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바닥이 움푹 파이는 게 느껴지며 라이오넬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양팔을 위로 들어 올린 녀석은 잡기를 시도하려는 듯 팔을 뻗어왔다.
튕겨내고 안면에 펀치를 한 방.
하지만 먹히지 않고 다시금 잡기가.
괴상한 격투로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과 계속해서 치고받으며 격투를 벌였다. 하지만 라이오넬은 별달리 주먹을 내뻗지 않고 방어로 일관하며 계속해서 잡기를 시도했다.
크게 한 방 노리겠다는 건가.
하지만 민첩성은 꽤 찍어두었단 말이지…!
“하앗!”
유효타가 턱에 한 대. 녀석의 몸이 반응을 보였다. 거대한 몸이 휘청거리는 모습에 나는 허리를 바싹 조인 채 그대로 라이오넬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발끝으로부터 힘을 끌어 모아…!
온힘을 담은 강렬한 어퍼컷이 작렬했다. 라이오넬의 턱이 위로 들리더니 이내 몸이 기우뚱하며 중심을 잃고선 뒤로 넘어갔다. 나는 더욱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녀석을 제압하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깨달았다.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헬멧 안쪽의 눈이,
“큭?!”
죽지 않았다는 걸.
팔이 잡혀, 동시에 당겨졌다. 녀석은 내 복부에 발을 걸치며 동시에 뒤로 내던졌다. 시야가 빙그르 회전하며 나는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뒤를 이어, 팔이 아직도 꽉 잡힌 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와중, 나는 팔이 비틀려 자리에서 억지로 일으켜 세워졌다. 뒤를 이어 라이오넬이 장전된 주먹을 나를 향해 휘둘렀다.
“…!!”
팔로 막아냈으나,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아니, 방탄복을 입고 지근거리에서 산탄총을 맞은 느낌이었다. 녀석은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마냥 쓰러지지 않고 나를 압박해왔다.
“큭…!”
팔을 잡아당긴, 라이오넬은 그대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녀석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쳐댔으나 통하질 않았다.
녀석은 무적인가?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는 건가?
“라이, 오넬….”
팔 길이도 차이가 심해, 펀치를 휘둘렀지만 닿지 않았다. 나는 점점 몸에 힘이 빠져가는 걸 느꼈다. 몇 번이나 유효타를 먹여도 통하질 않는 상황에 절망마저 느꼈다.
“커, 헉!”
목에서 위험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타나 오빠!!”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라이오넬이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며 무릎을 꿇은 내 앞으로 트리슈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 리슈….”
“이 괴물은 대체 뭐야?!”
놀라 중얼거린 그녀가 반대편에 처박힌 라이오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복부를 움켜쥔 상태로, 대검에 얻어맞아 상당히 큰 대미지를 입은 듯했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나는 트리슈의 부축을 받아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잔해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뭣….”
트리슈의 눈가에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 스쳤다.
라이오넬이 일어서고 있었다.
가슴을 거대한 대검에 관통당한 채.
“쏘았나. 걸다. 행동을 통해. 내 대검.”
그리고 일어선 녀석은 가슴에 박힌 대검을 내려다보고 이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나와 트리슈는 어이가 없어져 라이오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뭐라고 말을 하는 거야?!”
“네가 대검을 활에 걸어 쐈냐는 것 같은데….”
“으엑, 오빠 저런 말도 할 줄 알았어?”
“….”
이 녀석에게는 번역기가 설치되지 않은 걸까.
“혹시 어느 나라 말인지 알겠어?”
“그, 글쎄. 아니, 잘 모르겠어. 아프리카 쪽?”
“그쪽인가. 트리스트람.”
그리고 라이오넬은 트리슈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하다. 사냥. 둘 다.”
스스로의 가슴에서 대검을 뽑아내며.
“…. 저거 에픽 몬스터 아니지?”
“아마도.”
나는 어이가 없어져 중얼거렸다.
뒤를 이어 녀석이 도약해왔다.
대검을 뒤로 한 채, 그것을 포탄처럼 쏠 준비를 하고.
스파다를 뽑아들며 동시에 근본 승계를 시전, 나는 곧바로 대응을 할 준비를 마쳤다. 어깨에 돋아난 방패를 보고 트리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싸우려고?!”
“그럼 어떻게 해!”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트리슈를 보호할 요량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도약해 이쪽을 향해 날아들던 라이오넬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흑…!!”
한 300톤쯤 되는 덤프트럭과 부딪친 느낌이었다. 뒤로 지익 발을 끌며 밀려난 나는 쉬지 않고 다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린슬렛의 방패와 대검이 만나며 다시금 크게 불꽃이 일어났다.
어쨌든 가속도가 붙지 않게 해야…!
“뭐 이런 거랑 정면으로 싸우려고 들어?!”
“트리슈?!”
온힘을 다해 버티고 있자니 나를 타고 위로 뛰어오른 트리슈가 사격을 가했다. 짧은 화살이 라이오넬의 어깨를 꿰뚫었다. 나는 버티고 선 라이오넬의 힘이 약해진 걸 느끼고는 곧바로 대검을 튕겨냈다.
그리고 스파다를…!
“으오오오옷!!”
검을 휘둘러 목 위쪽으로부터 비스듬히 걸어, 나는 전력을 다해 라이오넬을 베어냈다. 착실하게 손에 감기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칼은 심장 부근에서 멈췄다.
“…?!”
아니 물론, 이것은 게임이다.
심장에 닿는다고 해서 인간이 죽지는 않는다. 평소보다 심각하게 ‘게임의 신체’가 대미지를 입을 뿐.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버텨내고 있다. 이 검을.
목 부근을 통해 심장으로 파고드는 검을.
그리고 난 스스로의 모순을 깨달았다.
‘이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하겠다.’ 잘도 그렇게 맹세한 주제에 나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상으로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근육을 조여 버텨내고 있는 라이오넬이,
“이, 자식…!”
그만큼 비현실적이었기에.
“….”
“뭐야, 이 사람….”
약간 지니고 있던 장난기조차 지워버린 채, 트리슈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눈앞의 광
경을 믿지 못하고 있다. 확실힉 검에 베여 벌어진 틈 사이로 검정색의 연기 같은 게 일렁이는듯한 모습을.
그리고 라이오넬이 움직였다.
스스로의 심장에 거의 근접한 검을 쥐어내고, 녀석은 비틀어 쥐어짜내듯 들어올렸다. 그 손 사이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나는, 그걸 순간적으로 단순히 게임의 연출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았다.
“약하군.”
그리고 녀석이 중얼거린 뒤,
“…!!”
나는 날아드는 대검에 얻어맞았다.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디멘션 커넥터가 뇌를 조작해, 통증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그게!!
“타나…!!”
버티지 못하고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가던 중, 나는 가까이 다가온 트리슈의 목소리를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 윽…!!”
뭔가 괴상한 감촉에 바닥으로 엎어지며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가까이 다가온 라이오넬이 내 옆을 바라보았다.
따라서 고개를 돌린 나는,
“트리, 슈….”
바닥에 쓰러진 트리슈를 발견했다.
나를 받아준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순간적으로 몸이 오싹해졌다. 라이오넬의 대검에 얻어맞고 튕겨져 나갔을 때의 충격, 부딪친 장소가 딱딱한 벽이었다는 사실이 순차적으로 떠올랐다.
라이오넬이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새끼…!!”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나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몇 번이고 스파다를 휘두르며 본능이 이끄는 대로 라이오넬에게 맞섰다.
하지만 통하질 않는다.
대검은 무기이되 동시에 방패였다. 그걸 어떻게든 꿰뚫어 넘어서더라도 내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어째서지?
왜지?
왜 이 녀석은 대미지를 입지 않는 거지?!
“으아아아아앗!!”
절망에 지쳐 가상으로 도망치려는 뇌를 붙잡듯 나는 기합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어깻죽지의 방패를 앞으로 내세워,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가디언 서핑…!!”
물리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나는 라이오넬의 방패를 향해 돌진했다.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대검이 튕겨져 옆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
그리고 나는 녀석의 가슴에 검을 찔러넣었다.
손에 감각은 있다.
분명 있다.
하지만…!!
“왜!!!”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상태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눈앞의 남자에게.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서있는 남자에게.
“왜 통하질 않는 거냐고!!”
“….”
절망과 무력감이 몸을 휘감았다. 지금의 상황이, 차라리 다 거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묻는다. 너에게.”
“제대로 말하라고!! 이 빌어처먹을 새끼야!!”
“이유. 있는가? 멸망의 이유. 이 게임.”
“나는…!!”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라이오넬을 노려보았다.
“이 빌어먹을 것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까!”
“….”
“그러니까 싸우는 거다!”
“이유, 하찮은.”
“그러는 네놈은 어째서인데! 무슨 이유로 협력하는데!”
“위하다. 나의 심장.”
녀석이 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의 사람. 나의 조국.”
그리고 녀석의 눈이 한순간 의아함에 휩싸였다.
“하지만 역시, 신비한 존재. 인간.”
“뭐…? 커헉!”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자니 이내 나는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눈앞에 대검이 드리워진 채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복부를 꿰뚫은 상태였다.
“너, 이, 자식…!”
필사적으로 팔을 내저었지만, 라이오넬이 대검을 뽑아내자 나는 버텨내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지나쳤다.
일어나야만 한다.
움직여라, 다리야.
하지만 뇌는 절망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라이오넬을 향해 돌아섰다. 녀석은 기절한 트리슈를 향해 다가가 어깨에 들쳐 멨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거기, 서….”
“눈, 죽은. 하지만 뒤바뀌다. 사자의 눈.”
팔을 뻗어보았지만 녀석은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 이내 훌쩍 뛰어올랐다. 나는 비틀거리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참기 힘든 통증이 느껴졌다.
“주인님!”
넬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하지만 정신은 이내 아득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