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
훅, 잠이 깨버렸다.
분명 나는,
“….”
유하를 안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섹스의 여운에 젖어있었을 텐데?
-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 경험치가 100,000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현재 레벨. 17 -〉 27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내용을 눈으로 확인했다. 경험치 10만, 그 수치가 무척이나 익숙했던 터라 나는 완료된 퀘스트 목록을 확인했다. 더불어 스테이터스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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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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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준
Lv : 27
Knightage : -
JACKET : Necromancer
Exp : 4,800/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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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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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가능 스탯 : 170
공격력 : 20
방어력 : 50
민첩성 : 30
정신력 : 20
연산 속도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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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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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신 : F
망령 신체 : F
의식 조종 :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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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퀘스트의 완료와, 유하와 그런 짓거리를 해버린 것. 그리고 이 방에 있는 다른 존재에 대해서 차근차근 머릿속에 떠올린 나는, 그 이어질리 없는 퍼즐 조각들이 기묘하게 균형을 맞추는 걸 느꼈다.
“주,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오홍홍.”
그리고 넬은 기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녀석을 돌아본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마찬가지로 그 ‘입에서 음표가 나오는 휘파람’을 부는 녀석의 모습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지가 축축하다는 걸 느끼며.
“넬?”
“네넬, 식사라도?”
“….”
“아, 아니!”
내가 어떻게 녀석을 죽이면 좋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자니 넬은 도리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다시금 얼굴이 붉게 물들어 머리 위에서 펑, 하고 화산 폭발의 연기 같은 것이 치솟기 시작했다.
“왜, 왜 하시는 건데요!”
“…. 역시 네 짓이었군.”
“아니 이! 이! 머릿속에는 결국 그런 생각 밖에 없었던 거군요! 아기 만들기! 교미! 성관계!”
“….”
“섹(삐이-)!! 아, 자동 비속어 필터링 기능이.”
“….”
“섹스요! 섹스!”
“끄응.”
죄책감에 몸서리가 쳐지는 기분이었다.
중간에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음에도 그만두지 못했다. 물론 VR을 통해 가상에서 한 것이므로 실제로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유하에게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나는 쓰레기다.
“주, 주인님?”
“재킷에 자살 기능 같은 거 없냐.”
“아니! 으! 그, 그래도 서로 좋아하셔서 한 거잖아요!”
“….”
유하는 이게 꿈이라고 믿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성욕에 몸을 맡겼던 것일 텐데.
아니,
아니 그래도 날 생각하면서….
그런, 짓을?
거기다 그녀가 꿈이라고 생각해서 커밍아웃한 게 몇 개나 되지?
“주인님 얼굴 빨개졌어요.”
“….”
그리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몇 번이고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정식으로 혼인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아니,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사실을 일단….
“말해야겠어. 내일 일어나면.”
“아, 안돼요! 큰일이 일어날 거예요!”
“아, 안 돼.”
나만 알고 있는 건 너무 편협하고 비겁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팬티를 빨기 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단 내일,
내일 그녀가 일어난다면.
◇
그리고 다음 날,
“….”
“….”
“죄, 죄송해요! 유하님! 제, 제가! 으! 큰 잘못을!”
“으음~ 그러니까 즉.”
유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침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몸 둘 바를 몰라 무릎을 꿇은 상태로 그녀가 말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제의 그건 꿈이 아니다?”
“네, 네! 으! 사실 저는 두 분 그냥 편하게 대화하시라고 그렇게 해놓은 건데! 갑자기 섹(삐이-)를 해버리셔서! 아, 또 비속어 필터가….”
“준에게도 제가 한 말이 다 기억에 있다.”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후후♡ 그렇군요. 그래요.”
“유, 유하?”
“제가 (삐이-)를 (삐이-)한다고 말한 거나. 아니면 준을 보면서 매일 (삐이-)를 (삐이-)한다고 말한 거나. 아니면 준의 항(삐이-)용 자위 기구를 보고서는 그걸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거나 그걸 전부.”
아니 마지막의 그건 처음 듣는데요.
“알고, 계신다는 거군요.”
하지만 그런 유하의 앞에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선언에 고개를 몇 번 끄덕인 유하는 의외로 침착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준?”
“으응.”
“저 잠깐, 여기 계셔주세요. 곧 돌아올 테니.”
“어딜, 가시는 데요?”
넬의 질문에 방긋 웃은 유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르륵 긴 스커트가 형태를 갖추었다.
“잠깐, 자살 좀 하고 오겠습니다.”
“….”
“….”
“걱정 마요. 3일 뒤에는 돌아올 테니.”
나와 넬이 굳어져 있자니 유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반쯤 열려 있는 창문 쪽으로,
“유, 유하! 유하 누나아아아앗!!”
“이, 이거! 이거 놓으세요! 준! 전 이제 살아갈 수 없어요! 똑바로 준의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다고요!”
“아, 주인님의 (삐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넌 제발 부탁이니까 닥쳐!”
“네엘….”
창문에 매달린 유하를 떼어내는 일에는 적잖은 힘이 필요했다.
========== 작품 후기 ==========
챕터 원 끝.
언제나 모자란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