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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51화 (151/321)

151편

<-- Chapter 3.5 : 잠깐의 휴식 -->

베디비어가 아버지의 차를 빌려오기로 했으므로 여행지까지는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카페, 모두 다 탈 수 있을 법한 큰 SUV 차량이 도착했다. 유하가 중간에 먹을 도시락을 싸기로 했기에 여성진들은 그걸 도우러 간 상황. 짐을 옮기고 남은 준비를 하는 건 남자들 일이었다.

“짐은 트렁크에 실으면 되지?”

“아, 네. 열어드릴게요.”

내 말에 베디비어가 눈앞에 팝업창을 띄우고 매만졌다. 그리고 뒤를 이어 트렁크가 열리자 나는 거기에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다. 커다란 종이 박스에는 각종 과자니 술이니 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여섯 명이 넉넉히 타겠군.”

“아, 주인님! 너무해요!”

트렁크 건너편으로 보이는 좌석을 보며 중얼거리자니 넬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당황해 앞머리를 매만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커넥터 안에….”

“우으, 너무해요! 넬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 어쩔 수 없잖냐.”

“하아, 모처럼 주인님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뭐?”

“히히, 아무것도 아니에요!”

“싱거운 녀석.”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트렁크 안의 도구들을 정리한 후 구석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박스를 밀어넣었다. 그러던 중, 시트 아래에서 뭔가 허연 게 보였다.

영수증이었다.

“…? 엽총?”

“뭐 찾으셨나요?”

“아, 이런 걸.”

나는 가까이 다가온 베디비어에게 구깃구깃한 영수증을 내밀었다. 그걸 받아 살펴본 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안에서 영수증을 구겼다.

“저, 저어. 타나?”

“응.”

“평소에도 재킷 기동 시키고 다니세요.”

“…?”

“당분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이상한 녀석이다.

“안에 짐 더 있나요?”

“아니, 저게 전부야. 나머지…. 고기나 해산물은 가다가 마트에 들러서 가져가면 될 거야.”

“마트에서 별장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 아이스팩에 포장해달라고 해야겠네요.”

“뭐, 그래야겠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쨍쨍한 태양, 여름이 갑작스레 성큼 다가온 듯했다.

“일단 그럼, 안에서 기다릴까요?”

“먼저 들어가 있어.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알겠습니다.”

내 말에 대답한 베디비어가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녀석의 머리가 문 위쪽에 닿는 걸 지켜보던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준 씨.]

물론 우정현 회장님이었다.

“지금 출발하려고 해요.”

나는 차 뒤쪽에 기대어서서 카페 안의 상황을 계속해서 살폈다. 누군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였기에.

[후후, 즐기다 오시길.]

“….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죠?]

“퀘스트에 관한 다른 정보는 없나 해서.”

“하아.”

옆에서 넬이 한숨을 내쉬자 나는 의아해 바라보았다.

[별 어려운 퀘스트는 아닐 겁니다. 일단 그 정도만.]

“말인즉슨, 자주 있었다는 것 정도?”

[네, 그리고 지금까지는 모드레드가 해결을 해주었습니다만…. 집안 문제가 생겨서.]

“그 이상한 여자한테 집안 문제라니.”

아, 생각만 하려고 했는데.

[….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군요.]

“아, 아니. 이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럴 수도 없지 않습니까?]

“끄응, 싫어하는 건 그쪽이라고요.”

[후후, 그럼 다녀와서 친목회를 추진해보는 걸로.]

“무슨 친목회를….”

해봤자 시간 낭비일 거라는 생각에 나는 어깨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그러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현 씨 쪽에서 다시금 웃음소리를 냈다.

[그럼 잘 다녀오시길.]

“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할게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자아, 그럼….”

다들 내가 자리를 비워도 어색하지 않나 보러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문 위에 달아둔 종이 울리며 안에서 달콤한 커피향이 풍겨왔다. 주변을 둘러본 나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린슬렛과 베디비어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음…. 역시 아침에는 달달한 커피 한 잔 해줘야지.”

“커피를 또 달게 마시는 거냐….”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커피를 즐기고 있는 린슬렛을 향해 중얼거렸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술 위쪽에 휘핑크림이 묻은 것이 보여 손을 뻗어 닦아주었다.

“….”

“유하, 얼마나 남았어?”

그리고 엄지에 묻은 크림을 먹고 곧바로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을 들여다보니 유하의 모습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조리대 쪽에 기댄 상태였다.

“아, 준. 이제 다 됐어요.”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나는 주방 안쪽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앞치마를 두른 트리슈와 발렌타인이 도시락 앞에 붙어서는 접시에 놓인 샌드위치와 각종 요리들을 옮기고 있었다.

“기대해도 좋다고요?”

가볍게 윙크를 하는 유하의 모습에 나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도시락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든 트리슈가 내 쪽으로 내밀었다.

“오빠, 하나 먹어봐! 트리슈가 만들었어.”

“아, 응.”

“시우 양?”

하지만 다음 순간, 유하가 손을 뻗었다.

“도시락으로 먹으려고 만든 거니까요?”

“네, 네에.”

유하의 포스(?)에 기가 눌린 트리슈가 도시락에 얌전히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여전히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럼 시동 걸고 있을게.”

“네, 금방 나갈게요.”

거기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어쨌뜬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군.

다들 금세 친해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조금 시름을 놨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꼼꼼히 착용했다. 운전석 쪽에 앉아 룸미러를 매만지던 베디비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뭐가요?”

“다들 어색하지 않은 것 같아서.”

“유하 씨가 잘 챙겨주고 계시니까요.”

“사실 난 유하를 걱정했던 거지만.”

“오히려 주도를 하시네요.”

녀석이 가볍게 웃었다. 뒤를 이어 바깥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본 나는, 네 여성이 바구니를 든 채 카페 바깥으로 나오는 걸 발견했다.

그 중심에는 유하가 있다.

“….”

“타나는 유하 씨를 좋아하시나요?”

“?!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당황해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끼며 소리쳤다. 그러자 빙긋 웃은 베디비어가 말을 이었다.

“왠지 그런 거 같아서.”

“아니야 인마…. 그런 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동으로 내려오는 셔터 앞에 서있는 유하를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한 미소, 그녀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건 얼마만일까.

그걸 생각하니 어쩐지 가슴이 저릴 뿐이었다.

“유하 누나는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 그렇군요.”

“너, 너는 어떤데.”

“네?”

“발렌타인과 어떤 사이냐고.”

“그건, 음…. 아직 그,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보니.”

“그건 그렇지.”

미성년자를 건드는 건 중범죄다.

“그래도 확실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성인이 되고 제대로 대답하겠다고.”

“결혼 자금도 모아둬야겠군.”

“네?”

베디비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실히 책임진다며.”

“아, 아니 그,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보통 거기까지는…. 음, 역으로 물어보고 싶은데 타나는 그럼 결혼 자금 모으고 있나요?”

“….”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분명 주인님 계좌가 하나 더….”

그러고 있자니 눈앞에 슬쩍 넬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나는 다시금 얼굴이 빨개져서는 손을 뻗었다.

“너, 너 그런 건 대체 언제!”

“비록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이시지만요!”

“넬!”

“그럼 누구와?”

“누, 누구와라니?!”

베디비어의 질문에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바깥을 내다보니 발렌타인을 제외한 세 여성이 뭔가의 문제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보였다.

유하, 린슬렛, 트리슈.

“으윽….”

확실하게, 책임을….

남자로서, 으.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인….

“또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셨네요. 주인님.”

“평소에도 자주 이러시나요?”

“네, 가끔 분유 값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하시면서….”

“역시 앱솔루트 골드로 통일을….”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 느끼며 중얼거렸다.

[가위, 바위, 보!!]

바로 그 순간, 바깥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정신이 드는 감각에 고개를 든 나는 침울해진 트리슈와 린슬렛 사이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유하를 발견했다. 곤란하다는 듯 그녀가 볼에 손을 올렸다.

[아, 으으…?]

“뭐하는 거야?”

[하아, 져버리다니.]

[다음 휴게소까지만이에요!]

[아, 아니?! 저는 그냥 뒤에…!]

[그럴 순 없죠. 앞에 타세요!]

아, 그걸 정했던 모양이군.

나는 납득하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아쉬운 듯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는 린슬렛과 트리슈를 보아하니 다들 어지간히도 앞에 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베디비어, 그러면 지도를 너한테….”

“굳이 안 내리셔도 될 것 같은데요.”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문이 벌컥 열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하의 뒤쪽에서 반쯤 떠밀듯이 서있는 린슬렛과 트리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유하가 앞에 타.”

“응, 그러시려고.”

“…?”

린슬렛이 찌릿 노려보며 중얼거리자 나는 어쩐지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머뭇거리던 유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잘 부탁해요. 준.”

아니 뭘요.

“?! 유, 유하?!”

그리고 고개를 숙인 유하가 조심스럽게 내 위로 올라타듯이 앉았다.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멎는 걸 느끼며 굳어진 채 옆을 돌아보았다.

“흥.”

이쪽을 노려보던 린슬렛과 트리슈가 문을 닫고 뒤에 올라탔다. 자동으로 다리가 벌어져 그 사이로 유하의 엉덩이가 들어왔….

“휴게소 가면 꼭 바꿔야 해요!”

“아, 아니 지금이라도 저는 뒤에….”

“안돼요! 도시락 놓을 자리가 없잖아요!”

“뭐…?”

나는 당황해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앉은 자리는 충분한데, 거기에 도시락 바구니가 올려진 채였다.

“저 그, 얘들아 그냥 도시락은 트렁크에….”

“안 돼!”

린슬렛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발렌타인과 베디비어에게 도움의 신호를 보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걸 무시했다.

“꺅?!”

갑작스레 차가 출발하자 굳어져 있던 유하가 내 쪽으로 기대었다. 나는 좋은 머리 향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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