환영과 싸우고 있어.

트리슈로부터 그런 메시지가 도착했다.

“….”

달빛이 비추는 어두운 집안, 내용을 확인한 린슬렛은 팝업창을 끄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바지에 셔츠를 입고 있던 그녀는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하아.”

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재킷을 입고 있는 상태였기에 딱히 피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마음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린슬렛은 창문 바깥, 가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전투를 생각했다. 갑자기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이제는 싸움이라니.

“왜 갑자기….”

그렇게 중얼거린 뒤, 린슬렛은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기분을 참아냈다. 무슨 일이 있다면 트리슈와 모드레드가 개입할 터였으니까.

거기에 베디비어와 발렌타인은 언제라도 도망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린슬렛은 자신의 역할을 상기해내고는 창문을 닫으며 뒤로 돌아섰다.

“안 자?”

그리고 자신이 지켜야할 상대에게 물었다.

“아….”

비비안은 미리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방안에서 나오자마자 린슬렛의 쪽으로 왔다. 조용한 가운데 전동 휠체어가 미세한 소음을 발생시켰다.

“잠이 안 와서요.”

“그래도 좀 자두는 편이 나을 텐데.”

“사실, 드릴 말씀이….”

시선을 피한 채 중얼거린 비비안이 이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진지한 눈을 하고 있는 린슬렛을 보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있지는 않지만요.”

“그래?”

린슬렛은 어깨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진심을 말하길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계속해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비비안의 태도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실 타나토스의 말로 인해, 린슬렛은 자신이 왜 비비안을 구했는지를 알아차렸다. 그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 맞아.

가엽다고 여겼다.

“나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요?”

슬쩍 웃으며 말하자 비비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거….”

하지만 단어의 선정이 어려웠다.

“네 진심이었어?”

“진심, 이라뇨…?”

비비안은 그 뉘앙스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물었다. 결국 불편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런 법이리라 린슬렛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가웨인이 한 짓이었잖아.”

“….”

“그건 네 명령이었어? 네가 원해서 한 일이었어?”

비비안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웠다.

하지만 분명히 묻고 싶었던 사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린슬렛은 마음이 계속해서 불편해지는 와중에도 비비안의 얼굴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 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무척이나 힘겨웠다.

“제, 의지였어요.”

하지만 비비안은 똑바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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