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
책임감이 강한 오빠.
그것이 세간에서 흔히들 말하는 준우였다. 그리고 준우 역시, 자신이 지니고 있는 한 가지 비밀을 제외한다면 그럭저럭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곧장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도왔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자각 정도는 있었으므로 그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살 차이가 나는, 그때까지는 고등학생이던 여동생의 귀가가 늦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다. 방임주의였던 부모님은 으레 있고는 하는 일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는 계속해서 거기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 걸 느꼈다.
“왜냐면 시우는, 노래를 하고 싶어 했거든요.”
“노래?”
“네, 노래.”
여동생은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그래서 연습생이 되기 위한 오디션을 여러 번 보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당시의 준우는, 그런 식으로 계속된 실패에 절망한 여동생이 엇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재킷을 입고 미행에 나섰다.
“당시에도…?”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타나토스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준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신이 부모님과 다른 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비밀은 바로 아서리안의 유저라는 것이었다. 딱히 엄청나게 빠져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다는 것에 흥미가 있어, 준우는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끔 플레이를 하고는 했다.
“그리고 시우 역시, 에스콰이어였죠.”
“그 녀석은 언제쯤부터?”
“저에게 에스콰이어라는 사실을 들키지 일주일 전쯤.”
“….”
타나토스는 약간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다. 여동생의 이상 행동을 눈치 채고 행동에 나서고 생각한 주기가 무척이나 짧지 않나 싶었다.
그때는 그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 걸까.
“그 아이는 발렌타인님을 멘토로 두고 있었죠.”
“발렌타인?”
그리고 다시금, 어이가 없어지는 이야기가 나왔다. 타나토스는 지금껏, 준우를 중심으로 두고 형성되어있던 발렌타인과 트리슈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왔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단 밀인가? 세 관계의 중심에 제일 먼저 있던 것은 트리슈였다고?
“네.”
고개를 끄덕인 준우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알고 봤더니 시우는, 가상에서 만난 친구가 유명한 재즈 음악가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자 더욱이 흥미를 가진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매일 밤마다 만나, 재즈 피아노를 배우고 있던 발렌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덧 준우까지 그 그룹에 어울리게 되어,
“저는 베이스 기타를 배우게 되었죠.”
딱히 이유는 없었다. 단지 권유를 받았기 때문에, 마침 가지고 있는 재킷의 능력 또한 ‘와이어’를 이용하는 것이었던 터라 준우는 그녀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런 성격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준우는 재즈 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두 사람의 꿈을 함께 쫓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일이 끝나면 베이스의 연주를 거듭하기를 1년가량. 재킷의 보조도 있어서 실력은 빠르게 늘었다.
준우는 깨달았다.
베이스가 재미있다는 걸.
“….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죠.”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생기고, 전에는 연주하기 힘들었던 곡들을 하나둘씩 마스터해나가는 것이 즐거웠다. 세 사람은 그렇게 어울리며 점차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 사람의 꿈이 되었다.
하지만 쥬브나일 포르노라는 명의로 발매한 첫 번째 음반은 실패로 돌아갔다.
“우리 셋은 각자 다른 생각을 했죠. 저는 단순히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그리고 발렌타인님은 재즈라는 장르의 한계라고. 하지만….”
트리슈는 달랐다.
“단순히 홍보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죠.”
아서리안의 내부에 ‘쥬브나일 포르노’가 생겨난 계기는 그것이었다. 트리슈와 발렌타인의 재킷은 정보를 모으는 일에 특화가 되어있었고 아서리안에서 그것은 무척이나 귀중한 특기였다.
발렌타인이 어디선가 배를 구해와,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이름의 종업원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개시를 시작하기 전, 트리슈는 어째선지 빼빼로라는 이름을 쓰는 건 어떠냐며 권유를 해왔다.
“그때는 무슨 이유인가 싶었죠.”
하지만 승낙했다. 여동생이 지어준 이름이었으니까.
트리슈는 그 후로 어째선지 노골적으로 발렌타인과 빼빼로를 이어주려고 했다. 둘만 남겨두는 일이 잦다던가. 아니면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는 식으로.
“그리고 저희는 사귀게 되었죠.”
딱히 서로에게 호감이 없지는 않았으므로.
“그거 아시나요? 전설상에서의 기사 트리스탄을.”
“뭐?”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새, 타나토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러자 준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삼촌인 콘월의 마크 왕에게 부탁을 받아 신부를 구하러 가죠. 그 신부가 바로 이졸데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트리슈는…. 저와 발렌타인을 이어주는 퀘스트를 진행하며 동시에, 그녀와 사랑에 빠지도록 유도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죠.”
“왜?”
“당연히…. 트리슈는 그런 성향이 아니니까요?”
“잠, 깐만.”
타나토스는 상황을 정리해야겠다 싶어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방금 전에 어쩐지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건 다시 말해….
“트리슈가 너와 발렌타인을 이어주는 게 퀘스트라니?”
“트리스탄이 되기 위한 에픽 퀘스트였던 겁니다.”
“….”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죠.”
발렌타인이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발렌타인의 아버지는 재즈 음악가도 아니었다. 단지 재즈 바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을 뿐. 트리슈가 알고 있던 발렌타인은, 거짓투성이였던 것이다.
그 간극을 트리슈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 빼빼로와 발렌타인은 점점 사랑에 빠져들었다. 트리슈는 그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망가져갔다.
할 킬러즈의 습격이 있기 전까지.
“쥬브나일 포르노가 거슬렸던 거죠.”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세 사람은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트리슈는 고민의 끝에 마지막 퀘스트를 완료했다. 빼빼로에게 이야기를 함으로서.
발렌타인의 진짜 모습에 대해.
“….”
트리스탄이 된 트리슈의 활약으로 세 사람은 위기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준우는 손을 다치게 되었다. 베이스 기타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 치료소에서도 신경 손상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 실수였습니다.”
준우는 그와 같이 이야기했지만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말하지는 못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관계는 무너져 내렸다.
준우가 가지고 있던 발렌타인에 대한 감정도.
“…. 트리슈는 쥬브나일 포르노를 떠났죠.”
하지만 발렌타인은 돌아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준우의 손을 치료하기 위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준우는, 그런 관계를 제대로 인정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쥬브나일 포르노의 음악을.
◇
이제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반대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준우를 바라보았다. 나는 스스로가, 녀석을 왜 ‘준우’라는 현실의 이름으로 부르는지 알아챘다.
빼빼로라는 이름은, 녀석이 선택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왜 트리슈를 놔두는 거지?”
그리고 알 것 같았다.
트리슈는 미움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했던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며, 트리스탄이 되어 어떻게든 유명해지려고 했던 자신을 오빠에게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모르겠, 습니다.”
“네 여동생이잖아!”
나는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슴이 조여들었다. 혼자서 몇 년 동안 외로워하며, 계속해서 오빠를 자극하려 들었던 트리슈를 생각하자면 어쩐지 그런 기분이었다. 거기에 녀석의 꿈 또한, 충분히 망가진 채였다.
현실과 가상의 간극으로 인해.
“트리슈는…. 슬퍼하고 있으니까요.”
“알아! 그런 것쯤은!”
“그런 사람에게 화를 내봤자 별 수 없지 않습니까?”
“말이 통하질 않는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당장에라도 눈앞에 있는 바보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꽂아 넣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녀석의 그 선한 부분에, 내가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는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또한, 이건 내가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였기에.
“…. 그래서 그 이유가 뭔데?”
나는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참아내며 물었다.
“그 이후에 저희는 조약을 맺었기 때문이죠.”
“조약?”
“네, 쥬브나일 포르노는 ‘함선’을 가지고 하수도 바깥으로 나오지 말 것. 그래서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함선…?”
내가 묻자 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그 이유는?”
“발렌타인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함선, 쥬브나일 포르노. 발렌타인. 우아랑. 몇 가지 연관이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차례대로 머릿속에 떠올린 나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우아랑과 발렌타인 역시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법 거래’라고 했던가.
“저를 환멸하시나요?”
“그래, 이유도 말해주지 않으니 더더욱.”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안다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겠죠. 어째서 제가 발렌타인…. 을 용서할 수 있었는지.”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은 공허했다. 하지만 이내, 무척이나 슬픈 기색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제가 택했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부서졌다.
“…. 널 구하러 가겠어.”
“네?”
내 말에 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건 널 위해서가 아니야. 발렌타인을 위해서도 아니지.”
트리슈를 위해.
스스로의 죄책감에 짓눌려, 최악의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저도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어째서 당신은, 이 게임을 끝내려고 하시는 거죠?”
“마찬가지로,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지.”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리춤에 걸치고 있던 타올이 사라지며, 평소에 입는 청바지와 셔츠, 재킷이 걸쳐졌다.
마지막으로 탄피처럼 튕겨져 나오는 마스크를 얼굴에 쓰며, 나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갤러해드가 그렇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재앙 속에서 날 구해주고 스러져간 그 사람이.
나는 뇌까리듯 중얼거리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사우나 바깥으로 나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현실로 돌아와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트리슈….”
나는 주먹을 꾹 쥐며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