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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22화 (122/321)

122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나는 모르가나를 들여 보였다.

“퀘스트랑 전혀 다른 방향인데요?”

“엿이나 먹으라고 해.”

“…. 트리슈님의 퀘스트까지 수포로 돌아가면?”

“엘레노어한테 말 좀 잘 해줘.”

나는 금세 말을 바꾸어 넬을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쉰 녀석이 이내 말을 이었다.

“넬 같은 게 이야기한다고 들을 리 없겠지만….”

하지만 다음 순간,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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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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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화 속의 하이재킹

난이도 : ★★★★★★★★☆☆

내용 : 기차를 완전한 탈취를 저지하고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세요.

제한 시간 : 00:55:16

보상 : 경험치 1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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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퀘스트 내용이 바뀌었어?

“네, 넬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기분 나쁜 자식….”

다 보고 있었다는 건가.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머뭇거리고 있던 검표원이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어 누구와 그렇게 대화를….”

“아무것도 아닙니다. 곧바로 대피 준비를 해주세요.”

그녀에게는 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따라서 설명의 불필요성을 느낀 나는 말을 툭 끊어내고는 모르가나를 들었다. 가볍게 정신을 집중하자 보석에 꼬리가 달린 빛이 휘감기며 모여들었다.

“넬, 세밀한 컨트롤은 맡겨둘게.”

“어떻게 할까요?”

“…. 트리슈를 제외하고 열차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의 디멘션 커넥터를 종료시켜줘.”

“트리슈님은 어째서….”

“녀석에게는 다람쥐가 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여차할 때,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녀석밖에 없었으니까. 잠에서 깰 때의 이야기였지만.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네, 네…! 아, 그리고!”

“?”

“저, 음, 얼굴 봤다고 말 안 할게요….”

무슨 슈퍼 히어로도 아니고.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인 채 중얼거린 검표원이 곧이어 주먹을 꾹 쥐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내 손에 쥐고 있던 모르가나를 기동시켰다.

파르스름하게 왼쪽 눈동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범위 내의 인간들을 색적, 곧바로 넬이 디멘션 커넥터를 종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좁은 화장실을 빠져나가 곧바로 열차의 머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뒤!”

하지만 다음 순간, 넬의 외침에 고개를 돌린 나는 허리 부근에서 로프를 쏘아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다람쥐들을 발견했다. 그 수는 대략 열 마리 정도.

“무슨 특공대냐!”

“왕궁 호위대다!”

굵직한 목소리로 전방에 있던 다람쥐가 소리쳤다. 자세히 보니 머리를 모히칸처럼 세운 녀석이었다. 왕궁 호위대니 뭐니, 알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쨌든 앞쪽으로 유인을…!

“꺄악?!”

하지만 길목에 뒤쪽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허리를 숙여 의자를 뛰어넘거나 하며 다람쥐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눈앞에 사람이 사라지자 멍하니 있던 녀석은, 내가 눈에 띄자 곧바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이 반란군 놈!”

반란군이니 혁명군이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린데!

그렇게 외친 순간, 뒤쪽에서 격발음이 들려왔다. 가볍게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간 나는, 머리 위로 조그마한 총알이 스쳐지나가는 걸 느꼈다.

“크윽!”

맞으면 긴 대바늘이 몸에 쑥 박히는 듯한 감각이겠지. 그런 생각에 자동으로 소름이 돋는 걸 느낀 나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뒤쪽에서 가끔씩 총알이 날아드는 걸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객실 내부를 질주했다.

어떻게든 머리 부분으로…! 왜냐면 ‘충돌이 없도록’ 호위하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넬! 가장 앞 칸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다섯 차량이에요!”

젠장, 열차 한 번 더럽게 기네…!

그렇게 생각하며 객실 연결부의 문손잡이를 잡은 나는, 이내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무슨 이유에선지 문이 잠긴 채였던 것이다.

“잠…! 큭?!”

“얌전히 항복해라!”

그리고 그 사이, 뒤쪽의 문을 열고 나타난 다람쥐들이 나를 포위했다. 사방에서 총구가 겨누어져 나는 문을 등지고 서며 동시에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넌 포위되었다. 항복해라. 반란군.”

“아까부터 뭔지 모를 소리를…!”

앞으로 나선 모히칸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되받아쳤다. 하지만 이내, 눈앞에 겨누어진 총구들의 숫자를 어림짐작하고는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야겠지 싶었다.

“네놈이 혁명의 불씨를 운반하는 자와 함께 있다고 들었다. 얌전히 불씨를 내놓고 사라져라.”

“….”

젠장, 이걸 꼭?

“대답해라. 반란군.”

“나에게는 없다.”

“뭐?”

“불씨, 그건 물론 그 소녀에게 있지.”

“혁명의 소녀…!”

와 씨 이거 죽겠네.

당황해 뒤로 물러서는 모히칸의 모습에, 나는 슬쩍 빠져나갈 길을 방도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망령 신체를 쓰고 그 시간동안 전투를?

기차의 속도는 더욱이 높아져 긴 터널 속으로 접어들었다. 객실 내부가 어둠에 잠겨, 터널의 불빛이 벽에 윤곽을 만들어냈다. 나는 시야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곧바로 망령 신체를 사용하자 마음먹었다.

“후우, 좋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모히칸은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손을 뻗었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린 나는….

“그럼 이제, 죽어라.”

나를 겨누고 있는, 로켓포를 발견했다.

“큭?!”

바로 다음 순간, 나를 노리고 포탄이 발사되었다. 탄두는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였으나 거기에 맞은 나는 이어진 폭발에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망령, 신체…!”

불길한 예감을 하고는 곧바로 스킬을 시전 했다.

그리고 내 몸은 반대편에 있던 강화 유리창과 충돌해 곧바로 바깥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나는 한순간 시야가 멀어지는 걸 느끼며 초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와 터널 사이에서 몸이 튕기는 걸 느꼈다.

“…!!”

믹서기에 갈리는 듯한 감각에 나는 이를 악 문 채 그것을 견뎌내며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기차에서 떨어지기 직전, 끄트머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렸다.

“빌어, 먹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터널이 끝나가고 있다. 나는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열차 위로 올라탔다. 바람에 머리가 세차게 흩날려, 터널 안의 매캐한 공기가 느껴졌다.

“젠장….”

일단 한 차례 위기는 넘겼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는 건 다람쥐 놈들이 뭔가 했다는 걸까. 말인즉슨, 녀석들이 이 기차를 운행….

“주인님!”

바로 그 순간, 나는 터널 끄트머리에 솟아난 뭔가에 얼굴을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리고 몸이 벌러덩 뒤로 넘어가며 나는 코에서 괴상한 감각을 느꼈다.

다행히 망령 신체가 아직 적용 중이었지만….

뭐, 지?

“고, 고드름이라니?”

넬이 놀라 중얼거렸고 나는 누운 자세 그대로 고개를 들어 뒤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딱딱하게 뻗은 것은 분명히 고드름이었다.

그래, 고드름.

- 스테이지 :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는 않았지만….”

눈앞은 설국(雪國)이었다.

기차의 윗부분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신호소에 기차는 멈춰 서지 않고 폭주했다. 속도가 점점 빨라져, 나는 허연 입김이 나오자마자 뒤쳐지는 걸 느꼈다.

실존하는 현실에, 디멘션 커넥터가 가상의 눈을 덧씌웠다. 거기에 정보량 송신 합금이 차가운 감각을 느끼게 했다. 5월의 눈이었다. 푸른 산등성이가 새하얗게 물들고 열차는 폭설을 꿰뚫는 화살처럼 뛰쳐나갔다.

“와아….”

그런 풍경을 본 넬이,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확실히 나 역시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던 터라, 지금 같은 상황만 아니었다면 신기해했을 터였다.

지금만 아니라면 말이지.

“넬, 주변 경계 좀 도와줘. 뭐 보이면 말해주고.”

“네넬!”

넬은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펼쳐 떨어지는 눈송이를 받아들었다. 괜찮을까. 싶었지만 나는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녀석들이 기차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면….

“망자 소….”

아니, 아니. 그 전에.

나는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걸 느끼며 디멘션 커넥터로 검색엔진을 실행시켰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애용되고 있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다람쥐 천적. 이라고.

- 다람쥐의 천적은 여우, 족제비, 맹금류.

“호오.”

신뢰할 수 있는 결과냐는 둘째치고서라도 나는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가볍게 정신을 집중하자, 주변에 뼛조각들이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그 중 하나를 불러들였다.

성대가 없으니 소리는 낼 수 없겠지만.

뼈로 이루어진 매가 내 어깨에 올라탔다. 재킷 안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발톱이 느껴져, 나는 허리를 숙인 뒤 곧바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높이 날아오른 매가 꼿꼿하게 고개를 치켜들었고, 녀석이 보는 것이 공유되어 내 시야 한 구석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별달리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기찻길은 산악지대에 난 터널 몇 개를 곧바로 가로질러 나아가는 구조였다. 그리고 딱히 기차의 주행에 문제가 될 것 같은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열 개가 넘는 차량을 뛰어넘어 선두까지 도착했다. 날렵한 곡선을 자랑하는 차량은, 후미의 열차들을 이끌며 앞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한 나는, 끄트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곧바로 열차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몸을 비틀며, 동시에 창문을 깨부수고 차량 안으로 진입했다.

“뭐, 뭐야?!”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가볍게 착지한 뒤, 고개를 든 나는, 조종석에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자였다. 흰색의 제복 셔츠와 검정 바지. 기관사인 걸까.

“왜, 여기에?”

“다, 당신 누구야?!”

내 물음에 마찬가지로 질문으로 대답하는 기관사. 하지만 당황해 소리를 지르면서도 그읫 시선은 쭈욱 전방에 고정된 채였다.

“아서리안의 플레이어…. 입니다만.”

“뭐?! 그럼 이게 다 네 녀석의…!”

“그보다, 디멘션 커넥터는 어떻게?”

“젠장…! 갑자기 무전으로 뭐라 뭐라 이야기가 오더니 디멘션 커넥터가 뚝 종료되었다고!”

흥분한 그가 마구잡이로 소리쳤다. 하지만 현대에서, 기차의 세밀한 조종은 디멘션 커넥터를 이용한 증강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열차의 최대 속도가 시속 500km 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비상용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빌어처먹을! 에이, 좆같은 우한 미티어 같으니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친 그가 눈앞의 팝업창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나중에 우정현 씨에게 꼭 말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폭음이 들려왔다.

“윽?!”

지면이 덜컹거리며 문이 움푹 파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다시금 폭발이 이어져 나는 벽을 짚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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