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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52화 (152/321)

152편

<-- Chapter 3.5 : 잠깐의 휴식 -->

“윽!”

“주, 준! 미, 미안, 해요오옷?!”

내게 밀착한 유하가 당황해 다시금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제지하며 안전벨트를 당겨 유하의 몸 앞으로 나오게 했다.

“가만히 있어.”

“주, 준….”

반대편 팔을 내밀어 벨트를 잡자 어쩐지 끌어안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유하는 귀가 빨개진 채 굳어졌고 나는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

“편하게 기대.”

“무, 무겁지 않아요?”

“조금 그런데, 괜찮아.”

퍽, 하고 뒤통수를 무언가 때렸다.

“그럴 땐 가볍다고 해줘야지!”

“맞아! 맞아!”

“…. 니들 사이좋구나.”

룸미러 너머로 항의를 하고 있는 린슬렛과 트리슈의 모습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너머에 보이는 좌석에는 도시락이 든 바구니가 덩그러니 놓인 채였다.

“으, 으음.”

“괜찮다니까.”

“미, 미안해요.”

조그맣게 중얼거린 유하가 내게 천천히 기대고는 참아두었던 숨을 슬쩍 내쉬었다. 늘어나있던 벨트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 사이에 끼워졌다.

“와…. 무슨 만화도 아니고.”

린슬렛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뭐가요?!”

“아뇨, 남자의 판타지를 모두 가지고 계셔서.”

“그, 그으…. 그런 거 기분 나빠요!”

“확실히이, 유하 언니 몸매 꽤 좋단 말이죠?”

“왜, 왜 그런 쪽으로만 이야기가!”

“눈에 보이는 게 그거라?”

트리슈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자 유하는 입을 우물거릴 뿐 좀처럼 말을 잇질 못했다.

“타나, 내비를 좀.”

“아, 응.”

타이밍 좋게 끼어든 베디비어의 말에, 나는 팝업창을 띄워 지도를 공유했다. 안내를 시작한다는 음성과 함께 유리창 너머의 도로에 선이 표시되었다.

“얼마나 걸린데? 오빠.”

“한…. 한 시간 정도?”

베디비어의 대답에 트리슈가 눈썹을 찌푸렸다.

“뭐 그렇게 빨라?”

“응…?”

“한 세 시간 정도면 좋을 것 같은데.”

“음, 그럼 경치 좋은 곳 돌면서 가볼까?”

“아니, 빨리 가자.”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뒤쪽에 있는 여자들로부터 뭔가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기에, 되도록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발렌타인님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바로 그때, 능숙하게 코너를 돌며 베디비어가 물었다. 아까부터 조용하던 발렌타인이 어깨를 움찔 떨고 이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입에 빼빼로를 두 개 문 채로.

물론 우리는 아까부터 시선을 집중한 채였다.

“풉…!”

트리슈를 기점으로 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슬쩍 미소가 지어지는 걸 느꼈다. 게임 상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안주인께서 저런 모습을 보이니.

“왜, 왜 웃는 거야…?!”

솔직히 말해 꽤나 귀여웠던 것이다.

“아하하핫! 발렌타인 얼마나 과자가 먹고 싶었으면!”

“역시 애라니까~. 마담 발렌타인.”

“이익…!”

린슬렛과 트리슈가 웃자 발렌타인이 분한 듯 손에 들고 있던 빼빼로 상자를 꾹 쥐었다. 하지만 이내, 린슬렛이 그 상자를 빼앗아왔다.

“아앗?!”

“혼자만 먹지 말라고!”

“아, 트리슈도~.”

“머, 먹고 싶으면 너네도 꺼내 먹던가!”

뒤쪽의 세 사람은 상자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다투기 시작했다. 입에는 빼빼로를 문 채, 장

난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린슬렛과 트리슈,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는 발렌타인을 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베디비어.”

“네.”

“지금 우리 유치원 소풍 가는 거냐?”

“…. 하하.”

녀석이 허탈하게 웃었다.

뭐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뒷좌석의 꼬맹이들과 앞좌석의 어른들이 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도로의 움직임에나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

유하의 엉덩이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아, 미안해요.”

깜짝 놀라 허리를 슬쩍 들어 올리니, 유하가 사과를 해왔다. 그리고 그녀가 조금 앞으로 떨어졌다.

불편한, 건가?

“유하, 편하게 있어도 돼.”

“아, 아뇨. 괜찮아요. 좀 답답…. 하긴 한데.”

곤란한 듯 중얼거린 유하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허리를 잡고 좀 더 안쪽까지 밀착하도록 당겼….

아.

“…. 그, 그으. 준이 불편할 것 같아서요.”

이런 제기랄.

“아, 아니. 괜찮아.”

밀착하는 지점, 거기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내 신체 쪽에서 뻗어 나온, 무척이나 딱딱해진(?) 무언가가.

그리고 그게 부드러운 엉덩이에 쓸리고 있다.

“….”

어느덧 차는 시내를 빠져나와 새로 생긴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바닥의 여건이 좋지 못한 건지 계속해서 덜컹거려 나는 숨을 삼켰다.

“도, 도로가 왜 이래?”

“음…. 아직 공사가 덜 끝난 모양인데요.”

빌어먹을!

“주, 준?”

입술을 꽉 깨물고 다음 순간, 유하가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의 눈동자가 닿겠다 싶을 정도의 거리였다.

“아, 응.”

나는 약간 당황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니 머뭇거리던 유하가 좀 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혹시 나올 것 같으면 말해줘야 되요?”

안 나와!!

나는 당황해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꾸욱 참아냈다. 누군가 이런 상황에서는 애국가를 부르라고 했지.

참자, 참아.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유하의 목덜미에 땀이 맺히기 전까지.

“주, 죽을 뻔했다….”

도착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된 채 차에서 내렸다. 자갈밭 위에 아픈 줄도 모르고 무릎을 꿇고 있자니 누군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생하셨어요.”

베디비어가 동정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이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섰다.

“너, 너야말로….”

“트리슈가 많이 귀찮게 굴었죠?”

“그, 그 녀석뿐이겠냐.”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린슬렛은 품에서 잠들어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트리슈는 아예 반대로(?) 안겨서 탄다던가. 그런 일들이 겹치다보니 쓰러져 쉬고 싶은 기분이었다.

가장 위험했던 건 유하가 덥다며 셔츠 단추를 몇 개 끄르고, 트리슈와 린슬렛이 그 색기에 감탄하자니 발렌타인이 보지 말라면서 베디비어의 눈을 가린 거였지.

운전 중이었던 베디비어의 눈을.

“…. 하마터면 요단강 건널 뻔했지.”

“정말 위험했었죠.”

베디비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트렁크에서 짐을 내렸다. 그 안에 있던 작은 박스를 꺼내든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멀리, 먼저 별장을 향해 달려간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산 중턱에 있는 땅을 깎아서 만든 듯 보이는, 아주 고급스러운 별장이었다. 정원까지 합쳐 수백 평은 가볍게 넘겠다 싶을 정도였다. 언덕을 쭉 올라가면 반대편에 절벽이 있는 구조라고 했던가.

“밤에 절벽 쪽으로 나가면 되려나….”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을 너무 크게 했던 모양이다.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베디비어는 더는 묻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있는 시간 동안은 즐기도록 하죠.”

“그러자고.”

다들 즐겼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순수한 마음이기는 했으니.

“저희는 슬쩍 빠져있을 테니까요.”

“? 왜. 같이 놀면 좋잖아.”

호숫가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 저녁때야 물론 그렇겠지만. 다들 뭔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던데요.”

“무슨 생각을….”

“하아, 베디비어님. 안 통해요. 안 통해.”

바로 그 순간 디멘션 커넥터에 있던 넬이 튀어나왔다. 지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쉰 녀석은 이내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가까이서 지켜본 바! 주인님은 이런 관계에 대해서 무지하다 못해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

그건 아닌데.

“특히나 이렇게 기껏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왔음에도…! 아, 이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네요.”

말을 이어나가던 녀석은, 이내 내 눈치를 한 번 살피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베디비어의 의혹에 찬 시선이 느껴지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오빠!”

바로 그때, 구원의 손길이 등장했다.

별장 건물 앞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했는지 트리슈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베디비어로부터 짐이 든 상자를 건네받았다.

“가봐.”

“아, 네.”

넬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으니.

거대한 친구가 다리를 쭉쭉 뻗으며 달려 나갔다. 나는 걸음을 슬쩍 늦추며 넬을 돌아보았다.

“넬.”

“네넬, 주인님!”

“이 근방에 혹시 민가가 있는지 좀 알아봐주겠어?”

“….”

“그리고 등산객 경로 같은 것도 좀.”

“주인니임….”

넬이 불만이 섞인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퀘스트에 대해서는 이따가 생각하시는 건 어떨까 싶은데 말이죠오. 넬은. 기껏 이렇게 좋은 곳에 왔으니 좀 평화롭게 경치도 좀 감상하고 싶고….”

“그러는 김에 좀 부탁해.”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대신,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뭔데?”

“다른 분들을 즐겁게 한다는 생각을 하시지 말고, 주인님이 즐기신다는 생각을 해주세요.”

“….”

“아시겠어요?”

“노력해보지.”

나는 무뚝뚝하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피하듯 언덕 위의 별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무로 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보니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좋은 기분도 아니었지만.

“티티이! 안에 굉장해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라스에 모습을 드러낸 린슬렛이 손을 흔들었다. 뒤를 이어 유하와 트리슈 역시 마찬가지로 그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 준! 2층이이에요! 2층!”

“오빠! 빨리 와!”

즐거워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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