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성배를 차지하기 위한 기사들의 선발.
“지금 에픽 퀘스트를 통해 선정이 진행 중인 라이오넬부터 시작해, 벌써 선정이 된 기사들까지. 그들 모두는 제각기 기사의 이름에 걸맞는 명예와 스킬을 부여받고 성배 탐색을 준비 중이에요.”
“…. 헛소리로군.”
“하지만 주인님은 그 중 가장 완벽한 기사가 되실 거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 같은 걸 배려하느라 멘토가 될 수 있는 유저 분들과 척을 지고 도리어 죽음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것처럼 가고 있죠.”
고그와 모그.
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기사들은 전혀 고결하지 않음에도 그런 자신을 표방하며 옳음을 주장하고 있죠. 왜일까요. 왜 그 기사 분들께서는?”
이건 그냥 게임이니까.
“진지하지 않은 거예요. 단순히 게임 감각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죠. 그러니까 조금은 어깨에 힘을 푸셔도….”
“넬.”
“네, 주인님.”
넬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차마 다음 말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러는 편이 낫겠지.
그런 놈들이 펫인지 뭔지 하는 걸로 강간을 하던 젖꼭지에 피어스를 열 두 개쯤 달던, 나는 그냥 가상의 세계거니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 싫어.”
나는 ‘솔직하게’ 스스로의 감정을 입에 담았다.
“싫다고. 그런 거.”
재수 없고, 엿 같다.
“애초에 이 세계에 들어온 시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 건가 싶은 데요…!”
“그래, 그렇겠지.”
이 게임을 국가의 허가 없이 플레이하는 것은 불법이니까. 가상의 세계라고는 해도 실제로 신체는 강화되어 그 움직임에 ‘현실’이 파괴당할 우려가 있으니까.
“그래서 난 내가 싫은 거다.”
“진짜,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외곬수…!”
그런 내 말에 넬은 다시금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무 떠들었어.
“시체였군요. 게임속의 당신은. 그래서 그런….”
“뭐 어때.”
나는 한숨을 내쉰 채 중얼거리고는 다른 퀘스트를 찾으려 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른 양피지가 머리 위로부터 떨어져 펼쳐졌다.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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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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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멘토와의 첫 만남 1/5
난이도 : ★☆☆☆☆☆☆☆☆☆
내용 : 당신의 멘토, ‘모그’와 파티를 맺어보세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경험치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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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 이건?”
내 말에 넬이 약간 진정하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멘토 퀘스트네요. 꽤 늦는구나 싶더니, 모그님이면 지난번의 그 분이시죠?”
“퀘스트 비수락.”
- 불가능합니다.
“….”
“그, 그렇게 보셔도…. 멘토 시스템은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어요.”
젠장.
나는 골이 아파지는 감각에 이마를 감싸 쥔 채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이런 퀘스트 따위, 적당히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도에 모그의 위치가 표시된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다.
“….”
그 말인즉슨, 녀석 또한 나의 위치를 볼 수 있다는 것. 고그와 모그, 두 사람과의 헤어짐이 무척이나 안 좋고 충동적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지도상에 떠오른 점을 바라보았다.
모그의 위치.
인데,
“…?”
어딘가 익숙했다.
“주인님?”
“아니, 잠깐만….”
나는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걸 느꼈고, 이내 텅 빈 뇌 속으로 거품처럼 생각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아니,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버그인가?
“….”
모그의 위치가 찍힌 곳은 카페였다.
◇
나는 열차의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 오, 이준 형씨. 반가워. 나야 나, 모그.
머릿속으로는 방금 전 모그로부터 온 귓속말이 울려 퍼졌다. 그걸 끄지도 못한 채, 마치 증오의 원동력으로 삼은 것처럼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 그냥 생각 없이 손봐주러 갈까 싶었는데, 다행히 시간에 늦지 않게 퀘스트가 먼저 떠버렸네. 그러게 닉네임으로 바꾸기 전에 본명을 쉽사리 알려주면 안 되는 법이지. 카페 디아모에 사는 이준 씨. 키히히.
어쨌든 이런 꼴리는 누님하고 같이 살줄이야. 여러모로 우리한테는 잘 됐어. 멘티인 당신을 잡아먹고 경험치도 받고, 누님도…. 하하! 이건 농담이야.
그냥 게임이잖아? 이건.
“주, 주인님!”
“…!”
“무모해요! 미쳤어요!”
넬이 만류하듯이 옆에서 소리쳤지만 나는 손으로 밀쳐내며 계속해서 달렸다. 물론 그 손길은 무력하게 넬의 몸을 통과해 지나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질감을 지독히 혐오함에도.
나 이준은,
열차의 위에서 뛰어내려 선로를 질주했다.
“이렇게 눈에 띄게 행동했다가는 할 킬러즈가 몰려들 거예요! 거기다 주인님의 체력도…!”
“조용히 해!!”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선로를 따라 나아갔다. 기본적으로 타고 오르거나 할 일이 없어 카페까지 최단거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 안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이 놀라 몸을 움츠렸으나 개중에는 사진을 찍는 자도 존재했다. 분명히 이렇게 계속해서 나아가는 건 할 킬러즈의 이목을 끌 뿐이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유하…!! 유하, 유하 누나!”
나는 입에만 담아도 심장이 떨리는 그 이름을 소리치며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2호선인 합정으로부터 6호선 방면으로 틀어 집까지, 나는 재킷의 능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주변의 사물이 시간이 늘어지는 것처럼 길게 늘어지며 지나쳐 사라졌다. 반대편에서 오는 열차를 피해, 그리고 앞서 나가고 있는 열차의 위로 뛰어올라 그 위를 달리며 나는 이를 악 물었다.
하지만,
“큭!”
“보, 보세요! 무리해서 재킷을 사용하시니…!”
“제기랄!”
달리는 열차의 위에 무릎을 꿇어버린 나는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넬이 눈썹을 찌푸린 채 그런 나를 어쩌지도 못하고 주변에 맴돌았다.
“지쳐 쓰러지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재킷의 백업을 신체가 견뎌내지 못해서…!”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그리고 또, 이대로 가봤자 어쩌실 건데요!”
“…!!”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생각이,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들도 게임의 유저인 만큼 위험 부담이 큰 행동을 할 리가 없어요!”
“…. 하지만.”
“알아요. 기다리고 있는 거겠죠.”
넬이 말했다. 멘토멘티 퀘스트의 끝에는 서로를 싸워서 쓰러뜨려야 하며, 그걸 뛰어넘어서 그냥 멘티를 쓰러뜨리는 유저 또한 존재한다고.
그래서 모그는, 경험치를 벌기 위해 게임의 유저인 ‘이준’이 올 때까지 허튼 수작은 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간다고 해서?
레벨 10인 내가 무얼 할 수가 있지?
“젠장!”
그 새끼들은 42잖아!
혼자도 아니고!!
“아으, 으….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왜?”
“보통은 다들, 다른 유저를 이끌어주는 방향으로 하셔서…. 그래서 기사단에 초대하기도 하고….”
“하.”
병신 머저리 새끼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일어나 넬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달리는 전철, 머리가 휘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넬은 이질적으로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다.
“비켜.”
“….”
“비켜, 넬.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 거야.”
“하지만 넬은…. 주인님….”
넬이 애처로운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뒤를 따르는 넬을 향해 나는 뇌까리듯 소리쳤다.
“결국에는 게임 감각이라고.”
그 정도인 거다.
◇
◇
나는 숨을 몰아쉬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오, 형씨. 왔어?”
“반갑.”
커피 빨대를 입에 문 고그와 모그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꺼져.”
“헤에,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어디서 온 거야?”
“꺼지라고.”
“주, 주인님….”
“달려왔어? 응?”
만류하듯, 하지만 뒤에 숨은 넬. 그런 그들의 곁에서 마찬가지로 떠올라있는 펫의 모습에 나는 불쾌해져 인상을 찌푸렸다. 고그가 손을 가볍게 튕기자, 묶여 있는 여성 펫의 다리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아 준, 어서 와요!”
========== 작품 후기 ==========
레벨 관련되어서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엑셀을 두들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겜판 쓰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