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3화 (3/321)

3편

<-- Chapter 1 : ‘에스콰이어’로서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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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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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이오넬의 여정 7/10

난이도 : ★★★★★☆☆☆☆

내용 : 라이오넬의 파편을 획득하세요.

제한 시간 : 00:30:21

보상 : 경험치 10,000,000, 기사의 명예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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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인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양피지를 이리저리 늘리거나 하면서 매만져 보았지만, 수락할 수는 없는 듯 ‘선결 퀘스트를 해결하셔야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를 뿐이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으로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큭?!”

뭔가 거대한 것이 날아들었다.

저도 모르게 몸을 날려서 피한 나는 방금 전까지 서있던 곳에 떨어진 그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검?

검정색의 얇은 그것은 분명히 검의 형태였다. 지면이 갈라진 장소에 박힌 검은 확실히 실체하는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바닥이 우지끈 갈라졌다.

“너는…!”

“?!”

아까 코트를 입은 여자가 내려와 바닥에 발을 디뎠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감췄다.

“일반 시민이면 바닥에 엎드려라!”

여자는 지면에 꽂힌 검을 뽑아들고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검정색의 코트에 다시금 전자 회로 같은 것이 흐르는 이펙트가 피어나자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거기…! 큭!”

여자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다시금 폭음이 울려퍼졌다.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본 나는, 여자에게 붙은 다른 에스콰이어를 보고는 쫓아올 염려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 종료.”

- 불가능합니다.

“뭐?”

- 안전 지역 이탈 전까지 게임 종료가 불가능합니다.

“뭐 이딴 게임이….”

아니 이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싶지만.

어쨌든 나는 안전한 장소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낡고 자그마한 2층 건물의 모습이 보였다.

시대에 맞지 않게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은, 1층 큰 유리창이 내걸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늦은 밤에도 은은한 빛을 발했다. 낡기는 했지만 깨끗하게 닦여 있어 주인의 성격을 짐작케 했다.

카페 디아모.

Damo 라는 네임 플레이트였지만 D와 a 사이에 어퍼스트로피가 붙어, 다모가 아닌 디아모.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지.

“….”

오랜만에 보는 거라 괜찮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디멘션 커넥터가 잡아주는 카페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종 방문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3년.

너무도 긴 시간이다.

흐려질 만큼.

하지만 언제까지고 서있을 수도 없었던 터라,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은 걸까. 아무도 없는 찻집의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있던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

그대로다.

저 무릎을 넘기는 원피스와 앞치마. 160 정도 되어 보이는 평범한 키. 약간 마른 몸. 새하얀 피부.

이름이 표시되었다.

송유하.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잊을 수가 없는 이름인데.

등 뒤를 부드럽게 받치는 듯한 흑단 같은 머리칼. 커다란 눈동자에 놀라운 기색이 깃들어, 유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내 곁으로 다가오,

“준!!”

지 않고 달려들었다.

“…. 환영이 격렬한 걸.”

가벼웠지만 한순간 내게 안겨오는 유하를 지탱하기 위해 나는 발에 적당히 힘을 주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색을 감추듯 가볍게 웃자 이내 그녀는 물기가 섞인 목소리로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걱정, 걱정 했잖아요….”

“잘 지냈어?”

“준이야말로! 유학 내내 집에는 오지도 않고!”

“미안해.”

“몰라요! 가족이면서! 바보!”

정확히는 ‘가족 같은 사이’겠지. 일단 호적상으로나 핏줄 상으로나 이어져 있는 관계는 아니니.

나는 어깨를 떠는 유하를 진정시킬 요량에 슥슥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걸까. 한순간 화들짝 놀란 유하가 내게서 떨어져 얼굴을 붉혔다.

“미, 미안해요! 준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데….”

“…. 유하도 그렇지.”

나는 그녀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시, 식사는 했어요? 뭐 먹을래요?”

“괜찮아.”

“아니면 씻을래요? 물 받아드릴까요?”

“신경 쓰지 마.”

나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유하를 지나쳐 카페의 뒤편으로 향했다. 디멘션 커넥터에 의해 진입 불가로 되어 있던 시그널이 뒤바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계단에 발을 디디자 요란하게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 모조리 지워두고 나갔지.

“아, 미안해요. 설정해뒀어야 하는데….”

“어떻게 설정할 건데.”

3년만인데.

덧붙일 말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유하가 눈앞에 떠오른 인터페이스를 두드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얼마 후, 사이렌이 멎은 뒤 팝업창이 하나 떠올랐다.

- Cafe D’amo 2층 출입 허가 되었습니다.

“….”

약간 멍하니 서있자니 다가온 유하가 천천히 내 손을 쥐었다. 여전히 그 큰 눈동자에 물기가 어린 채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서 와요. 준.”

“그래.”

그 순수한 눈동자에, 이곳으로 돌아온 목적을 기억해낸 나는 적당히 뒤로 돌아섰다. 살짝 아쉬워하는 유하를 둔 채 나는 2층으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짧은 복도에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형태로 있는 두 개의 문 중 왼쪽으로 들어가 닫았다.

스며드는 어둠.

짐은 미리 도착해둔 상태였다.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옷이나 속옷, 양말 같은 것이 든 무겁지 않은 트렁크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바다를 건너오느라 지친 옷들을 가방에서 꺼내 정리하던 나는,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준. 그…. 택배가….”

온 건가.

문이 열리며 약간 당황한 기색의 유하가 두터운 박스 하나를 내밀었다. 가볍게 받아 문을 닫으려던 나는 이내 얼굴이 빨갛게 물든 유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스를 확인했다.

한진 택배.

….

아니 왜 한진 택배로 이런 걸 보내?

살짝 당황해 그 밑에 적혀진 내용물을 보던 나는 이내 몸이 쩌적. 하고 굳어지는 걸 느꼈다.

성인용품.

남성용 자위기구.

후(삐이-)에 젤을 바른 뒤 삽입하세요.

“….”

“저, 저어? 준? 저는 괜찮으니까요. 준이 그런 취향이라고 해도 맞춰줄 수…. 아, 아니! 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아, 아하하?!”

“….”

“으음? 하, 하지만 그쪽은 찢어지면 상처가 수복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

“그, 그으. 이제부터 함께 살 건데. 혹시나 제가 방해되지 않도록 시간이나 팻말 같은 걸 달아둘까요? ‘준의 해피타임’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으면 행여나 발생할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나가줘….”

나는 애걸하듯 말하며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유하를 밀어낸 뒤 문을 닫았다. 다시금 어둠에 잠겨,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낡은 침대에 주저앉았다.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후우.

“빌어먹을 자식들….”

나는 얼굴이 후끈거리는 걸 느끼며 그 분노를 담아 마구잡이로 포장을 뜯어냈다. 너덜거리는 종이상자를 열어젖히자 그곳에서 재킷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정색에, 곳곳에 지퍼가 달린 빳빳한 재킷.

“….”

아무리 봐도 평범한 옷처럼 보이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입고 있던 코트를 벗은 뒤 재킷을 걸쳐보았다. 그리고는 디멘션 커넥터로 신체를 스캔해 거울에 모습을 비추듯 눈앞에 나타나게 했다.

이렇게 보니 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재킷처럼 보였다.

“아서리안. 프로그램 실행.”

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자, 나는 갑작스럽게 재킷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 노비스 재킷이 감지되었습니다.

- 동기화를 진행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승낙을 누르자,

“큭?!”

세계의 풍경이 갑작스럽게 뒤바뀌었다.

뇌가 예고도 없이 가상 세계로 진입했다.

물론 현실상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았지만, 방안이 순식간에 붕괴해 내리며 이내 흰색의 공간으로 대체되는 경험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한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나는 이내 데이터가 집결되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자 눈살을 찌푸렸다.

“아, 무사히 받아보셨군요!”

그때의 그 여자애,

넬이라고 했던가.

“다행이에요! 혹시 몰라서 이것저것 평범한 택배로 보이도록 위장을 해두기는 했는데 그동안 쭉 전전긍긍하고 있었거든요. 혹시 걸릴까봐.”

“그게 너였냐.”

라고 자연스럽게 받아친 나는 이내 가볍게 혀를 찼다. 한 달 전쯤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듯이 떠올랐다. 내가 입고 있는 재킷과 비슷한 느낌의 가죽옷. 거기에 흰색의 머리칼은 무척이나 비현실적이었지만.

“어쨌든! 엘레노어도 그러라고 해서! 앞으로 주인님의 서포트를 맡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 너였군.”

“네넬! 잘했죠?! 넬을 쓰담쓰담 해주세요!”

“디멘션 커넥터. 종료.”

“아! 자, 잠시 만요?! 주인님?!”

“종료.”

넬이 만류했지만 내가 중얼거리자 시스템이 완전히 꺼졌다. 가상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현실로 돌아온 나는 눈앞의 여자애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쉬고 싶은 기분이었다.

“끄응.”

딱히 오늘은 더 쓸 일도 없을 것 같았으므로, 귓바퀴에 붙은 커넥터를 떼어낸 나는 충전기를 찾아 그 위에 올려두었다. 둥그런 충전기 위를 붉은빛이 가로지르자 나는 털썩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의식은 뻗어나가듯 정신과 몸을 갈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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