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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5화 (5/321)

5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원래 이 아서리안이라는 게임에는 유저들한테 너 같은 펫이 붙는 시스템이 있는 거냐?”

나는 ‘펫’이라는 어감에 입맛이 씁쓸한 것을 느끼며 물었다. 하지지만 지금 아서리안의 내부에 인스톨된 넬은, 일종의 펫과 같은 존재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뇨, 아뇨. 주인님은 조금 특별하신 경우에요! 엘레노어는 넬이 주인님을 돕기를 원하거든요!”

“…? 뭔가 이유라도?”

“글쎄요? 그것까지는 넬도 잘….”

“노비스 재킷이라던데.”

“노비스 재킷이요?”

나는 넬이 윙크를 하자 부담스럽게 날아오는 하트를 쳐내며 대답했다. 노비스, 초보를 뜻하는 영단어. 거기에 뭔가 특별할 것이라도 있단 말인가?

아니 하지만.

뭔가 좀 말이 다른데….

“하, 하지만 때가 되면 재킷의 진정한 힘에 눈을 뜨실 날이 올 거예요! 넬이 보증합니다!”

“….”

일종의 히든 피스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려나.

가만히 방긋방긋 웃고 있는 넬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 나는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을 펫으로 부린다는 말이나 그런 뉘앙스는…. 어쩐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럼 일단, 가장 기본적인 퀘스트부터 시작해볼까요? 사실 넬도 바깥으로 나오는 건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당황스러운 기운을 억누르고 있자니, 넬이 내 눈앞에 떠올라있던 양피지를 가볍게 손으로 튕겼다. 그러자 둥글게 말려 있던 양피지가 펼쳐지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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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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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쓰레기 줍기

난이도 : ★☆☆☆☆☆☆☆☆☆

내용 : OO공원의 쓰레기를 청소하세요!

제한 시간 : 01:00:00

보상 : 경험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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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야…?

나는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에 어이가 없어져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퀘스트창에 나온 공원은 이 근처로서, 가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수락하시죠!”

“자, 잠깐만! 이건 뭔데!”

“? 게임 퀘스트요.”

“…. 이게?”

“네넬!”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어젯밤 역 근처에서 벌어졌던 에스콰이어와 할 킬러즈의 격렬한 전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후, 눈앞의 양피지에 적힌 퀘스트를 보자 괴리감이 드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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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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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쓰레기 줍기

난이도 : ★☆☆☆☆☆☆☆☆☆

내용 : OO공원의 쓰레기를 청소하세요!

제한 시간 : 00:59:59

보상 : 경험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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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퀘스트를 수락한 뒤 마커가 지정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원으로 가는 내내, 목이나 귀, 혹은 뒤통수에 디멘션 커넥터를 부착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대부분이 3차원 공간에 자신만의 세계를 투영해놓고 있을 터였다. 몇몇은 전체 공개로 되어 고양이의 형태를 한 펫이나 그런 게 내 눈에도 보일 때가 있었지만.

“응? 주인님, 왜 그러세요?”

나는 노출이 심한 넬의 복장을 보며, 이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체 공개로 돌려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음란 행위의 위험이 있기에 인간의 형태를 한 인공지능을 펫으로 두는 일은 금지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뭐 물론, 어둠의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공연히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애초에 엘레노어 같은 존재가 인간 따위의 법률에 신경을 쓰실 리 만무하기도 하고.

어쨌든 팝업창을 띄운 나는 곧장 넬의 설정이 비공개로 되어있는 걸 확인했다. 만약 이 녀석이 공개되어 주변에 보인다면 나는 곧장 법률 위반으로 잡혀갈 것이다.

후,

일단 쓰레기 청소라.

나는 미리 그렇게 만들어둔 것처럼 쓰레기로 가득한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방대하게 널린 쓰레기들과 쓰레기통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적당히 청소 계획을 잡으려는데….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 일반 아이템 : 비닐 봉투를 생성합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킷 안쪽에서 뭔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당황해 재킷을 연 나는, 손잡이처럼 검정색의 무언가 튀어나와있자 당겼다. 그리고 무언가 빠져나와 손에 들렸다.

비닐 봉투였다.

“넬, 이건?”

“넬이 생성했어요! 잘했죠?”

“….”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킷의 재질이 ‘정보량 송신 합금’이라고 하였던 녀석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이었다.

엘레노어로부터 정보를 송신 받아 내부의 원자 구조가 뒤바뀌어, 재질과 크기를 표현해내는 오버 테크놀로지라는 말로도 부족한 신물질이라고 했던가.

신기하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닐로 된 봉투를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가죽으로 된 재킷에서 나온 물건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 재질과 색은 완벽했다. 검정색의 비닐. 나는 물끄러미 손에 든 그것을 내려다보다 쓰레기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300을 획득하였습니다.

뭐 이리 많아?

나는 약간 질리는 걸 느끼며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된 쓰레기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별 생각 없이 봉투까지도 넣어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

“자, 잠깐만요! 주인님!”

지만 넬이 그런 내 앞에 펄쩍 뛰어서 막아섰다. 나는 당황한 얼굴을 한 녀석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 정보량 송신 합금은 어쨌든 실존하는 물질이니 만큼, 막 버리시면 언젠가 재킷 자체가 없어질 거예요. 그냥 다시 재킷 안으로 넣으시면 되요.”

“그렇군.”

가볍게 이해한 나는 쓰레기통에 넣으려던 봉투를 다시 품안으로 집어넣었다. 물가에 돌을 던져 퍼지듯, 둥그런 궤적이 나타나며 이내 봉투는 흡수되어 사라졌다.

대충 이해했다.

이 정보량 송신 합금이 지금까지의 인류를 기만하는 듯이 완벽한 물질이라는 것 정도는. 단순한 인류의 힘으로 이정도의 기술력을 개발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소모될까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넬.”

“네넬!”

“이 재킷은 신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건가? 그…. 원자 구조를 바꿈으로서?”

나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러자 넬의 등 뒤에서 팡파르 같은 것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나더니 나팔과 폭죽이 연이어 터져 올랐다.

“네! 정답입니다!”

“그렇다면 설명해봐. 어떤 식인지.”

“어라? 아무것도 모르고 계신 건가요?”

“…. 알 리가 없잖아.”

불친절하다 못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게임이니.

나는 별 걸 다 묻는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입술을 우물거리며 당황해하고 있던 넬은 이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고, 눈앞에 팝업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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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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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준

Lv : 1

Knightage : -

JACKET : Novice

Exp : 3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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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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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 10

방어력 : 10

민첩성 : 10

정신력 : 10

연산 속도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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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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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차근차근 설명 드릴게요! 일단 Name은 이름이에요! 주인님의 이름!”

“그걸 모르겠냐.”

“이준이라니, 꽤 독특한 이름이시네요. 이준의 이름이 이준. ‘이름’이라는 여동생이 있어도 괜찮을 법한?”

“….”

“아, 방금은 이름과 이준의 ‘이’가 같은 단어임을 위시한 일종의 언어유희로서….”

돌아버릴 거 같다.

대충은 이해했다.

적당히 각종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나는, 머릿속에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아 넣으며 거리를 걸었다. 한껏 이야기를 풀어내자 넬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새하얀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내 뒤를 따라왔다.

“일단은! 다른 에스콰이어들을 찾아보죠! 주인님의 멘토로 지정된 분이라던가….”

“싫어.”

“네?”

“싫다고.”

나는 단언했다.

“저, 저어! 일단은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합니다! 중사님! 지금 제가 설명 드린 정보들은 모두 기본 정보들뿐이기에 다른 에스콰이어들로부터 좀 설명을 들으셔야 하지 말입니다! 중사님!”

“중사는 또 뭔데…?”

“아! 군대 계급이요.”

지치는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이라기에는 너무 불친절했다. 모르는 정보가 있으면 누군가로부터 들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쌓인 데이터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해야한다는 건가.

“넬.”

“네넬!”

“NPC 같은 건 없나? 이 게임에.”

“물론 있지요! 선술집 쪽으로 안내할까요?”

“부탁해.”

“알겠습니다! 대장! 그럼 잠시만….”

척! 하고 경례를 붙인 넬은 이내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는 행동을 취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지도가 생성되었다. 나의 위치, 그리고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보였다.

걸어가기에는 꽤 먼데.

“방금 멀다고 생각하셨죠?”

“음….”

“그럴 땐 역시 재킷의 힘을 이용하셔야죠!”

그걸 노린 거였나.

“튜토리얼도 아니고.”

나는 어쩐지 의도한 사항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손짓을 하는 넬을 따라 으슥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별다른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장소. 넬은 약간 걱정하는 듯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음, 처음에는 조금 아프실 지도 몰라요.”

‘재킷.’

정보량 송신 합금으로 이루어진 이 물건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암호화된 정보를 해석해 인간의 신체를 내부와 외부에서 강화시킨다. 그리고 그로서 인간을 게임 속에 참여하는 ‘에스콰이어’로서 뒤바꾼다는 모양이었다.

아까의 스테이터스에 기록된 만큼,

공격력을 강화시켜 물질적인 힘에 관여하고,

방어력을 설정해 재킷의 내구도를 높이고,

민첩성을 높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고,

정신력을 통해 각종 스킬의 사용에 관여하고,

연산 속도로 뇌를 빠르게 동작할 수 있도록 한다.

“괜찮아.”

“으으으, 네.”

내 무뚝뚝한 중얼거림에 넬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잠시, 약간 넬의 행동이 늦자 나는 이 재킷을 통해 아서리안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낸 엘레노어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다가,

“…?! 큭!”

갑작스럽게 심장이 타들어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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