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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7화 (17/321)

17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 경험치를 50,000 획득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현재 레벨, 10 -〉 17

“….”

엄청난 레벨 상승치였다.

할 킬러즈의 조사가 끝나고 늦은 밤, 녀석들로부터 취조를 받느라 지친 상태였지만 나는 재킷을 입은 채로 스테이터스를 확인 중이었다. 희미한 달빛이 비추는 창가에 앉아 나는 스테이터스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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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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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준

Lv : 17

Knightage : -

JACKET : Necromancer

Exp : 6,00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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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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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가능 스탯 : 70

공격력 : 20

방어력 : 50

민첩성 : 30

정신력 : 20

연산 속도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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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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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신 : F

망령 신체 : F

의식 조종 :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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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명을 쓰러뜨린 보상인가?”

“네에, 거기에 퀘스트 완료 경험치도요.”

“퀘스트?”

내가 돌아보자 뒤쪽으로 쓱 고개를 내민 넬이 인터페이스를 몇 번 꾹꾹 눌렀다. 그러자 완료된 퀘스트 중 하나에 멘토멘티 퀘스트가 보였다.

“….”

“이런 식으로 해결을 보신 거죠. 어쨌든 엄청난 레벨 상승치네요. 축하드려요. 주인님.”

“스탯은 어떻게 찍지….”

쌓이다 못해 무너지기 직전인 스탯을 보며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지금 생각해보자면 나에게 놓아져 있는 길은 두 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스스로 충격을 받지 않는 신체를 무기 삼아 상대와 맞서 싸우는 직접전투형.

아니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의식 조종 스킬을 사용해 단숨에 승리를 쟁취하는 간접전투형.

거기에 인간 불신 스킬도 고려를 해야 해서.

“으음.”

“오, 오늘은 좀 쉬시죠? 스탯은 내일 찍으시고….”

“그럴 수는 없어.”

나는 무뚝뚝하게 쳐내며 계속해서 생각에 잠겼다. 아까 전에 잠깐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았지만, 내 재킷의 경우는 무척이나 특별한 형태로 여겨져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항도 없어서 최적의 결정은 순전히 내 몫이었다.

어쨌든 더 이상 유하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

“준.”

“괜찮다니까.”

생각에 잠겨있던 중,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넬이겠거니 해 적당히 흘려 넘겼다. 남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귀찮다고 여겼다.

“준.”

“거 참 진짜…. 어.”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린 나는, 속옷 차림의 유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얼굴이 빨개지자 유하는 겉에 걸친 카디건을 여미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해요. 그, 안에 입을 게 없어서.”

“아니 음….”

그럴 만도 하지.

여기는 모텔이니까.

…. 거기에 방은 하나.

반쯤 부서진 카페에서 도저히 잘 수가 없어 우리는 이런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잠깐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

“오늘, 있었던 일을.”

“….”

그녀는 물론, 오늘 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그게 ‘아서리안’이라는 게임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안, 조금 졸려서.”

“…! 준!”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행여나 걱정을 시키고 싶지도, 괜히 이걸 인정했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겠지 싶었다.

나는 셔츠에 바지를 입은 채 천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켜둔 프로그램을 모두 종료한 뒤 디멘션 커넥터를 수면 모드로 전환시켰다. 뒤쪽에서 머뭇거리며 서있던 유하는 이내 방의 불을 껐다.

“…. 잘 자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늦으며 그녀는 옆에 깔아둔 다른 이불에 누웠다.

- 주인님, 그래도 말씀하시는 게….

그런 나를 약간 우려하듯이 바라보고 있는 넬, 하지만 강하게 노려보자 이내 조용해졌다.

“준?”

“….”

“준을 믿어도 되는 거죠?”

“….”

말할 수 없다.

유하의 손을 꾹 잡고 싶은 마음을 거둔 채 나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 반응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정말 솔직하지 못한 주인님이란 말이지.”

두 사람이 잠에 빠져들고 난 늦은 밤, 요정처럼 허공에 떠올라있던 넬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쨌든 디멘션 커넥터를 기반으로 두어 이 현실에 원하는 만큼 상주할 수 있는 그녀는 슬쩍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넬은 스스로의 주인, 이준을 볼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걸 느꼈다. 분명히 바깥 세계로 나간다면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사람’처럼 대해진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

그래 그것은, 이준이라는 주인을 만났기 때문이겠지. 볼 때마다 안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선하디 선한 사람. 무언가에 의식이 속박된 남자.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졌다.

있는 힘껏,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졌다.

“그래애서어.”

넬은 킥킥 웃으며 품안을 뒤적거려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펼쳐서 그 내용을 눈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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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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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러브러브 대작전!

난이도 : 불명

내용 : 유하 누나와 솔직하게 대화하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100,000, 기사의 명예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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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 버려두지 않았다는 말씀.

멋대로 퀘스트를 승낙, 아서리안이 실행되며 잠들어있는 이준의 디멘션 커넥터에 밝게 빛이 들어왔다. 눈앞에 떠오른 인터페이스를 멋대로 조작하며 프로그램을 매만진 넬은 VR 모드를 실행시켰다.

그리고는 반대편의 유하 역시.

디멘션 커넥터의 권한을 전부 위임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하의 목에 부착된 디멘션 커넥터가 빛나며 넬은 능숙하게 콘솔을 조작했다.

“자자, 솔직하게 대화를 하세요오.”

넬은 환하게 웃으며 가상의 방을 생성, 그 속으로 두 사람의 무의식이 멍한 채로 들어서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의식은 잠든 상태지만,

약간 꿈을 꾸는 것처럼.

대면한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다시금 그 악몽이었다.

불길이 뿜어내는 악의처럼, 연기가 눈앞에서 피어올랐다. 나는 괴로운 마음에 그때와 같이 몇 번이고 손을 뻗었지만, 기둥에 깔린 소녀를 구해내진 못했다.

“준아, 나가야 해! 빨리!”

그리고 다시금 끌려 나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여자애를 향해 몇 번이고 손을 뻗었다. 몇 번이고 손을 뿌리쳐 보려고 했지만 통하질 않아 나는 구역질이 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어질 것이다.

놀라,

말을 잊지 못하는 유하 누나가.

….

“준?”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세계가 뒤바뀌었다.

순식간에 세계가 바뀌어 나는 스스로가 눈물이 범벅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통스럽고 심장이 두근거려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의 유하는,

“왜, 왜 울고 있어요? 아니, 이건…. 꿈?”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청초하고 긴 치마에 니트, 앞치마까지.

거기다 카페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여서.

“윽…. 크윽….”

나는 그 괴리감에 참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나무로 된 바닥을 몇 번이고 내리치며 지금의 상황이 꿈이라는 걸 알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제기랄, 나는…. 나느은….”

“준…! 울지 말아요….”

그러던 중, 나는 따스한 손길을 느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유하가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꿈이기 때문일까. 이내 모든 걸 놓아버렸다.

날 따뜻하게 감싸주는 유하에게 안겨,

진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미안해.”

“이제 좀 진정이 됐어요?”

내가 코가 빨개진 채 숨을 고르자 유하는 베시시 웃으며 앞치마를 들어 닦아주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나를 꾹 끌어안았다. 그런 모습에 나는 어쩐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고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아요. 꿈, 이잖아요?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 그래.”

꿈이겠지.

너무 깊게 생각했다. 나는 유하의 품에서 느껴지는 향긋한 커피 냄새를 맡으며 그대로 심장을 진정시켰다. 서로의 손을 꾹 쥔 채, 나는 하지 못했던 말을 입에 담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누나.”

“뭐가, 요?”

“지금은 말할 수 없는 게 있어.”

“준?”

“하지만 언젠가, 모든 일이 끝나면 꼭 말해줄게.”

“….”

“누나를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게 비겁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믿어줬으면 해. 나를.”

어떤 의미로든.

“….”

하지만 그 말에 유하는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슬쩍 겁에 질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행여나 꿈속에서조차, 유하는 그런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걸까 싶어.

“?!”

하지만 입술이 맞닿았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부드럽게 휘감기는 유하의 입술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혀가 파고들어 끈적하게 뒤엉켰고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한동안 길게 이어진 키스의 이후, 그녀는 입술을 떼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어렸을 적에는 자주 했죠? 우리.”

“그, 그게 무슨.”

“준이, 7살쯤에…. 뽀뽀하자면서 매일.”

“….”

뭔가, 이상한데?

“그래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저도 좀. 어머.”

“음?”

“분명 내 꿈일 텐데에…?”

유하는 슬쩍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꿈, 맞는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유하는 이내 아무렇지도 웃은 걸 느끼며 다시 내게 입술을 맞춰왔다. 어쩐지 좀 대화의 필요성을 느낀 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했지만,

“해요…. 우리….”

“?! 오, 옷 입어!”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걸 느꼈다. 얼굴을 붉힌 유하가 앞치마를 가슴 사이에 넣고 슬쩍 니트를 들어 올리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살짝 니트 사이에 걸렸다 이내 풍만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슴에 나는 턱 아래 부분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꼈다.

아니, 잠깐.

잠깐만…. 조금만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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