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최종
슈칵!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는 날카로운 참격.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관통상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 참격이 지나간 안쪽은 이미 걸레조각처럼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카아아악! 카아악!”
고통에 찬 짐스으이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전장을 찾아 헤매던, 위대한 싸움을 갈망하던 야수의 모습 따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그곳에 있는 건 그저 상처입고 울부짖는 한 마리의 짐승일 뿐.
[아파, 너무 아파!]
벨제부브는 전쟁의 쾌락과 희열을 쫓았으나.
그에 수반되는 고통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언제나 포식자의 위치에 있었으니까.
[어째서, 어째서!]
그렇기에, 복부를 꿰뚫은 저 관통상은 단순히 치명상인 것을 떠나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고.
그의 머릿속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겼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동안 만나왔던 버러지들처럼.
전장에 널부러져있는 저 하찮은 시체들처럼.
그저 승자의 희열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저 왜소하고 나약한 존재들처럼.
자신 또한 죽을 수 있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순간.
[Kieeeeeeeeeeeeeeeeek!]
벨제부브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한 악마가 그의 두개골을 단숨에 꿰뚫어냈다.
“…뭐야.”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던 조원호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미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순간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애당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악마가 악마를 죽이는 건 꽤나 흔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대마왕마저 죽인다니.
“하하, 이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무리 아크, 당신이라고 하지만, 이 겁 대가리 없는 골칫덩어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 줄이야.”
그리고 그 악마는, 자신이 피떡으로 만들어놓은 벨제부브의 머리통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정말이지… 뭐라 감사를 표해야할 지 모르겠군요.”
색욕의 군주, 메피스토.
갓 뿜어져 나온 뇌수와 피에 절어있는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손에 묻어있는 살점 덩어리 하나를 핥아냈다. 달콤한 향신료의 맛이라도 보는 것처럼, 환희에 겨운 황홀한 표정으로.
“…메피스토였던가.”
“그렇습니다, 아크. 우린 구면이지요?”
정체를 확인하는 짤막한 대화.
대화를 길게 이어나갈 필요는 없었다.
아니, 그보단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것을 놔둬서는 안 된다고.
“흡!”
마력이 실려 하얗게 빛을 발하는 칼날.
조원호는 그대로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고, 메피스토 또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검을 휘둘러 손쉽게 막아냈다.
카아아아앙!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마찰음.
주변 대기를 강타하는 강렬한 충격파.
“크윽.”
여기서 뒤로 밀려난 것은 조원호였다.
메피스토는 광기어린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쳤다.
“사실은 숨어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마왕 살해자 아크, 굳이 당신 앞에 서있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니까요.”
“그거 참… 과한 평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과한 평가라뇨. 당신에겐 그 만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다른 대마왕의 힘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면야.”
메피스토의 힘의 원천은, 공포.
더 많은 영혼이 공포에 떨수록, 그리고 그 영혼의 격이 높을수록 그 힘은 더더욱 강대해진다.
벨제부브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동안 쉴 새 없이 다른 영혼을 포식하며 자신의 격을 쌓아왔다. 그런 존재의 공포는, 그야말로 무한한 힘의 원천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아무리 위대한 존재라곤 하나, 악마에게 공포에 질린 상대의 목숨을 끊어내는 건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단숨에 숨통을 끊고, 공포에 질린 영혼을 흡수한다.
지금의 메피스토는 원래의 두 배에 달하는 힘을, 아니 그보다 몇 배나 되는 힘을 흡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 정도 힘이라면… 하하, 바알 녀석의 숨통을 끊는 것도 허황된 이야기만큼은 아니겠죠.”
“동족상잔이라. 악마새끼다운 발상이군그래.”
“하하. 틀린 말은 아니로군요.”
메피스토는 입가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불쾌한 기색으로 물들었고, 그는 조원호를 향해 오른손을 뻗어냈다.
“그렇지만, 벌레 같은 놈한테 듣기엔 지나치게 불쾌한 말입니다.”
“…!”
다음 순간.
손끝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중압감이 조원호의 신체를 찍어 눌렀다. 순간적으로 조원호의 무릎이 땅에 붙어버렸을 정도로 막대한 압력.
“네놈이 악마살해자라해도, 지금의 나에겐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네놈도, 바알도 말이다.”
“원호!”
주변에서 부상 입은 몸을 추스리던 이태현이 달려들었다. 그 또한 한 때 이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몸.
하지만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
메피스토는 귀찮다는 듯 조원호에게 뻗었던 손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고, 달려들던 이태현은 망치에 벌레꼴이 되어 구석에 널부러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메피스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원호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네 녀석에겐 빚이 하나 있었지.”
목을 조르듯 허공을 꽉 쥐어내는 메피스토.
그러자 조원호의 목에 그의 손 모양과 같은 손자국이 패이고, 보이지 않는 압력은 그대로 조원호의 몸을 허공에 띄워냈다.
서서히 희열에 차오르는 메피스토의 미소.
하지만 그 순간.
“저, 메피스토님.”
“…!”
뒤쪽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메피스토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냐. 오로바스, 네 녀석이 왜 여기 있지?”
원래라면 다른 전선에 있어야할 녀석이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럴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뒤로 다가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으니까.
지금이라면 그 바알에게조차 뒤를 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대마왕 중 제일 약체로 평가되는 오로바스가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허나 그런 메피스토의 심정과는 달리, 오로바스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냥 아무런 일도 없지 않았냐는 듯한, 그런 반응.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나? 다음으로 해라.“
그 당혹감을 감추기 위함일까, 메피스토는 일부러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조원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의 아크만 처리하면, 저 녀석의 목덜미도 비틀어주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 안 들으시면 후회하실 텐데요.”
그럼에도 오로바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의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이.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푸욱.
“…컥?”
짤막한 침음성과 함께, 메피스토는 자신의 가슴팍을 뚫고 나온 검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가슴팍에 솟아올라 있는 칼날은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체… 무슨?”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는 메피스토.
오로바스는, 거기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냐면, 자기가 죽는 이유 정도는 알고 죽어야 그래도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지막하게 울리는 오로바스의 목소리.
메피스토는 아직까지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갑자기 등 뒤를 잡혔고.
갑자기 복부를 관통 당했다.
상황은 알겠으나, 이해는 가지 않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떻게?
대체 어떻게?
메피스토는 지금의 자신이 모든 차원을 통틀어 최강의 존재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를, 도대체 어떻게.
그 의문을 머릿속에 담은 채.
메피스토는 땅바닥에 힘없이 허물어졌고, 곧이어 오로바스의 칼이 그의 목을 베어냈다.
툭, 데구르르르…
초라하게 바닥을 구르는 메피스토의 목.
그 얼굴은 여전히 의문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서서히 검은색 먼지가 되어 흩어지더니, 허공을 맴돌다 이내 오로바스에게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많이들 놀랐겠지.”
오랫동안 흐른 정적.
조원호도, 이태현도,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침묵 속에서, 오로바스는 빙긋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인사부터하지. 난 바알이라고 한다네.”
* * *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되는…….”
한편, 리리스는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을 전부.
아공간에서 수백 개의 탐색망을 펼치고 있던 그녀의 얼굴엔, 메피스토보다도 더욱 짙은 당혹감과 의문이 나타나 있었다.
곳곳을 비추는 수백 개의 탐색망.
그 모든 화면에 오로바스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으니까.
환영인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하나하나의 마력이 너무나도 강대했다. 실제로 갑작스레 나타난 오로바스들로 인해 모든 전선이 붕괴되고 있었다.
[으흑, 억, 어헉,]
[지원 바란다! 여긴 A-2 전선, 붕괴 직전이다! 당장…]
[살려주세요, 아무나 좀 살려주세요!]
곳곳에서 비명 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고통에 찬 비명.
막연하게 지원을 요구하는 요청.
절박하게 목숨을 애걸하는 기도.
각각 말은 다르나, 거기에 담긴 내용은 동일했다.
살고 싶다는 것.
전선은 그저 생존만을 바라게 될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고, 그들의 목숨은 하나같이 무의미하게 사라져가고 잇었다.
[소연아! 이쪽으로 지원 좀 빨리, 급해!]
[크리스! 크리스만이라도 와줘, 뚫린다!]
그나마 전선에 배치되어있던 S급 헌터들과 A급 헌터들이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었지만.
지원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오로바스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원본부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런 상황은 비단 헌터들뿐만이 아니었다.
유럽 쪽에 나타나 주변을 초토화 시킨 레비아탄.
도시 하나를 통째로 빙하지대로 바꿔버리며 대마왕의 마력을 가감 없이 선보였던 그였으나, 그 또한 갑작스레 나타난 오로바스들 사이에서 힘겹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중이었다.
“바알이 오로바스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건가?”
이 상황을 그나마 수습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최대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탐색망을 살피고 있던 리리스. 허나, 그 때 그녀의 등 뒤에서 오로바스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흣!”
그와 동시에.
리리스의 손에 기다란 워프 블레이드가 형성되고, 깔끔한 호를 그리며 예리한 참격을 만들어낸다.
“후우, 후우…….”
오로바스의 분신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곳에도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것이다. 설령 이곳이 아공간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고, 그 덕분인지 그녀의 반응은 신속했다. 등 뒤에 서있던 오로바스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체 두 조각으로 양분되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너무한 걸.”
“…!!”
숨을 고르고 있던 리리스.
허나 오로바스가 쓰러진 바로 직후, 또 다른 오로바스가 그녀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시 워프 블레이드를 휘둘렀으나.
두 번째는 없다는 듯, 오로바스의 검이 먼저 그녀의 등을 꿰뚫었다.
“커…흑.”
“쯧. 이야기라도 좀 나눌까 했었는데, 내 성의를 이토록 깔끔하게 무시할 줄이야.”
오로바스는 등 뒤를 꿰뚫은 단도를 비틀었다.
상처를 찢고, 마력을 불어넣어 안쪽을 헤집어놓았다.
“쿠흡.”
고개를 숙인 리리스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진다.
오로바스는 등 뒤에 꽂았던 단도를 뽑아냈다.
그러자, 힘을 잃은 리리스의 신체가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뭐, 이야기라 해봤자. 작별인사 정도겠지만 말이야.”
* * *
“…지원 요청한다, 쿨럭. D-13. 남아있는 잔존이누언이 있다면 전 인원 집결바란다.”
땅바닥에 내팽개쳐져있던 이태현은, 남은 힘을 쥐어짜는 것처럼 힘겨운 목소리로 무전기에 목소리를 담아냈다.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
S급 헌터의 활약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초라한 활약이었으나,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뿐이었다.
“…….”
이태현은 답을 기다렸다.
적어도 S급 헌터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다면, 아직 한 줄기 희망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었다.
허나 무전기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답은커녕, 기분 나쁜 침묵과 노이즈만이 이어진다.
“…설마.”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친다.
이태현은 부러진 다리로 어떻게든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감지망을 펼쳐 주변으로 확장시켰다.
없었다.
사람도 악마도 없었다.
앞에 서있는 조원호와 바알의 마력을 제외하면, 아무런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멸.
무전기는 여전히 고요했고.
바알로 추정되는 수십 개의 거대한 마력들이 이곳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기척은 그 자체만으로도 악몽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조원호는 홀로 서있었다.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바알이라…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이랑은 다른데.”
“허허, 나를 본 적이 있는가?”
“마왕성마다 초상화가 하나씩은 걸려있더라고.”
“호오. 마왕들 사이에서 내 신망이 그렇게 좋았다니. 썩 나쁜 기분은 아니로군.”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잡담이 튀어나오는 걸까. 아니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는 걸까.
조원호와 바알 사이에선 시덥지않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남은 건… 아무래도 나 하나인 모양인데.”
“그렇다네. 그런 것치곤 꽤나 침착한 모습이로군.”
“갑자기 나만 빼고 다 죽어버리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거든.”
조원호는 씁쓸하게 실소를 내뱉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한 때 용사로 불렸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조원호는 혼자서만 돌아다녔었다.
그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죽어버렸으니까.
그가 택하는 전장은 언제나 최악이라 불릴만한 곳들 뿐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언제나 홀로 쓸쓸한 승리를 쟁취해왔다.
동료가 생기면 동료가 죽고.
군대가 그를 도우면 군대가 전멸당한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누구나 죽지 않을 것처럼 강렬한 의지를 뿜어낸다. 그리고 조원호는 그 의지와 함께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체를 수도 없이 마주해왔다.
그렇기에 익숙했다.
자기가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보다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탓.
찰나의 순간이었다.
조원호는 순식간에 최대치로 마나를 끌어올렸고, 그대로 검에 실어 땅을 박차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 자체로 한 줄기의 섬광.
그 빛의 줄기는 잠깐 사이에 튀어나간 것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를 띄고 있었고.
“…!”
…다음 순간, 그 빛의 섬광은 눈앞의 악마의 손아귀에 붙들려 멈춰져있었다.
“미안하군, 무안하게 만들어서 말이야.”
모든 마족들의 힘을 하나로 뭉쳐낸 힘.
벨제부브를 흡수한 메피스토의 힘도, 모든 악마들이 두려워하던 레비아탄의 힘도. 차원 너머에서 출정을 기다리고 있던 수천, 수만에 달하는 악마들의 힘까지도.
그 막대한 힘을 하나로 합쳐낸 지금의 바알에게.
조원호의 일격 따위는, 어린아이가 이쑤시개를 휘두르는 정도에나 비견될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검이 좀 필요하거든.”
바알은 대수롭지 않아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그 다음 순간.
콰장창!
그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조원호의 검, 미스틸테인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