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1화 (프롤로그) (1/135)

1화

프롤로그

<1월 21일, 대전에 나타났던 몬스터가 금일 오후 5시 경에 토벌 당했습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리포터의 목소리에 가게 안의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해당 몬스터는 괴조계열의 레드급 몬스터로, 토벌에 성공한 것은 두란 용병대입니다. 피해규모는 약…>

“오오오!! 드디어 잡힌 건가? 저게 그 저번에 나왔던 거대 독수리인가 뭔가 하는 놈이지?”

“아니, 이 사람아. 그 놈 잡힌 지가 언젠디. 저 놈은 뇌조라는 놈이잖어.”

“아따, 그 놈이 그 놈이지. 거, 괜히 사람 무안을 주고 그런댜.”

잠시 동안 가라앉았던 가게의 분위기는 목청 좋은 아저씨들의 잡담소리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계속해서 뉴스를 보고 있었던 몇몇 사람의 표정을 찌푸렸지만, 이내 그들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들 방금 뉴스에 대한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다.

레드급 이상의 몬스터가 잡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술안주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몬스터 토벌 자체보다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잠깐, 쉿. 조용해봐. 나온다.”

가장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아저씨가 TV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인 꼴이었지만, 그 말에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용히 리포터의 말을 기다렸다.

“이번 몬스터에게서 나온 마석의 감정가는 약 5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정밀 감정 후에는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덧붙여진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ㅡ”

“크아, 한 번에 5억인가!! 나는 언제 억 소리 한 번 들어본다냐.”

“그래도 5억이면 레드급 치고 좀 적은 거 아닌가? 레드급은 6억부터 시작 아니었어?”

“5억이 적다고? 네 쥐똥만한 월급부터 좀 생각하고서 말해라. 그리고 마석만 5억이라고. 마석만.”

아저씨들은 마석의 감정가에 대해서 저마다의 의견들을 내뱉었는데, 마치 진풍명품이라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말로는 다들 마석 감정사 10년 경력 정도씩은 되는 듯했다.

몬스터가 잡히면 상당한 거금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확천금이라는 말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소재다.

그리고 헌터들의 몬스터 토벌은, 그야말로 일확천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일이었다.

“크, 두란이라면 그 질풍검 진호연이 있던 곳이었지? 꽤 작은 공격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박이구만.”

“한 열댓명 정도 됐을 걸?”

“햐, 그럼 세금 때고 뭐 때고 해도 인당 3천씩은 가뿐히 떨어지겠구만. 거기에 포상금에다가 보조금에다가 이것저것 합치면… 어휴.”

“후, 나도 에테르만 있었으면 회사 때려치우고 바로 헌터나 뛰는 건데 말이야.”

에테르.

7년 전,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와 함께 나타난 일종의 초능력을 말했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에테르라는 힘이 필요했고, 따라서 헌터가 될 수 있는 건 에테르를 가지고 있는, 이른바 에스퍼들 뿐이었다.

아무리 헌터가 되고 싶다고 해도 에스퍼가 아니라면 헌터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에테르는 타고난 재능으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헌터가 되고 싶어 했고, 더더욱 동경했다.

아무나 될 수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특별한 힘으로 괴물들을 때려잡는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모습이다.

게다가 몬스터를 잡으면 웬만한 회사원 연봉이 뚝뚝 떨어지고, 나라에서는 온갖 혜택을 부여해준다. 최근엔 그 빛이 좀 바랬다만, 인류를 수호한다는 명예도 주어진다.

이 이상 빛나는 직장이 어디 있을까.

요즘엔 유치원에서도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열에 일곱은 헌터라고 대답하고 둘은 에스퍼라고 대답한다고 하니 말 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이 헌터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아…….”

나는 빈 테이블을 행주로 닦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헌터를 싫어했다.

물론 지금 활동하고 있는 헌터들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헌터라는 직업이 싫은 것이다.

가끔 마주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에게는 항상 감사함을 느끼지만,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자체를 어찌 생각하는 지는 별개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사람들이 왜 헌터들을 동경하고 왜 헌터가 되고 싶어 하는 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헌터라는 존재는 소설 속에나 나오던 영웅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영웅, 말이지…….’

하지만 내 목표는 그런 거창한 삶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사는 거다.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 괜찮은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을 꾸리는 것.

이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생이자 목표하고 있는 인생이었다.

여태동안 그래왔고 오늘도 그랬기에 내일도 그럴 것이 분명한 일상. 내일은 오늘의 계속. 조금 지루하지만, 가끔 있는 소소한 일탈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평범한 인생.

말하자면 심플 이즈 베스트다.

에테르만 있으면 회사 때려치우고 헌터나 한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에테르를 감춰가면서라도 다니던 직장을 다닐 것이다.

“야, 원호야. 너는 나이도 어린 놈이 무슨 한숨을 그렇게 푹푹 쉬어 대냐?”

“맞다, 너 알바 오늘까지만 한다며? 김사장이 대타 구한다고 고생하고 있더만.”

뒤를 돌아보니 방금 전의 목청 좋은 아저씨들이었다.

이 가게에 몇 있는 단골 그룹들 중에 하나로, 처음 봤을 때부터 일방적으로 친한 척을 해왔다는 특징이 있었다.

“아하하, 저도 이제 갈 길 가야죠.”

“으엉? 뭐야. 너 드디어 대학 합격 한 거냐?”

“왜 말 안했어, 임마!! 아저씨가 한 잔 사주는 건데. 어딘데?”

아저씨들이 소주잔을 쥔 채로 화색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말하기로 결정했다.

“…조은대요.”

조은대라는 말에 잠시 아저씨들의 동작이 멈췄다.

갑자기 주변의 다른 테이블들도 조용해져, 전체적으로 가게 안 데시벨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쪽을 은근하게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에이, 야. 아저씨가 널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무슨 조은대야? 진짜야?”

역시나 말해도 믿지 않는다.

“하하, 장난 좀 쳐봤지요.”

“자식, 거 싱거운 놈일세. 아저씨한테 장난치면 혼난다?”

퍽. 나는 등짝을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저씨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고, 가게도 다시 취기 오른 대화들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그리고 나는 방금 전처럼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이 생활도 끝이었다.

안타깝지만 나는 내일부터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명문대 중의 명문대로 꼽히는 조은대에서.

그래, 그건 나에게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국립 조은대학교 국영대학 헌터학과.

내일부터 내가 입학하게 된 학과의 이름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