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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6화 (6/321)

6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시, 심장이 아파오죠? 괜찮아요. 첫 액세스만 그런 식이니까. 신체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서 적응하게 만드는 예요! 행여나 신경이 타들어가지 않도록. 그리고 또오, 외부에 원자 구조로 분산되어서 갑옷처러어엄….”

“빌어, 먹을….”

당황해 이야기하는 넬의 앞에서 나는 꼴사납게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주삿바늘을 꽂은 것마냥 재킷이 몸을 조이는 걸 느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졌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견뎌냈다.

“어, 어떠세요? 다 됐는데….”

그리고 액세스는 완료되었다.

- 노비스 재킷 활성화.

- 활용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최악이군.”

엿 같은 기분이었다.

가상의 세계로 첫 발을 들인 느낌은.

나는 숨을 몰아쉬며 잔통을 견뎌내려 저도 모르게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투쾅! 하는 폭음과 함께 아스팔트로 된 바닥이 박살나 커다랗게 구멍이 파였다.

“주, 주의하시라니까요!”

“끄응.”

실수했다.

인간의 신체를 초월해, 온몸이 근육과 혈이 아닌 전자 회로로 뒤바뀐 기분이었다. 나는 그걸 의식하고는 이내 뜨겁게 달아오른 듯 울렁거리는 몸을 이해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조차 엘레노어가 어떠한 형태로 내 뇌에 관여한다는 걸까.

벽에 기대어 서있던 나는 곧장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지면이 멀어지며, 나는 좁은 골목의 벽을 박차고는 계속해서 뛰어올랐다. 빠른 속도였지만 뇌 역시 활성화가 되어서 당황스러운 상황은 찾아오지 않았다.

“…!”

그리고 옥상.

“와아! 주인님, 멋져요!”

마지막에는 꽤나 높이 뛰었음에도 지면에 착지하자 활성화된 근육이 충격을 줄여주는 듯했다. 외부에 부유한다던 원자가 시트 역할을 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대, 대단하세요!!”

넬이 박수를 치는 걸 보며 쓰게 웃은 나는 곧장 지도를 확인했다.

5km정도.

“짧네.”

‘재킷’을 액세스한 채 중얼거린 나는 그대로 옥상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빌딩가를 스치듯 날아오르며 크게 뛰어올라 착지를 반복. 나는 재킷의 대단함을 느끼며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딱히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이제야 이런 짓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참으로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을 뿐.

“와! 대단해요! 서울 시내가 이렇게 훤히 보이다니!”

그리고 높은 옥상. 내 옆에 떠오른 넬이 이마 위로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내 디멘션 커넥터에 인스톨 되어 있는 만큼 녀석은 역시 내가 볼 수 있는 장소 이외에는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넬.”

“네넬♡”

“설명해줘.”

“넬?”

고개를 갸웃거리는 넬. 나는 앞머리가 바람에 흩날리는 걸 느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게임에 대해서. 뭐든지.”

“아, 그럴까요?”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굳이 그러신다면.”

뭐가 기쁜 건지 볼을 빨갛게 물들인 넬의 얼굴에, 데이터 덩어리가 얼룩지며 안경이 만들어졌다. 딱히 그런 연출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묵묵히 기다렸다.

“주인님께서 입고 계시는 재킷은 모두 정보량 송신 합금이라는 특수 신물질로 만들어져있어요. 옷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원자의 형태로 확산이 되어있죠. 이를 통해서 게임에 필요한 모든 물리적 요소들을 현실로 구현해 리얼한 게임 세계를 구현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레이드 몬스터나 NPC들과 접촉하실 때 몸이 닿는 부분의 촉각을 리얼하게 구현해내죠!”

“….”

“어, 음. 넬의 설명이 이해가 안 되시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넬은 어색하게 웃었다.

“어, 어쩔 수 없죠! 그러면 일단 선술집으로 가요. 그곳에서 설명을 드리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거기에는 뭔가 있다는 건가.

나는 천천히 빌딩 위에서 발을 내딛어 떨어졌다.

훅, 하고 머리가 아래로 향하며.

“기본적으로 재킷은 지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인님께 능력과 아이템, 제약 등을 제공해요.”

“게임이니까.”

유리벽을 떨어지는 동안 넬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중간 지점에서 벽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간 나는 멀지 않은 건물 위에 발을 디디며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정보량 송신 합금이라는 이름은 역시….”

“정보를 받아서 형태가 바뀌기 때문인 거죠♡”

“내 쪽에서 멋대로 조작할 수는 없단 거군.”

“물론이죠! 그건 해킹으로 간주되어서 자동으로 영구 정지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무우~서운 아저씨들이 재킷을 회수하러 온답니다!”

“….”

“넬찡, 아조시들한테 붙잡혀 가서 크고 두꺼운 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릴 거예요. 흑흑.”

“?”

“아, 방금 야한 상상 하셨죠.”

“그럴 리가.”

“괜찮아요. 야한 의도로 말한 거 맞으니까♡”

요염하게 웃는 넬을 한심하다는 듯이 본 나는 거리가 얼마 남지 않자 골목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조금 소리를 줄이기 위해 벽을 타고 내려가자 넬이 살짝 흥미로운 눈동자를 해보였다.

“아주 잘 쓰시는데요?”

“그런 곳에서 살아왔으니.”

“하긴, 주인님의 신체 데이터를 보면 웬만한 단련으로는 나오지 않는 수치들이시니….”

약간 납득이 안가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넬.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금 마커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좁은 골목의 안쪽에서 빛이 발하는 간판이 하나 보였다.

- 선술집을 발견하였습니다.

- 경험치가 800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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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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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준

Lv : 2

Knightage : -

JACKET : Novice

Exp : 10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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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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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가능 스탯 10

공격력 : 10

방어력 : 10

민첩성 : 10

정신력 : 10

연산 속도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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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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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쓰레기를 주운 건 쓰레기였군.

“와! 축하드려요! 레벨 업!”

“스탯 분배는 어떻게 하지?”

“음, 보통 에스콰이어님들마다 다른데, 자신의 체격에 따라서 선택하시는 편이에요.”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넬은 눈앞에 무언가를 띄워보였다. 인간의 형태로, 하나는 근육이 붙은 장신의 사람. 다른 하나는 조그맣고 마른 사람이었다.

“재킷은 어쨌든, 조금씩이지만 신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유저 분들은 ‘히든 스탯’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근육량이 많으신 분은 같은 공격력 수치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더 높은 공격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걸 굳이 히든으로 둔 이유가…?”

“알 수 없으니까요.”

“?”

“인간은 재킷으로 감춰져 있으니까요.”

“그렇군.”

나는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디빌더 같은 신체를 지니지 않는 이상, 미세한 근육의 차이를 겉으로 보기에는 알기 힘드니. 그걸 히든 스탯이라고 표현한 것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헤헤, 그런 면에 있어서 주인님은 꽤나….”

“들어가자.”

“에엑, 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나는 볼을 부풀리는 넬의 행동을 무시한 채 천천히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가질 않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곳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인간이 아닌 게임에서 나오는 엘프의 귀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사람도 있어서 이게 과연 게임인지 실제인지를 분간치 못하게 만들었지만.

“게임이죠.”

“뇌에 정보를 직접 주입하는 거군.”

“네, 그런 계약이니까.”

의외로 침착한 대답에, 나는 기분이 나쁘다는 자각을 하는 것이 무척 늦는 걸 느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가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상태였지만,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거지?”

“네, 빛이나 벽 이외에는 전부 주인님이 닿을 때마다 정보량 송신 합금으로 만들어지는 식이에요.”

대체 얼마나 굉장한 게임인 거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바 테이블의 앞으로 가 앉았다. 사람 대신 고양이의 머리를 한 수인 사내가 잔을 닦다가 입을 열었다.

“어서오라옹.”

“….”

저러면 잔에 털이 묻지는 않을까.

“뭘로 하겠냐옹?”

“에스프레소로….”

“알겠다옹.”

그러자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픽셀이 거품처럼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깨끗한 잔에 담겨져 있는 에스프레소를 발견하고는 내려다보았다.

분명 가상의 그것이겠지만.

“드셔보세요.”

“…?”

“아이 참, 빨리요.”

넬의 재촉에 나는 슬쩍 당황하며 잔을 집어 들었다. 손에 잡히는 감각이 느껴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겁에 질리지 않기 위해 단숨에 에스프레소를 들이켰다.

뜨겁,

“푸웁?!”

나는 깜짝 놀라 약간 혀에 닿았던 에스프레소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맛과 뜨거운 감각은 진짜였던 터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게 뭐야…?”

넬이 까르르 웃었다.

“게임에서 제공된 데이터가 재킷을 통해 뇌로 명령을 내리는 거예요. 실제로는 평범한 물이지만 뇌가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거죠. 신체적인 영향도 끼치고.”

“에스프레소잔은 정보량 송신 합금이라는 거냐?”

“네넬♡ 이해하셨네요!”

“더럽게 현실적인 게임이란 것 정도는….”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넬은 다시금 까르르 웃었다.

“현실적인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게임인 거죠.”

“그거나. 그거나.”

“후엥! 달라요! 다르다고요! 엘레노어가 얼마나 열심히 현실에 게임 시스템을 구현하려고 했는데!”

“알게 뭐야.”

나는 쓰라린 혀를 입안에서 굴리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잠시 뿔이 나있던 넬은 이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여기서 퀘스트를 받아볼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넬은 허공에 부유하던 걸 멈추고 천천히 지상에 발을 내딛었다. 또각, 하고 하이힐 소리가 울리며 그녀는 바 테이블에 팔꿈치를 기댔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말수가 없는 편이라

넬을 좀 말이 많은 쪽으로 설정했는데

과도..하진 않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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