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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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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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랜슬롯의 여정 6/10
난이도 : ★☆☆☆☆☆☆☆☆☆ ~ ★x10
내용 : 완성될 원판의 주인을 가려내세요.
제한 시간 : 12:00:00.
보상 : 경험치 10,000,000, 기사의 명예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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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경험치가 훌쩍 뛰었다.
“이상이오. 바텐더. 한 잔 부탁하네.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멋들어지게 시가를 피우며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한 너구리 대통령은, 중절모를 매만지고는 술을 주문했다. 마찬가지로 너구리인 바텐더와 이질감이 들게 형성되어있는 바의 모습에 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대체 이 게임의 퀘스트는….
“뭐, 그런 모양이군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비비안은 왕좌에 앉은 상태였다. 그 밑에 모여 있던 라쿠스 기사단의 일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을 교환했고 나는 슬쩍 뒤쪽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젠하워 씨, 가려낸다는 건 정확히 어떻게?”
“12시간 후, 어떤 특정한 장소에 원판이 나타날 걸세. 정당한 자가 나타나면 그 원판은 방향을 가리키겠지.”
비비안의 질문에 여유롭게 대답한 아이젠하워가 술을 즐기며 바텐더에게 윙크를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지만 익숙한 행동이라는 듯 비비안은 다시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다.
“그렇군요. 4조, 어땠나요?”
분명 4조는 쥬브나일 포르노의 감시를 맡기로 했었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제일 오른쪽에 서있던 큰 덩치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는 걸 가만히 바라보았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부인. 번갈아가면서 감시를 했는데 에픽 퀘스트를 수행 중으로 보이는 인물은 없어 보였습니다. 커뮤니티나 뉴스도 확인을 했고요.”
“고생하셨어요. 1팀?”
“네, 마담.”
가웨인이 앞으로 나섰다.
“할 킬러즈와 전투를 했다던데…. 어땠나요?”
“언제나처럼, 딱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뒤쪽의 영웅 아저씨가 좀 다쳤지만 뭐….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죠.”
“영웅…?”
비비안이 의아한 목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에스콰이어들도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집중되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 뒤쪽에서 웃고 있는 가웨인을 노려보았다.
“괜찮으신가요? 타나토스님.”
“방금 말했듯, 신경 쓸 정도는 아니야.”
나는 무뚝뚝하게 중얼거리고 팔짱을 꼈다. 가면을 써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비비안은 살짝 안타까우면서도 우아한 표정으로 볼을 짚었다.
“그러시다면….”
가볍게 납득한 그녀는 이내 린슬렛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가웨인의 바로 뒤쪽에 서있던 그녀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까부터 들떠있던 얼굴로.
“일단, 이번 퀘스트로 인해 대부분은 눈치를 챘을 거예요. 에픽 퀘스트가 진행 중이라는 걸. 그만큼 지금부터라도 참전하려는 에스콰이어들이 있겠죠.”
이번 퀘스트는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졌으니까. 할 킬러즈는 무사히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수의 에스콰이어를 포획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물론 날조였다.
“가웨인 퀘스트 때와 비슷한 상황이군요. 물론 그때와 마찬가지로 저희가 먼저 퀘스트를 수행했으므로 따라올 수 있는 인원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그 말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넬 쪽을 슬쩍 돌아보며 디멘션 커넥터로 질문 내용을 적고는 아이젠하워에게 몰래 물어보고 오라는 부탁을 했다. 사람들 사이를 스치듯 날아간 넬이 바텐더를 꼬시고 있던 아이젠하워와 조그맣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그러는 사이, 비비안은 조금 입을 다문 상태였다. 나는 느긋하게 서서 넬이 돌아오는 걸 기다렸다.
“원판의 주인을 가려낸 이후에는, 그 사람이 기사의 후보로 인정이 되는 형식이고, 이외의 에스콰이어들은 모두 다른 퀘스트를 받게 된다고 하네요.”
“어떤?”
짧게 되묻자 넬은 씨익 웃었다.
“그 후보자를 쓰러뜨리라고.”
그렇군. 그 후보자를 쓰러뜨리면 자신이 새로운 후보자로서 퀘스트를 수행한다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이내 고개를 들어 린슬렛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자신이 그 랜슬롯의 후보자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젠장.
복잡한 기분에 나는 앞머리를 매만졌다. 여기에 온 것도 따로, 그리고 녀석은 비비안이 회의를 소집하기 전에도 계속 나를 의식하며 피했던 것이다.
화가 난 건가.
“일단 후보자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비안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일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나 역시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린슬렛.”
그 이름에 당사자가 뛸 듯이 기뻐하는 기색을 참아냈다. 파르르 어깨를 떠는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로서 괜찮나요?”
하지만 이어진 비비안의 말에 멈칫했다.
뭐지.
나는 의아하다는 듯 비비안을 올려다보는 린슬렛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어쩐지, 육감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나도 랜슬롯이 되고 싶은데.”
그리고 누군가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아까 전에 발언을 했던 4조의 남자이자, 내가 처음 린슬렛과 만났을 때 자리에 있던 도끼를 무기로 쓰는 사내였다.
“애, 앤더슨?!”
“미안하다. 린.”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치는 린슬렛의 모습에 앤더슨이라고 불린 남자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건 돈이 되니까. 더 강해지고 싶거든.”
그 반응에 딱히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으…. 너 진짜?!”
“부인, 괜찮겠습니까?”
“좋을 대로 해요.”
“비, 비비…! 아니, 부인!”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린슬렛은 이내 패닉에 빠져서는 뒤쪽에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허나 이내 이를 악물고는 앤더슨을 노려보았다.
“너,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 좋아. 장소와 시간을 정해.”
“나쁘지는 않군. 12시에 보는 건 어때? 장소는 나중에 정해서 보내주지.”
“도망치지 말고 나와.”
날카롭게 중얼거린 린슬렛은 이내 살짝 원망하는 기색을 담아 비비안을 노려보았다. 그런 반응에 한숨을 내쉰 그녀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 결과에 이견이 없다면, 회의는 마치도록 하죠.”
어색한 분위기를 정돈하려는 것일까. 서두르듯 회의를 마치는 비비안.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며 친한 녀석들끼리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가웨인은 왕좌로 올라갔다.
물론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으므로 뒤로 돌아 그대로 알현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린슬렛도 당분간은 내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으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주인니임?”
“왜.”
잠시 앞머리를 매만지던 중 넬이 말을 걸어왔다. 대답하며 시선을 마주치니 뒤쪽을 가리키는 그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
린슬렛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었다.
각자 무리를 잡고 있는 녀석들 사이에 혼자.
“빌어먹을.”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녀석의 손을 낚아채듯이 붙잡았다.
“…? 티, 티티?!”
“따라와.”
“아, 으아?! 꺄악?!”
“화난 건 알겠지만.”
“화, 화났다니?!”
얼굴을 붉힌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몸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싫은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대로 녀석을 잡아끌고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왜 혼자 있는 건데.”
“그, 그게…. 티티랑 무슨 상관…?”
“몰라.”
나는 갈 곳이 없는 짜증을 견뎌내듯 대답했다. 그리고 이내 슬쩍 고개를 돌리니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날 힐끔 보고 있던 린슬렛이 시선을 피했다.
“야.”
“뭐, 뭐어…?”
“다 발라버려.”
그 말에 린슬렛은 어쩐지 놀란 눈치였다.
“뭐?”
“위험해…. 이거 진짜….”
“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녀석의 행동에 허리를 푹 숙이고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린슬렛은 한순간 숨을 들이키더니 돌연 눈을 감았다.
“눈조차 마주치기 싫은 거냐?”
“…? 어? 으? 하, 하는 거 아니야?”
“뭘.”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되물었다. 그 모습에 이번에는 또 길게 한숨을 내쉰 녀석이 뒤로 물러섰다.
“…. 아무것도 아니야아. 피.”
“주인님 정말, 정신병의 일종이 아닐까요.”
“무슨 소리야?”
“하아, 넬? 이 바보한테는 말해줘도 몰라.”
“네넬, 모르겠네요오.”
두 사람은 가끔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여자들끼리만 통하는…. 뭐 걸즈 토크라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볼을 긁적거렸다.
“후우, 티티. 배 안 고파?”
“딱히.”
“뭐 먹으러 가자. 내가 쏠게.”
“딱히가 배가 고플 때 쓰는 말이었던가.”
“쏜. 다. 고.”
“….”
린슬렛의 단호한 표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우리는 함께 내렸다.
“? 아, 잠깐.”
로비로 나오자 린슬렛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전화를 받았고, 나는 통화 내용을 듣지 않기 위해 멀리 떨어져서 그녀를 기다렸다.
한순간 웃었던 그녀의 표정이 이내, 차갑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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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