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화면을 공유했어.”
그 설명대로라면 카메라는 주차장으로 보이는 바닥 위에 이른 상태였다. 주변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하얀 선과 자동차의 모습이 보였다.
“저 위치에 거미를 떨어뜨려줘. 그리고 정확히 5초 동안만 묶어주면 돼.”
“5초?”
“응, 방어력이 이렇게 높은 녀석은 아무래도 큰 걸 쏴야할 테니까. 그보다 정말로 괜찮겠어? 이렇게 높은 곳에서 거미와 함께 떨어져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그렇게 중얼거린 뒤, 거미의 다리가 눈앞으로 파고들어 나는 몸을 날려서 피했다.
[고정을 시키는 거라면 내가 할게.]
그리고 빼빼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리슈, 어디로 가면 돼?]
“그러면 오빠한테도 공유해줄게.”
[알겠어. 이 위치라면 10초 안으로 도달할 수 있어.]
“오케이, 낙하 시간까지 계산해서…. 지금 바로 하면 돼. 타나토스 오빠.”
마침 망령 신체의 쿨타임도 돌아왔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나는 스킬의 이름을 읊조리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거미를 향해 뛰어들어 스파다를 녀석의 머리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물론 거미는 멈추지 않고 앞에 달린 다리로 내 몸을 꿰뚫었다.
“엑…?!”
한순간 놀란 트리슈의 목소리,
“스킬이나 준비해!”
나는 그걸 쳐내듯 외치며 녀석의 다리에 꿰뚫린 채 본 테이커를 시전 했다. 어깨 쪽에서 나온 그것을 린슬렛의 근본으로 뒤바꾸어 동시에 힘을 불어넣었다.
가디언 서핑.
한순간 방패에 모인 힘을, 돌진력으로 뒤바꾸어…!!
“크읏…!!”
나는 무거운 거미의 몸뚱아리를 이끌고 유리창을 향해 돌진했다. 다음 순간,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과 나는 허공 위로 함께 나가떨어졌다.
키이익, 하고 소리를 지른 거미가 허리를 구부리며 동시에 거미줄을 발사했다. 트리슈가 말한 대로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의 다리에서 몸을 빼냈다.
공중에서의 낙하가 이루어지기 직전, 몸을 비틀어 거미줄을 잘라냈다. 거미가 놀라 비명을 내질렀고, 나는 눈앞에서 잘려진 거미줄을 손으로 잡아 당겼다.
다시금 다리가 내 몸을 꿰뚫었다.
“징글징글한 자식…!!”
나는 그렇게 외쳤고, 이내 거미와 함께 얽힌 채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하반신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듯한 감각.
다음 순간, 폭음과 함께 나는 땅바닥에 처박힌 걸 느꼈다. 바닥의 잔해가 휘날리며 뇌가 그 영상을 천천히 재생했다. 거미를 쿠션 삼아 튕겨져 날아간 나는 반대편의 벽에 처박히고는 곧바로 몸을 가눴다.
[위치를 조금 벗어났어!]
트리슈의 외침. 그 말대로 카메라가 떠있는 장소에 떨어졌지만 거미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튕겨져 나가 조금 위치가 어긋난 상태였다. 끼긱,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미는 구부러진 다리를 피며 자세를 바로하려 했다.
내가 다시금 어깨를 들어 녀석을 들이받은 것과,
“타나토스님!”
준우가 도착한 건 거의 동시였다. 녀석은 곧장 기타를 휘둘렀고 와이어가 쏘아져 날아와 거미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내가 거미를 정확히 지정한 위치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는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드니,
[뒤로 빠져!]
거대한 ‘화살’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쪽으로!”
준우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팔목에 무언가 휘감기는 걸 느꼈다. 그것이 와이어라는 걸 깨닫고 다음 순간, 나는 팔이 당겨져 반대편에 서있던 준우를 향해 날아갔고, 우리는 몸이 얽혀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벽 뒤쪽으로 넘어가 잔디밭으로 낙하.
“큭!”
그리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그 상황을 잡아주었다.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지면에 처박히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미는 거기에 휘말렸는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내 거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타, 타나토스님?”
팝업창을 눈으로 훑던 중 준우가 나지막이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이런 폭발이라면…. 당연히 컨퍼런스가 중지될 것 같은데요.”
“….”
그렇게 이야기한 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설마 이런 식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일단 유하를 데리러 가야….
◇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
다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준은 재킷을 해제하고는 건물 안으로 달려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우는, 컨퍼런스장에 있었던 한 여성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면서도 여성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보내던 그의 모습이 기억났다.
소중한 사람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준우는, 눈앞에 팝업창이 떠오르자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거기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다.
손가락의 감각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였다. 불쾌한 삐걱거림도, 저림도 사라져 무감각했다.
구속구라고 했었지.
“딱히 유쾌한 기분은 아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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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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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베디비어의 여정 6/10
난이도 : ★★★☆☆☆☆☆☆☆
내용 : 열쇠를 가진 자들과 마주하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2,000,000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손의 구속구가 제약하는 부분
이 점점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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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창에 그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일단 지금 당장은 손가락의 감각만이 봉해진 상태였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점 팔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적잖이 신경 쓰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쾌감을 느꼈다.
그걸 굳이 바깥으로 표출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준우는 재킷을 해제하며 풀숲 뒤편으로 나갔다. 방금 전의 폭발로 경비원들이 모여들고 있었기에 그는 현장에 있었다는 걸 숨기기 위해 담을 넘어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퀘스트 클리어 했어?”
로비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시우가 웃으며 물었다. 방금 전의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모습에 준우는 볼을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 기술까지 쓰는 건 좀….”
“어쩔 수 없었잖아? 타나토스 오빠, 정말 바보던데. 그 상태에서 지하주차장에 처박혀서 싸우던 뭘 하던.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그건 그렇지.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작전이었다. 로비의 직원들이 할 킬러즈에게 신고를 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자신들 역시 얼른 자리를 피해야겠지. 결국 현실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마음에 드네. 사람들도 다치지 않았고.”
시우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을 잠시 곱씹던 준우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인과가 어딘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너와 내가 이쪽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다른 에스콰이어에게 퀘스트가 돌아갔겠지. 그 에스콰이어가 타나토스 오빠처럼 젠틀하게 퀘스트를 해결하려고 했을 것 같아?”
“그러려나.”
딱히 단정 짓기는 어려웠지만, 그와 같은 방식을 택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터였다.
“흥미로워. 그런 바보, 재미있어서 좋아해.”
“특이한 사람이긴 하지.”
사실 사람들의 안전을 신경 쓰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컨퍼런스를 중지시키고 싶지 않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서 넘길 문제를 어떻게든 끌어안으려 해보이다니.
하지만 그게, 타나토스라는 에스콰이어일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로비를 걸어, 뒷문 쪽을 향해 호텔을 빠져나왔다. 거리는 또한 소란이 빚어져 있었으나 할 킬러즈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대로변을 가로 질러 호텔과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걷던 준우는 이내 뒤를 돌아보았다.
여동생이 아직 옆에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
이레적인 일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을 하는 건지 턱에 손을 괸 채 있던 시우가 곧이어 준우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아는 사이야?”
“누….”
“타나토스 오빠지. 누구긴 누구야.”
뭔가 불길한데.
“나 소개시켜줘.”
“…. 귓속말하면 되잖아?”
“아니, 실제로.”
아이돌인 시우로서.
“나도 실제로 누군지는 몰라.”
그런 사실에 스스로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준우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뭐 저렇게 챙겨줘?”
“그, 을쎄.”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긴, 여자한테 인기도 많지. 저런 타입이.”
“…. 너 설마?”
“글쎄에?”
잠깐 당황해 물었던 준우는, 시우가 도리어 그런 반응을 재보기 위해 한 말이라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시우는 가볍게 큭큭거리며 웃고는,
“오빠가 신경 쓸 바가 아니잖아?”
표정을 굳혔다.
“수단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 위로 올라가기 위한?”
“응, 나는 오빠처럼 팔리지도 않는 재즈 ‘따위’ 할면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차갑게 말을 내뱉은 시우는 그대로 빙글,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려던 준우는, 이내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멍하니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건의 이후,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팔리지도 않는 재즈라.”
그런 모욕에도 준우는 화를 낼 수 없는 입장이었다.
◇
========== 작품 후기 ==========
모두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