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 조건이 충족되어 경쟁 퀘스트에 참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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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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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버티기&마시기!
난이도 : 불명
내용 : 버티는 사이에 마시세요!
제한 시간 : 먼저 마시는 파티가 승리!
보상 : 경험치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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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건?!”
“뭐 아무것도 몰라…? 하긴, 행동하는 것만 봐도 제대로 게임 플레이를 해본 경험이라고는 없을 거 같으니.”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린 린슬렛은 이윽고 멋대로 수긍했다. 반대편에서 장죽을 물고 있던 발렌타인이 차갑게 얼어붙은 맥주를 쥔 채 입을 열었다.
“저와 린슬렛이 마시는 걸로 대결. 그리고 그쪽….”
“타나토스래.”
“아 중이병스럽고 멋있네요. 아무튼 타나토스님은….”
버티시면 되요.
약간 감탄한 발렌타인이 중얼거린 직후,
발렌타인 쪽에 서있던 블랙과 화이트, 빼빼로의 재킷에 전자 회로가 흘렀다.
“내가 술 다 마실 때까지 버티면 돼.”
젠장, 설마?
- 적대 상태의 플레이어를 감지했습니다.
- 전투 상태로 돌입했습니다.
“그럼, 시작!”
“잠…!!”
상황을 정리할 새도 없이, 나는 날아드는 빼빼로의 주먹에 가슴을 얻어맞았다.
“크헉?!”
- 방어력이 10 감소했습니다. (현재 40)
뒤로 튕겨져 날아가,
나무로 된 벽이 박살나는 감각.
다음 순간 나는 구정물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
탁한 액체에 시야가 잠식되었다.
오물의 안에 처박혔다는 걸 느낀 다음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걸 느끼며 헤엄쳐 위로 빠져나왔다.
“푸억?!”
크레마처럼 수면에 머무르고 있는 오염된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화 필터의 존재로 인해 냄새도, 그 물을 마시지도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으나 나는 구역질이 나는 걸 느끼며 배 쪽을 돌아보았다.
“주, 주인님!”
내 옆에 부웅 떠오른 넬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에 젖어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넘긴 나는 떠도는 유령선 같은 배를 올려다보다 이내 당황해서 입을 열었다.
“넬, 뭔가 방법이…?!”
“그, 그으으으! 자, 잠깐만요! 매뉴얼을!”
주머니를 휘적거려 손에 커다란 파일을 든 넬이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내 발목에 무언가 힘이 휘감기는 감각을 느꼈다.
“뛰, 뛰어보세요!”
“…!!”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자 발밑에 공기의 장벽이 휘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바깥으로 훌쩍 뛰어올라 수면 위에 착지한 나는, 이내 부서진 외벽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큰 것이 하나, 작은 것이 둘.
“이런, 빠지셨군요.”
커다란 베이스 기타를 손에 든 빼빼로가 가볍게 수면 위에 착지했고 내 모습을 보자 멜빵을 튕기며 가볍게 한숨을 내었다. 나는 온몸에서 오물을 뚝뚝 흘리며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끝나고 샤워 시설이라도…?”
“….”
“죄, 죄송합니다. 이거.”
사과하는 것이 더 기분 나쁜데.
“흐음, 린슬렛이 데려온 만큼 꽤.”
“강한 에스콰이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리고 빼빼로의 옆에 각각 블랙과 화이트가 내려앉았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쌍둥이로, 활달해 보이는 검은 메이드복이 블랙. 졸린 눈을 한 흰색 메이드복이 화이트인 것 같았다.
“싸우자는 거군…?”
그렇게 말하며 나는 품안에서 스파다를 생성해 꺼내들었다. 척추뼈와 같은 모양새를 한 검정색의 검. 그것을 본 세 사람이 가볍게 웃었다.
“아뇨 뭐, 이건 저희 쥬브나일 포르노의 전통적인…. 음 그러니까 일종의 쇼 같은 거라서요.”
“간단하게 말해서!”
블랙의 손에서 색소폰이.
“춤을 추자는 거야….”
화이트의 손에서 드럼 스틱이 빠져나왔다.
젠장,
“오오, 멋있어요! 로망!”
“그냥 정신 나간 거겠지….”
넬의 감탄에 나는 적당히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찰박, 하는 소리와 함께 고요한 오염수 위에 발이 내딛어졌다.
“연주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발렌타인.”
빼빼로가 예의 바르게 중얼거렸고,
[좋아.]
울리는 듯 들려오는 발렌타인의 목소리에 뒤이어 배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앞과 뒤를 포함해 전반에, 둥그런 스피커 같은 것이 돋아나며 재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원래는 배 내부에 있었을 술집이 위로 솟아나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관객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 무슨….]
[쥬브나일 포르노의 연주라고? 재즈는 즉흥, 그리고 감각. 스윙이라는 말에 대해 알고 있어?]
“알고 싶지도 않은데.”
나는 하수처리장 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음악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눈앞의 세 사람은 그 음악을 가볍게 즐기며 만족한 듯 웃었다.
“….”
이 무슨 광대놀음인지.
[자 그럼, 시작할까?]
발렌타인의 호기로운 목소리, 나는 배 위쪽을 빤히 쳐다보았고 그러자 디멘션 커넥터가 자동으로 발렌타인과 린슬렛의 모습을 확대해 보여주기 시작했다. 커다란 맥주잔을 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꿀꺽.
마시자마자 세 사람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
제일 먼저, 빼빼로.
베이스 기타와 스파다 부딪치며 가볍게 불꽃이 튀었다. 일단 린슬렛이 호쾌하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확인했던 나는 버티지 않고 몸을 뒤로 뉘이며 뒤쪽의 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큭!”
벽에 가볍게 발을 디디고, 나는 곧장 하수가 쏟아져 들어오는 파이프로 몸을 날렸다. 일단 그 꼬이고 꼬인 미로로 도망치면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는 판단…!
하지만, 파이프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파직 전기가 일어났다.
- 전투 구역 바깥으로 이탈이 불가능합니다.
“젠장!”
“오빠 참 생각이!”
“일차원적이네….”
그리고 어느새 블랙과 화이트는 내 옆에 선 상태였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뒤로 물러섰고, 화이트가 드럼 스틱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큭!”
“화이트의 드럼 솔로오….”
그리고 연주는 시작되었다.
음파 공격의 일종인 건지, 들려오는 노래의 내용이 바뀌며 동시에 화이트의 채가 내려쳐진 방향에서 공기로 된 탄환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벽을 박차고 뒤로 풀쩍 뛰어오른 나는, 검을 들어 그걸 튕겨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크윽!”
“주, 주인님!”
복부를 다시 얻어맞았다.
- 방어력이 10 감소했습니다. (현재 30)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며 뒤로 날아간 나는 필사적으로 뇌를 움직여 물 위에 미끄러지듯 착지했다. 체중을 받아낸 오수들이 폭포수처럼 튀어 올랐다.
이래서야 망령 신체의 사용도…!
“그럼 마지막으로! 이 블랙님의 차례인가?!”
또 음파 공격인가…!
“화이트! 부탁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화이트가 드럼 스틱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두 사람의 앞에 거대한 음파가 생성되더니 입에 색소폰을 문 블랙이 그걸 힘껏 빨아들였다.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낀 나는 곧장 벗어나려 했으나,
“큭?!”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걸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빼빼로가 휘두른 베이스 기타에서 반투명한 줄이 빠져나와 내 몸을 묶은 채였다.
“놓치지 않습니다.”
“자 그럼 오빠! 간다!”
블랙이 크게 손을 흔들고는 힘껏 색소폰을 불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응축되어있던 음파가 빛의 구체로 변해 크게 부풀어 오르며 이내 하수도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이내 날아드는 빛의 구체를 보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나…!
“망령 신체, 발동…!!”
그리고 구체가 내 몸을 덮치기 직전, 멀찍이 서있던 빼빼로가 줄을 풀며 지역을 이탈했다.
그리고 그 빛은 수면 위로 처박혔다.
시야가 순식간에 새하얀 빛으로 물들며 나는 그것을 견뎌내며 넘실거리며 피어오르는 파도의 감각을 느꼈다. 구체의 충돌로 인해 튀어 오른 오수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저 바보 져버렸네.]
빛의 구체가 가시기 직전, 살짝 취기가 오른 린슬렛의 목소리.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내리는 오물의 비를 맞으며 고개를 들었다.
“빌어먹을….”
“뭣?!”
[어머, 버텨냈는데?]
[…? 저걸?]
놀란 듯 숨을 멈추는 사람들. 나는 더러운 빗속에서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이를 악 물었다.
열 받네, 이거.
“넬.”
“네넬!”
“반격하자.”
나는 짜증스러운 기색을 느끼며 멀찍이 서있는 빼빼로를 향해 돌격했다. 수면을 박차며, 구체가 만들어낸 오물의 비가 내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녀석을 향해 파고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턱 끝까지 파고들었다.
“당신 대체?!”
사실 망령 신체는 공격적인 사용법이 있다.
녀석은 편하게 내리고 있던 기타를 아래로부터 휘둘러 내 턱을 후려쳤다. 나는 그걸 맞아주며 몸을 빙그르 회전시켜 녀석의 재킷을 베어냈다.
“크헉?!”
끄트머리가 돌출된 칼날이 녀석의 재킷을 파고들며 불꽃이 튀었다. 이어지는 공격에 검을 거둔 나는 몇 번이고 충돌하며 녀석을 몰아붙였다.
“…!!”
허공에서 부딪친 기타와 검이 몇 번이고 불꽃을 튀겼다. 그러면서 연주는 점점 더 거칠어져 나는 린슬렛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확인하려 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차가운 눈으로 이쪽을 관찰하고 있을 뿐, 아직 첫 잔의 반도 채 마시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 린슬렛. 뭘 그렇게 천천히 마셔?]
[너나 신경 쓰세요. 나는 좀 확인할 게 있어서.]
발렌타인의 물음에 녀석은 대답하고는 여유로운 태도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빌어먹을…!”
애초에 이길 마음이 없었단 말인가!
역시 녀석은 나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 싸움의 패배를 걸고서라도 자세하게 살펴보겠다는 건가…!
“어딜 보시는 겁니까!”
“…!!”
기타에 복부를 얻어맞은 나는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쩌억, 금이 간 콘크리트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라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생각의 꽃을 피워 올리기도 전, 두터운 외벽을 향해 화이트의 음파 공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것을 피해 옆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머무르던 자리에 음파의 공격이 꽂히며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젠장!”
바로 그 순간, 들고 있던 스파다에 기타 줄이 휘감겼다. 반대편에서 파고 든 빼빼로의 짓이었다.
“블랙 씨!!”
“오우케이!”
빼빼로의 외침에,
어느덧 날아든 블랙이 색소폰을 거꾸로 쥔 채…!!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