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
린슬렛의 몸이 움찔, 떨렸다.
“티, 티?”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런 일련의 흐름이 무척이나 느려진 걸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아 린슬렛을 안아들었다. 스스로의 복부를 움켜쥔 그녀가 이내 나를 향해 피가 묻은 손을 뻗었다.
“나, 이상….”
“린슬렛!”
나는 피가 번지고 있는 린슬렛의 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모르가나로 인해 재킷과 디멘션 커넥터가 해제된 린슬렛은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쇼크로 멍해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진짜….”
“남들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기로 했을 텐데.”
인상을 찌푸리는 가웨인,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다른 요원에게 총을 건네주고 로프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린슬렛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요원들을 돌아보았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로프를 타고 다시 헬기로 돌아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헬기 위에 올라선 그가 다시금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아랫것들을 보듯이.
“큭, 가웨인?! 이게 무슨…!!”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 걸까. 주변에 있던 기사단원들이 할 킬러즈의 공격에 당황해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가웨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너희는 그냥 당해주기만 하면 돼.”
“젠장, 이 자식! 약속과 다르잖아!!”
그 말을 무시하듯 품안에서 담배를 꺼낸 가웨인이 거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씁쓸한 표정으로 린슬렛을 내려다보았다.
“미안하다. 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 좋아, 너에게도 들을 권리 정도는 있겠지.”
인상을 찌푸린 녀석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선동에 써먹을 만한 희생양이 필요했거든.”
“희생양?”
“그래, 복잡하게 분열되어있는 이 국내의 정세와 권력을, 할 킬러즈로 완전히 이양시켜야만 하니까.”
내가 되묻자 가웨인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내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린슬렛의 상처 위에 손을 얹은 채 그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할 킬러즈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공권력의 최고 위치에 서있는 집단이야. 범국가적으로 움직이며,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유지비용만 해도 엄청나지.”
하지만 이 통일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에스콰이어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아서리안에 관계되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는 대한민국이잖아. 하지만 할 킬러즈는 대한민국에서는 힘을 쓰질 못하는 걸까. 한국 에스콰이어들의 숫자와 수준이 많고 높아서? 아니야. 국가 권력의 앞에서는 뭐든 하찮을 뿐이지. 그렇다면 왜? 그 이유는 간단해.”
싸움은 점차 거칠어졌다.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철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스킬을 사용할 때 나는 번쩍이는 빛이 눈과 귀를 자극했다. 하지만 나는 가웨인의 말과, 점차 잦아들어가는 린슬렛의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걸 느꼈다.
“일부러 그러고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녀석은 진실을 말했다.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런 ‘게임’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 나는 현실의 가웨인을 눈으로 좇았다.
“기본적으로 아서리안은 돈이 되니까.”
“….”
“이 좁디좁은 땅덩어리에서 나는 에스콰이어가 전 세계의 10분의 1이야. 거기에 재킷은 같은 무게를 지닌 다이아몬드의 100배 이상 되는 값어치를 지니지.”
“그걸 ‘코트’로 만들어 팔아넘긴다는 건가.”
“그래, 아서리안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우한 그룹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계 프로그램에 따라 아서리안의 유저가 될 수 있으니까. 그 프로그램의 사용비만 하더라도 연간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내거든.”
“그래서 아서리안을…. 유지한다고.”
돈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그런 이유로.
“맞아. 아버지의 생각은 그래.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아서리안과 엘레노어가 하루라도 빨리 끝장이 났으면 바라고 있지. 특히나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우한 그룹이야. 그쪽 회장, 사건의 해결을 위해 온갖 지원은 다한다는 듯이 말하면서 정작 인권을 따져서 숨기는 게 많거든.”
그리고 녀석은 검은 보석을 내게 보였다.
“이 모르가나라던가.”
디멘션 커넥터의 권한을 빼앗아올 수 있는, 아서리안의 아이템을 개량해서 만든 장치.
“날 처음 봤을 때도 그걸로?”
“응, 단순히 시험하는 용도였지만.”
나는 일련의 말에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다. 가웨인이 마치 그것이, ‘아서리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하나의 ‘의견’인 것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아서리안은 유지되어도 좋단 말인가?
이런 광기가?
정녕?
“마치 그 20년 전의 북한 같은 거지. 그 말 같지도 않은 존재로 인해 국민은 나라를 위한 소모품이 되었고, 온갖 광기와 혼란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되었잖아.”
“너희는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거냐?”
“너희…. 라는 말은 좀 아니지만. 일단 아버지의 생각은 그래. 그때처럼 권력을 붙잡고 싶다는 거야. 사실 그 누가 이 이해할 수도 없는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 거겠지.”
“미친 새끼들.”
“큭큭…. 나도 그렇게 생각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인권의 유린에 대한 책임을 눈앞의 적에게 떠넘기고. 도저히 사람이 할 만한 짓거리가 아니야.”
가웨인은 비참한 얼굴로 웃고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서 껐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왕좌에 앉아있는 비비안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난 그걸 해야할만한 이유가 있거든.”
“그런가.”
“그래서 미안하지만, 너희는 희생양이 되어줘야겠어.”
모든 퍼즐 조각이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우정현이 나에게 린슬렛의 감시를 부탁했는가. 그녀를 보호하라고 요청했던 이유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결국은, 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에 불과했다.
“언제부터 린슬렛을 이용한 거지.”
“그녀와 비비안이 처음 만나, 서로의 개인 정보를 교환했던 시점이야. 우한 그룹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전 상무님의 딸이었으니까.”
이 녀석은 그깟 이유로 선택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넌 악당으로서 적당히 보기가 좋거든. 눈도 항상 맛탱이가 가있는데다, 얼굴에는 해골을 형상화한 마스크를 쓰고 있지.”
“내가 린슬렛을 죽였다고 할 셈이군.”
“그 밖에도 수많은 사고가 있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사건은 커다란 뉴스가 될 거야. 린슬렛이, 그리고 오늘 죽은 녀석들의 참혹한 시체로 인해, ‘할 킬러즈의 권한 강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겠지. 정확히는 그런 방향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도록 이끄는 거지만.”
타나토스라는 한 아서리안의 유저가 다른 유저를 죽인다. 그리고 그 유저는 사실 주다연이라는 이름의 소녀다. 그로서 전 상무를 정치적인 공작에 끌어들여 회장인 우정현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도록 압박한다. 국민들에게 아서리안에 대한 대응책을 더 강화하자고 호소한다.
현재보다 더욱 인권을 짓밟는 단계까지.
“왜냐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권력이 강해지면…. 그 권력을 이용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
그걸 위해서 이 자식들은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해온 걸까. 나는 창백해진 린슬렛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대체 언제부터 그녀를 이용해온 걸까.
이 개새끼들은.
“…. 린슬렛.”
나는 린슬렛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내 목소리를 뭐라고 판단한 걸까. 가웨인은 다시금 그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되도록이면…. 죽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생각에는 동조하지 않는 모양이군.”
“그래, 난 딱히….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런가.”
나는 앞머리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뭔가 깨달은 기분이었다.
스스로에 대해서.
나는 그러니까,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지만…. 화가 나거나 흥분을 하면 냉정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너도 결국 똑같은 개새끼인데 말이야.”
나는 화가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놈이다.
“뭐?”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가웨인을 강하게 노려보며 나는 몸의 상태 이상 회복과, 퀘스트의 클리어, 경험치 상승, 레벨 업 따위의 팝업창을 모두 쳐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엿이나 먹어라.
결국 뭐가 게임인데.
“결국 네놈들은, 가장 한심한 새끼들이었군.”
“하, 입이 거치네. 타나토스.”
“너 같은 위선자 새끼보다는 낫지.”
나는 분명 개자식이다. 게임을 깨고 말겠다는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 정작 이 광기에 뛰어들엇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그보다 더한 새끼다. 설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최악의 인간.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린슬렛.
게임을 현실로 보는 나.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게임을 이용해 현실을 조작하려는 개새끼들.”
그리고 나는 린슬렛을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에 가웨인이 머스킷을 들어 날 겨누었다.
“시체는 놓고 가시지.”
“? 대체 어디에 시체가 있다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린 후, 나는 가볍게 눈빛을 보냈다. 나와 마찬가지로 잔뜩 화가 나있던 넬이 스테이터스가 입력된 창을 집어던졌다. 가웨인이 그걸 받아들었다.
“레벨 84라고…?”
“원래는 50이었지.”
방금 전의 특별 퀘스트로 천 만이나 되는 경험치를 얻어 그렇게 상승한 것이었다. 스킬의 상승을 비롯해 신체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재킷을 봐. 가웨인.”
“네크로맨서….”
“그래, 나는 그런 새끼지.”
“하,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말했었지? 재킷은 그 사람의 성향을 반영해 만들어지고 설마 진지하게 믿….”
“너는 개새끼 재킷이 좋겠군. 가웨인.”
“…. 도발하는 거야?”
“네 아버지는 분명히 개다. 사람 이하의 가축 같은 생물이지. 뇌가 없이 본성으로만 행동하는 부류다.”
나는 주변의 상황을 돌아보며 머리에서 나오는 말을 제멋대로 지껄였다. 대부분의 기사단원들이 제압을 당해 수갑에 묶여있는 채였고, 할 킬러즈가 나와 가웨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잘 들으라는 듯 턱을 치켜들며 또박또박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넌 개새끼다. 아니, 정정하지. 그 뒤쪽에 서있는 너희들 전부. 개좆같은 새끼들이다.”
“여자 친구가 죽어서 슬픈 건 알겠는데….”
한숨을 내쉬는 가웨인, 하지만 그 얼굴에서는 참는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기가 차 웃으며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린슬렛을 안은 채, 고개를 들이밀었다.
“대체 언제부터 죽었다고 생각한 거지?”
“뭐?”
그리고 린슬렛을 내려다본 녀석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린슬렛의 재킷에 전류가 흐르며, 상처는 이미 정보량 송신 합금에 의해 지혈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혈색도 이미 원래대로 돌아온지 오래였다.
“내가 네놈에게서 재킷의 권한을 빼앗아왔다.”
그리고 나는 왼쪽 눈에서 불꽃을 피워 올렸다.
“린슬렛이 총에 맞은 시점에서.”
“타나, 토스…!!”
“그리고 내 망자로 만들었지.”
그것이 의식 조종.
“지금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일 뿐더러, 신체까지 치유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 하지만.”
하지만…!!
“난 네놈을 용서할 수 없단 말이다!!.”
그리고 한순간이지만 그녀를 다치게 놔두었던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빠득 간 나는 훌쩍 뛰어올라 뒤쪽의 왕좌에 올라섰다. 거기에 앉아있던 비비안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가웨인이 뛰어오르기 직전의 짧은 순간 스파다를 뽑아 그녀의 목에 가져다댔다.
“…. 타나토스님.”
“여기가 가장 안전한 장소겠지.”
“그렇겠지요.”
“기절했다 하더라도, 재킷은 기동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린슬렛을 단숨에 죽이는 건 불가능할 거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공포에 질려 몸을 떨고 있는 가웨인을 힐끔 보았다. 그로서 가웨인과 비비안의 관계가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만약 허튼짓하면, 가웨인 다음은 너라는 걸 알아둬.”
“그럼요. 전 단순히 꼭두각시 인….”
하지만 그딴 건 상관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허튼 소리를 지껄이는 비비안의 얼굴을 후려쳤다. 반듯한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비비안!!”
“닥쳐. 예, 아니오로 대답해.”
“…. 네.”
입가의 피를 닦아낸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의자의 뒤편에 린슬렛을 눕힌 후, 편안하게 잠든 얼굴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며 넬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타나토스…. 여자를 때릴 줄이야….”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가웨인.”
나는 애써 이쪽을 비난하며 여유를 되찾으려는 가웨인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를 든 요원들이 나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사방이 적이다.
모두가 내 욕설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어쩔 생각인데…. 뭔가 방법이라도?”
“가웨인, 머리가 나쁘군. 개새끼 재킷이 아니라 금붕어 재킷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어야 했나?”
“…. 타나토스!!”
“그래, 좋아. 개새끼면 개새끼답게 짖어야지. 사람의 흉내를 내지 말란 말이다. 위선자.”
그리고 나는, 동시에 왼쪽 눈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큭?!” “윽!!”
거기에 영향을 받은 할 킬러즈와 제압당한 기사단원들이 파르르 몸을 떨다 이내 의식을 잃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건 가웨인과 뒤쪽의 비비안 뿐이었다.
“너도 설마…. 모르가나를?”
“덤비기나 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의 상태를 이해했다.
이 게임은 확실히 불친절하다.
이해하는 일에는, 그리고 명확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평소의 인간을 초월한 인지력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유래가 없을 정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스스로의 신체를, 그리고 눈앞에 있는 개자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다는 마음을 떠올렸다.
“하….”
그리고 눈앞에 서있던 가웨인은,
“하하하하하!! 우, 우하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움켜쥔 채, 흰색의 정장을 입고 있는 붉은 머리의 기사가 크게 소리를 냈다.
“덤비라고? 네가, 나에게?”
“….”
“타나토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 레벨은 187이라고? 반면에 너는? 84잖아? 무려 100 이상의 차이가 나잖아? 그런데 덤비라고?”
“타나토스와 가웨인. 역시 네놈은 위선자로군.”
“뭐?”
“좋을 때만 게임. 네놈이 싫을 때는 현실. 내 눈앞에 서있는 넌 대체 누구냐? 백시호? 아니면 가웨인?”
“너…!!”
가웨인이 차가운 분노를 내비추었다. 그런 태도에서 나는 녀석이 백시호라는 이름, 즉…. 현실의 자신을 싫어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감을 내비치는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서일까.
하지만 난 그게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태양의 기사’ 가웨인 따위가 아니다.
“이준이다. 똑바로 불러라. 백시호.”
나는 검을 들었다.
“이준…!! 너 이 자식!”
스스로의 의지는 굳건했다.
나는 린슬렛을 랜슬롯으로 만든다. 그리고 갤러해드가 된다. 동경했던 그 사람이 되어, 그 모습으로서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간다.
“그걸 위해서 눈앞에 있는 건 모조리 쓰러뜨리겠어.”
그게 설령, 이 게임에서 거의 최강자의 위치에 서있는 ‘기사’ 가웨인이라고 할지라도. 할 킬러즈니 뭐니, 하나의 국가에 준적하는 군경찰기관이 상대라 할지라도.
갈 곳이 없는 망자이되, 개새끼는 되지 않고.
“그러니까 덤비란 말이다. 백시호!!”
“이주우우운!!”
분노한 녀석이 머스킷을 들어서 내게 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