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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5화 (25/321)

25편

<-- Chapter 2 : 호수의 기사 -->

“내가 받을 수 있는 건?”

“어머, 그쪽을 신경 쓰시는 분이셨나요?”

“어찌 되었건 금전적인 이득이 없다면….”

“너 이 자식!!”

바로 그때, 뒤쪽에서 흥분한 린슬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고개를 돌린 나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흥분한 녀석과 마주쳤다.

“부인의 앞에서 예의를 갖추라고!”

“….”

게임에 뇌가 절여진 녀석이었군.

“린슬렛, 조금만 진정해요.”

“하지만! 부인!”

부인이라는 명칭에서도 그렇고, 이 극히 일부로 판단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라쿠스 기사단이라는 놈들에게서는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한 뉘앙스가 풍겼다.

“어쨌든, 타나토스님. 굳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것은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씀이시겠죠.”

흥분한 린슬렛을 진정시킨 비비안이 다시금 내 쪽을 돌아보았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더욱 강해졌다.

“…. 증명하라는 건가?”

“레벨을 보여주시는 건?”

“딱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니군.”

“….”

비비안의 얼굴에 살짝 싸늘한 기색이 감돌았다.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나 싶어 나는 너털웃음을 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내 능력을 보여주는 건 어때?”

“그쪽으로 자신이 있으시다는 건가요?”

“뭐 그건 좋을 대로 생각하시고.”

살짝 뜸을 들인 나는,

“가웨인.”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녀석들의 틈바구니에서 순간적으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린슬렛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 나는 보란 듯이 연못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녀석들 하나하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다.

당연히 모두들 무언가로 얼굴을 가린 채, 재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개중에서는 저게 ‘재킷’인가 싶은 녀석도 보였고 아예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녀석까지 존재했다.

“주인니임…. 너무 도발하시는데요?”

끌려가면 끝장이야.

눈빛으로 그런 의지를 전한 나는 이내 다시 비비안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런 내 행동에 다시금 흥미를 되찾은 모습이었지만, 역시나 망설이는 듯했다.

위엄이 서지 않는 거겠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런 한량 같은 놈에게 가웨인을 내보인다면. 하지만 애꿎은 에스콰이어를 내보냈다가 도리어 당할 수도 있으니 망설이는 거겠지.

그리고 나로서 말하자면,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30초.

그 안에 ‘가웨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 녀석들에게 숙이고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가웨인.”

살짝 더 도발을.

“….”

하지만 녀석들은 반응하지 않고, 나는 슬쩍 초조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바닥 밑에서 서늘한 감각이 이어져 주머니에 손을 넣자니,

“흠, 이번에 신참이야?”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을 가리지 않았어…?

“하하, 안녕?”

“….”

붉은 머리를 적당히 댄디하게 자른,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로 꽤나 컸다. 쾌활한 인상의 미남, 입고 있는 재킷의 형태는 정장이었다. 컬러는 흰색. 구두에 타이까지 갖춰 입은 모습은 시상식장의 영화배우처럼 느껴졌다.

“으음, 이번 친구는 붙임성이 없네?”

“네가 가웨인인가.”

“사실 브루스 웨인이지.”

“…?”

“아니면 제리코 스웨인?”

뭐야 이 미친놈은.

“으음, 내 유머에도 웃질 않다니. 감수성이 무척이나 떨어지는 친군데.”

“까르르르륵!”

넬은 웃고 있는데 그쪽이랑 대화를 시켜줄까.

“….”

“비비안, 나의 마담. 어떻게 할까요?”

“후우…. 가웨인. 당신 정말 그래야겠어?”

“마담께서 명령을 내리신다면.”

“으음, 죽이지는 말아요.”

그 말에 나는 비비안의 신뢰를 읽어내고 슬쩍 앞머리를 매만졌다. 아무래도 가웨인이라는 놈의 능력을 받아내는 건 꽤나 효과가 크겠군.

그게 뭐던 간에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죽지 않는 몸이니.

“자 그럼, 밖으로 나갈까?”

“여기서 하지.”

“뭐어? 여기서 했다가는 다 박살날 텐데?”

“아니….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

하면서 살짝 시계를 보는 척.

“아무리 그래도 널 이길 수는 없을 테고, 공격을 한 번 받아내는 정도는 어떤가? 기사단장.”

“…. 호오.”

“그쪽 계통으로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건 멋대로 생각하시고.”

호쾌하게 웃는 가웨인의 모습에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재킷의 성능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모두 완전하게 돌아가고 망령 신체 역시 준비 완료.

“그럼, 그러자고. 무뚝뚝이.”

“무뚝뚝이…?”

“응응, 나 사람 별명 지어주는 거 좋아하거든.”

무시하자.

“주인님, 저도 무뚝뚝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무시하자.

“어쨌든, 그럼….”

웃으며 주변의 에스콰이어들이 물러서는 걸 기다린 녀석은 이내,

“가웨인 재킷. 기동.”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재킷의 형태가 뒤바뀌며 녀석의 신체에 바싹 조여들었다. 정장이라는 형태는 유지하되 각 부위가 나뉘며 전설 속에 나오는 기사의 갑옷과도 같은 모양새를 취했다.

“정장은 현대 기사의 갑옷이라고?”

“….”

슬쩍 긴장해서 막는 자세를 취했다. 물론 그 행동에 의미는 없었지만 보는 눈을 의식해.

그리고,

“망령 신체 발동.”

“갈라틴. 나오렴.”

녀석은 품안에서 검….

아니,

“총?”

나는 기이한 형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전에 역사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던, ‘머스킷’이라는 형태에 근접한 총이었다. 긴 총신에 화려한 금박이 입혀진 흰색의 머스킷. 녀석은 그것을 나에게 곧장 겨누고는,

“잘 막아봐.”

발포했다.

투쾅! 하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녀석의 주변으로 후폭풍이 부는 것이 느껴지더니, 이내 무언가 빛으로 이루어진 덩어리가 이쪽을 향해 쏘아져 날아왔다.

“…!!”

그것이 복부에 휘감기듯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아,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것을 버텨냈다. 그 공격의 기세는 가웨인이 지닌 대략적인 강함이 예상이 갈 정도였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녀석이군….

하지만 망령 신체는 녀석의 공격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냈다. 눈앞에서 태양처럼 빛났던 구체가 이내 사그라 들었고, 나는 어지러움에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버텼, 어?”

린슬렛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발포한 상태로 멈춰 있던 가웨인 역시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나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걸로 된 건가?”

다른 녀석들 역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가웨인이라는 이름과 그 재킷으로 미루어 보자면, 기사 서임을 받은 순간 스킬이나 무기도 새로이 지급받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자면 녀석은 1위에 지극히 근접한 유저라는 뜻이겠지.

즉,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대단하네요. 타나토스님.”

“…. 아니, 생각보다 아프군.”

나는 그런 거짓말을 하며 슬쩍 가웨인을 돌아보았다. 그가 활짝 웃으며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었다. 나는 잠깐 고민에 빠진 척 앞머리를 매만지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뭐죠?”

“서로 목적이 다른 부분이 있으니 길드에 들어가는 건 잠깐 미뤄두고, 당신네들과 함께 행동해도 될까?”

“정확히 어떤 식으로?”

“뭐 시키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하지. 대신에 이 근처에 대해서 알려줬으면 해. 귀국한지 얼마 안 되서 정세나 그런 부분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니까.”

“괜찮네요. 가웨인, 당신은?”

“저는 마담의 오더대로.”

비비안의 물음에 어느새 재킷의 형태를 원래대로 되돌린 가웨인이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을 힐끗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망령 신체의 발동이 끝났음을 알리는 팝업창이 떴다.

“좋아, 그렇다면….”

하지만 다음 순간,

“커흑?!”

나는 크게 기침을 하며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순간적으로 멍해졌던 시야가 돌아오니 바닥에는 붉은 액체가 퍼진 상태였다.

- 지속 타격으로 폐 손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주, 주인님?!”

“빌어먹을….”

뭐지?

대체 어떻게?

“…. 가웨인!”

“어, 음. 이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당황함으로 가득한 린슬렛의 목소리. 나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린슬렛이 달려와….

그리고 시야는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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