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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11화 (11/321)

11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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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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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고양이 상인의 고민

난이도 : ★★☆☆☆☆☆☆☆

내용 : 창고의 괴물 쥐를 처리하세요!

제한 시간 : 01:30:00

보상 : 경험치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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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쥐가 무섭다옹.”

“….”

“그러니 처리해 달라옹.”

하면서 고양이 상인은 나에게 검을 건넸다. 그걸 받아드니 데이터로 변해 사라졌고 팝업창이 떠올랐다.

- 레어 아이템 : 롱 소드가 추가되었습니다.

나는 곧장 검을 꺼내는 버튼을 누른 뒤 품안으로 쑤욱 손을 집어넣었다. 묵직하게 휘감기는 손잡이를 쥐고 잡아당기자 은색으로 빛나는 1미터 정도의 검이 손에 들어왔다. 물론 그 실체는 정보량 송신 합금이지만.

“쥐를 처리하고 오면 그 검을 주겠다옹.”

그런 말에 나는 수락 버튼을 눌렀고 고양이 상인은 귀를 쫑긋거리며 반대편의 방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뒤쪽에서 침울해 할 넬을 돌아보았지만, 의외로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돌아왔다.

“….”

“그딴 (삐이-)같은 짓이라니. 헤헤♡”

“뭐, 뭘 오해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딱히 고그와 모그를 떠올리면서 한 말이 아니야. 라고까지 이야기하려던 나는 쓸데없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창고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넬이 몇 번이고 내 주변을 맴도는 걸 애써 무시한 채.

“드디어 첫 전투시네요!”

“그렇군.”

“일반 몬스터는 스테이터스가 제공되니까 긴장하지 마시고! 힘차게! 힘차게! 안 죽어요!”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어둠 속, 벽을 더듬어 불을 켜자 오크통 같은 것이 늘어선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슬쩍 만져보니 촉감이 진짜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제대로 된 오크통이 있을 리 없으니까.

어쨌든 그걸 짚은 채 조심스럽게 걷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끼긱, 끽. 하는 쇳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붙어있던 짐승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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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l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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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큰 쥐

Lv : 5

Exp : 4,000

방어력 : 0

그 외 스테이터스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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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머리 위에 떠오른 팝업창이 데이터를 표시했다. 일반적인 RPG게임에 있을 법한 체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적당히 검을 쥔 채 이쪽을 향해 돌아서는 쥐를 바라보았다.

“조심하세요!”

“….”

그리고 녀석이 나를 향해 도약해들었다.

쿵, 하고 검에 이가 부딪히며 손바닥에 충격이 휘감겼다. 정보량 송신 합금으로 만들어진 쥐는, 정말로 몸에 충격을 가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옆으로 흘렸다. 투포환을 받아낸 것처럼 팔이 저릿저릿했다.

- 방어력이 2 감소했습니다.(현재 13)

그런 메시지와 함께 휙, 하고 땅에 착지한 쥐가 다시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돌진력을 피해 옆으로 돌아선 나는 근육이 다시금 작동하는 걸 느끼며 쥐가 자세를 가누기 전에 달려들어 검으로 머리를 찍었다.

끼긱, 하는 날카로운 비명.

피가 튀는 이펙트와 함께 쥐가 추욱 늘어져 데이터 조각으로 변해 사라졌다. 나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며 검을 뽑아들었다.

- 적을 처치했습니다.

- 경험치가 4,000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충 이해했다.

“전투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군.”

“네?”

“방어력이 소모되면 신체가 상해를 입는다는 거지?”

그래서 생물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목을 찌르자 곧장 죽었다는 거다.

“오! 이해가 빠르시네요!”

“….”

신체는 재킷에 의해 강화가 되고 있다는 개념에서 나온 생각이었는데, 대충 맞는 모양이었다. 방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즉 재킷이 대미지를 입는다는 거겠군.

“좀 더 복잡한 계산식이 있는데 말씀해드릴까요?”

“아니이.”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할 거.

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설명하는 넬을 무시한 채 뒤로 돌아섰다. 문을 열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고양이 상인들이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어, 어떻게 됐냐옹!”

“처리했어요! 히히! 주인님의 계도나후검이!”

그건 또 뭔데.

“암검살!”

“…. 검은 이제 내 것인가?”

“오오! 고맙다옹! 가져도 좋다옹!”

-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경험치 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가 꽤 괜찮은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스테이터스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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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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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준

Lv : 10

Knightage : -

JACKET : Novice

Exp : 1,2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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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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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가능 스탯 30

공격력 : 20

방어력 : 20

민첩성 : 30

정신력 : 20

연산 속도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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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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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신 :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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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오, 벌써 스킬까지!”

“이게 뭔데.”

“스킬은 그 유저의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등록이 되는 고유한 능력이에요! 어, 음. 일단 설명을 보죠!”

- 인간 불신 : 타인을 믿지 않습니다. 파티에 속해있지 않을 경우에 공격력이 상승하며 인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요?

뒤의 부연 설명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데.

“뒤쪽의 F라는 글자는 뭐야?”

“랭크에요. S부터 F까지 있는 거고 랭크가 낮을수록 위력이 약해지는 거죠! 그나저나 인간 불신이라니 주인님에게 정말로 딱 맞는 능력이네요!”

“그렇군.”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는 검을 재킷 안으로 밀어 넣은 뒤 가게를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자 해가 느지막이 수평선에 걸린 채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 준! 이제 와요?”

카페 앞의 화단에 물을 주고 있던 유하가 나를 반겼다. 하나로 묶은 머리가 스르륵 자연스럽게 땅으로 떨어졌다. 더러워진 앞치마를 풀며 새것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가볍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손을 잡지는 않았다.

내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기 때문에.

“다녀왔어.”

“저녁은 아직 안 먹었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하는 다시금 활짝 웃으며 기대대로라는 반응을 보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뭔가 싶어 그 뒤를 따른 나는, 안쪽의 냉동고에서 무언가를 꺼내 가져오는 유하와 눈이 마주쳤다.

포장된 고기였다.

“자! 오늘은 파티를 하죠!”

“파, 티?”

“준이 돌아왔는데 사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가 지금까지 좀 어려워서…. 으음, 괜찮죠?”

“괜찮아.”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금 활짝 웃은 유하가 말을 이었다.

“그러면! 씻고 나와요! 오늘은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준이 돌아온 기념으로 환영 파티를 하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미끄러지듯 유하를 지나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휘파람을 부는 소리에 돌아보니 넬이 흥미로운 얼굴로 유하를 관찰하는 것이 보였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유하님.”

“….”

“아, 준! 옥상으로 올라가 있어요!”

큰 목소리로 외치는 유하의 모습에 나는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가볍게 앞머리를 매만졌다. 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그 촉감이 아직도 생생한데.

“….”

“음, 주인님?”

“왜.”

“얼굴이 빨개져 있으신데요.”

나는 넬의 지적을 무시하고는 옥상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2층 복도에서 빙글 몸을 돌려 좀 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옥상. 해가 거의 다 져서 푸른빛이 하늘에 깔리기 시작했고 나는 널찍한 평상에 걸터앉아 가만히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일단은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자.

역시 불친절한 게임답게 딱히 흥미로운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검도 얻었으니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전투 관련 퀘스트를 찾아다닐 생각이었지만 커뮤니티를 뒤져도 딱히 흥미가 가는 글은 보이지 않았다.

“주우인니임.”

“….”

쉽게 받을 수 있는 일상 쪽 퀘스트는 대부분 초보자용인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PVP 관련 퀘스트를 할 수도 없는 나는 역시 좀 낮은 단계의 퀘스트를 해야겠지.

“이준 주인님!”

새로 생긴 스킬인 ‘인간 불신’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격력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상대방에게 깎을 방어력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는 말인데.

“아이 참! 대답 좀 해봐요!”

“왜 그러는데.”

지치지도 않는 거냐고 생각하며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넬을 돌아보았다. 볼을 뾰로통하게 부풀린 채 있던 녀석은 문 쪽을 가리켰다.

“유하님이…!”

“꺅?!”

바로 그때 와장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싶어 반쯤 날듯이 계단을 내려간 나는 이내 2층 바닥 가득 엎어진 유리 조각들을 보고는 스스로 느낄 정도로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 유리 조각들의 사이로,

뭔가 붉은 액체가….

“유, 유하! 유하! 유하 누나!”

“주, 주우우운….”

“괘, 괜찮아?!”

나는 턱을 파르르 떨며 계단을 완전히 내려가 깨진 유리조각들을 밟으며 유하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어디서 피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주, 준?”

뜻밖에도 유하의 상태는 괜찮아보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사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바닥의 붉은 액체 사이로 보이는 김치 조각들을 그제야 발견했다.

“….”

“….”

우리는 한동안 얼굴이 빨개진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런 우리의 사이로 넬이 묘한 미소를 지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호, 호, 호. 이거, 이거. 넬은 들어가 있겠습니다.”

젠장.

“주, 준?”

유하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는 듯 얼굴이 빨개져 눈을 감은 채였다.

“….”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걸 느끼며 옆으로 돌아서 어지럽혀진 바닥을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유하가 약간 아쉬운 기색이 남은 채 자리에 앉아 이쪽을 보았다. 살짝 드러난 발목으로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라인에 나는 잠시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미, 미안해요. 발을 헛디뎌서….”

“아, 아니! 나야말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닦을 것 좀 부탁해도 될까?”

나는 애써 무뚝뚝하게 중얼거린 뒤 깨진 접시들을 쟁반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고개를 끄덕인 유하가 1층으로 내려가자, 나는 수많은 접시 조각들을 보고 유하가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들고 올라오려 했는지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다.

“하아.”

이래서 넬이 그토록 불렀던 건가. 나는 얼굴을 보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는 죄책감에 살짝 휩싸였다.

“넬은 여자애한테 그렇게 많은 짐을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미, 미안.”

나는 꾸중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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