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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28화 (128/321)

128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자!”

달리던 도중, 트리슈가 손을 양쪽으로 힘차게 펼쳤다. 그러자 손바닥으로부터 무언가 빠져나왔다.

“…?!”

녹색의 선 같은 게, 양손으로 뻗어져 나오며 3차원으로 된 공간을 눈앞에 형성했다. 마치 마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트리슈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주변의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는 듯했다.

굉장한 능력이다.

마치 옛날 게임의 ‘맵핵’ 같은….

“이쪽!”

트리슈는 때때로 내 팔을 당기며 방향을 인도했다. 우리는 기왓장을 밟고, 때로는 날아든 카메라에 의지해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익룡들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진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골목 쪽으로 내려서자,

“저쪽이다!”

“잡아!”

“칫…!”

계획된 작전이었던 것일까. 곳곳에서 다람쥐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공룡의 등 위에 올라타 있는 상태였다. 어둠에 잠긴 좁은 골목, 아까 보았던 머리가 단단한 공룡이 다람쥐를 태운 채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트리슈가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를 쳤고,

“먹어라!!”

다람쥐 병사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언가를 우리를 향해 쏘았다. 푸슈욱, 하는 분사음과 함께 꼬리에 불꽃을 매단 그것은 로켓포의 포탄이었다.

“하아…?”

“트리슈!!”

한순간 어이가 없다는 듯 트리슈가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미리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던 나는, 트리슈의 팔을 당기며 포탄을 팔로 막아냈다.

“크흑?!”

폭발과 함께 격통이 몰려들며 몸이 튕겨져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반대편의 담벼락에 부딪쳐 땅에 엎어진 나는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 너!”

한순간 당황해 나를 바라보던 트리슈가 분노해 몸을 돌렸다. 머플러가 휘날리며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공룡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굳게 땅을 디디고 서있는 얇은 다리를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트리슈!”

공룡이 괴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트리슈는 몸을 숙이고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을 깜빡일 정도의 짧은 순간, 그녀는 공룡의 양 발에 화살을 두 발 쏘았다. 그 위력에 나는 화살이 공룡의 발등을 뚫고 바닥에 박혔음을 짐작했다.

“이게 진짜…!!”

기우뚱, 하며 공룡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트리슈는 이를 악문 채 몸을 비틀어 반쯤 벽을 박차고는 공룡의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그때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다람쥐에게,

“무슨 설정이냐고!!”

“케헥?!”

호쾌한 래리어트를 먹였다.

“….”

그래, 프로레슬링 기술 그거.

팔꿈치 안쪽에 전력을 다해 얻어맞은 다람쥐가 나와 마찬가지로 반대편의 벽에 처박혔다. 바닥에 쓰러진 공룡이 발버둥을 쳐댔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트리슈는 이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바보야! 피하란 말이야!”

“…. 너 터프하구나.”

“한 번만 더 그런 행동하면 진짜 화낼 테니까!”

전력을 다해 거부하고 있다.

내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꿋꿋하게 소리친 그녀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지붕 위로 올라섰다. 약간 의아한 채 일단 그 뒤를 따른 나는, 카메라를 다시금 주변으로 날려 보내는 트리슈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려고?”

“지상을 무력화시켜야지.”

그리고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미리 말해두는데, 좀 제대로 할 거니까.”

“뭐?”

내가 약간 놀라 되물었으나 트리슈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뒤였다.

빠르…?!

그런 자각에 뒤를 이어 나는 그녀가 좀 더 높은 지붕 위에 올라선 것을 발견했다. 놀라서 뒤를 따라가니 트리슈는 진지한 얼굴로 주변에 스크린을 띄웠다.

이것이 그녀의 진정한 능력인가?

정보전의 대가…. 그것이 기사인 트리스탄으로서 트리슈가 가지고 있는 힘인 걸까.

“좋아….”

뭔가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인 트리슈가 활을 매달고 있는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러자 무언가 바람 같은 게 모이는가 싶더니 활이 녹색으로 빛나며 두 배는 더 거대해졌다.

시위를 당기는 동작도 없이, 그녀는 활을 쏘았다. 두텁게 빛나는 화살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더니, 이내 힘을 잃고는 아래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미도리 샤워.”

트리슈의 말에 뒤를 이어 뭉쳐진 화살이 곧이어 수백 갈래로 나뉘어 땅으로 떨어졌다. 미도리 샤워…. 라는 작명 센스가 뭔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 광경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화살이 정확하게 꽂혔다.

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지상을 돌아다니고 있던 공룡들의 발등에. 스크린을 통해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춰졌다. 지붕 끝에 서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동시에 파악하는 트리슈의 모습을 보던 나는 경외심이 드는 것을 느꼈다.

대단하다.

이것이 트리스탄과 트리슈가 합쳐진 결과인가.

“타나 오빠.”

바로 그 순간, 트리슈가 날 돌아보며 이름을 불렀다. 약간 멍해져 있던 나는, 뒤를 이어 이쪽으로 활을 겨누는 그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살이 쏘아져, 이내 명중했다. 끼익, 하고 내 뒤쪽으로 날아들던 익룡의 안면에.

“조심해야지.”

“…. 그래.”

나는 추락하는 익룡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가까이 다가온 트리슈가 요염하게 웃었다.

“왜? 트리슈한테 반한 거야?”

“응.”

하고 솔직하게 감탄해 말하자,

“….”

그녀는 돌연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솔직하게.”

“그, 그쪽이었구나.”

“? 그럼 뭐라고 생각한 건데.”

“아~아무것도 아니야.”

“….”

새침하게 돌아선 트리슈는 다시금 지상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어이가 없어 볼을 긁적거리고 있던 나는 그때까지 함께 트리슈의 능력을 구경하던 넬을 바라보았다.

“왜 저래?”

“그, 글쎄요오.”

넬도 이상한데.

뭐 더 생각해봤자 별 수 없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붕 위를 걸어 조심스럽게 트리슈의 뒤를 따라갔다. 어쨌든 그녀는, 이 행동을 통해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얕보지 말라고.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

하지만 뭔가 다르지 않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건 준우가 하고 있는, 트리슈에 대한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며.

“?! 주, 주인님!!”

바로 그 순간, 넬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본 나는, 거대한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익룡의 등 위에서 뛰어내려 나를 향해 유성처럼 추락하고 있었다.

라이오넬…!

그 이름을 머리에 되새기고 다음 순간,

“주인니이이임!!”

거대한 대검이 복부에 꽂히는 감각이 들었다.

아니,

꽂히지, 않았다…!

“크흑?!”

근육이 한순간 놀랄 정도로 크게 몸을 비튼 나는, 그대로 탄환처럼 스쳐지나가는 대검을 눈으로 확인했다.

검이, 지붕을 박살내며 잔해가 튀었다.

“라이, 오넬!!”

“…!”

뒤를 이어 검을 쥐고 있던 라이오넬이 미끄러지며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검정색의 바이크 헬멧, 나는 지지 않고 이마를 힘껏 뒤로 뺀 뒤,

“여기에는, 왜!!”

부딪쳤다.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과 나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나는 불투명한 판 너머에 있는 검정 눈동자에서 짙은 살기와 의지를 느꼈다.

그대로 몸이 얽혀, 지붕을 박살낸 녀석과 나는 아래로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흙먼지를 한가득 뒤집어쓰고 이내 중심을 잡은 나는, 반대편 도로에 떨어져 중심을 잡고 일어선 라이오넬을 노려보았다.

저 녀석이 여기는 왜?

이해할 수가 없다.

할 킬러즈가 이 퀘스트를 막으러 올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아니 그렇다면…. 다른 녀석들도 있다는 걸까? 가웨인이나 우아랑? 아니면 다른 기사가?

하지만 생각에 결론을 지을 여유는 없었다.

“타나 오빠!!”

“트리슈?!”

우리 사이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트리슈의 모습에 나는 놀라 소리쳤다. 가만히 대검을 든 채 서있던 라이오넬이 곧이어 트리슈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 덩치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도망…!!”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마치 회오리처럼, 대검이 공간을 가르며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대검은 라이오넬의 손을 벗어난 상태에서 트리슈를 향해 날아들었다.

“엑…?!”

그리고 그것은 트리슈의 복부에 명중했다. 거기에 낚아채어진 양 트리슈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트리, 슈…!!”

나는 허겁지겁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뒤를 이어 라이오넬이 도약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스파다를 뽑을까?

아니, 늦었다.

“…!!”

주먹을 휘두르고, 녀석 역시 그렇게 했다.

안면에 충격을 느끼며, 주먹에 묵직한 감각을 느꼈다.

나는 뒤로 발을 끌며 물러나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뇌가 흔들리는 감각에 어쩐지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일어섰다.

몸을 그렇게 통제했다.

한순간 뇌가 흔들렸으나, 개의치 않고.

“….”

반대편으로 밀려난 라이오넬 역시 중심을 잡고 일어선 상태였다. 하지만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본 결과, 녀석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묻자.”

“….”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말하다. 예전, 박살낸다. 너. 내가.”

“그래서 왔다는 거냐?”

“의지, 개인의. 관계없는, 가웨인과.”

“….”

굳이 개인의 의지라고 강조할만한 이유가?

“싸워라. 남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녀석이 주먹을 들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고 가볍게 스텝을 밟았다.

“위험한, 그렇기에 좌시할 수 없다.”

“어려운 말로…. 번역을 해주는군.”

하지만 순서가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심호흡을, 밤의 차가운 공기가 뜨거워진 속을 달래며 동시에 몸의 근육이 뇌의 명령을 이행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는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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