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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11화 (111/321)

111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하지만 다음 순간, 뒤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놀라 천장 위를 올려다본 나는, 부스스 먼지가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던 나는 반대편의에 앉아있던 준우와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미루어보자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의 습격인 걸까?

“…. 저기, 발렌타인. 이렇게까지 호구가 된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인상을 잔뜩 찌푸린 트리슈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내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반대편의 발렌타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오히려 저는 당신이 데리고 온 손님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쨌든 이 ‘함선’에 습격이 왔다는 시점에서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쥬브나일 포르노의 위상이 어디까지 떨어진 걸까 싶을 정도로 말이야.”

“두 사람 다, 진정하고.”

“일단 올라가보죠.”

나와 준우가 가볍게 한 마디씩 건네 제지를 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물러났다. 나는 약간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걸 느끼며 트리슈의 잡고 갑판으로 향했다.

“네놈도 이곳에 있었군, 스컬.”

“….”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딱히 허가를 내려준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발목에 이르는 긴 코트를 흩날리며 갑판 위에 서있었다. 또각, 하고 부츠 굽이 울리는 소리를 냈다. 그 뒤쪽으로 마찬가지로 코트를 입은 남자 둘이 내려섰다.

“저, 대위님 이건….”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괜찮다.”

어깨에 거대한 대포 비슷한 것을 짊어지고 있던 조그마한 사내의 말을 쳐낸 우아랑은, 곧이어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나와 트리슈가 손을 잡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게임’을 아주 즐기고 계시는군.”

“무슨 일로 온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무시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트리슈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는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나는 도리어 꽉 쥐었다.

“가만히 있어.”

“뭐…?”

“손, 놓지 말라고.”

그리고는 목소리를 내리깔아 중얼거렸다.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던 녀석이 이내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 코웃음을 친 우아랑은 곧바로 트리슈와 준우를 돌아보았다.

“발렌타인. 너를 체포하겠다.”

“…. 어째서죠?”

“범죄자를 감방에 넣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저희는 일종의 ‘사법 거래’를 해둔 상태가 아니었던가 싶어서 말이죠.”

사법 거래?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우아랑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끝났다.”

그리고 그녀는 품안에서 수갑을 꺼내 발렌타인을 향해 내밀었다. 준우는 발렌타인을 등 뒤로 숨기려 들었으나 우아랑의 시선은 확고히 고정된 상태였다.

“얌전히 따라오겠는가? 아니면….”

“대위님…. 이쪽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상부에서….”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을 텐데.”

“하지만….”

“조용히 명령에 따르도록, 소위.”

우아랑은 분노를 참아내듯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중얼거렸다. 소위라고 불린, 대포를 짊어진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

“…. 다시 묻지. 따르겠는가.”

“거래를 한 가지 제안해도 될까요.”

그러는 사이, 생각에 잠겨 있던 준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자신의 팔을 당기는 발렌타인을 무시한 채 우아랑에게 나무로 된 오른팔을 내밀었다.

“저를 대신 체포해가심이 어떠신지요.”

“…? 이해가 가질 않는데. 이 배와 그 팔, 둘 중에 어느 쪽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지?”

“이 팔이 베디비어의 팔이라도 해도 말인가요?”

“뭐?”

역시 그럴 셈인가….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놀라 팔을 바라보는 우아랑이 반응을 보이길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평소에도 찌푸리고 있는 인상을 더욱 구긴 녀석이 입을 열었다.

“좋아. 계획을 바꾸도록 하지.”

“그렇다면….”

“네놈도 체포하겠다.”

준우의 말을 쳐내며 우아랑은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협상은 결렬, 아니 애초에 용납할 수 없었던 나는 품안에서 순식간에 스파다를 뽑아 우아랑의 목에 들이댔다.

“무슨 짓이지? 스컬.”

“그냥 둘 수는 없어서.”

“저항하겠다는 건가?”

“그럼 네 수염이라도 깎을 줄 알았냐?”

빈정거리듯 말하자 우아랑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나는 준우와 발렌타인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도망쳐, 시간을 벌 테니까.”

“타나토스님!”

준우의 외침을 뒤로 한 채, 나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 역시 지난번에 우아랑을 상대한 이후로 계속해서 레벨을 올려왔으니 녀석을 포함해 남은 둘이 모두 덤빈다고 쳐도 시간을 끌 수는 있겠지. 나는 우아랑의 목에 검을 겨눈 채 말을 이었다.

“트리슈, 이 녀석들을 부탁….”

바로 그 순간, 뇌가 사라지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쳤다.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배가 멀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 누군가 거대한 무언가를 든 채 서있었다.

검?

“라이오넬…. 고맙다.”

우아랑의 말에 준우에 버금가는 거구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검을 다시금 등에 꽂았다. 나는 반대편의 벽에 처박혔다.

“크헉!”

- 기습을 당하여 전투 상태로 돌입합니다.

- 방어력이 10 감소했습니다. (현재 40)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망령 신체를 사용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벽에 깨져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잔해가 후드득 오수로 떨어지는 걸 눈으로 보았다.

라이오넬, 이라.

‘기사’ 라이오넬이라는 건가.

“….”

저 자식,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우아랑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다시금 수갑을 꺼내 발렌타인과 준우를 향해 내보이고 있었다. 나는 뇌를 차갑게 물들이며 다시금 배 위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오빠, 들려?]

“트리슈…?”

하지만 갑작스레 트리슈가 말을 걸어와, 나는 벽에 처박힌 채로 멍하니 대답을 했다. 잠시 힐끔 이쪽을 돌아본 녀석이 양손을 허공 위로 들어 항복의 표시를 했다. 소위가 녀석을 가만히 감시하는 것이 보였다.

[배가 곧 침몰할 거야.]

“뭐라고?”

[되묻지 마. 이거 눈알 굴려서 타자치고 있는 거라서 엄청 힘드니까.]

그런 것치고는 엄청나게 긴 말을 하고 있는데.

[배가 침몰하면 여기서 곧장 탈출할 거야. 내 지시에 따라서 움직여.]

“….”

일방적으로 중얼거린 녀석이 이내 시선을 다시금 우아랑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녀석의 치마 밑으로 동그란 형태의 카메라가 세 개 튀어나오는 걸 발견했다.

저건, 무슨….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위로 솟아오른 카메라를 보고는 그걸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그리고 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큭! 이 범죄자 놈!”

“하아, 대위님…. 당연히 이러겠죠. 발렌타인인데.”

소위가 한숨을 쉬자, 한순간 비틀거렸던 우아랑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녀가 준우를 향해 달려들려는 걸 알아챈 나는 곧장 배를 향해 도약했다.

“뭣, 스컬…?!”

“도망쳐!”

나는 우아랑과 얽혀 갑판 위를 나뒹굴었다. 배가 완전히 기울어져 이내 물속에 잠겨들기 시작했다. 물살이 크게 솟아오르며 나는 우아랑을 물 쪽으로 밀어내고는 곧장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뭔가가 날아들었다.

“윽!”

라이오넬의 검이었다. 널찍한 부분으로 맞았는데도 방어력이 5 감소했다. 물 쪽으로 마치 야구 배트에 얻어맞은 공처럼 나가떨어진 나는 이내 물살에 휩쓸렸다.

“라이, 오넬…!!”

거대한 배가 물살을 가르며 엄청난 파도를 만들어냈다. 나는 곧장 망자를 소환해 물고기의 등에 타고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뼈로 된 물고기는 부서지는 배의 잔해에 휩쓸려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 역시 부서진 배의 나무토막에 깔려 심해로 추락했다.

젠장, 숨이…!

[타나 오빠?!]

“…!!”

트리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대답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속이어서 그런지 거대한 나무토막을 들어올리기가 버거웠다. 어쩔 수 없이 그때까지 옆에 있던 넬에게 눈빛을, 그러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트리슈 쪽으로 넘어갔다.

[…? 무슨 권한을, 꺅?!]

[주인님, 지금 물속에 깔려있으세요!]

[너, 넌 누구야?!]

[아~ 네비게이터인 넬이라고 해요!]

[어, 음. 야한 쪽으로 인도하는?]

[아잉~ 그건 아니지만요!]

…. 뭘 자기소개를 하고 앉았어!

그렇게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걸 느끼며 필사적으로 나무를 들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흐릿한 시야 너머로부터 무언가 쇄도해 들어왔다.

그것은, 검이었다.

“?!”

라이오넬이 상어처럼 나를 향해 검을 세운 채 달려들었다. 나는 이를 악 문 채로 망령 신체를 시전 했다. 그리고 이내 검이 복부를 꿰뚫었다. 정확히는 나무를 박살내며 복부를 가르고는 바닥에 처박혔다.

“….”

그리고 녀석은 날 힐끔 보고는 그대로 검을 놓은 채 수면을 향해 다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뭐, 대체…?! 무슨?!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복부에 박힌 검을 빼내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하지만 거의 내 키에 가까울 정도로 커다랗고 두터운 대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망령 신체의 지속 시간이 끝나가는 걸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다.

이대로라면, 대미지가…!

“트리슈님 바로 오신데요!”

그렇게 꼬챙이처럼 꿰여 있자니, 어느덧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온 넬이 소리쳤다. 녀석은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내 복부에 박힌 대검을 바라보았다.

제길, 어떻게…. 해야…!

“아, 아아…! 린슬렛님이라도 계셨으면?!”

린슬렛?

넬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테이터스창을 소환했다. 녀석의 말로 인해 방법 하나가 떠올랐던 것이다. 망령 신체의 지속 시간이 5초 안으로 줄어들고, 남은 정신력 수치를 확인한 나는 곧장 스킬을 시전 했다.

본, 테이커…!!

그리고 이어서, 가디언 서핑을…!

왼쪽 어깨의 재킷 형태가 변화하며 뼈로 된 방패를 이루었다. 동시에 그것이 물속에서 어깨를 휘감았고, 나는 몸이 대검 자루 부분으로 거슬러 오르며 이내 앞으로 튕겨져 날아가는 걸 느꼈다.

수면이, 가까워져…!

“푸하악?!”

크게 숨을 내뱉으며 수면 위로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수면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입안에 잔뜩 들어간 액체를 게워내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빌어, 먹을 놈….”

그리고 눈앞에는 녀석이 서있었다.

라이오넬.

검정색의 바이크 헬멧을 입고 있는 거구의 사내.

“….”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러자 수면 아래쪽으로부터 빠져나온 대검이 다시 손에 쥐어졌다. 스킬을 사용한 걸까.

“넬, 고맙다.”

“주, 주인님 다행이에요…!”

넬의 이야기에 나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의 상황을 확인했다. 라이오넬과 나를 제외한 녀석들은 모두 이곳을 빠져나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침몰한 배의 돗대만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넬, 트리슈한테 말 좀 전해줘.”

“네넬! 뭐라고 전해드리면 될까요?”

“난 됐으니 두 사람을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라고.”

“주인님은, 요?”

“….”

그리고 나는 라이오넬을 바라보았다.

레벨은 알 수 없다. 그 능력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구와 바이크 헬멧, 대검. 하지만 그쪽에 서있다는 말은, 가웨인의 첨병이라는 거겠지.

“이 녀석에게 한 방 먹여줘야겠어서 말이야.”

나는 뇌까리듯 중얼거리며 스파다를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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