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193화 (193/321)

193편

<-- Chapter 4 : 파륜의 기사 -->

“윽!”

나는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

놀란 모드레드가 음경을 입에 넣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나 참았던 터라 나는 모드레드의 머리를 쥐고 허리를 파르르 떨었다. 새하얀 정액이 몇 번이고 그녀의 입안에 토해졌다.

“하앗….”

긴 사정이 이어진 뒤, 모드레드는 입안 가득한 정액을 내보이듯 드러냈다. 시선이 마주치고 가볍게 미소를 지은 그녀가 그것을 꿀꺽 삼켰다.

“기분, 좋으셨습니까…?”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 음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꽤, 괜찮은 솜씨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중얼거린 모드레드는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고, 이내 끝에 물방울이 맺힌 음경을 혀로 건드렸다. 귀두 끝을 가볍게 혀로 돌리며 칭찬을 기다리듯 머뭇거리는 모습에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잘했어.”

“….”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솔직히 말해 조금 당황스러운 면도 없잖아 있다.

의존적인, 아니 뭐랄까…. 이런 피학적인 면모가 모드레드에게 있을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그간의 변태적인 성 생활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고 만 듯했다.

가느다란 목을 꽉 조이고 있는 목줄은 당길 때마다 반응이 있다. 나는 모드레드의 혀로 인해 다시금 딱딱하게 굳은 그것을 느끼고 목줄을 잡아당겼다.

“아흑…!”

“….”

거기에 딸려 일어선 모드레드가 천천히 내 위로 올라탔다. 하지만 나는 목에 팔을 거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돌도록 했다. 그녀는 내 가슴을 등받이 삼아 거기에 기댔고, 긴장되어있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

“후우….”

가녀린 턱,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고개를 돌린 그녀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채 가시지 않은 흥분을 즐기듯 그녀는 허벅지 사이에 음경을 끼우고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어느덧 물은 멎었다.

어느덧 열기가 모드레드와 내 사이에 감돌아,

질척거리며 피부가 달라붙었다.

이 육욕은 아직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후우.”

그처럼, 나 역시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좁은 침대에서 멍하니 있던 나는 먹먹한 잔여물 같은 쾌감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

팔에 무게감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모드레드가 잠든 채였다. 긴 속눈썹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입은 살짝 벌린 채로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바보 자식.”

그 모습이 모처럼 편안해보여,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냈다. 베개를 가져와 제대로 머리를 누여주고 머리를 가지런히 쓸어 넘겼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그 나이대의 소녀인데.

“….”

그것이 조금, 씁쓸한 기분을 들게 했다.

조금 자게 놔둘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제 가상 세계에 들어서기 직전 입었던 트레이닝팬츠를 벗고 슬렉스와 양말, 차이나 셔츠를 입었다.

재킷을 설정하는 바에 따라 이런 복장들도 재킷에 포함을 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알몸에 재킷 하나만 달랑 입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였다.

“넬.”

“아, 주인님. 잘 주무셨나요?”

가볍게 이름을 부르자 디멘션 커넥터 안에 있던 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눈앞에 현재 온도와 시간부터 시작해 각종 정보들이 표시되었다.

“어제의 수면 시간은…. 2시간이셨네요!”

“뭐, 그것도 온전히 잔 건 아니지만.”

나는 뻐근한 목을 풀며 재킷을 입었다. 정보량 송신 합금이 몸에 검은 바람의 형태로 휘감기며 이내 재질과 형태를 갖추어 나갔고 나는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 1층의 카페로 들어섰다.

커피향이 달콤하게 뇌를 울리는 듯했다.

“잘 잤어요?”

카운터에 있던 유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시간은 7시, 아직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으나 시험 삼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듯했다.

“응, 유하도?”

“네,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내 뒤를 스쳐지나간 넬이 유하의 주변을 맴돌며 인사했다. 에스프레소 머신 앞의 유하가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후후, 넬은 오늘도 기운차네요.”

“한 잔만 부탁해애.”

유혹을 하는 듯한 커피의 향에 나는 참지 못하고 유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턱을 괴고 조금 기다리자 조그마한 잔에 검은 액체가 담겨져 나왔다.

“오늘도 어디 가나요?”

“응, 회장님 만나러가게.”

그렇게 이야기하자 유하의 동작이 멎었다.

“왜?”

“음….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요.”

내가 되묻자 그녀는 가볍게 목을 움츠렸다.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에 나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좀, 이상하지 않나 해서요.”

“어떤 부분이?”

“우정현 회장님은 이 나라의 최고 기업을 이끄시는 분이잖아요? 근데 음….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준이 그런 분하고 어떻게 그렇게 친한 건가 해서.”

“아, 얼마 전에 친구하기로 했어.”

“치, 친구요…?”

“응, 말을 놨지.”

“…?”

“정현아~ 하고 부르면 준아~ 하고 부른다고.”

유하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감돌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이내 피식 웃었다.

“농담이야.”

“저, 정말인 줄 알았잖아요.”

“싸우지만 않으면 다행이려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좁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유하가 순간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한성진이라는 남자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거기에 내가 봐왔던 대로, 그녀와 우한 그룹이 칼 후퍼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도 제대로 묻고 싶었다.

모드레드의 과거는 엘레노어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진실에 다가간 만큼 나는 그것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쉽게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아 그리고.”

조금 식히고, 단숨에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나가기 전에 일단은 놀라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두어야겠지 싶었던 것이다.

“네?”

“모드레드가 돌아왔어.”

“….”

“지금 위에서 자고 있으니까.”

“정말로 돌아왔군요.”

“응?”

갑작스러운 유하의 말에 나는 의아함을 느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손이 멈춰 있던 유하가 이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사실, 말은 못했는데 그때의 모디 양…. 어딘가 좀 멀리 갈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래?”

“하지만 준이 데리고 돌아와 줘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중얼거린 유하는 이내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회장과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아직 심증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엘레노어라는 존재의 개입이 있는 만큼 할 킬러즈라는 집단 또한 만능은 아니었다. 단지 일반 시민들에게 그런 시늉을 하고 있을 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무척 단편적인 부분들이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고 그 단편들을 연결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되지는 않는.

모든 기사의 선발이 이루어지고, 엘레노어는 ‘그레일’과 관련된 게임의 가장 거대한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타나토스라는 게임의 유저가 게임을 완전히 끝낸다는 목적을 지니고 기사들을 모으고 있다. 은밀하게 먼저 행동하던 모드레드와 손을 잡았다.

우정현 회장은 인권 침해를 우려해 할 킬러즈에게 엘레노어와 관련된 신기술을 넘기지 않고 있다.

이런 회장이 뒤에서 아서리안 사태와 관련되어 손을 쓰고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타나토스, 모드레드와 잇는 것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은 일일 터였다.

거기에 지금껏 용병처럼 함께 해오던 녀석들이 돈이나 다른 걸 보고 할 킬러즈 측에 붙어버렸으니.

“여러모로 복잡하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날듯이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이런 인간들 모두가, 결국에는 엘레노어라는 신의 손아귀 아래에서 놀아나고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아니, 어쩌면 내가 제일.

“넬, 도착하면….”

“주변의 감시를 부탁하시는 거죠?”

말하지 않아도 척척 대답하는 넬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장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 나는 가볍게 달리는 걸음을 재촉했….

“윽?!”

바로 그 순간, 뭔가에 얻어맞았다.

“주인님!”

강한 충격에, 튕겨져 날아간 나는 빌딩숲에서 지상으로 떨어졌다. 넬의 비명과 함께 나는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고 순식간에 아래를 확인했다.

도로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젠장!”

짧은 순간, 나는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했다. 망자 소환을 이용해 멀지 않은 곳의 바닥에 망자를 만들어내고 곧바로 나를 향해 전력으로 뛰어오르게 했다.

“…!!”

어깨로 받아내, 방향을 틀었다.

순식간에 형태를 구성한 망자와 함께 반대편으로 튕겨져 날아간 나는 강철로 된 가로등에 발을 디딘 뒤 중심을 잡고 착지했다.

젠장, 뭐지?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갑작스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를 보고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이를 빠득 간 나는 이내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을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사람‘들’이다.

“봐요, 제가 말했잖아요?”

틀어 올려 묶은 금발의 여성이 나를 알아보고는 가볍게 웃었다. 어깨를 잘못 부딪쳤는지 뻐근한 감각이 느껴져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코트의 또 다른 여성을 확인했다.

“….”

우아랑이다.

“언젠가 어머님을 찾아뵈러 올 거라고.”

그 표정은 좋지 못했지만, 헥터는 도리어 그것을 즐기듯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중심을 잡고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쨌든 도망쳐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 사람을 이곳에서 상대하는 것은 벅차보였다.

“우연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우아랑이 검을 빼들었다.

“어머, 이제 와서 감싸기에요?”

“그게 아니라, 확실한 물질적 증거로서는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상대가 상대인 만큼.”

“흐음….”

“때문에 확실히 심문을 해야겠죠.”

“그럴까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헥터와 우아랑은 나를 중심으로 둔 채 빙글 돌며 포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완전히 대피할 시간을 벌려는 듯했다.

여기서 혼란을 일으켜 탈출하는 방법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넬, 탈출 경로를 탐색해줘.”

“네, 넵!”

내 부탁에 넬이 지면으로부터 부웅 떠올라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스파다를 뽑아들고 두 사람을 경계했다.

일단은 좀 시간을 벌어둘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우아랑.”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우아랑은 검을 쥔 채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한성진이 대체 누구야?”

그 말에 움직임이 뚝 멎었다.

“너…. 그 이름을 대체 어디에서…?”

우아랑은 지금껏 본 적이 없던 큰 동요를 보였다. 예상대로의 행동에 나는 지체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르자 불꽃이 튀며 우아랑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대답해! 그 남자가 엘레노어와 함께 있는 거지?!”

“큭…!!”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우아랑이 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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