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6화 (6/135)

6화

“음… 숲이군.”

그래, 숲이었다. 달리 부를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주변은 아무렇게나 자라난 나무와 벼래별 잡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누가 봐도 숲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슬리는 건 걸어 다니기 힘들다는 것과, 가끔 얼굴에 거미줄이 걸린다는 것 정도?

문제는 지금이 밤이라는 거였다.

낮의 숲은 광합성이 이뤄지고 생명력이 뿜어져 나오는 활기로 가득 찬 공간이지만, 밤의 숲은 잘못하면 사람 죽기 딱 좋은 공간이다.

게다가 지금은 3월 말.

슬슬 봄이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쌩쌩한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날씨였다. 굳이 숲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얼어 죽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일단, 이 위치를 봐서는… 강원도인가. 멀리도 왔다.”

우선 에테르를 펼쳐내어 간략한 위치정보를 파악해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장난 아니었다.

“게다가… 그냥 숲도 아니고 산 속이었네. 어쩐지 좀 많이 춥더라.”

한반도 강원도 안에서 약간 동쪽으로 치우친 어딘가의, 적당한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의 적당한 산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군데군데 아직도 하얗게 눈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강원도였다.

‘그리고 이것.’

손에 쥐고 있던 나침반을 바라보자,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키기 때문에 나침반이지만, 이 나침반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아마 그냥 나침반이 아니라 목적지를 가리키는 아티팩트일 것이다.

‘마치 원피X에 나오는 그것처럼 말이지.’

강제소환 되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발밑에 놓인 이 나침반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침반이 빛을 뿜는 것은 행여 이걸 찾지 못하고 지나갈 멍청이들에 대한 배려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의 산속에서 그나마 조명기구로 활용하라는 최소한의 양심이겠지.

일단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였다.

나는 다행히 침대에 누워있었기에, 손에 쥐고 있던 이불이 같이 딸려와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의도한 부분이었다.

이 야밤에 강제로 소환당하는 곳이 하하호호하는 파티장일 리는 없었으니까.

살짝 두툼한 두께의 이불을 마법사들이 입고 다니는 로브처럼 몸에 두른 상태로, 주위에는 보온의 술식을 걸어두었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아직도 추웠지만, 그래도 버틸만한 정도는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안티 콜드를 걸어두고 싶지만…….’

빙하지대라도 되면 모를까, 그냥 단순한 겨울산 수준이면 안티 콜드만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나는 머리 위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그곳에는 보일 듯 말 듯 눈알 모양의 아티팩트들이 둥실둥실 떠있었다. 관찰 기능이 있는 주시자 아티팩트였다.

저 주시자들을 파괴하거나 마비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지만, 주시자 아티팩트의 특징은 서로 간에 연동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 저 녀석들이 있는 한, 나는 허접한 신입생으로 보이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최근 수업에서 익힌, 신입생들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술식들 뿐이었다.

안티 콜드는 간단한 마법이었지만, 술식이 아니라 엄연한 마법이었다. 이제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신입생들이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이불을 두른 채로 숲을 걷기 시작했다.

방금 전 위치정보를 탐색하기 위해 감지망을 펼쳤을 때, 동굴 하나를 발견했었다. 이런 숲 속 한복판 보다는 그곳이 그나마 하룻밤을 보내기 바람직할 것이다.

“하, 씨. 어쩐지 서바이벌 관련 기본 술식들부터 가르치더라니.”

돌이켜보니 최근 대부분의 수업들이 보온과 점화, 감지와 탐색 같은 기본적이면서도 생존에 필요한 술식과 지식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헌터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기본 술식들이야말로 가장 필수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들이라 가장 먼저 배울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냥 여기서 써먹으라고 급하게 가르쳐놓은 것 같았다.

“애들 각성시키려고 이 짓거리를 하는 건가?”

신입생들 중에는 미카엘라처럼 뛰어난 그룹도 있었지만, 아직 각성도 못한 녀석들도 있었다. 각성을 했더라도 아직 에테르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아마 이 상황은 그런 녀석들을 단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서바이벌 캠프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걸 다짜고짜 한밤중에 시작할 필요는 없잖아…….”

이 계획을 실행한 놈은 분명 진성 새디스트에 또라이가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동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환, 신입생 환영 MT는 어떻게 됐어?”

유선은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기댄 채로 말했다. 의자 등받이가 거의 180도에 가깝게 휘어져 있는 것이, 그대로 잠에 들어도 편안할 것 같은 자세였다.

“아무런 문제없이 24학번 학생들 모두 이동됐습니다.”

“그래?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유선은 몸을 눕힌 채로 생각에 빠졌다.

앉아 있는 의자가 한 바퀴 정도 돌아갔을 때, 유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강제소환을 거부했다던가, 저항했다거나 한 녀석은 없었어?”

“설마요. S급 헌터인 크리스님의 강제소환에 저항할 수 있는 신입생이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환은 말도 안 된다며 손을 저었다. 유선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확실히 크리스는 공간이동에 있어서 최고의, 아니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에스퍼였다.

크리스는 안 그래도 희귀한 워프 능력자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수준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제소환 같은 마법은 어지간히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 정도 수준이 되면 그야말로 ‘강제소환’이다.

그녀의 마법에 저항하는 건 A급 헌터수준에서도 버거운 일이다. S급 헌터에 있는 에스퍼들이 초월자라 불리는 것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는 실패했었으면서.’

류환은 일반인 중에 섞여있던 한 에스퍼를 분석해내는데 실패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소환된 신입생 중에 포함되어있다. 유선은 그 녀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넌 네가 직접 보고서까지 올렸으면서, 조원호에 대한 건 벌써 까먹었냐?”

“아뇨,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류환은 다시 한 번 손을 저었다.

“하지만, 저랑 크리스님은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게다가 제 경우와 달리 크리스님은 공간계 마법이 특성분야이기도 하고.”

류환은 S급에는 한참 못 미치는 A급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그리고 정신계 마법은 그의 본래 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잘 되지도 않는 걸 어거지로 배운 수준이다.

“하긴, 그렇기도 하네…….”

내가 너무 과대평가한 건가. 유선은 의자에 기댄 채 혀를 찼다.

“그런데,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

“굳이 밤에 시작한 이유가 있습니까?”

“뭐?”

유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밤에 시작해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런 날씨에 산에서 밤을 보내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잖습니까…….”

이번 MT의 목적은 신입생들의 에테르 능력 증진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잠재자들의 각성이다.

그리고 각성은 잠재자가 생명의 위험을 느낄 때 가장 쉽게 발현된다. 요컨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이 각성하기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밤에 안 보내면, 뭐 낮에 보내냐? 소풍날이야? 김밥이라도 쥐어서 보내주지 왜?”

낮부터 시작하면, 숲에서 충분한 준비를 마친 다음에 밤을 맞이하게 된다. 겨울 산에서의 험난한 서바이벌인 것은 여전하지만, 생명의 위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하지만…….”

“하지만 뭐, 나도 그래서 밤에는 몬스터 풀지 말라고 했잖아. 그거면 됐지. 몬스터도 없는 곳에서 혼자 죽으면 그게 에스퍼야? 그런 놈들은 다 그냥 지금 뒤져버리라 그래.”

유선은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뤘던 1세대 헌터였다. 그녀가 각성한 곳은 몬스터로 가득 찬 도시 한복판이었다. 그런 그녀의 기준에서 이번 캠프는 초등학생 보이스카우트 캠핑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진짜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요. 사망자라도 나온다면 시말서로는 안 끝날 텐데요…….”

그 말에 유선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사망자가 나왔을 때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잠재자건 에스퍼건 에테르 보유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귀중한 인적자원이었다. 애초에 그런 인적자원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헌터학과였다.

물론 상위 학년에서는 실습을 나가거나, 실제 상황에 파견도 나가기 때문에 헌터학과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냥 단순한 교내 훈련에서 사망자가 나왔다가는, 확실히 시말서 한 두장으로는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영감탱이가 화나면 답이 없기는 한데…….”

유선은 잠시 과거를 돌이키다, 싫은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질색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 거기에는 크리스도 있고, 주시자도 잔뜩 깔아뒀으니까 걔가 알아서 대처하겠지.”

유선은 원래 복잡한 걸 싫어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며 기지개를 폈다.

류환은 못미더운 표정으로 자신의 상사를 바라봤다. 만약 상황이 벌어지면 크리스를 끌어들여서 공동책임으로 밀고 갈 생각일 게 뻔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아, 아뇨, 딱히…….”

“뭔가가 담긴 눈빛이었는데. 약간 경멸 같은 느낌의 뭔가가.”

“그럴,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유선은 속을 알 수 없는 장난스런 미소를 띤 채로 그를 쳐다보다, 류환의 목덜미에 땀이 맺힐 쯤에야 시선을 천장 쪽으로 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됐고. 일 하나만 좀 시키자.”

“아… 예, 근데 무슨 일입니까?”

내심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류환이 그녀에게 태연한 척 되물었다.

“조원호 좀 감시해봐. 책임지고.”

* * *

잠에서 깨어났을 때, 때마침 동굴 안으로 빛이 들어왔다. 아침이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입구는 꽤나 좁았지만, 동굴 안쪽은 상당히 넓어 쾌적했다.

하지만, 동굴 안에도 주시자는 있었다.

“없는 곳이 거의 없구만, 이거.”

덕분에 어젯밤 원호는 불도 켜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밤을 보내야했다. 밖에서 땔감을 주워와 점화로 불을 피워봤지만, 동굴 구조가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되어있어 그럴 수도 없었다.

원호는 초보 수준의 에스퍼가 라이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를 고민하다 그냥 포기하고 잠이나 자기로 했었다.

그리고 아침인 지금은 세수도 할 수 없었다. 야숙은 익숙했지만, 거의 모든 마법을 쓸 수 없는 지금 상황은 굉장히 불편했다. 크리에이트 워터도, 라이트도, 블링크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일단, 아침밥이랑 물인가…….’

다행히도 식량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어제 동굴까지 걸어오면서도 꽤 많은 짐승 발자국을 볼 수 있었고, 주변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도 있었다.

“아으, 너무 불편해. 주시자고 나발이고 그냥 다 터트려 버릴까.”

그렇게 혼잣말로 불평을 내뱉으며 동굴 밖을 나서자,

키륵, 케륵.

동굴 바로 앞에서 나를 노려보는 고블린 세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음…….”

“케륵, 케륵!!!”

“케르르륵!”

“너희들이 여기는 왠 일이냐.”

이 주변에 새로 열린 게이트는 없을 텐데.

그리고 고블린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달려 들어왔다.

“고블린이 먼저 달려들다니, 꽤나 그리운 느낌인데 이거.”

고블린은 자기보다 강해보이는 상대에게는 절대 덤비지 않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에테르를 느끼는 것인지, 상대가 자기보다 강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도망친다.

거대 홉고블린도 덤비지 않게 된 것이 꽤나 오래전 일인데, 이런 하급 고블린이 덤벼드는 것은 상당히 신선한 일이었다.

“그만큼 내가 에테르를 잘 숨기고 있다는 것 아니겠냐. 그래도…….”

고블린들은 거의 바로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약 2m. 평상시에 고블린들은 조심스럽게 다가오지만, 무기도 없는 나를 민간인이라고 생각했는지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오른손에 에테르를 얇게 두르고, 땅을 박차며 손날을 내밀어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고블린의 목젖을 갈랐다. 달려오는 속도와 내 속도가 서로 맞물리면서, 고블린은 나의 움직임을 보지도 못한 채 목이 그어졌다.

목이 반 쯤 베인 고블린의 목소리는 이제 키륵키륵에서 공기가 새어나가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고블린들까지 깝치는 건… 기분이 좀 많이 더럽네.”

동굴 입구가 주시자의 시야에 벗어난, 몇 안 되는 세이프 공간이라는 것은 어제 확인한 내용이다. 그리고 딱히 주시자의 배치가 바뀐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내가 여기서 고블린들을 못 본 척 해줄 필요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뒤바뀌자, 나머지 두 마리는 당황했는지 몸이 굳어있었다.

한 놈은 제자리에 멈춰 섰고, 한 놈은 달려오던 관성을 버티지 못했는지 앞으로 자빠지고 있었다. 두 놈 모두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세전환도 빠르셔라.

나는 목젖을 갈랐던 오른손으로 그대로 파고들어, 서있던 녀석의 가슴을 찔렀다. 하급 고블린은 몸체가 상당히 작다. 손가락 두 마디가 파고들어간 것만으로 심장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즉시 오른쪽으로 베어내면서 박혀 들어갔던 손가락을 빼냈다.

뿜어져 나오는 고블린의 피를 덮어쓰지 않도록 몸을 피하면서, 동시에 아직도 쓰러지는 중이던 고블린의 목을 그대로 베고 지나갔다.

“으우, 기분 나빠.”

무기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맨손으로 몬스터를 가르는 느낌은 상당히 역겨운 느낌이었다.

에테르를 두르면 손에 피가 묻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느낌은 어쩔 방법이 없다.

한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라도 해소해볼까 했었는데, 오히려 기분만 더러워진 셈이었다.

상황이 끝나고, 동굴 앞 작은 공터는 고블린들의 시체와 핏자국으로 지저분해져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시체는 도축하거나 가공하지 않는 이상 24시간 안에 풍화되어 사라진다. 딱히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행여 핏자국이 튀었을까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피가 튀지 않도록 노력한 보람이 있었는지, 피가 묻은 곳은 없었다.

내가 결벽증에 걸렸거나 딱히 깔끔 떠는 성격인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의 시작인 상쾌한 아침부터 더러운 고블린의 피를 묻히고서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몬스터의 핏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변태적인 취향은 갖고 있지 않았다.

“마석 채취는… 생략하고.”

원래 몬스터와의 전투가 끝나고 나면 마석의 존재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블린은 노컬러. 즉 등급도 부여되지 않는 수준의 최하급 몬스터로, 가끔씩 민간인한테도 두들겨 맞아 죽는 일도 있는 수준이었다.

고블린 같은 노컬러 수준의 몬스터는 마석이 나올 확률이 극히 낮았고, 만약 나온다하더라도 애들 용돈 수준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말하자면 굳이 시체를 뒤져가면서까지 마석을 꺼낼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주시자는… 역시나 없고.”

혹시라도 순찰 형식으로 도는 주시자가 있지는 않을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행히도 순찰을 도는 주시자는 없었다. 에테르도 최소한으로 사용했고, 거의 몸만 사용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적발되었을 리가 없었다.

“보는 사람은 당연히…….”

당연히 없겠지.

물론 이 산 속에는 24학번 신입생 47명이 전원 소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47명은 굉장히 넓은 범위에 일정 간격을 두고 소환되어있었다.

그 간격은 저마다 달랐지만, 내 경우는 특히 넓게 설정되었는지 반경 5km내에서는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무슨 끝내주는 행운!!

평야에서의 5km도 걸으려면 꽤나 긴 거리인데, 산 속은 오죽 하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절차적인 느낌으로 살펴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있네.”

있다. 사람이 있다.

아침빛을 받고 빛을 발하는 그 금발머리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줬지만, 그건 그리움을 불러오는 익숙함이 아니라 전두엽이 아파오는 익숙함이었다.

이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우측의 언덕에서, 미카엘라는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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