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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21화 (121/321)

121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파티는 두 개로 갈라졌다.

퀘스트에 따라 트리슈는 내가, 발렌타인은 린슬렛이 보조를 맡아 각각 북쪽과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어쨌든 발렌타인과 트리슈는 관계상으로나 퀘스트상으로나 함께 할 수 없었고 트리슈와 린슬렛을 함께 두는 것 또한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정각에 도착한 린슬렛과 발렌타인이 먼저 출발하고, 나와 트리슈 역시 북쪽으로 가는 기차에 탔다. 요새는 열차가 꽤나 잘 뚫려 가는데 두 시간 정도가 걸리는, 그다지 피곤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잘도 자는군.”

트리슈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기어코 창가에 앉는다고 하더니만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 내 어깨에 기대어서 자기 시작했다. 덕분에 원치도 않게 어깨가 고정된 나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맛있냐.”

그리고 반대편의 넬은 한창 도시락을 먹는 중이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 묻자 넬은 입가에 밥풀을 묻힌 채 원망하는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세, 세 분만 아침 드시고! 너무하세요!”

“….”

“아, 기왕 먹는 거 더 맛있는 걸로?”

그리고 녀석이 도시락을 내려놓자, 그 앞에 무슨 마법처럼 테이블이 생겨나더니 그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스테이크가 나타났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볼을 빨갛게 물들인 넬이 활짝 웃으며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가상의 것이었긴 했지만 현실과 별다를 바 없이 정교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이내 시선을 피했다.

“맛있게 먹어라.”

“와아, 재미없어.”

그리고 넬은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넬이 알던 주인님이 아니에요!”

“아니….”

테이블을 휙 허공으로 내던진 녀석이 불만이 뒤섞인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마치 원래 자리에 없었다는 듯 테이블이 사라졌고 나는 지그시 이쪽을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에 턱을 당겼다.

“네! 아니에요!”

“아니 그게….”

“네! 그게 아니에요!”

말을 말자.

“넬은 술을 드셨을 때의 주인님만큼이나 지금의 주인님도 싫어요! 주인님답지 않아요!”

“너…. 내가 똑같이 보고 있는 건 알고 하는 소리지?”

현실과 가상. 어느 한쪽도 가짜로 치부하지 않는다고.

“네넬! 하지만 넬이 이상한 짓을 하면 가차 없이 뭐라고 하셨겠죠! 대체 왜! 오늘의 주인님은 왜!”

“…. 그냥 뭐라고 하는 것조차 싫어서.”

“넬?”

예기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굳어졌다. 나는 가볍게 볼을 긁적거리며 녀석을 향해 아껴두었던 감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무 한심해서 그냥 놔두려고 했던 건데.”

“히이잉…. 너무해요! 주인님!”

넬이 울먹울먹 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후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느꼈다.

린슬렛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딱히 걱정해줄 필요는 없단 말이지.”

“하, 하지만 걱정되는 걸요!”

“괜찮아. 괜찮아.”

나는 적당히 대답하며 여전히 잠든 채로 있던 트리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흐트러진 채 있는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

하지만 역시 싫어하겠지.

트리슈는 자존심이 강한 편이니까. 내가 준우로부터 세 사람의 과거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척이나 화를 낼 터였다. 자신을 동정하지 말라고 하겠지.

그래서 일부러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이 녀석…. 진짜 잘 자네.”

“어제 밤새 방송이라도 하신 걸까요?”

“글쎄.”

그건 알 수 없지만, 정말로 신기하게도 트리슈는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에 맞춰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 밥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쌩쌩하다 못해 날뛰던 녀석이 무슨 수면제라도 맞은 사람처럼.

잠깐, 뭔가 이상한데.

“트리슈.”

그런 생각에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트리슈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았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녀석은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갈 정도로 세게 몸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전혀 잠이 깰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주인님…?”

“뭔가 이상해.”

넬과 내가 말을 주고받고 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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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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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화 속의 하이재킹

난이도 : ★★★★★★★☆☆☆

내용 : 기차의 탈취가 발생하였습니다. 왕국군의 명령

에 따르되, 혁명가의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하

세요.

제한 시간 : 01:00:32

보상 : 경험치 1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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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이건….”

거기에 혁명가라는 건?

“손들어.”

그리고 다음 순간,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복실복실한 꼬리, 두툼한 양 볼. 까만색 해바라기 씨처럼 보이는 눈동자. 녀석은 의자의 등받이 위에 서서 나를 위협해왔다. 그리고 그 손에 들고 있는 건….

“손들라고 했다.”

돌격소총이었다.

“….”

다람쥐가 돌격소총을 든 채 날 위협하고 있었다.

나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얌전히 양손을 머리 위로 들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급행열차이기 때문인지 승객은 나를 빼면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표원이 표를 확인하고 있는 상태였다.

“저, 이건….”

안경을 쓴,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남자 승객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다람쥐를 보고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코레일의, 이벤트 같은 건가요?”

“예? 아, 음…. 저도 잘….”

“손들라고 했다.”

체구가 작은 여자 검표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다람쥐들은 두 사람을 향해 각각 총구를 겨누었다.

“사람의 말이 들리질 않는 거냐?”

너네 다람쥐잖아.

나는 어이가 없어 하마터면 그렇게 중얼거릴 뻔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이해가 됐다. 트리슈가 이렇게 잠들어버린 이유는 아무래도 이 퀘스트 때문이지 싶었다.

혁명가라는 건 그녀를 말하는 걸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이야기였다.

“넬, 트리슈를 부탁해.”

“앗…! 주, 주인님?!”

“네크로맨서 재킷, 기동.”

넬이 약간 만류하듯 소리쳤으나 나는 곧장 검표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람쥐가 들고 있던 총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조그마한 총알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검표원은 아직 반응조차 하지 못한 상태.

“꺄악?!”

나는 검표원을 끌어안고 등으로 총알을 막아냈다. 재킷 속에서 튕겨져 나온 마스크가 뒤늦게 땅에 떨어지며 강철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요?”

“네, 네에….”

조심스럽게 묻자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검표원이 내 얼굴을 보고는 볼을 붉게 물들였다. 나는 곧장 팔을 휘둘러 의자 위에 붙어있던 다람쥐들을 쳐냈다.

- 몬스터를 기습하였습니다.

- 전투 상태로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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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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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혁명을 저지하는 다람쥐

Lv : 75

Exp : 100,000

방어력 :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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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뭐…?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

다람쥐 셋이 모여 의자 시트에 내려앉았다. 이미 총탄을 쏜 시점부터 녀석들은 현실에 합금으로 몸이 구현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전의 흉탄 역시, 맞았더라면 부상을 입었겠지.

혁명이니 뭐니 하는 건 제쳐두고….

“잠시, 저 좀.”

“네? 꺅?!”

나는 검표원을 휙 안아들고는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람쥐들은 총을 등에 짊어지고는 우리를 쫓아와, 나는 차량 끝의 문을 열고는 곧바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좁은 화장실 쪽으로 검표원을 데리고 들어갔다.

“저…. 으, 이, 이건?!”

당황해 얼굴을 붉힌 그녀가 물었다. 나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임에도,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곧장 말을 이었다.

“아서리안이에요.”

“네…?”

“게임 속의 퀘스트인 거라고요!”

나는 그렇게 외침으로서 검표원을 현실에서 가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당황해 머뭇거리던 그녀가 이내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물러섰다.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승객이 몇 명인지 알 수 있어요?”

“아, 음…. 잠시만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디멘션 커넥터의 창을 띄우고 뭔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애초에 표가 없으면 열차 안에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검표원 같은 사람이 다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서른네 분이요.”

“….”

그렇다면 다람쥐의 숫자도 그 정도라는 건가. 아니, 눈앞의 검표원 같은 직원을 생각한다면 더 많아지겠지. 열차가 계속해서 덜컹거리며 달리는 걸로 봐서, 기관실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할 수 있어요?”

나는 모르가나에 대해서 떠올리고는 그렇게 물었다.

“네, 네!”

“이 열차에 있는 사람들의 디멘션 커넥터를 곧장 종료시킬 거예요. 그렇게 되면 승객들을 모두 데리고 열차 제일 뒤쪽으로 피해달라고 전해주세요.”

“디멘션, 커넥터를?”

“네, 당국에도 연락을 취해주시고.”

“아, 으 그건….”

“시간이 없어요!”

다그치듯 이야기하자 검표원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나는 곧바로 모르가나를 소환해 손에 들었다. 검정색의 빛나는 보석을 본 검표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당신들을 가상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는 장치죠.”

하지만 현실로부터 도망치게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위험한 것이었다.

“빨리!”

“네, 네!”

내가 재촉을 하자 검표원은 당황한 와중 주변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벽에 기대어 서서 기다렸다. 퀘스트가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길이었지만…. 민간인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젠장….”

기차 내부에서만 문제가 발생한다면 차라리 좋겠는데.

“돼, 됐어요!”

“당국 쪽에도?”

“네! 할 킬러즈가 출동한다고…. 그, 그리고 또 선로 쪽에도 방해되는 물건이 없도록 치워둔대요!”

그건, 애매한데.

“죄, 죄송해요!”

슬쩍 어두워지는 표정을 읽었는지 검표원이 곧바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나는 곧장 고개를 내저었다.

“저야말로.”

이건 내 잘못이다.

고개를 꾸벅 숙인 나는 곧바로 넬을 불러들였다. 허공에서 픽셀 덩어리와 함께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 주인님 어쩌실….”

“이걸 쓸 거야.”

나는 모르가나를 들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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