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46화 (146/158)

# 146

31.마지막 준비

“후…….”

소파에 앉은 하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이 끝나고, 혼돈대륙의 토벌이 중단된 지 사흘이 지났다.

어느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지만, 하현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두 개의 기둥은 못 없앴구나.’

에들렌이 신성력으로 재구축시킨 두 개의 기둥.

하현은 최후의 시련을 완수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으로 그 기둥들을 부수기 위해 노력했었다.

남아 있는 다른 기둥들을 부쉈고, 시련을 통해 그 두 개의 기둥을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어떤 방법도 소용없었다.

‘시련의 영향력이 옅어지는 차원의 틈. 거기다 만약을 대비해 하이룬의 신성력을 이용해 세계의 법칙으로 만들어뒀다. 더 이상 손쓸 방법도 없어.’

어떠한 방법으로도 제거가 불가능한 두 개의 기둥. 결국 에들렌이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마왕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건가…….’

마계로 건너가 시련을 사용하면서 강해진 이세계의 최하현. 자신과 싸워야만 하는 것이다.

‘나라고 하기에도 실감이 안 갈 정도였지만.’

그때 하현이 본 마왕의 모습은 어딜 보아도 자신이라 하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신장에서부터 외형까지 모조리 달랐던 것이다.

‘아마 시련을 통해서 몸을 강화시켰던 거겠지. 그런 상대와 싸워야 하는 건가…….’

최악의 상황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파에 기댄 채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차분하게 생각하자고.’

머리에 가득 쌓인 짐 덩어리를 치우듯이 하현은 머리를 어지럽히는 고민들을 하나둘씩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세계의 최하현이 자신에 의해 마왕이 된 것은 모두 알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우선인 것은 그 마왕을 물리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쓰러뜨린 마왕은 갓 침략을 시작했던 마왕. 지금오고 있는 마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어. 그에 비하면 나는…….’

하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마왕과의 전투에서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기는 했다.

[하현]

레벨 : 624 칭호 : 새로운 희망

생명력 : 6,340/6,340 마나 : 6,330/6,330

힘 : 3,754 민첩 : 637

체력 : 634 지력 : 633

공격력 : 750 방어력 : ???

추가 스탯 : 0

[마계의 패자]

마계의 생존전쟁을 종결시킨 최강자를 쓰러뜨린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전 스탯 20%증가.

-마족들에게 강한 위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마족들에게 50%의 추가피해를 입힙니다.

[새로운 희망]

멸망을 앞둔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전 스탯 40%증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가 생겨납니다.

-스킬 ‘최후의 저항’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멸망을 막기 위해 움직일 때 모든 효과가 두 배 이상 상승합니다.

레벨은 무려 500대를 돌파해 600을 찍어버렸고, 마왕의 상대로 좋을 칭호와 무시무시한 증가폭을 지닌 칭호를 획득했다.

안 그래도 정점을 찍어 가던 하현을 확실하게 끝내 버린 것이다.

거기다 이 두 가지는 다음 보상에 비하면 그다지 비할 것도 되지 않았다.

권(Lv.2) : 액티브. 주먹을 내뻗어 상대를 고정한 뒤 공격한다. 소모마나 없음.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이름부터 소개까지 모두 성의 없기 그지없는 단순한 스킬.

보기만 하면 저레벨 때 배울 기초스킬처럼 보이지만, 하현은 이 스킬이 발동되면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었다.

‘기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갈리지만, 능숙해지기만 하면 쉴 새 없이 쓸 수 있어.’

한 번이라도 움직임이 틀어지면 적의 봉쇄가 풀리고, 주먹의 위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마왕의 수백 년간의 기술이 함축되어 있는 결정체인 것이다.

이렇게 한순간에 하현은 놀라우리만치 강력해졌지만, 결국 마왕에 비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시간의 차이가 너무 커.’

마왕은 수백 년의 세월동안 시련을 사용해가며 저쪽에서 힘을 키웠다.

비록 하현처럼 경험치를 배로 불려주거나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안전성은 없었겠지만, 그 시간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일 년도 채 안되는 시간이 어떻게 수백 년의 시간에 비하겠는가. 결국 단순한 무력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해 마왕, 아니, 마왕군들과 싸워야만 했다.

‘해답이라면…… 역시 지금은 그것뿐인가.’

딱히 새겨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에들렌의 충고였다.

저장고에 손을 넣은 하현은 한 가지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진한 녹빛을 머금은 주먹만 한 원석. 에들렌이 마지막에 충고했던 호르호이의 원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에 오드리히가 이 원석을 얻었을 때 에들렌이 있었지.’

그때를 생각해 보면 오드리히의 나이도 상당히 들었었고, 무엇보다 조금 독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호르호이를 잠재울 때 나왔던 그 미묘한 파동.

그것은 분명 죽음의 힘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 시간대가…… 타락한 뒤일지도 모르겠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하현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일단 지금 해야 할 일은 확실해졌다.

과거에 이 호르호이의 원석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한테 물어볼까?」

생각에 잠겨 있던 하현의 귓가로 아퀼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하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 듣고 있었어?’

「이제 정신을 분리하는 거 좀 익숙해졌거든. 무슨 고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듣고 있었어.」

이전에는 새롭게 생겨난 자아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캘시퍼처럼 하현과 한 몸처럼 보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명을 수고가 줄어들었음을 깨달은 하현은 다시 소파에 앉아 물었다.

‘내 생각은 어떤 것 같아?’

「흐음.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실제로 그 당시 기록에 의하면 오드리히가 타락한 이후로의 행적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혹시 모르니까 회장님한테 한 번 물어봐줘.’

「잠시만 기다려봐…….」

잠시 침묵이 감돌고, 아퀼로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네.」

‘그렇다면…… 그사이에 누구도 모르게 네 명이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네.’

망자의 왕 아오르근을 물리치고 마족들과의 전쟁을 치르다 이내 타락해 버린 오드리히.

세간에는 그것으로 그의 활약이 끝난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이야기가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사이에 사건을 알아야 한다는 건가…….’

호르호이의 원석의 쓰임새를 알아내려면 그걸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은 과거의 인물이나 그때의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상황.

본래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시련 생성!’

이 세계에서는 그것만큼 간단한 방법이 또 없었다.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하현의 바람과 동시에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잊혀진 기억을 되찾아서]

당신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진실을 찾고 있습니다. 그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만 할 것입니다.

난이도 : S

보상 : 없음.

-시련을 수락하는 즉시 ‘4인의 결사대’ 던전 입구로 이동됩니다.

-해당 던전을 완수하지 못하면 레벨다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새롭게 생성된 시련을 살펴본 하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까다로워 보이지는 않는데.’

「던전 완수라는 점이 조금 거슬리지만 지금 네 레벨에 S급이면 여유겠지.」

하현은 굳이 등급으로 나타낸다면 이제 SSS급.

400레벨대가 적정선인 S급 던전은 사실상 골치 아플 것도 없는 던전이었다.

‘그러면 당장 해치워 볼까.’

마왕의 등장까지 길어 봐야 한 달이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상황이니 결정을 지었다면 망설일 틈은 없다.

자리에서 일어난 하현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

「흐음…… 야, 혹시 한 명 더 데리고 갈 생각 있어?」

‘음? 누구 말이야.’

하현의 물음에 아퀼로는 조금 미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휴식이 필요한 녀석……?」

***

“에휴…… 그 조금 다친 거 가지고 이렇게 내쫓듯이 보내 버리다니.”

던전이 존재하는 무인도에 도착하자 지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툴툴거리는 모습에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장기가 모조리 날아가서 즉사하실 뻔했다면서요. 그게 어떻게 조금 다치신 거예요.”

마왕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듣고 협회는 혼돈대륙에서 전력의 강화를 선택했다.

폭주한 던전들을 상대로 토벌과 회유,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협력할 이들을 골라내고, 아닌 자들은 던전을 없앤다.

그 과정에서 SS급 던전들이 대거 발견되었었고, 그룹이 만들어져 던전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아니, 뭐…… 그렇게 떼거지로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중에서 지현은 SS급 던전 중 한 곳을 들어갔다가 같이 들어간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해 싸우다가 죽을 뻔했었던 것이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목숨은 건졌지만, 잠시 쉬라는 이유로 이렇게 하현의 곁으로 오게 되었다.

“하하…… 일단은 가죠. S급 던전이라 그렇게 긴장은 안 하셔도 될 거에요.”

“그래, 한 번 가보자고.”

하현과 지현은 함께 던전의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의 모습이 변하고, 곳곳에서 붉은 빛들과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여기는…….’

용암이 흐르는 땅의 모습에 하현은 놀란 표정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몇 번 보았던 익숙한 환경. 하현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던 지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 예전에 온 지하계지?”

게르바와 만났던 지하계의 던전.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소는 그때 보았던 광경과 비슷했었다.

“예…… 맞는 거 같은데요.”

주변을 둘러본 하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이전과 거의 비슷했지만 그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이전에는 좀 무시무시한 분위기였다면 여기는 조금 얌전한 것이다.

‘좀 더 깊은 곳인가?’

지하계 자체가 구분이 힘든 장소들이었기에 하현은 미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그때.

“야야. 저기 봐봐.”

옆에 있던 지현이 어깨를 두드리며 한곳을 가리켰다. 그에 하현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녹색 연기?”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한 색의 녹색 연기. 그것이 일대를 완전히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일단 가볼까? 보니까 저게 던전이랑 관련 있는 것 같은데.”

“네, 가보죠.”

우선 눈에 보이는 특이한 것은 저것뿐이니 선택 사항은 하나뿐이었다. 지현과 하현은 녹색연기가 자욱한 곳을 향해 다가갔다.

“이건…….”

연기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하현의 눈이 미묘해졌다. 어디서 본 것 아닌가 했더니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만요.”

하현은 손을 뻗어 녹색연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려던 지현을 가로막았다. 그에 지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이거 독이에요.”

“독?”

지현의 물음에 하현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연기 안으로 집어넣었다.

-극독 ‘차원독’에 저항하셨습니다.

이름은 달랐지만, 하현의 생각하기에 이 독은 분명히 호르호이가 만들어낸 독이 분명했다.

던전의 연관성부터 이런 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물을 호르호이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 어딘가에 그 네 사람이…….’

지현을 뒤로 두고 하현은 독이 퍼져있는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바로 그때.

쩌어억!!

“아?”

“어?”

눈앞의 공간이 녹아내리며 금발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상당히 익숙한 얼굴. 그에 하현이 의아해할 때.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결사대와의 합류]

오드리히와 하이룬, 타드델린, 에델른 네 명은 마왕과의 결판을 위해 지하계로 건너왔다. 그들과 함께 마왕이 있는 게르바의 궁전으로 가라.

난이도 : S

보상 : 던전 정지

-시련을 수락하는 즉시 네 명과 동행하게 됩니다.

네 명과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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