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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23화 (223/321)

223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수갑을 찬 채 우아랑, 가웨인과 함께 바깥으로 나오자 금세 할 킬러즈의 요원들이 나를 에워쌌다.

“이쪽으로 와라. 테러리스트.”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라고? 무~서운 아저씨들이니까.”

가웨인은 나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우아랑은 일찌감치 타고 온 전경버스로 돌아간 뒤여서, 나는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들 사이에 놓여졌다.

대부분 나보다 작았지만.

“그럼, 잘 부탁해요.”

뒤를 이어 가웨인 역시 전경 버스 쪽으로 올라탔다. 가만히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이

내 멱살을 잡혀 강하게 당겨졌다.

“윽…!”

복부에 통증이 일었다.

걷어차인 것이다.

“빨리 버스에 타라.”

아니 사람을 때려놓고 그런 소릴 해도 말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빠득 깨물었다. 옆머리를 날카롭게 올려친 코트의 사내가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이쪽을 내려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이런 녀석들이겠거니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엿 같은 기분이었다.

“….”

하지만 대응할 수도 없어, 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앞의 녀석을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들이받거나 하면, 바로 다음 순간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돌아올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길이 트였다.

전경들과 내 사이를 가로막은 할 킬러즈가 그 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수갑이 채워진 채 완전히 초대형이라 할 만한 레벨의 범죄자가 되어, 나는 끌려갔다.

그렇게 호송용 밴에 올라타기 직전,

“…?”

태양빛을 거스르듯 녹색의 빛이 갑작스레 눈앞을 휘감았다. 저도 모르게 우뚝 멈춰선 나는 그 빛이 무척이나 익숙함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건 뭐냐?!”

“응전 태세로! 전경들!”

마찬가지로 그것을 확인한 요원들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무릎을 꿇은 방석복의 청년들이 방패를 치켜들었고,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윽?!”

하지만 이내 걷어차였다.

중심을 잃고 나는 밴의 뒷좌석으로 한 바퀴 굴러서 처박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자 차량의 뒷문이 닫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녀석들도 깨달은 것이다.

지금의 빛이, 나를 구하려 들기 위해 온 것임을.

“…!”

나는 이를 악물고 벽을 걷어차 뛰어들었다. 그리고 닫히려는 문 사이에 어깨를 끼워 넣었다. 문을 닫으며 동시에 검을 뽑아들던 요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새끼가!”

턱을 걷어차였다. 쓰라린 통증의 뒤를 이어, 녹색의 ‘비’가 대지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그것을 전경들이 버텨내는 가운데, 나는 거대한 덩치의 누군가가 뛰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베디비어…?!”

놀라 소리쳤다. 금속의 질감을 내며 빛나는 의수가 펼쳐지며 그 틈에서 전투기의 스러스터 같은 것이 번쩍이며 튀어나왔다.

“큭?!”

그리고 대지가 붕괴했다.

내리쳐진 주먹, 아니…. 거대한 쇠망치에 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귀가 저릿저릿 울리며 충격에 차량의 뒷문이 덜컹거렸다.

“크헉!”

중심을 잃고 쓰러진 전경들의 부근으로 화살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의도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조준이 정확해 직격하는 것은 없었다.

“히익!!”

“사, 살려줘어어어!”

하지만 자신들의 발치에 꽂히는 수십 가닥의 화살을 보고 겁을 먹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전경들이 그렇게 무력화되고 요원들이 베디비어의 일격으로부터 겨우 제정신을 차릴 무렵,

“타나토스 씨!”

나는 모드레드의 목소리를 들었다.

“윽….”

사실 나는 그렇게 문이 덜컹거리는 충격으로 인해 바깥으로 굴러 떨어진 채였다. 뒤를 이어 누군가 팔을 붙잡아 나는 반쯤 억지로 일으켜 세워졌다.

“괜찮으십니까?!”

“모, 모드레드….”

“어딘가 다치셨습니까?!”

그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만연한 채였다. 복부에 통증이 크게 이는 것을 느낀 나는 모드레드에게 기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괜찮아….”

“일단 곧바로 빠져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얼거린 모드레드가 단검을 들어 수갑을 끊었다. 팔이 자유로워지며 어깨에서 느껴지던 저린 감각이 통증으로 변해, 나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윽고, 모드레드는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거기에 매달린 나는 베디비어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베디비어…!”

하지만 이내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요원들에 덮쳐져, 베디비어의 몸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모드레드의 품에서 억지로 빠져나왔다.

“가야 합니다!”

“저걸 어떻게 놔두고 가…?!”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스파다를 꺼내들었다.

조금 지친 상태였지만 충분히 싸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뒤를 이어,

“큭!”

나는 빛나는 검을 막아냈다.

“하핫! 역시 ‘원탁’다운 짓인데?!”

웃고 있다.

“대단해! 이건 완전히 마법이잖아?!”

붉은 머리의 사내가 내게 얼굴을 들이댄 채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힘이 달려 순식간에 흘려내며 피한 나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무너지려고 했다.

“타나토스으으으!!”

“큭?!”

하지만 가웨인은 금세 다시 중심을 잡았다. 기계처럼 몸을 비틀며 돌아선 녀석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휘둘러지는 갈라틴,

“뭣?!”

하지만 그것을 무언가가 튕겨냈다.

단검이라는 자각이 들고, 뒤를 이어 모드레드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웨인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것을 발견했다.

복부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제대로 베어주지….”

갈라틴이 불길한 빛으로 일렁거렸다. 무언가 스킬을 썼다는 생각에, 나는 이를 악물며 모드레드를 밀쳐냈다.

“윽?!”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가웨인…!!”

나는 분노와 증오를 담아 소리쳤다. 그러자 검을 맞댄 채 씨익 웃은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냈다.

검이 몇 번이고 허공에서 부딪쳤다.

“모드레드! 베디비어를 도와줘!”

“요원들 전부! 현재 나타난 타깃의 체포에 집중하라!”

내 뒤를 따르듯 가웨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명령했다. 그 뒤를 이어 우아랑이 검을 치켜든 채 모습을 드러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웨인과 내가 서로의 공격을 튕겨낸 직후였다.

“우 대위님!”

가웨인은 분노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일단, 이 자의 체포가 먼저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아랑은 계속해서 내게 공격을 가해왔다. 날카로운 검에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나는 어깻죽지를 찔리고 말았다.

“타나 오빠!”

하지만 거기에 트리슈가 가세했다.

위쪽에서 날카롭게 날아든 그녀가 화살을 연사해 우아랑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내 옆에 착지해 곧바로 치맛자락에서 카메라를 나오게 했다.

“트리스탄…!!”

그것이 이내 잿빛의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매캐한 빛으로 물들었다. 필터를 가동시켜 연기에 대응한 나는 이내 누군가 손을 붙잡으며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는 것을 느꼈다.

“이제 올 거야…!”

연기 너머에서 트리슈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물론, 바보 같은 오빠를 구하기 위한 나머지 동료가.”

싱긋 웃은 그녀는 가볍게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잠깐 그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있던 나는 이내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감각에 트리슈를 당겼다.

“꺅…?!”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머리 위로 무언가 세차게 스쳤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감각과 동시에 연기가 걷혀,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같잖은 짓을 하는군, 트리스탄….”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가웨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뒤를 이어 옆에서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우아랑까지도 노려본 녀석이 휘두른 갈라틴을 제대로 쥐었다.

비헤딩 슬래셔.

녀석의 필살기를 머릿속에 기억해낸 나는 천천히 검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는 트리슈와 함께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 가웨인, 우아랑과 대치해 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뭣…?!”

빠아아아아앙, 하는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

“아하하, 빨리 왔네.”

놀란 나와는 달리 가볍게 웃는 트리슈. 뒤를 돌아본 나는 좁은 길목을 헤치며 들어오는 거대한 트레일러 차량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피해라! 다들!!”

할 킬러즈의 요원과 전경들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차량은, 폭주를 하면서도 전봇대에 부딪치고도 그것을 깔끔하게 통과해 지나쳤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는 트리슈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쓰고 있는 챙이 달린 모자가 가볍게 흩날렸고 우리는 차량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나토스…!!”

가웨인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등을 돌려 가볍게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물론 중지다.

“나중에 보자고! 머저리 자식아!!”

상처가 욱신거리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폭주해오는 차량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몸이 부딪치기 직전에 가볍게 위로 뛰어올랐다.

시야가 순식간에 검어졌다. 몸이 차량의 안으로 빠져들어, 나는 잠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커헉?!”

하지만 이내 뭔가와 부딪쳤다.

“꺅!”

“윽?!”

충돌을 보호하는 푹신한 쿠션이 아니었다. 놀란 나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함께 따라온 트리슈가 마찬가지로 놀라서 소리를 내질렀다.

“으극….”

좋은 냄새가 났다.

“하윽….”

온몸에 힘이 빠져, 거기에 매달려 누워 있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거칠게 머리를 잡아채 곧이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티티…!”

린슬렛이었다.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린슬렛의 품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옆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타나.”

베디비어다.

“어딘가 다치신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모드레드,

“시야에서 벗어나서 차량의 형태를 바꿨어요.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발렌타인에 이르기까지.

어쨌든 다들 무사한 모양이었다.

“리, 린 언니. 코피 나는데…?”

“으앙! 티티이!”

“….”

온몸에 힘이 없었다.

확실히 지쳐 한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에 누운 채 에라 모르겠다 싶어 린슬렛을 끌어안았다. 허리 뒤로 손을 넣고 그녀의 가슴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맡았다.

“자, 잠! 타나 오빠 뭐하는 거야?!”

“나 잠깐만 잘게.”

“도착하면 깨워줄 테니까.”

린슬렛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 모디모디도 뭐라고 좀 해봐!”

“예? 아니, 저는 두 번째면 충분합니다만.”

“…? 으앙! 나도 몰라!”

“커헉!”

갑자기 다친 부위로 누군가 안겨왔다.

보나마나 트리슈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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