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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17화 (217/321)

217편

<-- Chapter 5 : 이상의 기사 -->

“그녀는 왜 이곳에?”

“퀘스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힐끔 돌아보며 중얼거린 우아랑은 이어서 퀘스트창을 눈앞에 띄웠다. 화면을 조금 크게 해 그것을 라이오넬에게 보여주었다.

“….”

하지만 녀석은 창을 보고는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하십니까?”

“여왕의 귀환을 기다리라고 적혀져 있군요.”

“…?!”

우아랑이 몸을 움찔 떨었다.

뒤쪽에서 슬쩍 고개를 내민 우정현 회장이 갑작스레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질색하듯 인상을 찌푸린 우아랑이 물러섰고, 회장은 그런 딸의 모습을 조금 착잡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번역하는 것보단 이게 편하시죠?”

하지만 이내 라이오넬을 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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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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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갤러해드의 여정 3/10

난이도 : 알 수 없음.

내용 : 성의 내부를 배회하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여왕의 귀환을 기다리도록 하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2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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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은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흐름에, 나는 회장의 통찰력을 느끼고는 조금 감탄했다.

“그게 무슨…. 아.”

한 박자 늦게 우아랑도 이해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을 때 행여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상황을 정리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민하듯 잠깐 나를 돌아본 라이오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

“회장님은?”

나는 우정현 회장을 돌아보았다.

“…. 이게 할 킬러즈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라면 제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 보이는군요.”

조금 자조하듯 중얼거린 그녀는 우아랑과 라이오넬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를 깨달은 나는 시치미를 떼기 위해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싶은 거겠지.

“‘민간 협조’를 부탁드리는 겁니다. 회장님.”

그것을 알아챈 듯 우아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일부러 딱딱한 목소리를 냈다. 두 모녀의 신경전에, 나는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정해졌으면 가죠.”

미련을 두듯 잠깐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이내 돌아섰다. 일부러 조금 떨어뜨리듯 회장과 우아랑의 사이에 선 나는 이내 방안으로 들어섰다.

라이오넬이 회장의 곁에 붙어 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퀘스트창에 다시금 변화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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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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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갤러해드의 여정 3/10

난이도 : 알 수 없음.

내용 : 몰려드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당신의 가장 소중

한 사람을 지켜내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2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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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에, 우아랑이 눈썹을 찡그렸다.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태도에 나는 회장의 반응까지는 살필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다.”

그리고 라이오넬이 나직이 경고를 했다.

날카롭게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기사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땅에 질질 끌며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나는 스파다를 움켜쥐었다.

먼저 나선 것은 우아랑이었다.

네 자루의 검이 가장 앞선 기사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단단한 쇠가 박살이 나는 소리와 함께 인간으로 치면 급소일 장소에 검이 꽂혔다.

하지만 우아랑은 멈추지 않았다. 달려든 그녀는 기사의 몸에 꽂힌 검을 밟고 위로 튕겨져 뛰어올랐다. 검은 코트가 펄럭이며 우아랑은 나를 돌아보았다.

“스컬! 파고들어라!”

그리고 명령이 돌아왔다.

“…?!”

잠깐 놀랐지만 나는 그 눈빛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똑똑하게 이해했다. 어깻죽지에서 린슬렛의 방패를 계승하며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들이 받았다.

투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나는 칼이 꽂힌 기사와 그 뒤에서 방안으로 들어서려는 기사들을 밀어붙여 바깥으로 계속해서 돌진했다.

어깨를 누군가 밟았다.

우아랑이다.

왜냐면 종아리 부근에 이르는 코트 자락이, 내 뒤통수를 스치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날아든 우아랑은 중심을 잃은 기사의 면상을 짓밟고 팔을 휘둘렀다. 나는 어깨 밑에서 그녀의 검이 기사의 갑옷을 짓뭉개며 떠올랐다.

그리고 하나로 합쳐졌다.

“빠져!”

또 불친절한 명령을…!

하지만 단숨에 이해를 했다. 나는 그런 스스로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벽에 기사들을 몰아붙인 뒤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

“하아아앗!!”

그리고 그녀가 내려앉았다.

네 자루의 검이 합쳐져 만들어진, 가장 날카로운 하나의 검을 내리치며.

쩌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옷이 잘려지는, 그리고 그 안에 있을 몬스터의 살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분단되는 소리는 들려오질 않았다.

그 정도로 날카로운 검이었다.

“후우.”

숨을 몰아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쥔 채 일어섰다. 검은 액체가 묻은 날을 털어낸 그녀는, 넷을 동시에 일도양단한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운 얼굴을 한 채 나를 돌아보았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근처에서 나타난 게 아니다.

“얼마나 버텨야 하는 거지…?”

우아랑은 눈썹을 찌푸린 채 물었다. 기사 몬스터들은 조금 익숙해지니 느릿느릿한 샌드백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목표가 불명확해 조금 지쳤다.

“모르겠는데.”

“뭔가 좋은 수를 떠올려봐라!”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대위님.”

딱히 없지 않나?

일단 버티며 상황을 지켜보는 게 우선이지 싶었다.

[우 대위.]

바로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힐끗 돌린 나는, 소파에 앉아있는 우정현 회장의 뒤에 서있는 라이오넬과 눈이 마주쳤다. 귓바퀴에 손을 얹으며 우아랑이 그 귓속말에 응답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께서 생각이 있다고 하시는데.]

“네…?”

우아랑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민간인에게 작전 계획을!”

[아랑아.]

“윽!”

나무라듯 소리를 지르던 우아랑은 뒤를 이은 회장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문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는 회장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스파다를 손에 쥐었다.

“들어라도 보는 건 어때?”

“스, 스컬!”

“내가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느긋하게 들으라고.”

“너, 이 자식!”

분노에 차 버럭 소리를 지르는 우아랑.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검정 마스크 너머의 시야로 기사들을 바라보며.

“조금 지치니까….”

그리고 나는 방패를 전환시켰다.

검은 카메라가 두 대. 주변을 맴돌며 망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엄니를 드러내며 으르렁 댄 망자들은 내 생각에 따라 곧바로 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숫자는 금세 열을 넘었다.

좁은 길목에 선 기사들은 온전히 그 집단으로서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첫 번째로 선 녀석의 몸을 통과해 화살이 날아오는 게 고작으로, 나머지 녀석들은 우왕좌왕하다 맨 앞의 기사가 밀리자 제대로 된 힘도 쓰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다.

경험치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꽤나 쏠쏠한걸.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면서 레벨이나 올려볼까?

“스컬!”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들을 붙잡으라고…!”

“뭐?”

놀라 달려온 우아랑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재킷의 소매 끝을 붙잡았다.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음…. 그러니까. 무한정 생성되는 몬스터들이 있으면 건물을 봉쇄해서…!”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할 것도 없잖니, 아랑아.]

“어, 어머니는 조용히 하고 계십시오!”

침착한 모친과는 달리 아랑은 얼굴이 붉어진 채 소리쳤다. 슬쩍 뒤를 돌아봐 아직까지 몬스터들이 덩어리처럼 무너져 있는 걸 확인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우정현 회장님이셨던가?”

“…. 큭!”

[네, 그쪽은?]

시치미를 떼는 우리를 보고 우아랑은 이를 빠득 깨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백 년 묵은 능구렁이 같은 회장의 말을 능숙하게 받아쳤다.

“타나토스.”

[좋아요, 타나토스 씨. 혹시 기사들의 움직임을 봉쇄할만한 스킬을 가진 게 있을까요?]

“그건…. 왜?”

[벽을 세워두는 거죠.]

“호오.”

나는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무작정 싸우면서 버티는 게 아니라 그렇게?”

[이해가 빠르시군요.]

그렇다면 해치울 수는 없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머리를 매만졌다. 녀석들은 확실하게 쓰러뜨리면 검은 바람, 즉 정보량 송신 합금으로 변해 사라져버리게 된다. 말인즉슨, 회장의 말대로 봉쇄를 해두어야만 한다는 건데.

“….”

간단하군.

“우아랑. 바통 터치다.”

“뭐?”

“라이오넬, 이쪽으로 와줘. 회장님의 호위는 우아랑 네가 맡는 걸로.”

“…?”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우아랑은 약간 껄끄러운 표정으로 회장의 뒤에 가서 섰다.

“무슨 일이지.”

뒤를 이어 라이오넬이 가까이 다가왔다.

2미터가 넘는 거한의 모습에 나는 슬쩍 목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대검을 가져와 등 뒤로 넘긴 채 들고 있는 녀석을 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망토가 필요해져서 말이야.”

“….”

그 말에 녀석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마침 나는 트리슈의 근본을 승계한 상태였기에 그 뒤에 서서 슬며시 방문을 닫았다. 그 ‘열기’가 행여나 회장의 몸에 해를 끼칠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악, 열기가 날아들었다.

멜팅 케이프.

검은 대검이 그 단단한 형태를 바꾸어 라이오넬의 어깨에 달라붙었다. 후끈후끈한 열기에 금방 땀이 흐르기 시작해 나는 메마른 입술을 느끼며 정신을 집중했다.

망자를 소환해 앞으로 날려 보냈다.

라이오넬의 두터운 거구를 스치자, 그것은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형태를 잃고 녹아들었다. 그리고 끈적끈적하게 늘어진 채로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기사를 덮쳐 끈끈이마냥 붙고, 그 위로 올라서 다가오려는 기사를 다시 덮치고 늘어져 마치 시체로 이루어진 듯한 벽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내 복도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이제 됐어!”

나는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이쪽을 힐끔 돌아본 라이오넬이 이내 망토의 어깨 부분을 손으로 붙잡고 가볍게 휘둘렀다. 그것은 순식간에 다시 대검으로 변해 녀석의 팔에 들렸다.

“젠장….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스킬이군.”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돌아본 라이오넬이 가까이 다가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럿다.

“사자.”

그리고 그런 말을 했다.

“뭐?”

Lion이 아닌, Dead Man이라고.

“너의 승리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었던 것 같은데….”

“운 또한 실력의 일부. 변명할 생각은 없다.”

그야말로 뗴다 붙여놓은 듯이 쿨한 녀석이다.

“하지만 다음에는 이긴다.”

기왕이면 붙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대검을 등에 짊어진 채 돌아서는 라이오넬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는 소리를 낸 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는 검을 마주할 일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녀석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한동안 빤히 노려보았다.

========== 작품 후기 ==========

어째 브로맨스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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