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
씻고 넬에게 일을 맡겨둔 뒤, 나는 ‘혹시 모르니 절대로 보지 마.’라는 말을 덧붙이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가상공간의 내부였다.
유하가 놀라지 않도록 렘수면 상태에서 VR공간을 생성한 것일까. 이곳은 그녀가 꾸는 꿈이지 싶었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내가 린슬렛과 가게를 나선 직후인 걸까. 반쯤 남은 ‘하이퍼 초코 우유’가 눈에 들어왔다.
“그거 알아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살짝 슬픈 기색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반묶음 머리는 언제나 완벽해, 유하에게 청순한 이미지를 더해준다는 느낌이었다. 여성성을 극도로 세밀하게 조절한 듯한 옅은 화장과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언제나 선한 눈동자. 그리고 그 옆의 점.
마주 보고만 있어도 내 심장을 떨리게 하는 사람.
“저 사실 그 후로 준이 나오는 꿈을 꿀 때마다…. 먼저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해요.”
“….”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다가와 내 어깨에 팔을 휘감았다. 170정도 될까. 어른스러운 체형에 슬며시 웃고 있는 입술은 몹시도 매혹적인 향을 풍겼다.
“당신은 꿈인가요? 아니면….”
정말인가요.
거기에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까. 나는 슬며시 가까이 다가서는 그녀를 보며 당황해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 행동만으로도 깨달은 건지, 유하는 한순간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미, 미안해요. 여기는 또….”
그리고 나는 말을 잘라내듯,
“꿈이야.”
라고 거짓말을 했다. 누구도 속지 않을 그런 거짓말을. 물론 유하 역시 고개를 내저으며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아,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해.”
“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눈앞에 있는 이준은 단지 유하의 상념이 만들어낼 존재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허락될 수 있다고.
“….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하는 자그마한 어깨를 더욱 움츠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는 그것을 보며 그녀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나 과도할 정도의 완벽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행하고 있다고.
완벽한 누나.
완벽한 여성.
완벽한 보호자.
주어졌으며, 또한 되고자 했던 그녀의 완벽함은 하나로 묶여 유하라는 존재를 구성하고 있다. 거기에는 지금 내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나를 남동생 이상으로
하지만 과연 그건 옳은 것일까.
서로 참기만 하는 괴로운 상황을 풀어낼 뭔가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잠깐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이내 뒤에서 유하를 끌어안았다.
“그, 누나…!”
“하앗?!”
“괘, 괜찮으니까. 이건 꿈이니까….”
잠깐 놀라 굳어져 있던 유하는 내 필사적인 외침에 이해한 듯 편안하게 기대왔다. 그리고는 가볍게 턱을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럼…. 그런, 걸로?”
유하의 달콤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의 일은,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걸로?”
“응.”
“준은, 언젠가 멋진 여자친구를 만들어오는 걸로…?”
“….”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닌 걸로?”
“….”
“하지만 꿈이니까, 질투했다고 말해도 되는 걸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순간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상황을 깨닫기도 전에 흘러들어온 혀는 이내 달콤한 맛을 느끼게 했다.
초콜릿 같다고 하면 그녀는 살짝 아쉬워할까.
“준…♡”
눈이 마주쳐, 유하가 달콤하게 이름을 불렀고 나 역시 거기에 응하듯 그녀의 이름을 입술에 담았다. 하지만 나오기 전 유하는 가볍게 내 혀를 깨물며 매달려왔다. 살짝 힘을 주어 끌려간 나는 이내 높은 테이블 위에 그녀를 앉히고서야 입술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타액으로 된 선이 입술 사이에 걸쳐졌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그 여자애랑 많이 친해요?”
“….”
“그렇다고 그 여자애 생각하지는 말아요!”
“미, 미안.”
잠시 린슬렛과의 관계에 대해 조명해보려던 나는 가볍게 볼을 부풀리는 유하를 보자 당황해 사과했다. 그리고 이내 눈썹을 찌푸린 채 내 손을 이끈 유하는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크, 크잖아요?”
“….”
“저느, 은.”
“….”
“큰 가슴 싫어해요? 준?”
“나, 나는 사실 이런 것보다 유하를…. 웁?!”
진지하게 마음을 고백하려고 했지만, 유하는 그런 내게 다시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내 살짝 원망하는 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그런 건 말하지 말아요? 약속이에요?”
“…. 알았어.”
“그래서어, 큰 가슴 좋아해요?”
여기에는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사실 나는, 성욕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랄까. 굳이 여성의 신체에 대해서 진지하게 어떤 걸 좋아하는 걸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단순히 마음이 맞는 게 좋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유하의 표정은 점점 못마땅함에서 불안과 초조로 뒤바뀌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 파이즈리도…. 가능하다고요?”
“? 그게 뭔데.”
“모, 모르는 건가요?!”
“응. 나중에 찾아볼게.”
“꺄악?! 찾지 마세요!”
뭐가 부끄러운 건지 유하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당황하며 이내 다시금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슬쩍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당황해 밑으로 내려간 그녀는 이내 내 꼿꼿하게 선 내 바지 끝을 훑었다.
“바보오….”
그렇게 중얼거린 유하는 이내 바지 지퍼를 내리고 단단해진 그것을 꺼냈다. 당황한 나는 물러서려 했으나 유하는 이미 양 손을 들어 내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 쥔 뒤였다. 나는 뼈까지 이르는 강한 쾌감을 느꼈다.
“윽!”
“자기도, 야한 거 좋아하면서어….”
“유, 유하…!”
당황한 내가 소리쳤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테이블 밑의 유하는 무릎을 꿇은 채 흥미로운 얼굴로 음경을 매만졌다. 슬쩍 호기심이 생긴 걸까.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가만히 내 반응을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부끄러움을 통해 다가오는 약간의 저항감에 나는 애써 표정을 굳히려고 했으나,
“큿?!”
이내 찾아드는 다른 쾌감에 꼴사납게도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말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곳의 감각은 오감보다 민감해 유하의 입안을 그대로 뇌에 투영시키는 듯했다. 그 형태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준…. 귀여워요….”
“거, 거기는 더럽…!”
“준의 것이라면 더럽지 않아요….”
부드럽게 입으로 그곳을 애무하며 유하는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혀를 내밀어 끝을 핥다가 이내 입안 한가득 그것을 무는 유하의 얼굴을 훔쳐보던 나는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아니, 사실 아까부터….
유하의 진한 애무는 내가 지니고 있는 이성의 끈을 팽팽하게 당겨놓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언제나 정숙하고 단정한 유하가 저렇게 음탕하게 음경을 입에 문 모습은, 솔직히 말해 그 끈에 가위를 대기에 충분했다.
“주, 준?!”
이성이 잘려져 나가는 것처럼, 나는 서툰 손길로 유하를 잡아당겨 테이블 위에 다시 앉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옷을 벗기려는 찰나, 갑자기 그녀의 옷이 사각형의 픽셀로 변해 거품처럼 사라졌다.
“이건, 어때요?”
그리고 어느새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가 유혹하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검정색 원피스에 프릴이 달린 흰색 앞치마에 카추샤. 손목의 액세서리와 가터벨트를 차고 있는 하이니 삭스.
“….”
“카페에 하도 손님이 없으니, 잠깐 상상해봤거든요. 조금은…. 독특한 고객층을 노리면 어떨까하고.”
“….”
“이, 이상한가요?”
“입지 마.”
“여, 역시 나이 먹고 주책이죠…? 네?”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단순히 그녀의 이런 모습을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입으로 내기 조차 부끄러운, 개인적인 욕심이었지만.
“후후….”
하지만 그런 낌새를 알아챈 것일까. 유하는 당황해 테이블 위에 손을 짚고 있는 날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나며,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어리광부려도.”
“보여주지 마. 다른 사람들한테.”
“그럼 여기에서만, 입는 걸로…♡”
유하의 상냥한 허락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내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하으…!”
유하의 몸이 가볍게 위로 들리며 내 어깨에 팔이 휘감겼다. 안으로 파고들어 하나가 된 것을 느낀 나는, 유하의 허벅지와 등을 감싸 쥔 채 밀어붙였다.
“하앗?! 주, 준?! 아아! 아앗! 하아아앙?!”
유하의 신음소리에 나는 목덜미를 핥으며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흐트러지는 머리칼, 관능미가 넘치는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탐했다.
“이, 이상해! 으윽! 긋! 따, 딱딱해서어….”
애처롭게 소리를 낸 유하는 내 등과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쾌락에 젖어갔다. 테이블이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리며 흔들리는 감각에 나는 불안한 기색을 느끼고 유하의 허벅지를 받치고는 안아들었다.
“하응?! 주, 준! 뿌, 뿌리가 닿아서…!”
그리고 유하의 그곳은 더욱이 꽉 조여들어 나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는 그것을 느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본 채 우리는 그렇게 육욕에 물들어갔고,
“아아앙~~~~!!”
나는 유하의 안에 사정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는 기분이었다.
뇌가 반쯤 맛이 간 상태에서, 실수로 손을 놓아버린 나는 털썩 무릎을 꿇는 유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유, 유하?! 큭!”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하는 사정이 채 끝나지도 않은 내 그것을 조심스럽게 입으로 빨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몰려드는 잔통 같은 쾌감에 나는 허리가 빠질 듯이 조여드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내 청소를 마치고 남은 내 정액을 입에 머금은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삼켰다.
“달콤한 맛…♡”
“그, 그런 맛이 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단순히 VR머신이 제공해주는 상상에 의한 결과물일 뿐이다. 잠깐 그렇게 설명하려던 나는 행복감에 젖어있는 유하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자 그럼…. 일단.”
살짝 입을 벌린 채 웃고 있던 유하는 입고 있던 메이드복의 앞부분을 없어지게 만들었다.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과 선홍색의 유두가 드러나자 나는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한 마디만 해두겠어요. 준.”
“유, 유하…?!”
그리고 유하는 반쯤 죽어 있는 내 그것을 가슴으로 감싸 안았다. 아직 여운이 가시질 않고 있던 나는 당황해 뒤쪽으로 물러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머♡ 그거에요오♡”
“뭐, 뭐가?!”
“제가 원하던 자세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그녀가 천천히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즐거운 듯 슬쩍 침을 늘어뜨려 적신 유하가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사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
“왜, 왜?!”
“준의 얼굴을, 반나절 정도는 보지 못할 테니까.”
“….”
“그, 그러니까아. 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뭔데?”
“사실 좀 애매해서요. 이게 정말로 꿈인 건지, 아니면 지난번 같은 건지. 음.”
얼굴을 붉힌 채 중얼거린 유하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가슴을 통한 애무는 그치질 않은 채라 나는 다시금 꼿꼿이 서는 그걸 느끼며 이야기를 들었다.
“만약…. 정말이라면, 내일 방 앞에 뭐라도 표시를 해주고 나갈래요?”
“그럴, 게.”
“후후…. 그럼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유하는 다시금 꼿꼿하게 선 내 그것을 황홀한 얼굴로 바라보고는 천천히 매만졌다. 그리고 이내, 메이드복이었던 그녀의 옷이 천천히 뒤바뀌어, 안경을 쓰고 메이드복을 벗었다. 정확히는 원피스 부분만.
“저는 얼마나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알몸에 앞치마를 입은 유하를 보고 나는 다시금 이성의 끈이 박살나는 것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