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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9화 (9/321)

9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그리고 다음 날,

“….”

“전투 관련 퀘스트를 하시려면 일단은 무기를 만드셔야죠! 싸움에는 무기가! 무지무지 센 무기!”

내 옆에 둥둥 떠오른 넬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끄러웠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터라 별 생각 없이 바깥으로 나온 나는 퀘스트 마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 방금은 무지와 무기가 발음이 비슷한 걸….”

“넬.”

“네넬!”

“웬만하면 게임에 관련된 정보만 말하면 안 될까…?”

“히잉, 그러면 인간미가 없다고요!”

나는 잉잉 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이펙트) 넬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눈물을 뚝 멈추고 흥미롭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왜.”

“아뇨오~ 그냥.”

싱거운 녀석을 다보겠다.

피식 웃으며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선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넬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재킷이 꽉 조여드는 감각을 느꼈다.

- 노비스 재킷 활성화.

- 활용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몸에 전류가 도는 감각이었다. 동시에 등 쪽으로부터 뻗어져 나온 흰색의 전자 회로가 재킷의 팔 부분까지 이르러 사라졌다.

“일단 가실까요? 주인님.”

웃어보이는 넬에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위로 도약해 달리기 시작했다.

묵묵히 퀘스트 마커를 향해 달리던 중, 나는 활성화된 뇌의 영향을 느꼈다. 세계의 흐름이 느려지며 그 안의 존재들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한 먼지의 흐름마저 망막에 아로새겨질 정도로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아, 주인님! 검문이 있는데요?”

바로 그때, 먼 곳을 보듯 고개를 휙 치켜든 넬이 중얼거렸다. 나는 곧장 자리에 멈춰서 곧바로 지도 위에 표시되는 검문 지역을 눈으로 확인했다. 무기점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를 해야만 하는 지점이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

“오늘은 그냥 돌아갈까요?”

그 말에 나는 짧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식의 검문은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 벌써부터 겁을 먹고 도망친다면 이후에도 쭉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쩐다.

딱히 레벨이 높은 것도 아닌데다 전투 능력도 없는 내가 할 킬러즈와 정면으로 맞붙어서 도망치거나 할 승산은 그다지 없는데.

“음, 주인님?”

“….”

“마스터어.”

“….”

“이준님!”

“왜.”

그렇게 이야기한 나는 엉겁결에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앞으로 뛰쳐나온 넬에게 얼굴을 잡혔다. 정확히는 재킷의 목 부분이 조여든 것이었지만.

“뒤돌아보지 마세요.”

“…?”

의외로 심각한 넬의 표정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 너. 왜 이런 장소에 있는 거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스콰이어인가? 아니면 일반 시민인가.”

“….”

“물을 것도 없지. 이 옥상의 출입구는 현재 잠금 장치가 작동하고 있으니. 하늘에서 떨어지든, 아래에서 타고 올라오든, 네놈은 에스콰이어겠지.”

어떻게 하면 좋담.

“이, 일반 시민으로 가장하는 건요?!”

방금 전에 에스콰이어라고 낙인 찍혔잖니?

나는 입을 다문 채 당황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넬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 갖가지 변명거리를 늘어놓아도 여기서 체포당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할 킬러즈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으니.

“아, 아아! 다, 다가오고 있어요!”

넬의 목소리와 함께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길게 뻗은 앞머리를 매만지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넬.”

“네넬!”

“혹시 뒤에 있는 여자 레벨을 내가 볼 수 있나?”

“어, 음!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고객님!”

“이유는?”

“할 킬러즈의 코트가 저희 아서리안 소속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으앙! 게임 시스템의 한계에요오오!”

“….”

“저항의 의지가 없다면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라. 그렇지 않다면 바로 체포하겠다.”

무뚝뚝한 경고에 나는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뒤쪽에서 다가온 여자가 품안에서 은빛으로 된 수갑을 꺼내 채우려는 것이 느껴져, 나는 힐끗 그것을 돌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넬, 기동시켜.”

“네넬!”

“뭐?”

여자가 무슨 소린지 이해를 못해 되물었고, 뇌를 경계 모드로 돌리는 영점 몇 초의 시간,

나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큭!”

몸을 돌려 수갑을 떨쳐내며 그대로 여자의 복부를 걷어찼다. 한순간 강한 힘에 뒤로 주욱 밀려난 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로 하려했지만.

“주, 주인님!”

나는 이미 빌딩 밑으로 뛰어내린 상황이었다.

“이러셔도 되요?!”

“…. 그럼 잡힐까?”

“그, 그건 싫어요!”

“거기 서!”

걱정스러운 넬의 목소리를 반쯤 무시하며 나는 지상에 착지해 유리창을 깨고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코트의 깃을 세워 얼굴을 보호하며 앞으로 계속 내달렸다.

커피 전문점.

“큭?!” “뭐야?!” “에스콰이어?!”

내부에 있던 손님들이 나를 보며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걸 반쯤 뒤쪽으로 흘려버리며 나아간 나는 디멘션 커넥터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경보음을 들었다.

[너는 포위됐다! 얌전히 투항하라!]

“넬.”

“네넬!”

“도주 경로를 계산해줘.”

“알겠슴다! 쭈인님!”

다급한 목소리의 뒤에서 약간 즐거움이 느껴졌다.

가볍게 경례를 붙인 넬이 순식간에 원으로 퍼지는 전파의 범위와 그 간극이 희미해지는 지점을 계산해 지도상에 표시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위치로 달리며 나는 넬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간극이 희미해지는 지점에서 디멘션 커넥터를 리셋할게요! 신호를 드리면 주인님 곧장 사람들 사이로 숨어드세요! 재킷도 비활성화 될 테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넬은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듯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제치고, 빌딩을 타고 올라가 검문소를 뛰어넘자 녀석들이 다시금 경고를 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무시한 채 계속해서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렸다. 마커와 내 위치를 표시하는 점이 점점 가까워지며,

“…. 이곳으로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자와 마주쳤다.

“어, 어떻게 하죠! 주인님! 마녀에요!”

“꽤 머리가 있는 놈인가 보군. 혼자서 전파의 위치를 계산해서 빠져나가려 들다니. 하지만 여기까지다!

“다! 다른 곳으로 도망치죠!”

여자의 말에 내가 침묵하고 있자 넬이 다급한 표정으로 위치를 재검색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점에서 도망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차갑게 식은 얼굴을 한 여자가 품안에서 검을 두 자루 꺼내 손에 쥐었기 때문이었다.

“무기를 뽑아라. 에스콰이어.”

“….”

“뽑으라고 말했다!”

흥분한 여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적당히 그 기색을 판단한 나는 재킷의 칼라로 얼굴을 가린 채 일부러 여자에게서 반쯤 몸을 돌려 섰다.

“다른 사람들을 물려.”

“뭐?!”

분명 한 방 먹어서 분한 감정을 느끼는 거겠지.

“그렇다면 상대해주지.”

“…! 2중대. 근무 지역으로 복귀하라. 명령이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나는 명령이라고 했다. 이 에스콰이어는 내가 반드시 잡아가도록 할 테니 검문을 속행하라.”

여자가 통신을 마친 뒤 천천히 검을 들어 나를 겨눴다.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품안으로 손을 넣어서 뒤적거리는 시늉을 했다.

“어, 어쩌시게요! 아직 무기도 없으시면서!”

“….”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에 잠긴 채 천천히 여자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뇌가 움직여 지금의 상황을 타계할 방법 등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이미 외통수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큭?!”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땅 밑으로부터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시야를 잠식했다. 여자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고,

“거기 형씨! 이쪽이야!”

안쪽의 골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연기에 닿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걸 느끼며 몸을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거기 안…!!”

여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달려들려고 했지만 전기 펜스가 그 사이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 여자와 내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로서 여자는 코트에 의해 발이 묶인 처지가 되고 말았다.

“크윽!”

“이쪽으로! 빨리!”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조그마한 사내의 인도에 나는 계속해서 달려 함께 골목 사이로 파고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맨홀 뚜껑을 든 덩치 큰 사내가 기다리고 있어, 나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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