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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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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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갤러해드의 여정 5/10
난이도 : 알 수 없음
내용 : 없음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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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는 알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난 상태였다.
“….”
“티티?”
그것을 침묵한 채 바라보던 나는 린슬렛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옥상의 끝에 앞장서 나아가있는 그녀의 모습에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비비안을 만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미안.”
“뭐 보고 있었어?”
“퀘스트 내용이 좀 이상해서.”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가볍게 몸을 비틀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린슬렛은 이윽고 내가 내민 퀘스트의 내용을 눈으로 살폈다.
“…?”
그 눈동자에 의문이 비췄다.
“이런 상황이라.”
“흐음, 이상하네. 뭐 버그 같은 건가?”
“그런 경우가 지금까지 있었어?”
“아니, 내가 아는 선에서는 한 번도.”
중얼거린 린슬렛은 고민에 빠진 눈으로 그 내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내 지금 당장 생각해봤자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생각에 창을 밀어 넣었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과연 그럴까…?”
린슬렛은 불신하는 눈이었다. 하지만 내가 적당히 웃자 이내 그 의미를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금 고민해도 별 수 없겠네.”
“맞아, 안 그래도 생각할 거 많잖아?”
“응…?”
린슬렛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일어나서부터 갑자기, 린슬렛은 미묘하게 표정이 굳어진 채였던 것이다.
그게 줄곧 신경이 쓰였다.
“윽?!”
하지만 그렇게 묻고 잠시 후, 나는 볼을 당겨져 끌려갔다. 뭔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쪽을 노려보는 린슬렛의 시선이 느껴졌다.
“말 못해.”
그녀는 단호했다.
“으응…?”
“말 못한다고. 특히나 너한테는.”
“그, 그렇습니까.”
“응, 더는 묻지 마.”
당황해 되물었으나 대답은 더욱이 단호했다. 이내 볼을 휙 하고 놓은 린슬렛은 뒤로 돌아서 옥상 난간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재킷의 힘을 끌어올려 단숨에 앞으로 도약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나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니 물론 예감이 없는 건 아니다.
어제 모드레드와 린슬렛, 그리고 유하(넬까지도)는 한 방에서 잤으니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볍게 볼을 긁적이며 옆에 계속해서 떠있던 넬을 돌아보았다.
“저, 절대 말할 수 없어요!”
“안 물어봐.”
나는 짜게 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지, 이 녀석.
입을 가리며 함구를 하는 듯 자세를 취하는 넬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내젓고는 린슬렛의 뒤를 따라 난간을 디디고 뛰어올랐다.
세찬 바람이 재킷의 밑을 휘감았다.
앞서 나간 린슬렛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간 나는 가볍게 착지했고, 그녀는 이내 건물의 외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도착했어, 재킷 해제해도 돼.”
나는 그 말에 따랐다.
“정해둔 대로 해.”
린슬렛은, 미리 이야기를 해둔 사항에 대해서 조금 불안한 기분이 이는지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거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너야말로.”
얼굴에 붙어있던 마스크가 사라졌다.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우리는, 이내 거리로 빠져나왔다. 서울의 중심부라 그런지 직장인들이 곳곳에 산재했고 린슬렛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날 안내했다.
집은 바로 앞이었다.
“…. 그러고 보니 너 부자였지.”
“응? 아니 뭐, 평범한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그러냐.”
서울 중심부의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녀석이?
나는 어이가 없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린슬렛은 아무렇지도 않게 인증 과정을 거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들어선 나는 어마어마하게 호화로운 건물의 내부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거기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최상층까지.
좌우로 다른 집은 없고, 층 전체를 린슬렛의 집이 다 사용하는 듯했다. 마찬가지로 인증 과정을 거쳐 문을 열고 들어선 린슬렛이 나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 겠어.”
조금 압도되어 대답했다.
길게 뻗은 복도, 천장 전체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린슬렛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유리가 불투명한 재질로 변하며 햇빛이 가려졌다.
“빠, 빤히 보지 말고.”
린슬렛의 얼굴이 좀 붉어졌다.
“아니, 신기해서….”
“주, 주인님이 입고 계신 옷은 이런 기술들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요…?”
뒤쪽의 넬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쨌거나, 가볍게 헛기침을 한 린슬렛은 방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은 나는 그녀의 말대로 최대한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했다.
모드레드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할 킬러즈의 동향을 살피러 갔으니…. 끝나면 합류를 해볼까. 사태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후의 퀘스트에서도 우아랑과 지금처럼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티티.”
그리고 그녀는 금방 돌아왔다.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와 나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섰다.
“….”
일단 표정을 굳혔다. 그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인사해, 굳이 소개는 안 해도 되겠지?”
조금 긴장한 것일까. 린슬렛은 쓰게 웃으며 바로 옆에 있는 휠체어의 여성을 손으로 가리켰다.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이내 바퀴를 움직여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 이네요.”
그리고 인사를 했다.
딱히 깊은 관계를 맺었던 것은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해 당시, 라쿠스 기사단에 있었을 때의 나는 누구와도 그저 그런 관계였으니까. 그 시기도 짧았고.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이야기 좀 하지.”
눈앞의 여성을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 마실 것 좀 가지고 올게.”
시선을 보내자 린슬렛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런 모습에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비비안은 가볍게 웃으며 휠체어를 이끌고 소파 안쪽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을 살펴보았다. 조금 오래된 디자인의 전동 휠체어, 무릎에는 담요를 덮고 셔츠 위에 카디건을 두른 비비안은, 지친 노인 같다는 느낌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신호를 보내자 넬이 그 주변을 맴돌았다. 물론 나나 넬이 권한을 주지 않았기에 그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였고, 비비안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장 나가줬으면 하는데.”
그러자 비비안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다.
“역시, 민폐였나 보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뻔뻔하지 않나 싶어서.”
“….”
“맞잖아? 사람을 죽이려고 해놓을 땐 언제고 느닷없이 몇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보호해달라고 하다니.”
“그렇군요.”
비비안은 부정하지 않았다.
거기에서 나는, 역시나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이런 행동을 자행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만약에 뻔뻔한 쪽이었다면 더 뻔뻔하게 굴었을 텐데, 순수하게 인정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체념이 느껴졌다.
“알았으면 당장 나가.”
나는 잔인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 인사는, 하고 가도 괜찮겠죠?”
“좋을 대로 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뒤를 이어 나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고개를 숙인 비비안이 휠체어를 이끌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나는 린슬렛의 ‘반응’을 기다렸다.
“잠, 티티!”
음, 연기라 보기에는 애매한가.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바깥으로 나온 린슬렛은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비비안과 함께 이동한 넬에게서 반응은 오질 않아 나는 슬쩍 초조한 감각을 느꼈다.
“그래, 진심이야.”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얘 지금 당장 내보내면 갈 곳도 없을 텐데!”
“알게 뭐야. 집에 가던가.”
“…?!”
내 차가운 목소리에 린슬렛의 표정에서 정말로 당혹감이 일었다. 힐끗 뒤를 돌아본 그녀는 뒤늦게 주방에서 나오는 비비안을 착잡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비비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조금 실수를 한 모양이군.
“….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야.”
하지만 나는 무시했다.
“티티, 이건 양보할 수 없어. 부탁해.”
“동정하는 거야?”
“그,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저 여자를 데리고 있는 건 정말로 위험한 짓이야.”
“저, 저…. 린슬렛….”
“가만히 있어, 비비안.”
끼어들려는 비비안을 린슬렛은 가볍게 제지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녀는 단호하게 날 돌아보았다.
“왜 이러는 거야?”
“너야말로 왜 이러는 건데.”
나는 짜증스럽다는 목소리로 받아쳤다.
물론 이것은 모두 연기다.
비비안을 나름대로 시험해보기 위한, 그걸 위해 일부러 린슬렛은 자신이 그녀를 받아들인 이유 중에 일부만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동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린슬렛의 양심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지만.
“저 녀석은 널 죽이려고 했다고?”
“….”
내 말에 린슬렛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또 그런 일이 안 벌어진다고 할 순 없잖아.”
“그건….”
진지한 시선에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이것은 사실이긴 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비비안에게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는 거니까.
“….”
그리고 비비안은 당황한 눈치였다.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린슬렛과 내가 펼치고 있는 하나의 연극에.
“정신 차려. 린슬렛, 애들 장난치는 것 마냥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장난…? 너한테는 이게 그렇게 보여?”
흥분한 린슬렛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놓치지 않고 시야에 담았다. 분노가 자석이 되어 서로를 이끄는 것처럼.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럼 뭔데!”
“미안, 내가 말이 심했어.”
“…. 말을 주워담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네가 걱정이라고!”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쩔 건데! 죽으면? 잡혀가서 험한 꼴을 볼 수도 있다고!”
“지금 본인을 앞에 두고 그게 할 소리야?!”
“윽….”
나는 물러섰다.
아니, 이건 정말로 좀 무서운데요.
“각오쯤은 해두고 있다고!”
“…?”
거기에 덧붙여, 린슬렛은 정말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가 의아해 바라보자 금세 당황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걸 비비안은 보지 못했지만.
“주인님, 린슬렛님.”
바로 그때, 넬이 우리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신호를 정해두었던 대로 앞머리를 매만졌다. ‘응’이라는 표시였다.
“있네요, 발신기가. 휠체어에.”
그리고 넬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확실해져, 나는 고개를 비틀어 너머에 있던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침통해져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을 뿐….
“큭?!”
바로 그 순간, 뺨을 맞았다.
“바보, 바보 멍청이….”
울먹거리는 린슬렛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