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편
<-- Chapter 3.5 : 잠깐의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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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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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산속의 유령 1/2
난이도 : ★☆☆☆☆☆☆☆☆☆
내용 : 여행객을 꾀는 유령을 찾아내세요.
제한 시간 : 해가 진 이후, 동이 틀 때까지.
보상 : 경험치 5,000,000, 기사의 명예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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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현 씨로부터 받은 건 ‘업적 퀘스트’였다.
“호오, 처음이지 않으세요? 업적 퀘스트.”
“그러게.”
회사 바깥으로 나와 창을 열자 곧바로 넬이 반응을 보였다. 녀석의 왼쪽 머리 위에 꽂혀진 검은색 해골 핀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정현 씨가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는 여행이 제격이라고 했던가.
거기에 그녀는 덧붙였던 것이다.
‘동료’들과의 친목이라고.
“….”
이상한 기분이었다.
“넬.”
“네넬, 뭐 궁금하신 거라도?”
“넌 내 동료지.”
“엑….”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으나 넬은 당황해서는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리고 녀석은 허공에 떠오른 채 몸을 베베 꼬며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런 과분한 말씀을….”
“어떻게 보자면 가장 오래된 동료잖아.”
“네, 넬은 이런 주인님 부담스러워요! 차라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갑고 쓰레기 같이 대해주세요!”
“….”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헤헤, 하지만 너무나 주인님다운 말씀이시네요.”
“그래?”
“네넬, 저희 같은 존재도 그런 식으로 대해주시는 분은…. 넬이 아는 선에서는 주인님이 유일하시거든요.”
“저희 같은?”
“보통 ‘펫’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인공지능들이요.”
그리고 넬은 빙긋 웃어보였다. 마치 그런 게 당연하다는 식이어서, 나는 기이한 기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티를 내지는 않고 주제를 약간 비틀었다.
“비슷한 친구들이 있는 모양이네.”
“가상 세계도 여기와 마찬가지로 이어져 있거든요.”
“건물도 있고 차도 다니는?”
“음…. 좀 다른 느낌이네요. 말로는 설명 드리기 어려운데 나중에 한 번 가보실래요?”
“여, 여유가 된다면.”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그러자니 고개를 끄덕인 넬이 이내 업적 퀘스트창을 꾸욱 눌러 위치를 확인했다. 대한민국 전도가 떠오르며 동쪽 해변가 근처의 산에 마커가 표시되어 깜빡거렸다.
“그럼! 일단은 퀘스트네요.”
“여행도 겸해서, 말이야.”
“아, 유하님이랑 둘이 가실 건가요?”
“음…. 아니, 뭐 다들 부르지 뭐.”
동료라는 어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나는 적당히 중얼거렸다. 어쨌든 다들 적당히 아는 사이인만큼 그다지 문제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다들 연락을….”
“단체 메시지 하나씩 돌리면 되겠지, 뭐.”
“네엘…?”
넬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여러 개의 메시지창을 띄우고 모두 같은 메시지를 작성했다. 여행갈 일이 좀 생겼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린슬렛과 트리슈, 베디비어에게. 오늘 오후로 시간을 잡아, 카페로 오라고.
그리고 보냈다.
“주, 주인님 넬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책임 못 져요….”
“? 뭐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맡아, 주신다고요…?”
카페로 돌아가 여행에 대한 걸 전하자 유하의 반응은 그러했다. 낡은 커피머신을 닦아내던 손길이 멈칫한 채여서 나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믿을 수 있는 전문 바리스타를 보내준다고 하셨어.”
“으음….”
그런 내 말에 당황스러운 듯 신음을 흘린 유하가 계속해서 커피머신을 청소했다. 믿을 수 없다는 걸까. 이쪽에서 막힐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터라 나는 슬쩍 앞머리를 매만지며 설득할 말을 생각했다.
“괜찮지 않을까? 회장님이 한 말이니까….”
“저는 그게 걱정인 거예요.”
“뭐?”
뜻밖의 소리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정현 회장님은 그, 우한 그룹의 회장이시잖아요? 그런 분이 왜 저희에게 그런 호의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그, 그냥 대학생 후원하면서 멘토가 되는 취미가 있다던데? 나 말고도 여기저기 꽤나….”
“준, 거짓말을 하면 티 나는 거 알아요?”
“으윽….”
유하의 눈이 가늘게 뜨여졌다. 그리고 나를 재단하듯이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넬은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
더 이상의 거짓말은 힘들어보였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유하는 그런 내 고백을 가로막았다. 의아해 고개를 들자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누나에게도 말해줄 수 있겠죠?”
“….”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잠시 손을 잡은 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앞치마를 두른 유하의 모습은 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 그렇지.”
그리고 나는 선물에 대해서 떠올렸다.
“선물.”
이제 와서 거짓말이 통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나는 품안에 잘 넣어두었던 포장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반대 손으로 그걸 받아든 유하는 이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보았다.
“저, 저는 이런 화려한 건 별로 안….”
“아니야. 어울릴 거야.”
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게 꽃무늬가 들어간 손수건을 펼쳐든 유하의 얼굴에 즐거운 기색이 깃들었다. 그러더니 이어서 넬을 향해 말을 이었다.
“넬도 선물 받은 거예요?”
“아…. 네넬! 저는 회장님한테요!”
“후후, 잘 어울려요.”
“유하님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아, 머리에 묶어볼까요?”
자매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평소에 머리를 묶어두는 끈을 당겨서 풀어낸 그녀가 손수건을 길게 접어 손에 쥐었다.
디멘션 커넥터가 그녀의 뒷모습을 스캔해 거울처럼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를 정돈한 유하가 곧이어 손수건으로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
“어때요?”
“잘 어울려.”
“여신 같아요!”
“네, 넬도 참….”
찬양에 가까운 넬의 발언에 유하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딱히 틀리진 않은 말이었다. 머리를 묶어 새하얀 목이 드러난 유하는 여신 같았다.
이 세계로 추방당한 아름다운 여신.
“그래서…. 여행은?”
“아, 음….”
“가자. 유하 누나.”
“으음, 준?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곤란할 때면 그렇게 애교 부리는 거 알아요?”
“그래 보여?”
나는 눈썹을 치켜떴다.
“….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유하는 웃었다.
“가요, 여행.”
이어진 승낙에 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반응에 유하는 즐거운 듯 날 바라보았다.
“그렇게 좋아요?”
“물론이지. 유하랑 어디 가는 거 되게 오랜만이잖아.”
“데이트라면 지난번에도 했었죠. 후후.”
“응, 이번에는 사람도 많아서 더 재밌을 거야.”
“…. 네?”
그리고 유하가 굳어졌다.
“괜찮아, 다연이랑 시우랑, 채영이랑…. 내 친구까지. 모두 유하가 아는 사람이니까.”
“아, 그렇군요.”
“?”
“하아, 주인님….”
차갑게 대답하는 유하와 한숨을 내쉬는 넬의 모습에 나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느지막한 오후, 린슬렛과 트리슈, 베디비어에 발렌타인까지 모두가 카페로 찾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어째선지 따로 앉게 되었다.
입구 쪽 테이블에 나와 베디비어, 발렌타인.
가게 안쪽의 소파에 유하와 린슬렛, 트리슈, 넬.
…. 뭔가 자기들끼리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하는데,
“맛있네요, 커피.”
“좋은 가게네. 그치?”
“네, 발렌타인님.”
눈앞의 커플은 여유롭게 커피를 음미하는 중이었다. 발렌타인이 아메리카노에 베디비어가 카푸치노.
“너희들 결국 그대로 가기로 한 거냐?”
나는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베디비어와 발렌타인이 서로를 부르는호칭과 말씨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뭐가 말인가요? 저희는 그대로인데.”
하지만 베디비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카푸치노를 마셨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뭔가 미묘하게 다른 기류를 느꼈지만….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니, 문제는 그게 아니지.
“…. 근데 말이지.”
“네, 타나.”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빼빼로와 발렌타인이 집중했다. 나는 약간 등이 오싹한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침울해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유하.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린슬렛.
웃는 얼굴 안에 칼날을 감춘 듯한 트리슈.
마지막으로 그런 세 사람을 흥미롭다는 듯(허락까지 받아가며) 지켜보고 있는 넬까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린슬렛과 트리슈는 오늘 무척이나 꾸미고 왔다는 인상이었다. 화장도 진했고 머리도 반짝거린다는 느낌.
“나, 뭔가 실수라도?”
나는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물었다.
“…. 무, 문자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 대체 어디가.”
오해가 없도록 최대한 단순히 내용만 전달했을 뿐인데. 거기에 뭐가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슨 문잔데 그래?”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던 발렌타인이 입을 열었다. 녀석은 베디비어의 쪽을 바라보았으나 나는 먼저 아까 전에 작성했던 메시지를 눈앞에 띄워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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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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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여행 갈 일이 생겨서 그런데.
네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괜찮으면 이따 5시까지 카페로 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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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모르시겠나요?”
그리고 발렌타인 역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베디비어 역시 증세가 심각하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대체 뭐가.
========== 작품 후기 ==========
걸즈 토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