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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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 : 잠깐의 휴식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후….”
그러자 반대편에서 내게 안겨 있던, 바니걸 복장의 트리슈가 웃었다. 얼굴이 상기된 채 땀으로 범적이 되어 그녀는 내 어깨를 아래쪽으로부터 잡고 당겼다.
“기분 좋았어?”
“….”
우리는 섹스 중이었다.
끈적끈적한 정액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망사스타킹, 중요한 부분(?)은 가위로 잘라낸 것 마냥 뚫린 채였다. 내가 빤히 바라보자니 이내 그 사이에 손을 넣고는 트리슈 옆으로 돌아누웠다.
“어, 어딜 보는 거야?”
부끄러운 건지 얼굴을 붉힌 트리슈가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신기해서.”
“…? 자기한테는 없는 거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오해가 더 불거졌군.
“하윽….”
해명을 하는 대신 나는 그녀의 유두에 입을 맞췄다. 반쯤 돌아 누워있던 트리슈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젖은 음부를 매만졌다.
뭐 물론, 그게 신기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운동으로 다져졌음에도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가녀린 선을 유지하는 그녀는 신비로웠다. 손에 꽉 들어차는 부드러운 가슴, 가느다란 허리의 위에 명확히 형태를 그리고 있는 11자 복근 그 아래로 뻗은 골반과 긴 다리.
마지막으로 그 모든 걸 받쳐주는 새하얀 피부까지.
“아앙…! 오, 오빠 왜 갑자기?! 흣!”
손가락 두 개로 감쌀 수 있는 얇은 손목과 발목. 그 모든 게 신비롭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한동안 트리슈의 온몸 구석구석을 탐사하듯 입을 맞췄다.
“아, 다른 옷으로 할래?”
바로 그 순간, 휙, 하고 옷이 뒤바뀌었다.
안경을 쓴 그녀가 조그마한 지휘봉을 가볍게 입에 물고는 윙크를 했다. 녹색의 머리는 틀어 올려 묶은 채라, 나는 ‘교사’인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상황 페티쉬…?”
그리고 침대에 평범한 방이 학교의 책상으로 뒤바뀌었다. 눈썹을 찌푸린 트리슈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안 돼…! 준은 선생이고 난 학생인데!”
“….”
“아 참참, 반대구나…. 준은 학생이고 난 선생인데!”
“….”
“하읏! 학생의 자(삐이-)에…!”
비속어 필터가 일을 했다.
나는 어쩐지 잠깐 짜게 식는 기분을 느끼고는, 뒤를 이어 가볍게 웃으며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위에서 슬쩍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자 트리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내 볼멘소리를 중얼거렸다.
“너, 너무 진지하기만 하다니까….”
“이제 와서 빼는 거야? 선생님.”
그리고 다시금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진부한 표현이긴 했으나 그거 이외에는 우리의 상태를 명확히 설명해줄 길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조심스럽게 허리를 밀어 넣어 그녀의 반응을 즐겼다.
내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건 바로 이것이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 행위는, 신체의 쾌감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다. 뇌의 생각하는 흥분에 따라 감각은 강해지고, 지치지도 않는다. 소위 말해 ‘맛있는 부분’만이 테이블에 올려 진 채라는 것이었다.
안에 사정해도 임신의 걱정이 없다던가.
여성 역시 남성만큼이나 흥분에 이르는 속도가 빨라진다던가. 그런 식으로 모든 과정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덕분에 약간 위험성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흣, 하앙! 아앙! 아아앗…!”
트리슈는 즐기는 듯했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당겨 귓불을 깨물었다. 달콤한 신음소리가 퍼져,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저기, 오빠…?”
그리고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런 걸, 구했는데.”
종류를 알 수 없는 알약이었다.
나는 허리를 멈추고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조그마한 혀 위에 알약을 올린 트리슈가 조심스럽게 내밀어 나는 일단 입으로 가져와 삼키지는 않고 놔두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래.”
그리고 뱉었다.
“으엑?”
“싫어.”
“왜애? 더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구해왔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트리슈는 약을 거부한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딱히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도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마약이나 마찬가지잖아.”
“진지하기는…. 그렇게 치면 이것도 꽤?”
“뭐?”
“사이버 섹스도 꽤 중독성이 있지 않나 싶어서.”
“….”
그러고 보니 3일 째였다.
밤마다 트리슈가 이런 식으로 가상 세계로 초대를 한 것이. 사실 섹스보다도 이후에 내 품에 안겨서 이것저것 세계일주를 하는 느낌으로 각종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는 듯했지만.
“자, 잠시만.”
나는 약간 고민에 빠져 그녀로부터 떨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트리슈를 뒤로 한 채 뒤로 돌아서 책상을 짚고서는 섰다. 그래 아직도 교실이었다.
“타나 오빠?”
“미안, 잠시….”
뒤쪽에서 트리슈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나는 어깨를 움츠린 채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나 또한 단순히 편한 길을 택하고 있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매번 진지하다니까.”
바로 그 순간, 트리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윽…?!”
“트리슈는 괜찮지 않나 싶은데, 이 정도는.”
트리슈의 손이 젖은 내 기둥을 움켜쥐었다. 어깨에 가볍게 입을 맞춘 그녀가 반대편 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고서는 기둥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오빠?”
쾌감에 뇌가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사실 요 3일 내내 트리슈가 하자고 조른 이유 있잖아…. 오빠한테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해서 그런 거야.”
“뭐, 어…?”
손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이미 쿠퍼액과 트리슈의 체액으로 젖어있던 그것이 다시금 마구 섞이며 난잡해졌다. 트리슈는 그것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랜슬롯이라던가…?”
“윽!”
“어머, 반응이 좀 더 좋아졌는데?”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웃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척추 부근으로부터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쾌감에…?
“크흑?!”
은밀한 구멍 속으로 무언가 들어왔다.
내 엉덩이를 쥐고 슬쩍 벌린 트리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머리 한구석에 혀의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나는 버티지 못하고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버텨냈다. 하지만 그녀는 봐주지 않았다.
“트, 트리…?!”
“좀 참아봐, 남자잖아?”
“아니, 그게, 무슨…?!”
“역시 괴롭히는 맛이 있다니까. 오빠는.”
가학적인 목소리였다.
“윽!”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허리를 움찔움찔 떨며 사정했다. 미리 낌새를 느낀 트리슈는 손으로 귀두 끝을 잡아 정액을 받아냈다.
“아아, 정조도 없는 자(삐이-)네.”
즐겁다는 듯 웃은 그녀, 하지만 눈은 정액을 보고 약간의 달성감에 취한 채였다. 고개를 비튼 채 사정감의 끝에 취해있던 나는 이내 트리슈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걸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아, 선생님. 어떻게 하실래요?”
그리고 그녀는 책상에 기대어 앉았다.
옷은 어느 샌가, 교복으로 바뀐 뒤였다.
“…. 젠장.”
나는 참지 못하고 트리슈를 향해 달려들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시야 먼 곳에서 자명종이 울리는 것이 보였다. 길게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시우는 몽롱한 상태에서 걸어 서랍장 앞으로 향했다.
“하으….”
정해진 위치에 도달하자 자명종은 곧바로 사라졌다. 귓가에 울리던 소리도 멎었다. 시우는 길게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비비고는 방을 나섰다.
얼마 전에 유료 구매로 산 이 ‘먼 곳에 두어서 끄려면 일어나야 하는 자명종’은, 확실하게 잠에서 깨워주기는 했으나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서울 시내의 평범한 아파트, 어제 힐을 신고 걸은 탓인지 아직까지 발꿈치가 아팠다. 그녀는 쏟아지는 햇살에 눈썹을 찌푸리며 화장실로 들어섰다.
이를 닦고, 세안을 하고.
음 오늘도 예뻐.
화장기가 없이 수수한 얼굴을 한, 시우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웃었다. 어제 실컷 시달린 탓일까 저도 모르게 혀를 깨물며 스스로가 그토록 예쁜(?) 사실에 감탄하던 그녀는 이내 화장실을 나섰다.
“잘잤어?”
그리고 마주쳤다.
“….”
천장의 등에 머리가 닿는 남자와.
다른 말로 하자면 오빠.
“왜, 왜 여기에 또?”
시우는 당황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대답은 부엌 안쪽에서 들려왔다.
“왜냐니, 네 오빠니까 당연히 올 수도 있는 거지.”
“엄마?!”
그러자 안쪽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엄마가 앞치마를 두른 채 웃어보였다. 평범한 인상의, 여성으로서는 괘나 키가 큰 사람이었다. 180정도 되는 아빠와 별달리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
“자 당신, 국 퍼요.”
“음.”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빠가 국을 퍼서 식탁에 날랐다. 수저가 총 네 개, 좁다란 식탁에 늘어선 광경에 시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뒤를 돌아보았다.
“무, 무슨 일이야…?”
어제 그 남자와 그렇고 그런 일을 벌였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빠를 보게 되다니. 시우는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냥, 가끔 아침이라도 먹으러 오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가끔이 아니라 3일 내내잖아!”
“그랬나…?”
고개를 갸웃거린 준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탁으로 가 앉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던 트리슈는 일어난지 5분만에 지치는 걸 느끼며 식탁에 앉았다.
역시 비좁다.
엄청나게.
“우으으….”
“자 그럼,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
“어제도 모였거든!”
트리슈는 웃으며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을 잘라냈다. 하지만 씨알도 통하지 않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그렇게 평범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
딱히, 싫은 기분은 아니네.
트리슈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 있던 오빠의 밥그릇에 자신의 밥을 반쯤 덜어주었다. 그러자 반대편에 있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다.
“시우야, 왜? 입맛이 없어?”
“요새 체중 조절 하는 중이야.”
“왜! 네가 뺄 곳이 어디에 있다고! 그쵸, 여보?”
“음.”
“…. 요새 소속사 들어갔거든요.”
“오, 오빠!”
“아, 말 안했던 거야?”
얼굴이 빨개져 소리치자 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했다. 소속사도 아니고 그냥 소개만 받은 거고,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서 말을 안하고 있었던, 다시 말해 복잡한 상황이었던 시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 어디니?! 어딘데 그래?!”
역시나 거센 반응이 돌아왔다.
“아니 그…. 소속사는 아니고….”
“얘는! 엄마가 너 대학 그만두고 집에서 놀면서 가수 준비한다고 할 때부터 얼마나 걱정한지 알고 그런 소리야?! 네 아빠도 한숨도 못 자고! 그쵸, 여보!”
“음.”
“말해보련, 응? 시우야!”
이 바보는 괜한 소리를 해서….
시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반대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다고 밥을 먹어대는 오빠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시선을 받은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입을 열었다.
“걱정 마세요, 엄마. 얘 남자친구가 꽤나 좋은….”
“….”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에 냉랭한 공기가 감돌았다. 시우는 바보 같은 헛소리를 한 준우를 노려보기보다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 음.”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입에 밥을 다 털어 넣고서는, 국을 쭈욱 마시고.
“아, 아빠?”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근육질의 중년 사내는 천천히 부엌을 나섰다. 그가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두 자녀와는 달리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 등에 대고 말을 걸었다.
“당신 엽총 사러 가요?”
“음.”
“그럼 올 때 국 간장 좀 사와요.”
“음.”
그리고 뒤를 이어,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굳어져 있던 트리슈는 이내 식탁을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왜왜왜왜, 왜 엽총을?!”
“어머, 얘는 버릇 없게.”
“아니 아빠가 왜 엽총을 사러 가는 건데!”
“당연히 쏘기 위해서가 아닐까…?”
“누구를!”
“누구겠니.”
“….”
“아, 아하하….”
시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다물었고 뒤를 이어 준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왠지 그런 그가 미워진 트리슈는 크르릉, 낮은 소리를 내며 돌아보았다.
“사귀는 거 아니라고오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