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222화 (222/321)

222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별 수 없군.”

“…?”

나는 무슨 상황인 건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먼지 털이를 양손으로 쥔 우아랑이 느닷없이 그것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마치 검처럼 날아든 그것이 벽에 걸린 프라이팬을 후려쳤고, 이내 땡그랑! 하는 소리가 나며 조리기구들이 거세게 흔들렸다.

아니, 잠깐.

“뭘 하고 있지? 난 먼지를 털 테니 빨리 쓸어라.”

거세게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우아랑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빗자루를 손에 쥔 채 멍하니 굳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건 차라리 먼지를 죽이는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저, 우아랑 씨?”

나는 당황해 저도 모르게 존칭을 사용했다.

몇 번이고 후려친 끝에 프라이팬이 너덜거리며 벽에 붙은 채 흔들거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아랑은 계속해서 먼지를 털어댔다

“뭐냐.”

혹시 화가 난 건가.

“왜 굳이 그렇게…?”

“강하게 털지 않으면 먼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

짚신벌레 잡는 일에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아랑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몇 번이고 눈앞의 벽을 강하게 후려쳐, 그곳 가득한 먼지를 털어냈다. 하지만 이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프라이팬이 바닥에 떨어졌다.

“….”

땡그랑, 하는 소리의 연속.

“하아, 줘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처럼 먼지 털이를 드는 녀석의 손을 잡았다. 당황해 뒤를 돌아본 우아랑은 내가 먼지 털이를 빼앗자 조금 당황한 듯했다.

“뭐, 뭐냐.”

“그렇게 세게 할 필요 없다고. 적당히 해.”

핀잔과 함께 나는 시범으로서 녀석의 앞에서 가볍게 먼지를 털어보였다. 아까처럼 훅훅 떨어져 나오지는 않았지만, 먼지는 가볍게 털어졌다.

“너 청소해본 적 없지?”

“이, 있다.”

“하다가 유리창 같은 거 깨는 걸 청소라고 하진 않아.”

“….”

우아랑은 곤란한 듯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먼지 털이를 돌려주고 청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청소라면 이골이 났다.

매일….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내 역할이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쓸고 닦는 요령을 익혀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는 익숙했다.

거기에 ‘게임’의 일이다보니.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현실의 빗자루로 바닥 가득한 쓰레기와 먼지를 쓸어냈다. 단순히 인식을 하는 것뿐인지 가볍게 그것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금방 끝나겠다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형태의 퀘스트가 주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번째 퀘스트를 제외하면 협력과 협력에 협력을 거듭하는 것뿐이었다.

“우아랑.”

적당히 마대로 바닥을 휘저을 무렵, 나는 갑작스레 든 의문에 입을 열었다. 그러자 창문을 걸레로 닦고 있던 녀석이 무뚝뚝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혹시 요리는 할 줄 아냐?”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퀘스트에서 하라고 하니까….”

협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군.

이런 퀘스트 내용에 어깨에 힘이 빠지는 기분은 알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엘레노어는 이렇게 뜬금없는 면모를 보일 때가 있으니까.

그저 까라면 까는 수밖에.

“…. 겨둬라.”

“응?”

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리는 맡겨두라고 했다.”

우아랑은 조금 부끄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리창을 닦는 모습에, 나는 조금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퍽이나.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

찌개의 맛을 보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냐.”

우아랑은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고 당황해 물었다. 하지만 인공적인 감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음에, 완벽한 맛을 보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째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지, 그 단어는.”

우아랑은 금세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거다.”

이내 찌개의 마무리를 하며 프라이팬에 올라간 계란을 능숙하게 뒤집었지만.

“아버지라면….”

“아니, 실언을 했군.”

당황해 되물으려 하자 녀석은 금세 내 말을 끊어냈다. 그리고는 더 묻지 말라는 듯 차가운 눈을 해보이고는 요리를 계속했다.

“그런 솜씨가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이어서 담배 연기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담배를 입에 문 가웨인이 조리대 앞에 서있는 우아랑을 보며 피식 웃었다. 녀석은 거기에 힐끔 시선을 주고는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무시했다.

퀘스트는 침묵 속에서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마치 제사상이라도 올리는 듯했다. 우아랑이 요리를 하고 나는 조리대 위에 수저와 그릇을 놔두었다.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아랑이 찌개를 중간에 올리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지치는 기분에 길게 숨을 내뱉었다.

“고생했어.”

그리고 어쨌든 말을 전했다.

“고작 이런 걸로….”

우아랑은 어쩐지 복잡하다는 얼굴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던 앞치마가 희미한 검은 바람에 휩쓸려 모습을 감췄다.

“뭐 그럼, 돌아가도록 할까요?”

뒤를 이어 창문턱에 걸터앉아있던 가웨인이 이내 휙 하고 뛰어내렸다. 엉덩이를 털며 고개를 든 녀석은 나란히 서있는 나와 우아랑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러니까 어쩐지 동료 같은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동감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돌아서는 우아랑의 모습을 보며 가웨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잘 보이지?”

트리슈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메마른 바람이 불어와 진한 녹색의 머리가 제멋대로 흩날렸다. 빌딩 옥상의 난간에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숨은 트리슈는 여러 개의 팝업창을 띄우고 조작했다.

[잘 보여.]

린슬렛의 침착한 목소리.

어제는 유하의 ‘제안’을 거절하고 먼저 돌아가서 기분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오늘은 좀 나아진 듯했다. 피식 웃으며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드레드를 돌아본 트리슈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단 타나 오빠한테 하나. 그리고 호송용 차량에 하나.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지역 감시에 하나를 붙일게.”

그렇게 중얼거린 트리슈는 카메라를 조작해 건물로 쏘아 보냈다. 계속해서 할 킬러즈가 소속된 부대 근방을 관찰하며 타나토스의 위치를 찾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타나토스의 재킷을 없애지 않고 붙잡은 상태에서 퀘스트에 활용하려는 모양이었다. 요리 학원이 위치한 건물에 수갑을 찬 타나토스와 가웨인, 우아랑이 들어가고 한 시간이 지났다.

창문에 언뜻언뜻 보이는 타나토스의 모습을 관찰하며, 일행은 ‘때’를 노리고 있었다.

“근데, 타나 오빠나 넬은 왜 연락을 안 해오는 걸까?”

계속해서 카메라를 조작해 인근의 상황을 지켜보던 트리슈는, 떠오르는 의문에 별 생각없이 질문을 던졌다.

“아마 수갑이 문제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제한하고 있다는?”

“그렇겠죠.”

[그게 아니라면 연락을 안 할 이유가 없잖아?]

“확실히 그러네.”

고개를 끄덕인 트리슈는 영상에 비추는 타나토스의 잘생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저 바보는 그런 상황을 수긍할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데, 대체 무슨 퀘스트를 하는 거야?”

트리슈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을 다시 입에 담았다. 창문 안쪽으로 보이는 타나토스는, 흰색의 앞치마와 두건을 두른 채 열심히 그 안을 청소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 확실히 잘생기긴 했네.

[청소를 하는 거 같은데.]

“그런 퀘스트가, 있습니까?”

“트리슈야 모르지요.”

모드레드까지도 조금 당황한 눈치에 트리슈는 조금 짜게 식은 기분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리고 청소가 끝난 뒤, 아무렇지도 않게 요리까지 시작한 모습에 그런 기분은 몇 배나 더해졌다.

“…. 뭐하는 거래?”

“몬스터를 소환하는 의식 같은 게….”

“대체 무슨 몬스터를 소환하려는 거야.”

하는 짓으로만 보자면 손님맞이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트리슈와 모드레드는 계속해서 영상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다른 팝업창을 바라보니 요리학원이 있는 빌딩 주변을 에워싼 할 킬러즈들이 보였다.

다들 이쪽의 습격을 예상한 듯한 모습이었다.

“흐음….”

[트리슈, 어떻게 됐어?]

바로 그때, 베디비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모르겠어. 진행 상황이나 이런 게 다 애매하네.”

그는 쥬브나일 포르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기에 영상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계속 대기하고 있을게.]

“응, 고마워. 오빠.”

트리슈는 애교를 살짝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힘을 내라는 신호였다. 여동생의 그런 모습에 베디비어는 가볍게 웃는 소리를 내며 귓속말을 종료했다.

“트리슈 씨.”

그리고 모드레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개를 든 트리슈는, 이내 영상 중 하나가 타나토스의 모습 대신 건물 벽을 비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계단을 통해 내려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곧바로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손을 가볍게 펼쳐 그곳에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 자신의 궤적을 장착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로 조준했다.

하나의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신호탄이었다.

“미도리 샤워.”

정점에 이른 화살은, 이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정확히 목표물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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