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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56화 (56/135)

56화

“커억… 커헉, 컥… 대체, 왜…??”

바리트는 꿰뚫은 손을 통해 요엘의 피와 에테르를 전부 흡수한 다음, 그의 영혼가지도 그 자리에서 뽑아냈다.

그리고, 갓 뽑아낸 영혼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집어삼켜 흡수해버렸다.

“헉, 크억… 끄으윽…….”

요엘은 온몸에 퍼지는 고통에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로 두 눈만 부릅뜨고서 신음소리만 흘리고 있다가, 영혼이 뽑혀나간 그 순간부터 축 늘어져 바리트의 손에 볼썽사납게 매달린 꼴이 되었다.

이윽고 그의 몸통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을 때, 바리트는 텅 비어버린 메마른 몸통을 바닥에 무신경하게 내팽개쳤다.

한 때 요엘이었던 그 마른 몸뚱아리는, 아무런 힘없이 초라하게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그 초라한 죽음이, 한 때 인류의 구원자라고까지 불리던 이 시대에 손꼽히던 위인의 최후였다.

그의 죽음을 바라본 원호는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하하하하하… 힘이, 힘이 아주 넘쳐나는구나.”

그리고 바리트는 피묻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원호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군의 등 뒤를 찌르던 광기어린 모습에 대한 지적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지극히 마족에게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너 다른 마족들이 알게 되면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영혼을 쳐먹는 거냐?”

그의 감상은 마족이 영혼을 먹는다는 보기 드문 광경에 대한 감상이었다.

마족들이 다른 세계에 침략해서 학살을 저지르는 공식적인 이유는 일단 하나였다.

바로 생명체들의 영혼을 모으기 위해서.

영원한 수면에 빠져버린 마신을 다시 깨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영혼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마족들은 마신을 부활시킬 영혼을 모으기 위해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까지 침략을 하는 것이고, 그들은 마왕들이 직접 전장에 나설 정도로 영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따라서, 마신에게 바칠 제물이자 에너지인 영혼을 일개 개인이 잡아먹는 것은 마왕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그 자체만으로도 마신에 대한 반역이자 같은 마족들에 대한 배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만으로도 다른 경쟁자들에게 숙청당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혼을 잡아먹으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마족들은 영혼을 먹지 않았다. 그건 절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크크큭, 그건 네놈 따위가 걱정할 일이 아닐 텐데, 인간.”

하지만 바리트는 기세가 잔뜩 오른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급격히 솟아오르는 힘에 그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방금 전까지 무력하게 공포에 두려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영혼을 흡수하여 힘을 증폭시킨 바리트는, 이윽고 온몸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원래대로의 본체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등 뒤에는 거대한 날개가 돋아났으며, 꽤나 준수했었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고, 이마에 뾰족하게 나와 있던 뿔이 훨씬 두텁고 우람하게 솟아올라와 있었다.

또한, 마치 중세 말기의 귀족 같은 느낌을 풍기던 복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으며, 부풀어 오르듯 점차 거대해진 그의 몸통은 야만적인 근육덩어리가 되어있었고, 손과 발에서는 날카로운 발톱들이 돋아났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변신을 마친 바리트가 큰 소리로 포효를 내뱉었다.

방금 전과는 달리, 낮게 울려 퍼지는 짐승의 울음소리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바리트는, 백작이라는 작위에 어울리는 거대한 몸체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흐음, 가고일 타입의 마족인건가.’

변화가 끝난 바리트의 본체를 바라보며, 원호는 간략하게 그의 모습을 살펴봤다.

가고일들에게는 가죽이건 속살이건 바윗돌마냥 무식하게 단단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원호에게 가고일은 그다지 상대하고 싶지 않은 부류의 몬스터였다. 징그럽기도 하고, 단단해서 죽이기도 조금 귀찮은 녀석들이었다.

원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녀석이 본체가 되기 전에 죽여두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은 절대 계약의 공간이다. 바깥이었다면 내가 인간의 영혼을 먹은 순간 그 사실을 다른 마족들이 눈치 챘겠지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있는 여기서는 그걸 걱정할 필요가 없지.”

그리고 녀석은 그 옆에 놓여있던 거대한 창을 들어올렸다.

충격파에 나가떨어져 목이 꺾여 죽은 트롤의 무기였다.

녀석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창을 원호 쪽으로 겨누면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유일한 목격자인 네놈은 여기서 죽을테니, 결국 아무도 모른 채로 끝날 일인 것이다. 내가 걱정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이냐. 하하하!!”

그 직후, 바리트는 원호를 노리고서 그 거대한 창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창으로 상대를 후려치는, 지극히 단순한 물리적 타격일 뿐이었지만 거기에 담긴 파괴력은 원호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멈춰라.”

원호는 가벼운 견제의 목적으로 다시 한 번 바리트에게 언령을 외쳐보았다.

하지만 바리트는 잠시 움질하는 기색을 보였을 뿐, 그다지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바리트의 창은 지금도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긴, 같은 기술에 3번을 똑같이 걸리는 병신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원호는 옆으로 몸을 날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내리 찍히는 바리트의 창을 피해냈다.

“본체로 돌아온 내게 그런 얄팍한 수작이 다시 한 번 통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어리석구나!!”

“뭐, 나도 큰 기대는 안했어.”

바리트는 바닥에 내리꽂았던 창을 뽑아들고, 다시 한 번 창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횡으로 들어오는 넓은 범위의 공격이었다.

원호는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그 공격을 간단히 피해냈다.

씨이익.

하지만, 그 순간 바리트는 휘두르고 있던 창을 놓고서는 발로 원호의 몸통을 그대로 걷어 차올렸다.

바리트의 크기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작은 원호의 몸은, 그대로 발에 걷어차여 하늘에 붕 떠올라버렸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리트는 마나를 끌어모으고 마법을 영창했다.

“다크 스피어(Dark Spear)”

그의 영창이 끝나자, 그의 주변에는 흑빛의 뇌전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창들이 형성되어 주위를 맴돌았다.

바리트는 손을 들어 올린 상태로, 원호의 몸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렸다.

하늘에 떠올랐던 몸이 포물선을 그리고, 이윽고 땅에 닿으려는 그 순간―

바리트는 들고 있던 손을 내림으로써, 자신을 방해하던 인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하하하하!! 꼴이 좋구나, 인간!! 감히 이 몸에게 대적… 하니… 그런, 꼴을…….”

기세 좋게 승리의 선언을 외치고 있던 바리트였지만, 시야를 가릴 정도로 격렬하게 내리꽂히던 수많은 흑빛의 뇌전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선언이 조금, 아니 상당히 일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쏟아져 내려오던 다크 스피어의 여파가 사라진 그곳에는, 반투명한 배리어를 펼치고 있는 원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어떤 상처도, 부상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 끈질긴 녀석!!”

바리트는 두 손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다시 한 번 마법의 영창에 들어갔다.

두 손에 모인 검은빛의 마나는, 이윽고 둥그런 덩어리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카오스 블레이드(Chaos Blade)!!”

그리고, 그는 모여 있던 마나의 덩어리에서 손을 집어넣어 검게 타오르는 검을 뽑아들었다.

원거리에서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근접전에서 해치워버리면 그만이다.

자신과 저 인간의 근접전은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유리했다.

체급 차이라고도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신체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아아아!!”

바리트는 접어뒀던 날개까지 활짝 피고서, 완성된 카오스 블레이드를 들고서 원호에게 달려들었다. 그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였다.

“쯧.”

그러나 원호에게서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약간의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혀를 찼다.

“나의 검은, 한 번 휘두르면 반드시 한 번을 베어낼지니.”

그는 손에 쥐고 있었던 검에 손을 얹고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선언했다.

그가 선언을 마치는 순간, 그의 검에서는 마치 불을 뿜어내듯이 선명한 하얀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에테르가 끓어 넘치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손에 쥐고 있는 백색의 검을 조용히 들어 올렸다.

“죽어라, 인가아아아아안!!”

“일도양단(一刀兩斷).”

그 순간, 그의 검에 모여 있던 에테르는 길게 뻗어져 나오는 광선이 되었고,

그 광선은, 모든 것을 가르는 거대한 참격이 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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