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81화 (81/321)

81편

<-- Chapter 3 : 선율의 기사 -->

[음….]

슬며시 안으로 들어온 유하가 약간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내 한 차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뒤를 이어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어디를 그렇게 매일 밤마다 다니는 건지….]

“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방안으로 들어온 유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여기저기에 널린 옷가지를 줍기 시작했다. 아까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올 때 발로 끌고 들어온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현실의 그녀가 투영되고 있단 말인가?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런 쪽인 것 같았다. 유하가 재킷과 바지를 펼쳐서는 옷걸이에 걸기 시작하는 모습에 나는 당황해 입을 다물었지만,

“헤에…. 그렇다면.”

“큭?!”

이내 다시금 쾌감을 느꼈다.

“리, 린슬렛?!”

장난스러운 얼굴로 그것을 입에 문 그녀가 혀를 움직여 귀두 끝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 뒤로 털썩 드러누우며 유하의 움직임과 린슬렛의 펠라치오를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옷은 매번 걸어두고 자라고 했는데.]

구겨진 셔츠를 손에 들어 보인 유하는 문을 열어둔 채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열린 바깥을 바라보면서도 린슬렛의 정성스러운 애무에 몸을 떨었다.

“잠, 린슬렛…. 안 돼…! 지금은…!”

“여기는 이렇게 딱딱한데 무슨 소리르을….”

“으윽?!”

웃으며 중얼거린 그녀가 음경 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쿠퍼액과 타액으로 질척거린 그것이 움찔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마치 또 다른 인격처럼.

펠라치오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두 개로 늘어난 걸 느껴, 나는 린슬렛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기둥 아래쪽부터 혀가 타고 올라오며 이내 따뜻한 입안에 그것이 감싸이는 것이 느껴졌다.

[후, 여기다 두면 내일 입고 가겠지?]

그리고 유하가 돌아왔다.

“으윽….”

새로운 셔츠를 옷걸이에 건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서있다 이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확히는 VR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내가 아니라 현실의 몸이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집에 있어주면 좋을 텐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나는 그 말에 반응하는 것과 동시에 린슬렛의 펠라치오가 이어지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각에 휩싸였다.

유하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린슬렛은 애무를 하고 있다. 아니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가상과 현실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잘 자요. 준.]

그리고 유하가 방을 나설 즈음,

“크윽?!”

“웁?!”

나는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놀라 멈춘 린슬렛의 입안에 머물러 있던 그것이 맹렬하게 정액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마를 쓸어 넘기는 유하의 손길을 눈으로 바라보며 몇 번이고 허리를 떨었다. 쾌감에 뇌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파하…!”

그리고 얼마 후, 타액이 길게 늘어지며 린슬렛은 고개를 들었다. 아직 입안에 있는 것일까. 슬쩍 손을 들어 그걸 가리고 있던 린슬렛의 모습에 나는 당황해 티슈를 찾기…. 아니, 꺼내려고 했지만,

“리, 린슬렛?!”

그녀는 그것을 꿀꺽 삼켰다.

“초, 초코우유 맛이….”

“아, 아니 그건 아마 가상이라서….”

“헤에…. 이래서 다들 여기에 빠지는 건가?”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괴상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기쁘, 다? 아니…. 흥분된다? 모르겠다. 하지만 눈앞의 린슬렛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없이 짐승에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게 또 어쩐지 배덕감이….

모르겠어.

“근데…. 티티.”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자니 뒤를 이어 린슬렛이 내 위에 다시 올라탔다. 나는 저도 모르게 린슬렛의 입가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으, 응.”

“가버릴 때 ‘유하 씨’ 보고 있었지.”

“….”

“남 좋은 짓만 한 거 아닌지 몰라.”

“죄, 죄송합니다.”

“티티가 사과할 건 아니지만서두~.”

하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킥킥 웃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저도 모르게 네글리제 밑으로 손을 넣었다. 허리를 감싸고, 등 쪽으로 손을 뻗어 끌어안았다.

“린슬렛….”

“응, 티티.”

따스한 감각을 느꼈다.

뇌가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다들 그렇기 때문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눈앞의 그녀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구별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러는 게 편하기에.

“더, 더럽다고?”

츄, 하고 가볍게 입술을 마주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빠졌다. 하지만 나는 반쯤 무의식의 영역에서 몸이 움직이는 걸 느끼며 그녀를 다시 안았다.

“그렇지 않아.”

“티티이….”

그리고 이내 자연스럽게 린슬렛이 입고 있던 네글리제와 팬티가 모습을 감췄다. 새하얀 피부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나는 어쩐지 아쉬운 감정이 조금은 생기는 걸 느꼈다.

“뭐…. 리퀘스트라도?”

하지만 역시 들켜버리고 말았다.

“이, 이런 말하기는 좀 변태 같지만….”

“으응~?”

린슬렛은 어쩐지 즐거운 눈치였다. 나는 약간 망설이다 이내 천천히 생각했던 바를 내뱉었다.

네글리제가 요정 같았다고.

“요, 요정?”

린슬렛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멍해져 있던 그녀의 몸에 다시 아까의 푸른 네글리제가 입혀졌다.

“흐, 흥…. 티티가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린슬렛이 그렇게 중얼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입을 다물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다리 사이에서 미끈거리는 감각을 느꼈고 이내 엉덩이를 맞춘 린슬렛이 허리를 내렸다.

“읏~?!”

가볍게 삽입이 이루어지자 린슬렛이 턱을 들며 몸을 떨었다. 나는 행여나 아픈 건 아닐까…. 약간 그녀를 걱정해 멋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하반신을 타일렀다. 하지만 이내 린슬렛은 약간 놀리듯 날 바라보았다.

“겁쟁이이~.”

“….”

“약간 강하게 리드할 줄도 알아야지!”

“으, 으음.”

“평소에는 무뚝뚝하기만 한 게….”

아니 사실 요새는 딱히 그렇지도.

라고 생각할 즈음, 린슬렛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놀란 듯 있던 그녀가 이내 날 바라보았다.

“어, 엄마가 온 것 같은데?”

“….”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자, 잠시만 있어봐! 다녀올게!”

“아니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그러니까 티티가 초식남이라는 거야!”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옛날 말로 날 윽박지른 린슬렛이 이내 접속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순간 몸을 파르르 떤 그녀가 추욱 늘어졌다.

“린슬렛!”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라 품에 안겨있는 그녀를 다시금 일으켜 세워 바라보았다. 린슬렛은 눈을 감은 채, 고르게 숨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반응에 나는 ‘현실’ 쪽에서 강제로 몸을 흔들어 린슬렛을 깨웠음을 알아챘다. 나와는 정반대로 그녀의 정신에 대한 주도권은 현실에 있지만 가상과도 연결된 상태라는 말이었다. 뭔가의 기묘한 오류로 인해서.

“….”

당황스럽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니 곧이어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고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왜 들어올 생각을 했니? 딸.]

역시 린슬렛을 강제로 깨운 건 어머니인가.

[어, 음…. 엄마.]

[아서리안을 그만둘 거니?]

[그, 그건 할 수 없어! 싫어!]

[그럼 나가! 너 같은 딸은 필요 없으니까!]

“린슬렛…!”

나는 놀라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서로의 몸이 연결(?)된 상태라는 생각에 다시 주저앉았다. 린슬렛의 몸이 들썩거리며 찔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 흐윽?!]

그리고 현실 쪽에서의 그녀가 반응을….

[왜, 왜?! 울기라도 하게…?!]

어라?

어머님의 반응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방금 전에 린슬렛이 낸 소리에 약간 당황하신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실의 그녀가 지금 이곳에 남겨져 있는 몸과 감각이 연결이 된 상태라면….

어, 음. 뭐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정도라면.

‘초식남.’ 하는 말이 머리를 스쳐 계속 신경이 쓰이는 상황을 무시한 채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 아니…. 그러진, 않아.]

[왜?]

[난 엄마랑 이야기를 하려고 온 거니까.]

가볍게 가슴을 매만지며 천천히 허리를 흔든다. 린슬렛은 떨리는 목소리를 하면서 침착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마 뇌가 필사적으로 이성을 유지하려는 덕에 그쪽으로도 조절을 하려고 하는 거겠지.

[무슨 이야기를?]

[나, 나는…. 이 게임을 끝낼 거야.]

[어떻게? 무슨 수로?]

[그건 말해줄 수 없어.]

[…. 그런데 잘도?]

[하, 하지만 엄마도 알고 있잖아? 우정현 회장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시니까….]

[왜 어른들의 일에 네가 끼어드는 건데!]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이건 엄마 같은 어른의 일이 아니야! 나와 티티의 일이야! 난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힉?!]

나는 힘차게 허리를 밀어 올렸다.

[으, 으읏…. 흐으으으읏….]

[너, 너 몸 어디 다쳤니?!]

[아, 아니 아닙니다요오오오?!]

린슬렛의 질이 힘껏 조여들며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녀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고는 잠시 허리를 멈췄다.

[…. 어, 어어, 엄마.]

[하아, 왜?]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될까?]

[뭘?]

[엄마 딸이, 지금까지 엄마 말은 열심히 잘 들었잖아?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반항을 하려고 해. 나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변화야.]

진지한 목소리에 나는 허리를 멈췄다.

[이유가 있어.]

[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든.]

그 말에 어머님은 잠시 숨을 삼키는 소리를 내셨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하긴 잘생기긴 했지….]

[그, 그래서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

[엄마도 알아. 그런 딸을 키운 적은 없으니까. 이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이고, 네가 스스로 판단한 일이니까…. 말이지. 단순히 ‘그런 감정’에만 휘둘려서 그 아이와 함께한다는 선택을 한 건 아니잖니?]

[엄마….]

[사실 그래도 말리고 싶지만.]

[응, 알고 있어. 하지만 믿어줬으면 해.]

[…. 하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니까.]

[어, 엄마아아아….]

뒤를 이어 린슬렛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옷이 얽히며 나는 자연스럽게 어머님이 린슬렛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과정을 상상했다.

거기까지 들은 나는 이내 팝업창을 꺼버리고 슬쩍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이 뒤로 있을 화해의 과정에 더 이상 나는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삽입된 그것을 빼내려할 때쯤….

“야.”

하고 그 분이 돌아오셨다.

“…. 모녀가 화해의 시간을 갖는 게?”

퍼억, 하고 얼굴을 얻어맞아 나는 뒤로 풀썩 쓰러졌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린슬렛이 그런 내 목을 움켜쥐고는 서큐버스처럼 웃어보였다.

“이, 이이이이이!”

“리, 린슬렛님?”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망했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