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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9화 (39/321)

39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TWICE와 AOA. 한대를 풍미하고 현재는 은퇴한 왕년의 아이돌 배틀에서 어느 쪽이 승리했는지. 그 옆에서는 다음 선거에서 여당이 될까. 야당이 될까 어느 쪽이 더 개새끼들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 옆에서는 한남충이니 김치년이니 하면서 성별과 관련된 싸움이. 그리고 그 옆에서는 초코파이인지 빅파이인지. 마지막으로는 북쪽이냐 남쪽이냐. 하는 지역감정이.

“….”

“넌 뭐로 싸울 거야?”

“딱히 싸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저급한데.”

나는 약간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끼며 대답했다.

“음, 그럼 나부터….”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린슬렛은,

“어머니 초코파이를 위해!!”

라면서 전쟁통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빅파이를 지지하던 할머니 NPC를 쓰러뜨리고 샤프슈터라는 레슬링 기술을 먹였다. 조용히 흐르던 재즈 음악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어져 발렌타인을 돌아보았다.

“술집에서는 원래 싸움이 잘 붙는 법이죠.”

“….”

“결국 이겨도 패배자. 져도 패배자.”

공감할 수가 없군.

“주인님! 경험치! 경험치!”

“….”

오늘 하룻밤만은 한화를 응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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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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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타나토스

Lv : 40

Knightage : -

JACKET : Necromancer

Exp : 2,800/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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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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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 140

방어력 : 50

민첩성 : 110

정신력 : 60

연산 속도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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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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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신 : F

망령 신체 : E

의식 조종 :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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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

하지만 나는 어마어마할 정도의 레벨 상승에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끼며 공격력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때 빼빼로와 술 마시기 대결에서 이긴 포인트 30,000과 하수도의 괴물의 첫 번째 퀘스트 30,000 그리고 22명을 쓰러드려 얻은 경험치 110,000까지.

그로서 5 레벨을 올렸다.

그것도 한 시간 만에.

“햐, 경험치 꽤 벌었네! 너는?”

“….”

발렌타인에게 인사를 마치고 다시금 바깥으로 나온 우리는 얼마 전에 건설된 송신탑 위에 서서 스테이터스를 확인 중이었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볍게 웃은 린슬렛이 기지개를 폈다.

“너 진짜 말하기 싫어하는구나?”

나는 바깥으로 나와 한 번 재킷을 껐다 켜는 행동으로 취기를 벗어난 상태였으나 린슬렛은 그걸 거부하고 아직까지 술에 취한 상태였다. 붉어진 얼굴은 송신탑에서 발하는 빛과 거의 비슷한 농도였다.

“넬, 이 녀석 원래도 이래?”

“네넬! 심할 때는 하루에 말씀하신 걸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안 할 때도 있으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

과장된 이야기를 정정하듯 이야기하며 나는 송신탑 끝에 걸터앉아 널찍이 보이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늦은 새벽, 아침이 되기 직전의 끝자락. 도심은 특정 구역에만 화려한 불빛이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난 이때가 제일 좋더라.”

가만히 그걸 보고 있자니, 옆에 걸터앉은 린슬렛이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즐거운 듯 말을 이어나가는 녀석의 옆얼굴을 힐끔 보았다.

“아무도 없는 거 같잖아.”

“….”

“다들 잠들어있는 이때가 그나마 마음이 편해.”

“내가 옆에 있다만.”

“넬도요!”

“흐음, 그것도 그러네.”

진지한 태도에 나와 넬이 찬물을 끼얹었지만 린슬렛은 이내 고민에 빠진 얼굴로 진지하게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품평이라도 하듯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역시, 이상하단 말이지.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죽이고 싶지는 않아.”

“…. 뭐가.”

“가웨인의 경우와 비슷한 걸까나?”

“가웨인?”

뜬금없이 나온 이름에 나는 어이가 없어져 되물었다. 그러자니 녀석은 약간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주다연의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

“린슬렛이겠지.”

“그럼 린슬렛의 그런 모습을 아는 사람?”

“….”

“어느 쪽이 진짜 나라고 생각해?”

“글쎄 일단은.”

린슬렛이겠지.

“그치? 응응, 역시 나도 이쪽이 낫다니까아.”

어깨에 힘을 푼 채 축 늘어진 녀석은 이내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나는 편안한 듯 숨을 쉬는 린슬렛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까칠하지만, 솔직한데다 약간은 뻔뻔한 성격이랄까.

고양이 같다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뭔데? 애인 있냐는 거만 빼면.”

“….”

“노, 농담이잖아!”

내가 지그시 보자 린슬렛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러더니 이내 스스로 한 말에 대해 무척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듯 얼굴을 감싸며 당황해했다.

“왜 랜슬롯이 되고 싶은 건데?”

지금이라면 행여나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지난번의 질문에서는 어물쩍 넘어갔던 부분이 꽤나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 그, 그건 그냥 넘어가는 거야?”

“애인 있냐는 거?”

“여, 역시 좀 취한 거 같네.”

스스로 다시 화두에 올려놓고 부끄러워하는 린슬렛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외모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녀석이었기에 있을까. 없을까. 의 물음을 받는다면 있겠다고 대답하겠지만.

“없거든.”

눈을 가늘게 뜬 녀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 그리고, 랜슬롯에 관해서라면 지난번에 우리 사이가 그런 사이냐고 대답하지 않았던가?”

“그렇군.”

“이익! 좀 더 매달려 보라고!”

“딱히.”

“이이이이이이익!!”

“….”

얼굴이 붉어진 녀석이 이내 내 어깨를 투닥투닥 때리기 시작했다. 슬쩍 중심이 기울어지는 걸 느끼며 힘을 주자니 녀석은 내 볼에 주먹을 댄 채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배신했잖아.”

“…?”

“스스로 지키던 걸 배신했으니까.”

“그러고 싶다는 거야?”

“그럴 수 없으니까 게임에서나마 되고 싶다는 거야.”

그리고 한 차례 바람이 불어와, 린슬렛의 금발이 가볍게 흩날렸다. 먼 곳을 바라보듯, 하지만 결코 닿지 않을 것처럼 아쉬워하는 태도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너도 되게 중이병 같은데.”

일단 기억해두고만 있자고 생각하며 말을 돌렸다. 약간 진지하던 분위기가 깨져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린슬렛은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춘 채 입을 열었다.

“그, 글쎄에~ 난 괜찮은데.”

“….”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너!”

“내가 뭘?”

“그, 뭐랄까! 되게 한심하다는 눈!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현실에서 못하니 게임에서 하냐면서!”

“그건 아니야.”

“뭐?”

“나도 게임에서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꿈이 있거든.”

술이 덜 깬 것일까.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린슬렛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 턱밑까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들어와 있던 녀석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아서리안, 꽤 좋아하나보네.”

“재밌으니까. 기사단원들도 다 괜찮은 사람들이고.”

“비비안이라던가?”

“부, 부인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야.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때부터 많이 도와줬어. 현실에서 누군지는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제일 믿고 따르는 사람이랄까.”

“….”

“왜?”

“아무것도 아니야. 가웨인은? 꽤 친해 보이던데.”

“내가 현실에서 아는 사람에 관해서 순순히 말해줄 거라고 생각해…? 이 게임에 대해서 너무 모르네. 아저씨.”

역시 여기까지 묻는 건 아직 시기상조일까. 얼굴을 붉힌 와중에도 짓궂게 웃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어쩐지 지금의 녀석이 고양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린슬렛으로 말하자면 길고양이.

주다연으로 말하자면 집고양이.

“그, 그러는 너는?”

“나?”

“…. 아까 집에 함께 있던 사람, 누군가해서.”

“누나, 랄까?”

“친?”

“그건 아니지만.”

하고 너털웃음을 내보인 나는 이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잠깐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내 얼굴을 바라보던 린슬렛이 이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그럼 여자친구 있어?”

“그건 왜.”

“이익! 빨리 대답해!”

“…. 없다만.”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하지만 린슬렛은 그 대답이 성에 찼는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내 가볍게 웃는 입술 아래에 나온 송곳니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주인님?”

바로 그때 뒤쪽의 넬이 약간 음산하게 불렀다.

“넬, 너는 또 왜…?”

“아, 아뇨. 정말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하고.”

“…?”

“티, 티티! 그러면 이상형은?!”

약간 고민에 빠져 있자니 린슬렛이 다시금 질문을 던져, 나는 거기에 대답하느라 동이 틀 때까지 그녀를 상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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