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최소 두 배, 아니 세 배인가.’
눈앞의 숫자에 하현이 혀를 찼다.
질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숫자로는 열세. 아무리 이쪽이 모두 SS급인 강자들만 모여있다 하지만 쉽사리 길을 뚫기는 힘들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하현이 고민하고 있을 때, 귓가로 아퀼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 터줄 테니까 잠시만 속도 낮춰!」
“속도 줄이세요!”
아퀼로의 말에 하현이 곧장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달려 나가던 일행의 발이 잠시 멈췄고, 뒤쪽에서 거대한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콰아앙!!!
일대의 공기가 떨릴 정도의 막강한 섬광이 하현 일행을 넘어 마왕군을 향해 휘몰아쳤다.
아퀼로와 브라스마티를 포함한 모든 드래곤들이 동시에 내뿜은 막강한 브레스.
그 범위 안에 들어온 마왕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하현 일행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다.
“지금!”
그 틈을 타 하현 일행이 재빨리 마왕군의 안쪽으로 달려갔다.
주변에 칠흑과 같았던 공간이 사라지고, 가장 앞에 있었던 대사막의 안으로 들어섰다.
멀리서 얼핏 보았을 때는 완전무장한 수천 명의 기마부대가 있었지만, 방금 전 브레스가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 수는 10분의 1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 박살 내면서 달려갑니다!”
어설프게 멈춘 순간 주변에 병력들에 순식간에 에워싸일 것이다.
하현 일행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사막을 박차며 빠른 속도로 기마부대에게 쇄도했다.
“놈들을 죽여라!!”
얼마 남지 않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 수는 수백 명.
거기다 주변에 다른 공간에 있었던 부대들 또한 이쪽 사막으로 넘어와서 합류해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돌파할 수 있겠지만…… 벌써부터 체력을 소모할 수는 없어.’
지금 보이는 녀석들은 대부분 얼핏 봐도 B급에서 A급 녀석들뿐이다.
지금은 힘을 아껴야 할 때라고 판단한 하현은 곧장 아민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민 씨.”
“네?”
“이번에도 부탁드릴게요!”
아민이 당황하는 사이 하현은 망설임 없이 방어전환을 사용했다. 존재감이 옅어지고, 무한한 마나가 하현의 몸 전체를 충만하게 감쌌다.
그제야 하현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아차린 아민의 눈이 반짝였다.
“갑니다!”
“맡겨만 주세요!”
아민과 하현의 손이 맞잡혔고, 아민의 주변으로 막강한 마나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따악!!
아민의 손가락이 튕겨지고, 사막 전체에 거대한 번개가 미친 듯이 내려쳤다.
단 한 번의 마법이었지만 남아있는 기마부대들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되었다.
마나의 소모 따위는 눈곱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은 무지막지한 난사.
하지만 하현을 통해 끝없이 마나를 공급받게 된 아민에게는 전혀 문제될 것 없었다.
“제가 마법으로 엄호하겠습니다. 저랑 하현 씨를 지켜주세요!”
진형이 하현과 아민을 보호하는 모양새로 바뀌었고 다시 한 번 앞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황량해진 사막을 돌파한 일행은 순식간에 산맥의 안으로 들어섰다.
험한 지형으로 가득 찬 장소였던 듯했지만 브레스의 일격으로 거대한 길이 뚫려 있었고, 거대한 원숭이처럼 생긴 괴물들이 수십 마리밖에 없었다.
“일소!”
콰아아아앙!!!!
하지만 그마저도 아민이 내던진 수만 개의 화염구에 휩쓸려 뼈도 남기지 못하고 산맥과 함께 불타 버렸다.
‘순조롭다.’
브레스의 도움과 아민의 마법으로 하현 일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왕군의 중심으로 파고들어왔다.
여태까지 싸운 부대나 괴물들이 정예수준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하현의 지력전환과 아민의 스킬이 발하는 시너지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안쪽으로 내달리고 있을 때.
「야! 안쪽에 지랄 맞은 녀석이 한 명 있으니까 마법 쓰는 중이면 조심해!」
‘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귓가로 들려오는 다급한 아퀼로의 목소리에 하현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지랄 맞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단 말인가.
그 물음에 아퀼로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일격에 브레스를 분쇄한 녀석이야. 마나와 상극인 녀석이니까 조심해!」
‘뭐?’
수십 마리의 드래곤이 함께 쏜 브레스.
그 일격을 분쇄했다니, 그런 존재가 마왕 말고도 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현이 당황하며 모두에게 이야기하려 할 때.
콰아앙!!!
거대한 폭음 소리와 함께 앞쪽에서 강력한 파동이 터져 나왔다.
그 여파에 하현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여파만으로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여태까지 나온 조무래기인 괴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아민 씨, 저쪽을 향해 강력한 마법 한 방을!”
정말이라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하현의 외침에 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십, 수백의 대마법진을 허공에 빽빽하게 수놓았다.
“발사!”
콰아아앙!!!
아민의 신호와 동시에 날아가는 수백 개의 섬광. 이전의 브레스만큼은 아니었지만 거기에 필적할 만큼 막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후웅!!
하지만 먼지를 걷어내며 휘둘러진 주먹 앞에 섬광은 허무하게 지워졌다.
“말도 안 되는…….”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 마법. 그 광경에 아민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마법을 지워 버린 사내를 바라보았다.
마왕과 같은 갈색 피부에 전신에 새겨진 검은색 문신.
그리고 3m 가까이 되는 거대한 덩치는 단순히 마주한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안겨주었다.
「설마 했더니…… 포식자 놈이었나.」
‘포식자?’
하현이 의아해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아퀼로의 정보가 스며들었다. 특수한 체질로 모든 마나들을 원래상태로 분해시켜 버리는 마법사의 천적과 같은 마족.
그것이 바로 눈앞의 저 사내, 포식자인 것이다.
“위험하군.”
아민과 하현을 본 포식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브레스를 없애고 날뛰고 있던 마법사를 잡기 위해 왔다.
하지만 눈앞의 저 마법사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위험했다.
작정하고 자신을 피한다면 군단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봉인하겠다.”
우우웅!!!
포식자의 선언과 동시에 그의 몸에 새겨진 문신들이 검은색 빛을 내뿜었다.
그 말에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이 굳었다.
파아아앙!!!
문신에서 터져 나온 검은색 파동이 퍼지고 퍼져 마왕군 전체에 흩어졌다.
무엇이 변한 것인가 아리송할 때, 하현 일행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마나 무효화 지대가 생성되었습니다. 일정 이상의 마나가 담긴 모든 스킬이 사용 불가능해집니다.
-포식자의 근처에 있을수록 제한되는 마나의 양이 더욱 낮아집니다.
적뿐만 아니라 아군의 마나능력도 봉인해 버리는 무지막지한 능력.
하지만 하현과 아민이 발휘하는 힘을 생각해 보면 절대적으로 손해였다.
“큭…….”
하현은 어쩔 수 없이 방어전환을 해제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스킬 몇 개가 먹통이군.”
“나는 위력이 축소 당했어.”
흑월과 지현이 곤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나 무효화 지대는 단순히 마법사에게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었다. 스킬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저 녀석을 죽여야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하현 일행이 모두 덤빈다면 포식자를 빠르게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 기껏 브레스로 뚫렸던 길들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었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누군가 한 명이 이곳에 남아 포식자와 모여드는 병단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그런 자살행위를 누구한테…….’
가장 적임이라고 한다면 역시 불간섭을 가진 하현 자신이었다. 하지만 하현이 상대해야 하는 상대는 마왕, 이곳에 묶일 수는 없었다.
그에 하현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가라.”
강철이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하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뭐라고 말할 시간 있으면, 당장 앞으로 달려가라.”
하현이 이야기하기도 전에 강철이 말을 잘랐다. 남을 사람이 정해졌다면, 하현이 해야 할 일은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것뿐이다.
그 사실에 하현은 막 열었던 입을 다물고 이를 악물었다. 처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이제 와서 쓸데없이 말을 늘어뜨리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가겠습니다.”
“그래.”
대답한 하현은 곧장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포식자가 눈을 번뜩였다.
“어딜…….”
콰아앙!!!
포식자의 몸이 움직이려고 한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그에게 쇄도한 강철의 주먹이 포식자를 후려쳤다.
콰가가각!!!
뒤로 튕겨져 날아가던 포식자는 지면에 손을 박으며 날아가던 몸을 멈춰 세웠다.
욱신거리는 볼의 감촉. 그에 포식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네놈, 정체가 뭐지?”
포식자는 마나를 무효화하는 강력한 능력과 함께 무시무시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마왕을 제외한다면 그를 능가하는 신체능력을 가진 자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방금 전 일격은 포식자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마나의 강화 없이 이런 신체능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굳이 알 필요는 없지.”
우드득-
가볍게 손을 푼 강철은 포식자의 뒤로 사라져가는 하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일단 1차 목표는 이뤘다. 남은 것은 포식자를 죽여 마나 무효화지대를 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뒤에서 아군이 올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리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고작 해봐야 대력타와…… 그 스킬인가. 조금 어렵겠군.’
방금 전 감촉을 보면 포식자는 일전에 라티온을 능가할 신체능력을 지녔다.
그 이후로 강해지기는 했지만 마나의 제약을 받는 상태인 강철에게는 조금 벅찬 상대였다.
‘일단은 해봐야겠지.’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죽이고 살아남던가, 죽던가. 강하든 말든 그리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엉뚱한 연설이라고 조금 생각했는데…… 별 다를 것도 없군.’
이전에 하현의 말을 떠올린 강철은 씩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포식자가 목을 풀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방금 전과 같은 우연은 없을 거다.”
그 말대로 방금 전은 포식자의 방심에 의해 드러났던 빈틈.
절대로 똑같은 요행은 바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 강철은 피식 웃었다.
“그거야 네 바람이고.”
“거만하군.”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다시 한 걸음 내딛어지고, 그들의 영역이 겹쳤다. 공격을 휘두르며 적에게 닿을 수 있는 구역. 하지만 둘은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나아갔다.
“이제 마지막 한 걸음이다. 더 할 말은 없나?”
마지막 한 발을 뗀 포식자가 무심하게 물었다. 한 번 더 거리가 좁혀진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영역 안에 완전히 갇히게 된다. 후퇴가 불가능한 극한의 격투.
그것을 앞두고 마지막 한 발을 뗀 강철이 씩 웃었다.
“그게 네 마지막 말이군. 잘 알아들었다.”
“……좋다!”
콰아앙!!!!
두 사람의 발이 바닥을 강하게 찍어 내렸다. 두 발이 나란히 놓이고 일대의 지형이 금이 가며 박살 났다.
상대 숨소리가 느껴지고, 꿈틀거리는 근육이 선명히 보인다.
콰드드득-
꽉 움켜쥔 주먹에 주변의 공기가 떨리고 둘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순간 두 주먹이 격돌했다.
콰아앙!!
누군가 죽어야만 끝나는,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됐다.
***
“마나 무효화라니…… 시작부터 말도 안 되는 걸 꺼내오는군.”
눈앞에 보이지 않는 장막에 지호가 이를 악물었다. 이 스킬 때문에 드래곤들의 장기인 브레스와 강력한 마법들이 모조리 원천봉쇄 당했다.
그나마 협회가 가졌던 이점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지자 전장의 균형이 아슬아슬하게 변한 것 같았다.
‘저쪽이 지닌 원거리 화력을 모른다고 가정하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썩 상황이 좋지 않아.’
조금 있으면 이제 마왕군과 이쪽의 병력이 맞부딪친다.
그 순간 지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저 괴상하기 짝이 없는 세계들이었다.
‘단순히 환경만 변하는 거라면 거기에 유의해서 전쟁을 치루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면……?’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 치밀어 오른다. 지호는 고개를 살짝 가로젓고 회장과 라젤린을 바라보았다.
“곧 마왕군과 충돌할 겁니다. 제가 마법사들을 이끌 테니 회장님이 군을 총지휘하십시오. 데벨, 당신은 회장님을 곁에서 도와주시오.”
“알겠습니다.”
지호의 말에 데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는 타드델린의 아래에서 움직였지만, 결국 그의 궁극적인 원한은 자신의 병사들을 몰살시켰던 마왕군에 있었던 듯했다.
아마 누구보다도 마왕군의 저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 그와 회장이라면 충분히 전체적인 지휘를 할 수 있으리라.
‘마법이 다소 봉쇄되었다고는 해도 일정 수준 이하는 사용 가능하다. 그 점을 이용해서 광범위적인 견제를 한다면…… 아직 마법사들도 쓸 수 있다.’
그렇게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상황까지는 아니다.
각오를 다진 지호는 이제 눈앞까지 닥쳐온 마왕군과 페젤론을 바라보았다.
“전군!!!”
그와 같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회장이 크게 소리쳤다.
우렁차게 확산된 목소리와 눈앞으로 다가오는 적들의 모습에 모든 병력들이 자신의 무기를 고쳐 잡았다.
“전진!!!”
회장의 목소리 뒤에 이어지는 거대한 함성.
그와 동시에 마왕군과 협회의 병력이 서로를 향해 충돌했고,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었던 세계들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역시 주변을 완전히 뒤바꿔 버리는 것인가!’
초원의 안으로 들어선 지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깥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를 만큼 드넓은 초원이 그를 반겼지만, 주변에 아주 흐릿하게 다른 장소들도 눈에 보였다.
‘다행히 완전히 고립되는 경우는 아닌가.’
혹시 한 공간 안에 들어서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원과 후퇴가 가능하면 충분히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쿠구구구궁!!
“……?!”
주변의 공간이 크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 이변에 협회의 병력들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초원 자체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주변에 흐릿하게 보이던 다른 장소들이 모두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떨어뜨리는…… 당했다!’
왜 마왕군의 병력들이 그 정도로 각 영역에 알맞게 세분화 되었는지 지호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이곳으로 건너오면서 알아낸 것이다.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이 페젤론의 조각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방법을!
“죽여라!!!”
마왕군들의 병산들이 크게 소리쳤다. 초원 곳곳에 흩어지거나 숨어있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 수는 대략 삼천.
그에 비해 협회의 병력은 간신히 이천이었으며 이 구역에 특화된 병력도 아니었다.
병력의 유동성도 사라지고 제한된 병사들끼리 다투게 될 뿐이다. 그 말은 즉 변수가 극도로 줄어들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협회의 병력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조종사를 죽이거나, 마왕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버틴다.’
몇 천, 몇 만이 죽더라도 버텨내면 된다. 이를 악문 지호의 손에서 마나가 끓어올랐다.
우선은 이 초원 내에서 승리한다. 그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였다.
“돌격!!”
지호의 외침이 초원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