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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05화 (105/321)

105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정말이라니까.”

오히려 네가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는데.

“그럼, 베디비어 퀘스트할 때 따라다녀도 돼?”

“트리슈랑 안 싸운다고 약속하면.”

“응, 걔는 말을 하면 짜증이 나는 타입이니까.”

죽이면 되겠지.

“….”

그렇게 중얼거린 린슬렛이 발랄하게 웃었다.

“노, 농담이야! 혀를 자른다던가.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정말로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니, 그게 더 무서운데요.”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 그거 알아? 여기에서 혀가 잘리면 재킷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말을 못해. 하지만 재킷을 벗어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대.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진짜 무서운데요.

“성질 더러운 여자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아?”

“성질….”

거기까지 들은 나는, 저도 모르게 말을 중얼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린슬렛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글쎄.”

확실히 나쁜 짓을 하는 녀석이긴 했지만….

“나는 게임에서의 그 녀석밖에 모르니까.”

아니, 그게 트리슈라는 녀석이려나.

“…. 역시 가슴이 큰 게 좋은 거야?”

“그, 그게 아니라!”

하지만 약간 이해하지 못한 듯, 린슬렛은 불만이 섞인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거기에 당황하고 있자니 녀석은 가볍게 내 코를 쥐며 말을 이었다.

“뭐, 나도 네 취향이 어떻건 상관없지만.”

“리, 린슬렛.”

“흥, 어차피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 그럼 사귀면 되잖아!”

“싫은데.”

“….”

차이고 말았다.

“티티랑 사귄다고 해서, 마음까지 다 가지게 되는 건 아니니까. 도리어 관계가 망가지겠지.”

잠깐 멍해져 있자니 린슬렛이 후드를 머리에 쓰며 내 어깨에 팔을 휘감았다. 안 그래? 하고 물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들었고 어리광을 부리듯 다시금 가볍게 입술이 맞닿다. 린슬렛이 눈썹을 찌푸린 채 웃었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됐어. 지금은.”

“…. 린슬렛.”

이번에는 내 쪽에서 용기를 내, 우리는 다시금 키스를 했다. 가볍게 혀가 얽히며 그녀가 약간 흥분한 듯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거 알아?”

“응?”

“아까부터 엉덩이 쪽에 뭔가 딱딱한 게 닿고 있거든.”

“….”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진짜로 할, 래?”

“….”

“아직까지는 ‘프렌드’라는 걸로.”

나는 견디지 못하고 린슬렛을 소파에 넘어뜨렸다.

사실 가상의 공간에서 하는 섹스는…. 완전한 만족감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기분이었다. 정신적인 교감까지는 있지만, 그것은 어쨌든 신체적인 쾌락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여성의 절정이라던가, 아니면 체액에서 초코 우유의 맛이 난다던가. 그건 모두 정신적인 만족에 의한 결과일 뿐이었다. 몸이 정말로 흥분했을 때는 현실의 신체가 사정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모두 ‘현실’의 일이었지만.

“아읏…!”

가볍게 셔츠를 밀어 올려, 가슴을 매만졌다.

린슬렛이 신음소리를 내며 내 등으로 손을 올렸다. 꿈틀거리는 근육을 그녀가 피아노처럼 매만졌다. 아까부터 그곳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아니,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정말로 이 선을 넘어버린다면….

하지만 몸은 멋대로 움직였다. 혀를 얽어 키스를 하고, 서로 체액과 숨을 교환했다. 시선조차 허공에서 얽혀 섹스를 나누었다. 나는 린슬렛의 약간 차가운 피부를 매만지며 바지 안으로 손을 뻗었….

바로 그 순간, 덜커덩.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

“다연아~ 엄마 왔어~!”

몸이 돌처럼 굳어져 있자니 바깥쪽에서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니 린슬렛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나는 반쯤 펄쩍 뛰어서 벽 뒤로 숨었다.

“어, 어어어어, 엄마?!”

“응, 어머, 넌 꼴이 그게 뭐니?”

바로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어머님이 린슬렛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히 내게서는 등을 돌리시고 있는 상태로…. 반쯤 말려 올라가있던 옷을 내린 린슬렛이 몸을 일으켜 세워 어머님을 끌어안았다.

“오, 오오오오, 오늘 늦는다며?!”

“어머, 얘가 왜 이래?”

“조, 조조조, 좋아서 그렇지?!”

어머님의 움직임을 봉쇄한 린슬렛이 고개를 들어 눈짓으로 문의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필사적으로 옆으로 걸어 어머님이 방금 지나쳐오신 복도를 통해 현관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 너 근데 누구 만나고 왔니?”

“으, 으응? 왜?”

“아니, 몸에서 남자 스킨 냄새가 나서.”

“지, 지하철 타고 왔으니까! 아하하! 하…!”

나는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나왔다.

다시금 밤거리로 빠져나와,

“들킬 뻔 했네….”

나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빌딩의 옥상 위로 내려섰다. 반쯤 붉어진 얼굴을 털어내듯 고개를 내저으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었지만, 사실 그때 어머님이 와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했을 테니까. 린슬렛과 내가 협의 하에 정해둔 선을 넘어버렸을 터였다.

“끄응….”

사실 그게 좀 애매한 문제긴 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난간에 털썩 걸터앉았다.

현실과 가상을 똑같이 보고 대한다.

그것은 그 두 가지가 혼재된 세계에 대항해 나 스스로 정하고 있는 규칙이었다. 그 구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가상의 세계는 인간의 도덕성을 손쉽게 망가뜨리기에. 고그와 모그가 그랬던 것처럼.

“….”

하지만 나 역시, 그걸 단순한 변명거리로 삼고 있는 건 아닐 런지. 이건 가상의 일이라고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그저 즐기고 있을 뿐은 아닌지.

“역시…. 결혼 자금이라도 모아둬야….”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주, 주인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넬이 디멘션 커넥터 안에서 스리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약간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넬. 혹시 주식 투자라던가….”

“아니아니아니, 대체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누구를?”

“….”

“어떤 쪽을?”

“….”

가슴이 후벼 파이는 듯한 감각이었다.

“설마 두 분 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당황해 소리치며 넬을 바라보았다.

“만약에 두 분 다 오케이하셔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당황해 똑같은 소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런 녀석이 세상에 있지도 않을 테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흐음, 넬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문제네요.”

“…. 보통 연애란 그런 법이야.”

“그런가요오?”

“그렇지.”

하지만 넬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모습에 나는 대체 지금까지 누구의 연애를 본 거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주인님, 예전보다는 더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뭐가?”

“처음에는 눈동자도 퀭~ 하고 아무것도 믿지 않아. 나는 외로운 늑대. 이러시던 분이. 헤헤.”

“….”

이 녀석,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

“힉?! 죄, 죄송합니다! 네비 주제에!”

“아, 아니.”

“잘못했어요! 아픈 건 싫어요!”

“내가 언제 아프게 했다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며 가까이 다가갔다. 한창 우는 시늉을 하던 넬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들었고,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덕이야.”

“네, 네넬?”

녀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우, 우우…. 갑자기 진지해지면 어떻게 해요?”

“그럼 놀리지 말던가.”

“그, 그것도 노림수였군요!”

“하하.”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걸 느끼며 뒤로 돌아섰다. 새벽이 완연히 차올라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어쨌든 뭐…. 그런 거겠지.

트리슈나 준우. 그리고 발렌타인까지.

세 사람의 관계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내가 그렇게 형성된 것처럼 이 아서리안이라는 게임을 통해 만들어졌을 터였다.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잴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트리슈는 그것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마다 내게 드러내보였다는 느낌이 들어서, 단순히 나쁘기만 한 녀석이라고 보기는 어딘가 힘들었다.

“견디기는 힘들지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을 디뎠다. 어쨌든 녀석이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유하의 눈에 띄지 않도록 내쫓아야겠다는 생각….

바로 그 순간, 검이 날아들었다.

“크헉?!”

“주인님!”

눈이 그것을 쫓았지만 몸은 반응을 하지 않았고, 검이 복부를 꿰뚫고 지나갔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알싸한 통증을 느꼈다.

- 방어력이 50 감소했습니다. (현재 0)

“단, 한방에…?”

“‘인간 불신’이라는 스킬 때문이지. 스컬.”

날 이렇게 부르는 건 한 사람밖에 없다.

“우아랑…?!”

나는 고개를 들어 옥상 끄트머리에서 다가오는 우아랑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나로 묶은, 청포를 땋아 내린 듯한 긴 머리. 그리고 코트와 굽이 높은 부츠.

“주, 주인님! 린슬렛님을?!”

당황한 넬이 제안을 했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린슬렛을 끌어들일 순 없었다.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만.”

“도무지, 협박처럼은 안 들리는군.”

조금 기다리자 통증이 버틸 만한 상태까지 돌아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가까이 다가온 우아랑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근의 건물을 눈으로 확인했다.

“조금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그리고 녀석은 내 턱에 주먹을 꽂았다.

뻐억, 하는 소리. 눈앞에 기절이라는 상태 이상이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내 정신 역시, 버티지 못하고 저편으로 굴러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사이버 섹스도 카운트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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