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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63화 (163/321)

16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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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 파륜의 기사

아침 햇살이 환하게 카페를 비추고 있다.

“그럼, 다녀와요.”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데도 유하는 막무가내였다. 문 바깥으로 나온 그녀가 우리를 향해 다소곳이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유하님!”

“후후, 넬도 잘 다녀와요.”

“다녀올게.”

적당히 이야기한 뒤,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넬을 대동한 채 걷기 시작했다. 카페가 멀어지고 평소와 다름업시 골목 쪽으로 들어서 재킷을 기동시켰다.

이제야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건물 위로 튕겨져 날아올랐다. 마스크를 쓰고 그대로 게임의 세계로 돌입해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요?”

“모드레드가 잠깐 보자고 해서.”

“모디님이요?”

되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을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 모두들 일상에 완연히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이 후유증을 피로하는 가운데 오직 나만이 이상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뭐 평소와 다름이 없었으니.

정해진 수업을, 학점이 나오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퀘스트를 하거나 하며 갤러해드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물론 거기에는 모두들 아낌없이 협조를 해주고 있다.

“어디서 뵙기로 하셨어요?”

“쥬브나일 포르노.”

“다시 영업을 시작했나봐요?”

“….”

“주인님?”

“뭐, 말은 그렇다는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넬이 그런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약간의 불안함을 감춘 채 베디비어가 보내준 위치로 향했다.

[타나, 어디쯤이에요?]

그리고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지금 가고 있어.”

[빨리 오세요. 기다리고 있어요.]

“…. 언제부터?”

[한 시간쯤 전인가?]

그런 목소리에 나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신이 난 듯한 베디비어의 목소리가….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였다. 며칠 전에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하더니 계속해서 오지 않겠느냐며 권유를 했는데.

원래 안 이러던 녀석이 이러면 없던 불안감도 생기는 법이었다.

“아, 타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공영 주차장에 주차된 은색 스포츠카의 앞에.

“…?”

나는 의아함을 딱히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채 녀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싱긋 웃으며 차 앞에 서있던 베디비어가 이윽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타세요.”

“참신한 영업 방식이구나.”

“놀라실 걸요?”

“….”

약간 꺼림칙한 채 올라탔다.

“와아…. 평범하네요.”

넬의 감상은 그러했다.

2인승의 스포츠카였기에 넬이 가볍게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무게감이나 존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나, 나는 적당히 다리를 벌려 녀석이 내게 기대는 걸 보았다.

“여기가 새로운?”

“아, 물론 아닙니다.”

운전석에 탄 녀석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곧바로 차량을 출발 시켰다. 회색빛의 의수가 운전대를 멋들어지게 회전시키는 걸 보며 나는 입을 다물었다.

“굳이 차를 타고 가야 돼?”

“네.”

무척이나 단호했다.

진짜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묵직한 배기음을 내며 차량은 도로 위로 들어섰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주변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모드레드님은 먼저 와계십니다.”

“그래?”

“네, 마찬가지로 제가 모셨죠.”

그 말은 차를 타고 어디로 간다는 게 되는 걸까.

“무슨 일로 온 것 같아?”

“글쎄요. 아무래도 카드 받으러 온 게 아닐까요?”

“….”

그러고 보니 우정현 회장님께 받았던 카드는, 아직 내가 보관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팝업창을 실행시키고 결제 수단 목록으로 들어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확인했다.

원래대로라면 여행에 돌아온 뒤로 바로 돌려드리려고 했지만, 맡아두고 있으라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요새 뭐 바쁜 일이 있었고,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져 모드레드가 대신 받으러 오는 걸까.

보안 때문에 카드를 전송하지 않는 거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가 잠깐 찾아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타나?”

“아, 응.”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

적당히 대답했다. 그리고 역시나…. 괜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정현 씨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퀘스트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돌아온 날 이것저것 물어보리라고 느꼈지만.

뭐 바쁘면 미룰 수도 있는 거겠지.

“…. 베디비어?”

잠깐 고민을 하다 고개를 든 나는, 넬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것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앞차랑 너무 가깝지 않냐.”

거대한 트레일러 차량이 보였다. 그 뒷부분과 스포츠카의 앞부분이 금방이라도 부딪칠 기세였다.

“그러게요.”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 낫지 않나 싶은데.”

“그러게요.”

하지만 차량은 가속했다.

“큭?!”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깜깜해지며 몸이 가볍게 앞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바닥에 발이 지익 미끄러지며 나는 중심을 잡고 섰다.

“뭐, 뭐야. 이게?!”

그리고 비명을 내질렀다.

“하하, 역시 능숙하시네요.”

“대체 무슨 소리야, 인마?!”

나는 놀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바로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던 베디비어가 다가와 나를 슬쩍 밀었다. 뒤로 물러서던 나는 뭔가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푹신푹신한 감촉.

“매트리스…?”

나는 어이가 없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니 가볍게 웃은 베디비어가 팔을 내밀었고 나는 오만상을 다 찌푸린 채 손을 잡고 일어섰다.

“처음 오시는 손님들은 잘 넘어지시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도 시험해봤다?”

“하하, 뭐 그렇게 되는 셈인가요?”

바보 같은 녀석.

요새 들어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게 늘었다.

끄응, 하고 우는 소리를 낸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녀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좁은 복도를 따라 나가자 부드러운 양탄자가 밟혔다.

그리고 그곳은….

“무도회장.”

이었다.

“….”

“깔끔하죠?”

베디비어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허탈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지난번의 쥬브나일 포르노와는 달리 조금 더 고급스러운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맥주는 절대 안 팔 것 같은 장소였다.

검은 양탄자로 된 바닥, 고급스럽게 커튼으로 장식을 해둔 넓은 가게. 둥그런 테이블 위에는 심지어 꽃병까지 둔 상태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였다.

재즈 음악이 나오는 건 똑같았지만.

“아, 타나토스님.”

“…. 발렌타인.”

손님이 거의 없는 가운데, 발렌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길게 빼어든 장죽을 문 채 얼굴은 희미해져 보이질 않았다.

“오셨어요? 어떤가요, 저희의 새로운 가게는.”

“스페셜하군.”

“후후, 감사합니다.”

평소와는 달리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가게를 보여주려는 요량인지 녀석이 가볍게 그 안을 거닐었다. 어떻게 보면 어두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같기도 했다.

“운전은 자동인가?”

“그럴 수만도 없어서요. 화이트가 하고 있죠.”

“….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그 녀석은 뭐야?”

“글쎄요. 제 친구인데.”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웃는 발렌타인. 거기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려던 나는, 이내 그만두고 고개를 들었다.

“타나를 위한 연주를 해보죠.”

가게의 끄트머리, 어두운 조명이 비추는 그 위에 베디비어의 모습이 보였다. 베이스 기타를 든 녀석의 주변으로 블랙이 색소폰을 든 채 나타났다.

마치 넬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니들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

“후후, 그래 보이시나요?”

발렌타인이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 가, 갑자기 그러셔도.”

내가 묻자 얼굴이 빨개졌다.

“모, 모드레드님은 안쪽 방에 계세요.”

그리고 나는 쫓겨났다.

무대 위에서 음악이 바뀌며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안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한 평 남짓한 방안에 모드레드가 앉은 채였다. 그 앞에는 물이 있다.

“뭐 좀 시키지 그랬어.”

슬쩍 여유롭게 운을 떼니,

“술은 즐기질 않아서.”

“그래?”

“그렇습니다.”

“나도 그런 편이야.”

“….”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반응을 보이는 대신 모드레드는 나를 찌릿 노려보았다. 어쩐지 머쓱해져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계획이 조금 변경되었기에 고지 드리러 왔습니다.”

“…. 뭔데?”

다시금 그 불안함이다.

어쩐지 이렇게 말을 뜸 들이는 녀석은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모드레드는,

“새로운 갤러해드 후보자가 나타났습니다.”

의외로….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했다. 잠깐 어깨에 힘이 풀린 나는 이어진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아랑 대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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