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71화 (71/321)

71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왜….”

다연은 혼란에 빠져 길게 뻗은 하수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폭력을 동반한 탐문을 하느라 지친 상태였으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더러운 길을 마구잡이로 달리며 그녀는 방금 전의 기억이 자신을 끝까지 쫓아오는 걸 느꼈다.

끈적거리고 불쾌한 그것이 볼을 붙잡았다.

[타나토스님이 배신자였던 거군요.]

“아니야…!!”

비비안의 목소리.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왕좌에 앉아있던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차갑고 무뚝뚝한 입술.

“아니라고!”

그것을 지워내듯 다연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스로의 마음에 피어오르려는 의심을 지워내듯,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눈앞의 비비안은 뒤를 이어 지워지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타나토스님을 제 앞으로 끌고 오세요. 명령입니다. 처우는…. 잡아온 후에 정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린슬렛, 퀘스트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웨인이….

[배신자를 처리하란 거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게 정말인가요? 린슬렛.]

다연은 가웨인! 하고 놀라 소리쳤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주변의 시선은 의심과 차가움으로 가득해져 그녀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정해진 방향을 뒤집을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게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배신자를…. 찾아서.”

티티가 결백함을 증명하겠다고.

다연은 의지를 다지듯 불쾌한 기억을 털어내며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익숙한 길을 달리고 달려 그녀는 이내 쥬브나일 포르노의 앞에 도달했다.

“발렌타인!”

그녀는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외치며 파이프관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도약.

“엑, 린…?”

때마침 갑판에 나와 있던 발렌타인이 경악에 찬 목소리와 함께 권한을 승인했다. 다연은 벽에 막히는 일이 없이 부드럽게 갑판 위로 내려앉았다.

“정보, 정보가 필요해!”

“무슨 정보? 저기, 너 지금 얼굴 엉망인 거 알아…?”

“시끄러워! 빨리!”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다연은 당황하는 발렌타인의 팔을 쥐고 소리쳤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든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정돈을 해낸 그녀는 재차 입을 열었다.

“배신자…!”

“뭐?”

“에픽 퀘스트를 퍼뜨린 녀석이 있….”

하지만 그게 혹시 발렌타인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다연은 이내 당황해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반응에 멍하니 서있던 발렌타인은, 쥐고 있던 팔을 슬쩍 털어냈다.

“…. 나름대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에.”

“미, 미안. 그럴 의도가 아니라…!”

“거기에 나름 정보상으로서의 신용과 관련된 문제라 민감하다고? 난 한 번 한 약속은 어기지 않아.”

그 말대로, 이것은 그녀의 프라이드와 관련된 모욕일 터였다. 거기에 대해 느낀 다연은 얼굴이 붉어져서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서, 무슨 일 있었니?”

“티티가 배신자라는 소문이 돌아서…. 기사단에서 잡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무, 물론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널 찾아온 거야.”

“타나토스님이? 호오, 이거 참 흥미로운데.”

“저, 절대 아니지? 그치? 넌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다연은 마지막 희망이라는 심정을 담아 간절한 눈으로 발렌타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죽을 들고 있던 그녀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쉽지만 아무것도.”

“뭐?”

“정말이야. 나도 사건이 터진 이후에 짧게나마 조사를 해보았지만, 거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어. 거기에 누가 손을 써두고 있는 건지…. 손님들이 좀처럼 정보를 바꿔가지 않아서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쥬브나일 포르노가?”

“응, 거짓말 아니고.”

그렇게 말한 뒤 길게 한숨을 내쉬는 발렌타인의 모습에, 다연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 거대한 정보상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통제한다니.

누가, 어떻게?

고민에 빠져 있자니 그 순간,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가웨인이었다. 다연은 몇 번이고 망설이다 이내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 세요?”

[잡았어.]

그리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서울에 도착한 것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주, 주인님…. 괜찮으세요?”

“글쎄에….”

넬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나는 어색하게 웃은 뒤 비틀거리며 옥상 난간에 기댔다. 숨을 몰아쉬며,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조금만 정신을 놓아버리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엘레노어에게 부탁해주지 않을래…?”

“으, 으음. 뭘요?”

“제발 죽어달라고.”

“…. 일단 이야기는 해볼게요오.”

얼굴이 후끈거리고 병균들이 뱃속에서 내장으로 줄넘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목구멍 안쪽이 후끈거려, 뱃속에서 용암이라도 들끓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가야만 했다.

“린슬렛은?”

나는 난간을 뛰어넘어 기사단 건물 쪽으로 뛰쳐나가며 물었다. 아까부터 넬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었지만 녀석은 대답이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연락이 안 되고 계세요.”

그런 내 말에 넬은 잠시 가볍게 눈을 감아보이고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제길, 대체 어디에….”

위치가 지도에 찍히지 않는데다가 에픽 퀘스트까지 사라진 걸로 봐서는, 뭔가 퀘스트에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린슬렛이 혼자 모습을 감춘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진실을 마주하라는 특별 퀘스트의 내용까지. 하지만 대체 그 진실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고민에 빠져 도심을 내려다보았다.

퀘스트의 변화가 에스콰이어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할 킬러즈가 사태의 심각함을 알아 병력을 크게 동원한 걸까. 도시는 조용해져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어쨌든 기사단 건물로 가는 수밖에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뛰어오르려던 순간,

“아, 여기에 있었네.”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슬쩍 뒤를 바라본 나는, 얼굴에 바이저를 쓴 붉은 머리의 남자를 발견했다. 흰색의 정장을 입은 그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가웨인…!”

나는 놀라 소리치며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사실에 안도와 의아함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나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린슬렛….”

“찾고 있었어.”

하지만 녀석은 말을 끊어내며 상쾌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나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나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큰 문제야. 타나토스.”

그리고 녀석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화려하고 긴 총신을 자랑하는 머스킷.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 뒤로 물러섰으나, 가웨인은 공이를 당기며 그것을 내 미간에 겨눴다.

“이게 무슨 짓이지?”

“뭐긴 뭐겠어. 네가 우리를 팔아넘긴 배신자잖아?”

“뭐…?”

나는 잠깐 멍하니 가웨인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웃는 낯짝을 한 녀석의 모습에,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조금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니까 너희는…. 내가 에픽 퀘스트를 다른 기사단에 팔아넘긴 장본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지. 아주 거나하게 뒤통수를 치셨던데.”

“….”

“미안하지만 얌전히 따라와 주실까.”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위협적으로 머스킷을 대는 가웨인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통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린슬렛은?”

“아, 그 녀석…? 엄청 상처받았단 말이지. 네가 배신자라는 걸 알고서는. 자기는 더 이상 널 볼 수 없다면….”

“아니야!”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물드는 걸 느끼며 소리쳤다.

“아니라고! 믿어줘! 가웨인!”

“내가? 왜?”

“왜, 냐니…!!”

“오히려 의심을 할 이유는 잔뜩 있지.”

그리고 가웨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큭큭 거리며 웃었다. 나는 머릿속이 뜨거운 상태에서 녀석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외국에서 게임해본 적 없지?”

“…!”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얼굴인데. 간단해. 네가 내 공격을 처음 막아냈던 순간에 알아차렸지.”

“무슨, 소리지?”

나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녀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머스킷을 쥐지 않은 손으로 데이터 조각을 잡아 던졌다. 나는 그걸 곧장 잡아서 승인했고 그러자 눈앞에 가웨인의 스테이터스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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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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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가웨인

Lv : 187

Knightage : Lacus

JACKET : Gawain

Exp : 802,030,000/943,71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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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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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 540

방어력 : 350

민첩성 : 500

정신력 : 250

연산 속도 :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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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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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 : S

갈라틴 - 무형상의 검 : A

정오의 형상 - 기사도 : B

정오의 형상 - 광폭화 : B

대장 베기(Beheading Slasher) : A

마녀의 저주 - 낙인 :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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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분명 린슬렛과 비슷한 레벨이라고 하지….

“어라, 아…. 미안 실수로 모두 공개로 보냈네.”

내가 당황해 있는 사이, 녀석 역시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이내 다시 씨익 웃어보였다. 나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이.

“붉은 태양은 본디, 그 강렬한 빛에 닿은 모든 것을 진노로 불태우거든. 그리고 그 흔적은 지나간 자리에 남아 지속적으로 적을 유린하지…. 라는 게 설명이야.”

그리고 녀석은 씨익 웃었다.

“자 여기서 문제. 갈라틴의 일격을 받아낼 정도의 에스콰이어가 그 후의 지속 대미지에 피를 토할 정도의 대미지를 입는다? 이상하거든. 그래서 생각했지. 아 이 녀석은, 나와 굉장히 비슷한 종류의 스킬을 하나 가지고 있구나. 모든 것을 막아내는 방패를.”

그리고 잠깐 숨을 삼킨 녀석은 이내,

“그리고 꽤 레벨이 낮겠구나.”

처음으로 내게 불쾌한 얼굴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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