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51화 (51/321)

51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커헉?!”

그로서 여고생들에게서 떨어진 나는, 녀석과 함께 반대편의 의자로 처박혔다. 그런 나를 덮쳐누른 채 린슬렛이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들었다.

“한눈 팔고 뭐하는 거야!”

“뭐, 뭐에 한눈을 팔았다는 거냐?”

“미야오오오옹!!”

“미, 미안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털(재킷)을 곤두세울 정도로 분노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내 눈을 부릅뜬 채 뒤를 돌아본 린슬렛이 영역을 지키려는 고양이처럼 여고생들을 위협했다.

[뭐야, 여자친구도 있었어?]

“여, 여자친…! 꺄악?!”

“린슬렛!”

DJ의 말에 한순간 웃음을 짓던 린슬렛이 뒤쪽으로 넘어갔다. 저도 모르게 팔을 뻗어 그녀를 잡은 나는, 이내 뒤쪽에 있던 철봉을 손으로 쥐고 지탱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린슬렛의 다리를 붙잡았다는데 존재했다.

“푸게멘티앍탗헉?!”

뒤쪽으로 넘어간 녀석이 이내 바닥에 뒤통수를 처박고는 기이한 비명소리를 냈다. 당황한 나는 린슬렛에게 다가가려 철봉을 놓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함께 굴러 반대편의 의자에 처박혔다.

“끄, 끄으으윽….”

어딘가 부러진 것 같은 감각이었다.

“티, 티티이….”

내게 안겨 있던 린슬렛이 고통에 물들어 신음소리를 냈다. 뇌진탕이라도 온 것일까. 반쯤 맛이 간 녀석의 눈을 보자 나는 순간적으로 이성이 마비되는 걸 느꼈다.

“대체 왜 이런 악마 같은 짓을….”

“저, 저어. 주인님. 디스코 팡팡 모르세요?”

“…. 네크로맨서 재킷. 기동.”

“네에에에엑?!”

- 네크로맨서 재킷, 활성화.

- 환영합니다. 의인화된 죽음이자 기사의 절망, 망자들의 희망이시여.

“간다, 넬.”

나는 품안에서 튕겨져 나오는 마스크를 다시 밀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내 뒤쪽에 부유해있던 넬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 어디를요?!”

“몰라. 서포트를 부탁해.”

“아, 아니이이이이! 뭘 서포트하는 건데요?!”

이어지는 넬의 절규를 무시한 나는 쓰러진 린슬렛을 안아들고 기구 중앙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신체에 오는 부담이 없지는 않았으나, 아까와는 달리 중심 감각이 활성화되며 근력이 강화되어 나는 기울여진 바닥에 발을 디뎠다. DJ는 아까부터 다른 탑승객을 괴롭히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로 악마 같은 녀석이 따로 없을 정도로.

[어? 뭐야. 형씨. 안 떨어져? 안 떨어져?]

DJ의 말에 따라 디스코 팡팡이 요란하게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버티고 서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주, 주인니이이이임?!”

“무릎이 꺾였다간…. 일어설 수 없을 거야.”

“좀 꺾이라고요! 이 중이병!”

넬이 뭐라고 하건 말건, 나는 자리에 버티고 서서 디스코 팡팡의 움직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토, 토할 것 같아….”

“린슬렛님, 괜찮으세요?”

“….”

디스코 팡팡을 타고 내려온 린슬렛이 바닥에 엎드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했다. 넬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던 나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함께 디스코 팡팡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었다.

“햐아~ 역시 바닷바람은 좋…. 어라? 무슨 일이야?”

그리고 한껏 바람을 즐기고 온 가웨인이 상쾌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애써 모른 척하려고 했다.

“티, 티이이이이이이이!!”

린슬렛이 분노해 소리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혼나버리고 말았다.

“재킷의 힘을 멋대로 쓰면 어쩌자는 거야!”

“미, 미안.”

“아하하! 디스코 팡팡이 뭔지 몰랐던 거야?”

린슬렛이 날 혼내는 과정에서 적당히 흐름을 파악한 가웨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흥분해버렸다는 자각이 없잖아 있었던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주인님 가끔 머리에 피가 돌면 주체를 못하시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것 같은데요오….”

“아하하하! 그거 맞는 말이네!”

“? 뭐가?”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넬의 말에 한순간 웃음을 터뜨린 린슬렛은 옆에 서있던 가웨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적당히 시치미를 뗐다. 그리고는 이내 뒤쪽을 돌아보며 윙크를 했다.

“헤헤, 넬은 린슬렛님. 너무 좋아요!”

“그럼 저쪽에 가서 살지 그러냐….”

“아, 그럴까요?”

지친 내 목소리에 넬은 등에 커다란 백팩을 순간적으로 짊어지고는 웃어보였다. 이 녀석은 자유자재로 이펙트를 표현할 수 있어 리액션이 과도한 경향이 있다.

“마커가 가리키는 방향은 이 부근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의 바이킹에 도달한 린슬렛이 눈앞에 떠오른 지도를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머리 위로 크게 스윙을 하는 바이킹을 올려다보며 나는 어쩐지 주변에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재킷이라도 기동시켜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가웨인이 가볍게 옷깃을 매만졌다. 녀석이 오늘 입고 있는 옷은 흰색의 트레이닝복이었다. 몹시도 촌스러웠지만 녀석에게 잘 어울렸다.

“음…. 부탁해.”

“오케이, 가웨인 재킷. 기동.”

가웨인이 중얼거렸고 옷에, 가볍게 금빛으로 전류가 흘렀다. 그러자 퀘스트 로그가 반짝이며 변화가 생겼다. 양피지의 글자가 불타올라 다른 글자로 뒤바뀌는 광경을 보며 나와 린슬렛 역시 재킷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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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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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랜슬롯의 여정 5/10

난이도 : ★★★★★★☆☆☆☆

내용 : 적에게 맞서 파편 1을 획득하세요.

획득 조건 : 3개의 ‘불행한 사고’를 막아낼 것.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1,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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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고…?

알 수 없는 메시지에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탄피처럼 튕겨져 나오는 마스크를 장착했다. 린슬렛 역시 마찬가지로 고양이 얼굴 모양의 마스크를. 마지막으로 가웨인도 선글라스 같은 모양의 바이저 마스크를 착용했다.

밖에서는 신경을 쓰는 모양이군.

“아까부터 묘하게 손님이 없다싶더라니….”

“뭐, 이쯤이야 예상한 거 아니었어?”

린슬렛과 가웨인이 중얼거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는 걸 확인했다.

- 다수의 적을 감지했습니다.

- 전투 상태로 돌입합니다.

“…?”

“할 킬러즈. 로군.”

가볍게 웃음을 흘린 가웨인과 린슬렛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르듯 고개를 든 나는, 바이킹 위에 비스듬히 올라서있는 인영을 여럿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정색 코트가 바람에 나부꼈다.

에스콰이어를 체포하기 위한 특수부대, 할 킬러즈.

어느덧 바이킹은 멈춰선 채로, 열 명쯤 되어 보이는 녀석들은 우리를 포위하듯 뛰어올라 주변의 놀이기구 위에 착지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순순히 항복해라.”

“또 너냐….”

나는 그 중심에 서있던 여자를 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푸른 비단처럼 물결치는 듯 떨어지는 머리. 딱딱하고 고압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응? 티티, 우아랑 대위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어?”

“저 녀석 그렇게 유명하냐?”

“뭐, 할 킬러즈의 얼굴 마담이잖아?”

슬쩍 새침하게 중얼거린 린슬렛은 이내 우아랑인지 뭔지 하는 여자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킹의 위에 올라서있던 녀석 역시 나를 알아본 듯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모두 명령을 내리겠다.”

그리고 품안에서 검을 꺼낸 우아랑은 나에게 휙 그것을 집어던졌다. 아스팔트 바닥을 아무렇지도 않게 꿰뚫은 검은 파스스, 하면서 전류를 내뿜었다.

“해골 마스크의 에스콰이어는 내가 상대한다. 나머지 두 사람은 요원들이 나누어서 붙잡도록. 특히 가웨인 재킷을 입고 있는 에스콰이어는 요주의해라.”

“지명 당했는데? 역시 잘생기고 볼 일이야.”

“그, 그으으으읏!!”

그런 거 당해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품안에서 스파다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점으로, 가웨인 역시 품안에서 화려한 문양의 검을, 린슬렛이 방패를 꺼내들었다.

가웨인이 검을…?

하지만 그 사실을 기억 속으로 밀어 넣으려던 순간,

“어딜 보고 있는 거냐.”

우아랑이 내 앞에 도달했다.

“큭?!”

“주인님!”

넬의 목소리, 나는 스치듯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피해 뒤로 몸을 날렸다. 뇌가 고속으로 사고를 시작하며 순간순간의 기억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어설프군! 스컬!”

“또 이상한 별명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휘둘러져 오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찌르는 것이 한 번, 그게 막히자 반대로 돌아서 베기가 한 번.

뒤로 물러선 우아랑이 팔을 뒤로 뻗어,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을 자석으로 끌어당기듯 내던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날아오던 검을 스파다의 톱니 같은 날 부분에 걸어 다시 내던졌다.

“?!”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우아랑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는 자세를 낮춘 채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저희도 아랑님한테 별명을 붙여주죠!”

“…. 뭐라고?”

격렬하게 싸움을 하고 있던 와중, 넬이 여유를 부리듯 중얼거렸다. 우아랑과 몇 번이고 검을 부딪치며 나는 슬쩍 되물었다.

“음, 우아랑이니 우엉이?”

“무슨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거냐!”

축하해, 방금 네 별명이 우엉이 되었어.

그런 여유로운 생각을 하던 중, 나는 무모하게 앞으로 달려드는 우아랑의 검격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큭?!”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말대로 한순간 정신을 느슨하게 했던 나는 큰 찌르기에 어깻죽지를 당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깊게 베인 듯 통증과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방어력이 10 감소했습니다. (현재 40)

통증은 이내 가셨지만 나는 이내 세 자루로 늘어난 검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의 검을 등 뒤에 띄운 우아랑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순순히 항복해라.”

역시 방심은 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넬.”

“네넬!”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표시해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넬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전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모니터 한쪽에 떠올라 나는 그걸 확인하고는 우아랑의 검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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